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1-15
정구연(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기획자註

미중 양국의 디지털 거버넌스 경쟁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술 경쟁이 단순히 기술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권위주의 확산과 민주주의 쇠퇴를 촉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미중 양국의 디지털 기술 경쟁의 쟁점은 무엇이며, 향후 어떠한 양상으로 발전할 것인가? 특히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디지털 기술 경쟁은 민주주의에 어떠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인가? JPI PeaceNet은 강원대학교 정구연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디지털 거버넌스 영역에서의 강대국 경쟁이 가져올 효과와 이로부터의 함의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위원(haeyonglim@jpi.or.kr)]


1. 미중 디지털 기술 경쟁의 쟁점

미중 경쟁이 군사, 정치, 경제, 기술, 체제와 규범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각각의 영역에서의 강대국 경쟁 현황과 전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거버넌스와 관련한 미중 경쟁은 코로나19 팬더믹 국면 속에서도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일차적으로는 팬더믹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경로 추적 및 백신 개발, 또한 팬더믹 극복에 유용한 디지털 거버넌스 체제의 경쟁이라는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미중 양국은 디지털 기술 경쟁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관통하는 지정학적 공간에 대한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1] 그러나 기술발전의 속도는 그에 대한 정치적, 법적 규범의 확립 속도보다 빠르기에, 무엇이 ‘자유로운 디지털 질서(liberal digital order)’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와 규범적 판단은 여전히 부재하다.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디지털 기술 역량 수준뿐만 아니라 사이버 주권과 인터넷 자유 개념 간의 긴장, 그리고 디지털 공간 속에서 무엇이 ‘liberal value’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각국이 ‘정보’에 대해 갖고 있는 관념이 상이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들은 정보에 대한 끊임없는 경쟁을 치러왔다. 이때의 정보경쟁이란 정보의 내용뿐만 아니라 정보 아키텍쳐에 대한 경쟁 모두를 아우르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정보’에 관한 상이한 이해로부터 기인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정부의 권력 남용 방지 및 견제 차원에서 정보 공개와 초국적 유통에 대해 강조한다. 반면 권위주의 국가들의 경우 정보를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상정하기에 정권 유지를 목표로 정보 통제를 수행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와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은 권위주의 정부의 대국민 정보수집과 표현의 자유 억제, 데이터 접근성 차단, 디지털 검열 등에 활용된다.[2] 또한, 이러한 정보 통제는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 확산, 해외 영향력 캠페인(influence campaign)으로도 이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 홍콩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와 관련한 해시태그(hashtag)는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다수 확인된 바 있으나, 틱톡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고, 신장 위구르 무슬림 박해 관련 콘텐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3] 실제로 미국은 초국가적 데이터 유통을 통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선호한다면, 중국은 데이터 주권 차원 및 자원 보호에서 중국 내부에서의 데이터 공유만을 허용하고 해외로의 유출을 거부하는 블록화 전략을 추진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17년 <사이버보안법>을 통해 데이터를 중국의 미래 산업의 주요 요소이자 주권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1. 디지털 권위주의의 등장

디지털 권위주의 (Digital authoritarianism), 즉 감시, 억압, 조작, 검열, 그리고 정치적 통제 확대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권위주의 정권[4]으로서 중국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다수의 지역에 이미 디지털 권위주의 특색을 갖춘 정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우 디지털 권위주의의 모델을 타국으로 확산시킨다는 점에 있어 주목해야 하며, 또한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는 시민들에 대한 보상 및 처벌기제로 사회신용체제(social credit system)를 활용하여, 오직 순종적 시민만이 사회 및 경제체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시도한다는 점에 있어 그 내구성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는 소위 “기술 해방(technology liberation)” 담론과 간극 속에 존재하며, 사이버 주권(cyber sovereignty)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이어진다. 2010년 ‘아랍의 봄’ 당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민주화 운동이 촉발됨에 따라 소위 ‘독재자의 디지털 딜레마’가 논의된 바 있다. 즉 디지털 억압은 오히려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독재자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5] 그러나 오히려 중국은 이러한 기술 해방의 담론에서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중국은 자국 영토 내 인터넷을 통제하는 사이버 주권의 원칙을 강조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중립성과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을 강조하는 인터넷의 기본 원리와 상충된다. 사이버 주권이란 각 국가가 독립적으로 사이버 규제모델과 인터넷 정책을 개발하고 다른 국가와 동등한 수준에서 국제 사이버공간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6] 그러한 차원에서 중국은 국가주권을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국가 간’ 인터넷 거버넌스 구축을 선호한다. 즉 미국과 동맹국들이 형성해온 상향식, 민간영역 주도의 디지털 거버넌스 체제, 즉 시민사회조직과 서구 민간 디지털 기술기업이 주도해온 디지털 거버넌스 체제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반면 중국이 상정하는 사이버 주권은 결국 정보환경과 시민의 행동을 통제하는 정부의 권한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 대한 검열을 선제적으로 실시할 유인을 제공한다. 한편 시민들에 대한 검열이 선제적으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시민들을 억압할 필요성은 줄어들 수도 있다. 자기검열, 사회적 감독,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시민들 간의 상호 감시를 통해 정부에 대한 대항이 사전에 차단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시민들과 정부와의 상호작용은 오히려 권위주의 정권이 표방하는 가치와 규범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어, 디지털 권위주의 거버넌스는 공고화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사이버 주권을 강조하며 구글과 같은 회사의 저항에 부딪혔으나, 이에 대한 대체 플랫폼 – 예컨대 바이두, 웨이보, 위챗, 알리바바-를 활용함으로써 중국의 디지털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중국 디지털 시장 규모가 여타 권위주의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또한 중국의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대안이 없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경우 디지털 통제의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에티오피아의 경우 인터넷 접근성을 정치적 충성도가 높은 지역에 좀 더 많이 부여하고 있고, 카메룬의 경우 정권유지를 위해 영어권 지역의 주민들의 인터넷 접근을 제약하고 기타 언어사용지역 주민들은 허용하는 식의 선별적 디지털 통제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태국의 경우 불경죄 혹은 국왕모독죄를 범하는 웹사이트를 차단해왔다.[7]

 

  1. 코로나19 팬더믹과 디지털 권위주의의 확산

지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의 글로벌 보건외교 리더십이 부재함으로 인해 중국의 디지털 권위주의 레짐은 코로나19를 대응하는데 있어 유용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더욱이 중국은 전랑외교를 통해 이러한 내러티브를 전세계에 확산시켰으며, 특히 비권위주의적 국가에서조차 극단적인 조치라고 여겨지던 감시 및 통제 조치들이 코로나19 팬더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상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더욱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중 디지털 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국은 AI를 이용한 감시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고 있으며, 특히 화웨이의 세이프시티 솔루션(safe city solution)은 전 세계 80여개 국가들에 의해 채택되기도 했다.[8] 실제로 일대일로의 물리적 인프라 구축 사업은 팬더믹으로 인해 그 속도가 주춤했으나, 보건 실크로드 및 디지털 실크로드 이니셔티브의 경우 오히려 더 많은 수요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디지털 인프라 수출과 훈련, 사이버 공간 관리 등에 관한 노하우를 제공하며 해외 국가들의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디지털 거버넌스 플랫폼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플랫폼에 권위주의 국가들만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지난 2019년 호주의 다윈 시(City of Darwin)도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받아들이기도 하였다.[9] 이러한 참여는 중국기업이 수출한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와 데이터들이 중국 당국에게로 전달될 수 있는 위험을 노정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디지털 실크로드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이유로 지정학적 함의를 분명 갖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이니셔티브 참여 국가들에 있어 중국 디지털 기술기업의 시장점유율도 높아진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중국의 기술 인프라 및 이와 관련한 규범 역시 전달됨에 따라 정보관리 및 통제 메커니즘을 통해 참여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 수집 우위를 중국이 갖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에서 지난 6월 가결된 미국혁신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 USICA)은 위와 같이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디지털 역량에 대항하는 미국의 대중국 지정학 전략을 대표하며, 향후 5년간 최소 2,000억 달러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본 법안은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첨단기술 육성을 목표로 하는 “Endless Frontier Act,”그리고 대중국 지정학 견제를 위한 “Strategic Competition Act” 등을 통합한 형태로 입법이 추진되었고, 그 가운데에서도 미래 과학기술 선도를 위해 총 1,200억 달러가 투자될 전망이다. 이는 반도체, 통신 분야에 집중되어있으며, 국립과학재단(NSF), 상무부, 에너지부의 연구개발 예산으로 주로 소요될 것이다.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이 선도기술분야에 대한 압도적 예산 투입을 통해 기술 경쟁력 우위를 지속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혁신법에 따른 해외공여가능금액은 1,000억 달러로 묶여있고 이는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이니셔티브 (약 2,000억 달러 이상) 예산 투입규모보다 작은 상황이다. 지난 G7 회담 당시 참여국들이 공약한 “Build Back Batter World(B3W)”이니셔티브 역시 그러하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설립된 국제개발금융공사(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 역시 역내 공여금액 한도를 600억 달러로 제한시켜두어, 과연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지정학적 우위를 점하려는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이며, 디지털 기술개발 차원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미중경쟁이 집중된 공간에 대한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에 있어서도 동맹국들과의 단합을 이끌어낼 공산이 크다.

 

  1. 함의

강대국 간의 디지털 기술경쟁은 글로벌 산업구조와 질서, 공급망의 재편으로 이어지며, 특히 지금의 디지털 거버넌스 경쟁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중국 모두 프론티어 전략(frontier strategy)를 통해 각각의 디지털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디지털 거버넌스는 어떠한 생태계와의 공존이 가능할 것인가의 여부를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체제적, 규범적 측면 차원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10] 특히 지금의 코로나 19 팬더믹 국면에서 많은 국가들은 디지털 거버넌스의 효용성을 팬더믹 극복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 정립되지 않은 수많은 디지털 거버넌스 규범과 질서에 대해서도 긴 안목을 갖고 고민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팬더믹 국면에서 디지털 권위주의의 확산은 이미 관찰되고 있다. 팬더믹이 장기화될수록 그러한 확산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뉴노멀로서 받아들여야하는지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한편 중국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규칙 제정에 있어 유엔을 중심으로 한 규칙 마련을 선호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이버 국가주권을 강조하는 입장에 근거하며, 민간영역,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규칙제정보다 국가주도의 규칙제정을 선호하는 것이다. 또한 규칙 마련과정에 있어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협력해온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사이버 공간에서의 규칙마련은 단순히 기술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으며 상당히 정치화된 논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 스스로의 역량과 잠재력에 대한 정확한 판단뿐만 아니라 그것의 지정학적 함의에 대한 고려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기술로만 남아있지 않으며 한국이 공존할 디지털 생태계, 그에 따른 대외적 위상과 운신의 폭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1] Lisa Curtis, Joshua Fitt, and Jacob Strokes. “Advancing a Liberal Digital Order in the Indo-Pacific”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Report (May 2021).

[2] Lindsay Gorman, “China’s Data Ambitions Strategy, Emerging Technologies, and Implications for Democracies,” National Bureau of Asian Research Commentary (August 14, 2021).

[3] Raymond Zhong, “TikTok Blocks Teen Who Posted about China’s Detention Camps,” New York Times (November 26, 2019)

[4] Lydia Khalil. “Digital Authoriatarianism, China and COVID,” Lowy Institute Analyses (November 2, 2020).

[5] Steven Feldstein, The Rise of Digital Repression: How Technology is Reshaping Power, Politics, and Resistance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2021).

[6] Adam Segal, “When China Rules the Web: Technology in Service of the State” Foreign Affairs (September/October 2018).

[7]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How the Dictator’s Digital Dilemma Constraints Leader’s Choice” (May 11, 2021).

[8] Sheena Chestnut Greitens, “Dealing with Demand for China’s Global Surveillance Export” Brookings Institution Global China Report (April 2020).

[9] Steven Feldstein, “The Global Expansion of AI Surveillance,”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September 17, 2019).

[10] 박강민, 김준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중 AI패권 경쟁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 (성남: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2020).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임해용 연구위원
편집: 우장민 연구보조원

저자소개

 

정구연 교수는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직 중이며,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UCLA)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후 국립외교원 객원교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근무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미국 대외정책과 안보아키텍쳐, 그레이존 및 해양안보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South Korea’s perspective on Quad Plus and Evolving Indo-Pacific Security Architecture” (Journal of Indo-Pacific Affairs, 2020), “Wartime Durability of the US-led Coalition of the Willing: The Case of the 2003 Operation Iraqi Freedom,” Korean Journal of Security Affair, 2020)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현재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해군발전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으며, 국제정책연구원 기조실장, 한국해양전략연구소의 <해양안보> 편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