발간호: 2020-25

    

[제15회 제주포럼] 다자협력을 위한 새로운 구상: 팬데믹과 인본안보1)

한동균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인류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협력 추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약한 존재지만 상호 간의 협력을 통해 강해지고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개별 국가들에 의한 자기 이익 추구는 때때로 다자협력을 훼손하고 이로 인해 인류공동체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곤 하였다. 즉, 협력은 인간답게 만드는 특성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이러한 협력 정신은 때때로 쉽게 약해지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다자협력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팬데믹 문제는 일국 차원이 아닌 국제적 협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국가들은 보호주의와 고립주의를 통해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팬데믹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국 차원의 안보가 아닌 ‘지구촌 안보(Global Village Security)’의 개념이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었다. 기존 세계정치는 강대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에 크게 영향을 받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세계 전체가 ‘인간안보(Human Security)’와 ‘생물학적 안보(Biological Security)’를 확보하는 것이 일상생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는 일방주의에 대한 유혹으로부터 협력 정신을 지키기 위해 다자간 협력을 제도화하면서 인류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해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다자협력 메커니즘과 제도들을 구축해 왔다. UN이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과 제도의 가장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는 기후변화와 전염병과 같은 위협들은 주변 국가의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게 된다. 인간은 기후변화가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추세가 계속될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를 인지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기존의 생활방식을 바꾸기를 거부함에 따라 기후변화는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과 같은 전염병 또한 인간이 자연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 인간과 자연이 각각 자신의 영역을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을 시, 인간은 자신에게 해로운 바이러스와 접촉할 일이 드물지만 인간이 자신의 활동 반경을 자연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결국 인간도 자연과 함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전염병과 같이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국가 및 인간만을 안보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즉, 전통안보와 인간안보 개념은 각각 국가와 인간을 안보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인식하고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자연과 관련된 위해(危害)들을 어떻게 하면 근절할 수 있는지까지 모색하지 않음에 따라 자연 또한 안보의 주체로 포함시키는 보다 확장된 안보개념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에 착안하여 제주평화연구원은 기존 안보개념과 다른 ‘인본안보(Humane Security)’를 제시하였다. 즉, 자연을 인간에 의한 개발의 대상이 아닌,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주체로 인식하여 인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고 남용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부터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이전 세기보다 각종 전염병이 빈번하게 창궐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자연을 과도하게 개발하고 파괴하는 인간의 행위 때문임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만 그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며, 인간이 자연을 자신의 편의를 위한 개발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통한 조화를 추구해야만 인간과 자연의 안보가 동시에 성취될 것이라는 점을 인본안보는 강조한다.

이에 제15회 제주포럼은 ‘아시아 다자협력을 위한 새로운 구상: 팬데믹과 인본안보(Reinventing Multilateral Cooperation: Pandemic and Humane Security)’이라는 주제로 다자협력을 증진하고 새로운 구상을 찾아내기 위한 담론의 장(場)을 마련하였다. 저명한 세계 지도자 및 각계 각층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에서 다자주의를 재구축할 방법들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첫 번째 전체세션은 ‘팬데믹 시대, 다자협력의 새로운 구상(How to Reinvent Multilateral Cooperation in the Midst of Pandemic)’이라는 주제로 이화여대 손지애 교수가 진행하고, 반기문 前 UN사무총장과 빌 클린턴 前 미국대통령, 고촉통 前 싱가포르 총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다수 국가들이 다자협력을 제도화하고자 노력해 온 결과 전쟁을 방지하고 세계화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었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점차 고조되고 있으며, 팬데믹 대응을 위해 이러한 현상들이 더욱 확산되면서 수십 년 동안 국제사회를 지탱해 온 다자협력의 정신이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국제사회는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 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에 직면하여 다자주의에 기반한 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다시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세션에서는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국제사회가 앞으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다자협력의 모습에 대해 논의한다.

두 번째 전체세션은 ‘팬데믹과 대가속 시대, 위기와 선택(Crises and Choices in the Age of Pandemic and Accelerations)’이라는 주제로 제주연구원 김상협 원장이 진행하고, 김성환 前 외교부장관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가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초국가적 전염병 발생과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등으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인류는 기존의 지식이나 정책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에 적응하고 극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즉, 모든 것이 변화하고 불확실한 현 시점에서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함에 따라 이 세션에서는 오늘날 ‘가속의 시대(age of acceleration)’에 적응하는 방법으로 ‘역동적 안정성(dynamic stability)’을 주장한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와 원희룡 지사의 특별대담을 통해 위기 속에서 기술, 사회, 문화 등의 분야에서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인류와 국가, 그리고 제주가 나아갈 낙관주의적인 미래를 논의하고자 한다.

세 번째 전체세션은 세계지도자세션으로 ‘다자협력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Towards New Leadership for Multilateral Cooperation)’이라는 주제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진행하고, 마하티르 모하맛 前 말레이시아 총리와 마테오 렌치 前 이탈리아 총리, 타르야 할로넨 前 핀란드 대통령,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주요 강대국들의 자국우선주의 정책들이 더욱 거세지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다자협력 체제는 더욱 위협받고 있다. 국가 간 심리적 거리가 확대되고 있는 현재, 협력과 상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과제처럼 보이고, 이러한 상황속에서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국제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따라서 혼란과 위기에 직면한 때일수록 변화에 소극적이어서는 안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상이 시급함에 따라 이 세션에서는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자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정책들을 논의하고, 강대국들의 일방적 자국우선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중견국 간의 연대와 이를 위한 협력적 리더십에 주목할 예정이다.

또한, 제주포럼 주요 세션 중 외교관라운드테이블 세션도 주목할만 하다. 먼저, 첫 번째 외교관라운드테이블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다자협력(Changing Dynamics of Northeast Asia Multilateral Cooperation)’이라는 주제로 김숙 前 UN 대한민국 대사가 진행하고,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와 도미타 코지 주한 일본대사,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마이클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 대사가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최근 일방주의적인 국가 정책들과 가속화되고 있는 미중갈등, 일본 지도부 교체 등으로 인해 동북아지역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더불어 팬데믹의 위협에 직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으며, 특히,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가 동북아지역 정세에 미치게 될 장기적 영향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세션에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들의 주한 대사를 초청하여 급변하는 동북아정세 속에서 새로운 다자협력의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각 국가의 정책적 제안을 공유하고, 최종적으로 동북아지역의 다자주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해결책을 논의한다.

두 번째 외교관라운드테이블은 ‘팬데믹 대응과 교훈(Sharing the Lessons and Experiences from COVID-19)’이라는 주제로 이수훈 前 주일 한국 대사가 진행하고, 외교부 이태호 제2차관의 기조연설, 제임스 최 주한 호주 대사와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 필립 르포트 주한 프랑스 대사가 참여해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이미 전 세계 여러 국가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국가들이 이동제한, 국경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줌으로써 이번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이 세션에서는 주요국 주한 외교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팬데믹 대응에 있어 각국의 노력과 교훈을 공유하고,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제15회 제주포럼에서는 포럼 첫째 날인 11월 5일 ‘청년의 날’을 처음으로 개최한다. 그동안 제주포럼은 매 회마다 다수의 세계지도자와 학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초청하였지만 올해부터는 미래세대인 청년의 목소리를 청취하고자 ‘청년의 날’을 개최,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논의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청년사무국 ‘청바람’ 팀의 ‘CODE BLUE: 지구를 심폐소생 하라’ 및 ‘스뉴노멀’ 팀의 ‘청년 뉴노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New 교육’, ‘정주행’ 팀의 ‘어서와, 정주는 처음지지? 청년, 제주와의 상생을 말하다’가 차례로 진행되고, 이어서 열릴 ‘JDC 청년평화토크쇼’에서는 순이삼촌 저자인 현기영 작가, 송길영 前 다음소프트 부사장의 강연과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인 수잔 사키야와 일리야 벨로코프, 코로나맵 개발자 이동훈, 탈북민 청년 유투버 강나라 등이 참여해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구현을 위한 청년들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은 2000년 6월 ‘6·15선언’ 1주년을 기념하여 2001년에 제1회 제주평화포럼을 개최한 이래 올해로 15회를 맞이하였다. 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역내 담론의 장으로서 매년 5월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서 개최되어 오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6개월 연기된 11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개최한다. 그동안 제주포럼은 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장으로서 시의적절한 주제와 내용, 해외 정상 및 분야별 저명인사의 참여를 통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아시아 대표 공공 국제포럼으로 성장했고, 전체세션을 포함한 동시세션과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세계를 보는 통찰력 또한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최근 국제정세가 팬데믹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지만 이번 제15회 제주포럼을 통해 우리 인류가 팬데믹과 기후변화와 같은 새로운 안보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다자협력을 구상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뿐만 아니라 팬데믹 시대 새로운 국제포럼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협력과 소통의 장으로써의 제주의 이미지 확산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1] 이 글은 제주평화연구원 내부자료 및 한라일보 2020년 10월 29일자 [한동균의 한라시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기획: 한동균 박사후 연구원
편집: 장훈필 연구원

저자소개

現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난카이(南开) 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2019년 중국인민(人民)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 연구원 및 베이징(北京) 소재 중앙민족(民族)대학교 강사로 활동함. 주요 논문은 『한국의 대(對)중국 직접투자가 중국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 연구』 및 『중국과 베트남 개방정책이 북한에 주는 함의와 당위성 연구』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