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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평화협정' 병행 추진의 전략적 의미 By : 황병무(국방대학교 명예교수) JPI PeaceNet: 20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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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18 

 

  

 

'비핵화, 평화협정' 병행 추진의 전략적 의미

 

 

 
  

황병무
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 방침을 재확인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도출하겠다'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를 위해 '언제든지 각국의 의견을 들을 것이며, 더욱 좋은 방법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이 달 11일 외교부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최우선 순위는 정권 교체가 아닌 비핵화이며, 평화체제에 대한 입장 변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미국이 여전히 외교적 해결책에 의지를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 계속 대화를 하고 있으며,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당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도록 강력한 제재를 실행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밝혔듯이 미국의 입장은 제재 자체는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목적은 원칙있는 외교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이며 비핵화 우선 원칙과 함께 한·미 양국의 대응 방향이 확고히 일치함을 밝혔다. 왕이 부장은 이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되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단호하게 저지하기를 희망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왕이 부장과 리퍼트 대사의 말로 미루어 볼 때 비핵화와 평화협정 빅딜 우려는 지나친 기우이다. 하지만 미·중은 철저한 제재 이행에 방점을 두면서도 대화를 거론하는 면에서 우리 정부가 말하는 대화의 시기상조와는 온도 차가 보인다. 현재 우리 정부는 선(先) 제재, 북한의 비핵화 태도 변화를 유도 후 대화 국면으로 비핵화 추진 수순을 밟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을 제안한 배경이다. 북한이 핵문제를 협상 이슈화하지 않으려는 것에 중국의 고민이 있다. 북한은 2005년 9.19 합의 때만 하더라도 핵 및 핵프로그램과 안보·경제 지원을 맞바꾸려는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2, 3차 핵실험 후 북한은 헌법과 당 노선에 핵국가임을 명기하였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의 핵 지위를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4차 핵실험 직후 북한 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평화협정 요구를 외면한 미국에 대응해 수소탄 실험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2월 북한 미사일 발사 직전, 평양을 방문한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가 북한에게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핵협상 복귀를 요구했지만 허사였다. 귀로에 서울에 들린 우다웨이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정권 안보만 보장되면 핵 포기 의사가 있다'는 낙관론을 펴면서도 '정세가 변했으니 방법이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여기에서 정세란 북한이 핵 실험 국가임을 의미하며, 방법은 북한을 핵 협상으로 복귀시키려면 강도 높은 대북제재와 더불어 평화협정과 같은 당근이 필요함을 뜻한다.


  4차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 제재 국면과 한·미 연합훈련 중 미군 전략자산의 출격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탄두, 설계도 및 공격 대상과 시나리오 등 일급 군사기밀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경거망동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핵능력 과시에 의한 외부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천명하려는 의도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오준 유엔 대사가 밝혔듯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실전능력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초강력 제재결의안이 채택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이라도 대북제재와 압박의 효율성을 높여 북한을 핵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안보리 제재 결의와 개별 국가의 독자적 제재 사이의 포괄적 공조를 통해서 제재와 압박 조치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개최되어야 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긍정적 수용과 역할이 필요하다.


  둘째, 중국은 국제제재를 받는 북한 권력층의 동향과 발생 가능한 내부 분열에 대한 정보를 이해 당사국들과 공유해야 한다. 북한 내부에 외부 정보 유입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외환(제재)이 내우(리더십 갈등)를 만들어 권력층 내의 노선 투쟁이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온건 협상파 김양건의 갑작스러운 의문사는 시사점이 크다. 김정은 정권은 권력과 핵개발 정책을 세습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당사국들은 핵무기만이 정권 안보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권력자의 마음을 바꾸지 못할 때를 대비해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란도 온건파가 등장해 핵협상이 가능했다. 김정은 정권과의 협상에 의한 비핵화가 실패할 때 당사국들은 모두 한반도 안정과 평화 유지라는 지정학 가치 구현의 패배자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한국의 핵심 안보 이익에 대한 간섭이다. 사드의 레이더 탐지 범위가 중국 내륙을 포함한다는 주장은 우주의 군사화와 무기화가 촉진되는 오늘날, 군사기술 면에서 적실성이 적다. 동아시아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은 사드의 배치보다는 중·일 간 및 남중국해 영토분쟁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한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중·러는 사드를 대북제재 수위 조절의 흥정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끝으로 북한이 1970년대 중반부터 간헐적으로 제기해 온 북·미 간 평화협정 문제는 9.19 공동성명에서 밝혔듯이 북한 비핵화가 가시화 된 후 '당사국들이 적절한 별도의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때 해결 가능하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의견으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3.18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받은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 국방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국제정치학회 회장,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역임. 주요 저서로는 『신 중국군사론』, 『한국 안보의 영역, 쟁점, 정책』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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