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0-14
유혜영(뉴욕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코로나19 확진자가 3월 말 기준 20만 명을 넘어서면서 미국은 이제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되었다. 4월 1일 하루에만 천 명 넘는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졌고, 누적 사망자도 5천 명이 넘었다. 백악관은 최근 “모두가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등 최선을 다해도”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전례 없는 전 세계적 보건 위기 상황은 우연히도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 미국을 강타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제적, 사회적 여파는 올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

실업률이나 소득 성장과 같은 지표는 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성적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 경제 지표로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유리한 국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 2016년 11월에 미국 전체 실업률은 4.7%였는데, 2020년 초에 실업률은 지난 50년 사이 가장 낮은 3.5%까지 낮아졌다. 주식 시장의 호황도 이어졌다. 경제 성장 = 주가 상승이라는 공식을 굳건히 믿는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왔고, 세금 면제와 같은 정책도 “선거를 앞두고 주가를 띄워 득을 보려는 노림수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지난 2월 19일 “역대 본 적 없는 호황을 기록 중인 주식시장!”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호기로운 트윗은 허망할 만큼 초라해졌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숫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실업 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이 일주일 동안 100만 명이 넘지 않았다. 지난 15년간 실업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 34만 5천 명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3월 셋째 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를 권하고 사회적,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숫자는 순식간에 3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잃었고, 바이러스의 확산이 뉴욕과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면서 미국의 노동 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3월 마지막 주에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숫자는 660만 명을 넘어섰다.1) 코로나19가 오기 전 주간 집계를 보면 미국에서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82년으로 그 수는 69만 5천 명이었다. 지난주에 실업 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수가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가장 최악이던 주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과 리더십

중국과 아시아, 그리고 유럽 국가들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질 때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절 독감과 비슷하다거나 바이러스가 미칠 보건, 경제,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서 낙관적 전망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실업자 수가 급증하자 연방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0%로 내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2조 2천억 달러 (한화 약 2700조 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경기부양 법안에 서명을 했다.

최근까지도 경제가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며,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오는 12일 부활절에 경제 활동을 재개해 교회가 가득 차는 미국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코로나TF가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하에서도 미국인 1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자 한발 물러섰다. 4월 말까지는 더 철저히 거리두기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초기 대응에서 전문가들과 엇박자를 내고 현장에서 직접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주지사나 시장과 같은 다른 정치적 지도자를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미국 주요 언론은 매일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며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많은 모델에서 경제 지표가 현직 대통령의 재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급속히 나빠진 경제 사정은 분명 트럼프의 재선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대통령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 여파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대통령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면 유권자들은 최초의 원인이 뭐든 문제를 현직 대통령 탓으로 생각하고 이를 투표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2) 하지만 정말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트럼프의 재선을 가로막을 만큼 큰 문제가 될까?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는 트럼프에게 “위기이자 기회”

첫째, 전쟁이나 테러리스트 공격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현직 대통령이나 리더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Rally round the flag effect”라고 한다. 말 그대로 국난이 발생하면 깃발을 들고 여기에 앞장서서 대처하는 리더에 대한 지지율이 자연히 오른다는 뜻이다. 외부의 적이 있을 때는 내부적으로 단합하게 되고 이 위기 상황에서 정책을 제안하고 정부를 이끄는 지도자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한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발표한 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실제로 최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3)

국가적 재난 상황은 현직 대통령의 언론 노출을 증가시키고 따라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기회가 많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매일 백악관 브리핑을 열고 미국 내 바이러스 확산 상황이나 정부 정책을 직접 설명한다. 전문가들도 있지만, 브리핑의 중심에는 항상 대통령이 있다. 브리핑이 끝나기 무섭게 트럼프 대통령이 방금 한 말이 데이터가 뭐가 틀렸고,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한 처사이며, 정부 부처 관계자가 직접 사실과 다르다고 서둘러 해명하기 일쑤지만, 정보의 정확성과는 별개로 백악관 브리핑은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본인도 이를 인식한 듯 최근 백악관 브리핑 시청률이 미국의 인기 리얼리티 TV쇼 “배츨러(Bachelors)” 최종회와 비슷한 시청률을 보인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로 케이블 뉴스 채널인 폭스(Fox) 뉴스, CNN, 그리고 MSNBC를 통해서 백악관 브리핑을 시청하는 사람의 수는 평균 8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시청하는 사람 수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든 선거 유세가 중단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을 통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어마어마한 미디어 노출 효과를 누리고 있다. 미국 선거에서 돈이 많이 드는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TV에 내는 정치 광고가 비싸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자금도 아끼면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각인시키고 있는 셈이다. 2016년 선거 과정에서도 언론이 트럼프에 대한 기사를 매일 쏟아내면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누린 공짜 언론 노출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20억 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올해 대선에서는 백악관 브리핑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4)

둘째,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정치적 양극화 덕분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과정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무책임하게 이야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이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최소화됐다. 최근 미국 방송사 CBS와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YouGov)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나뉜다. 공화당 지지자의 92%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2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전달하는 정보에 대해서도 공화당 지지자의 90%는 그 정보를 신뢰한다고 말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86%는 트럼프의 말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바이러스는 정당이 없지만, 팬데믹을 살아가는 미국인들은 지지 정당에 따라 상황을 완전히 달리 바라보고 있다. 케이블 뉴스 채널 중 시청률이 가장 높은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 없이 내보내면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오바마 대통령의 신종플루(H1N1) ‘늑장 대처’보다 어떤 점에서 왜 더 훌륭한지 설명하는 데 많은 품을 들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는 폭스 뉴스를 가장 신뢰하고 가장 열심히 시청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대처, 근거 없는 주장은 폭스 뉴스에 실리지 않으므로, 유권자들은 그런 정보를 접할 기회조차 없다.

셋째,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응과 이에 대한 평가가 ‘공중 보건의 위기’인데도 ‘정치적 사안’으로 인식돼 당파적인 관점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어떤 사안을 당파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사람들은 이 이슈에 대한 태도와 의견을 정할 때 지지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의 발언을 따르곤 한다. 이민자 문제나 기후 변화가 미국 정치에서 대표적인 당파적 관점에 따라 소비되는 ‘정치적 사안’이다. 코로나19도 지금 그 방향으로 흘러 이미 그렇게 굳어져 버렸다.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서 같은 주에 살더라도 코로나19를 우려하고 경계하는 정도가 크게 다르다. 실제 이런 태도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행동으로 이어진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했던 지역일수록 “손 세정제”와 같은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비율이 낮았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여행을 취소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에 대비하는 행동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Chinese Virus)”라고 부른 것도 이번 사태를 정치적 사안으로 만든 원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재난의 원인을 중국이나 외국인 등 외부로 돌렸다. 2016년에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 기여한 요인들을 살펴보면 왜 트럼프가 이러한 전략을 쓰는지 명확해진다. MIT 경제학과의 데이비드 오터 (David Autor) 교수는 공저자들과 2013년에 출판한 논문에서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던 미국 제조업이 타격을 받았고, “차이나 쇼크(China Shock)”를 받은 지역에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5) 이어 최근 논문에서는 이러한 “차이나 쇼크”가 경제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도 보여준다.6)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정치학자 다이애나 머츠 (Diana Mutz) 교수도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글로벌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설명한다.7) 이러한 연구를 종합해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코로나19의 원흉으로 중국을 지목한 데는 공중 보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려는 노림수도 있다.

멈춰버린 민주당 경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중단된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호재다.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언론 노출 효과와 존재감을 드러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존재감은 대단히 미미하다. 버니 샌더스 후보가 아직 사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가 민주당을 대표해서 대국민 연설을 하거나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동시에 선거 유세 자체가 중단되면서 바이든 후보는 선거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선이 진행되고 후보들끼리 토론을 하고 언론에 자주 노출이 되어야 선거 자금도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현재는 모든 정치적 활동이 중단된 상태고 실업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자금 격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렇게 선거 자금과 언론 노출 격차가 계속 커진다면 상황이 나아져서 선거 유세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민주당 후보가 정치 자금 모금액에서 이미 저만치 달아난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1월, 유권자들이 매긴 성적표는 어떻게 나올까?

팬데믹으로 경제가 주저앉은 상황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11월에 어떤 선택을 할까? 경제적으로는 실업자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4월 말이 되면 상황이 좀 더 안정될지, 또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 정치적으로는 3월 말 이후에 민주당 경선을 치르기로 돼 있던 많은 주가 경선을 6월로 미루면서 7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개최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낮은 실업률과 기록적인 호황 속 주식시장을 등에 업고 재선을 낙관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공중 보건 위기 상황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살펴본 것처럼 국가 재난 상황에서 현 지도자에 대한 지지가 증가하는 상황, 미국의 정치 양극화, 그리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려는 트럼프의 정치적 전략 덕분에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가고 있지만, 트럼프가 치르게 될 정치적 비용은 경제적 손실과 비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 Bui, Quoctrung. April 1, 2020. “Jobless Claims Hit 3.3. Million in the Last Report: This Week’s Will Probability Be Worse.” The New York Times. https://nyti.ms/2UVffN8
2) Achen, Christopher, and Larry Bartels. 2017. Democracy for Realists: Why Elections Do Not Produce Responsive Government.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3) https://news.gallup.com/poll/203207/trump-job-approval-weekly.aspx
4) Confessore, Nicholas, and Karen Yourish. March 15, 2016, “$2 Billion Worth of Free Media for Donald Trump.” The New York Times. https://nyti.ms/22ir8te
5) Autor, David, David Dorn, and Gordon Hanson. 2013. “The China Syndrome: Local Labor Market Effects of Import Competition in the United States.” American Economic Review 103(6): 2121-2168.
6) Autor, David, David Dorn, Gordon Hanson, and Kaveh Majlesi. 2020. “Importing Political Polarization? The Electoral Consequences of Rising Trade Exposure.” American Economic Review (forthcoming).
7) Mutz, Diana. 2018. “Status Threat, Not Economic Hardship, Explains the 2016 Presidential Vote,” PNAS 115 (119).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손정욱(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유혜영 교수는 뉴욕대학교 (New York University)에서 미국 정치를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로 “이익집단이 선거 자금과 로비를 통해서 어떻게 정치인과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있으며,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Journal of Politics와 같은 저널에 논문을 출판했다. 현재는 외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에 어떻게 로비하는지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2014년에 정치경제학 (Political Economy & Government)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