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ENGLISH
- 정기간행물 - JPI PeaceNet
JPI PeaceNet
미얀마의 지체된 민주화와 섭정통치 By : 신재혁(고려대학교 교수) JPI PeaceNet: 2016-14
PRINT : SCRAP: : FILE : (다운로드 : 호) (조회 : 1146)

 
2016. 3. 23 

 

  

 

미얀마의 지체된 민주화와 섭정통치

 

 

 
  

신재혁
고려대학교

 

   
 

  

  지난 2016년 3월 15일 미얀마 의회는 틴쪼(Htin Kyaw)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그는 1962년 군사쿠데타 이후의 첫 민선 대통령으로 오는 4월 1일에 취임할 예정이다. 한편, 오랫동안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온 아웅산수찌(Aung San Suu Kyi)는 자신이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틴쪼는 자신이 내세운 허수아비 대통령에 불과하고 자신이 섭정을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50년 넘게 기다려온 미얀마 민선 정부에서 왜 섭정통치가 이루어지는지 설명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역사적 배경

 

  미얀마의 군사독재 하에서 야당이 참여하는 첫 총선은 1990년에 치러졌다. 수도 양곤에서는 1988년 초부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고, 급기야 쿠데타 이후 20년 넘게 집권해 온 독재자 네윈(Ne Win)이 그 해 7월 23일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아웅산의 딸 아웅산수찌가 민주화운동의 지도자로 부상하였고, 그녀는 1988년 9월 27일 민주주의민족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이하 NLD)을 결성하였다. 그러나 군부는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군부는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였으며 이듬해에는 아웅산수찌를 가택연금에 처했다. 야당 지도자를 감금한 상황에서 군부는 국민통합당(National Unity Party, 이하 NUP)을 만들어 1990년 총선을 실시하였는데, 결과는 집권 여당의 참담한 패배였다. 총 492개의 의석 가운데 NLD가 392석을 획득한 반면 NUP은 불과 10석을 획득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군부는 수많은 NLD 지지자를 감금하고 고문하였으며, 아웅산수찌의 가택연금을 연장하였다.
 

  아웅산수찌는 2012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어 원내 야당 대표가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미얀마 군부는 오랜 고립으로 낙후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하여 개혁개방을 추진하였다. 이들은 2003년에 민주주의로의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2008년에는 헌법을 개정하였다. 이에 따라 2010년 11월에 총선이 실시되었는데 NLD는 이 선거에 불참하였고, 군부가 새롭게 만든 통합연대개발당(Solidarity and Development Party, 이하 USDP)이 상·하원 의석을 석권하였다. 그 직후 아웅산수찌는 가택연금에서 해제되었고 NLD를 다시 이끌게 되었다. 2012년, 상원의 6개 의석과 하원의 37개 의석을 채우는 보궐선거에 참여한 NLD는 상원 4석과 하원 37석을 전체를 획득하였다. 아웅산수찌와 NLD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2008년 헌법과 섭정통치
 

  NLD는 2015년 11월 8일에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하여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였다. 상원 224석 중 135석, 하원 440석 중 255석을 획득한 것이다. 미얀마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가 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NLD의 대표 아웅산수찌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이 자명해 보였다. 그러나 군부는 2008년 헌법을 개정할 때 그 부모나 배우자, 또는 자녀나 자녀의 배우자가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규정(59조 f항)을 삽입하였다. 아웅산수찌는 영국인 남편 사이에서 영국 국적의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 바로 이 헌법 조항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아웅산수찌가 행정부의 수반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군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총선 직후 아웅산수찌는 헌법을 개정하여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군부의 안전장치는 결코 느슨하지 않았다. 2008년 헌법에 따르면,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상·하원 의원 전체의 75퍼센트 이상으로부터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상원과 하원 의석 중 각각 25퍼센트는 군부가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군부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헌법 개정도 어려운 상황에서 아웅산수찌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사람을 대통령으로 내세워 섭정을 하는 것이었다. 헌법에 따르면 의회는 상원과 하원, 군부 임명 의원들이 각각 하나씩 총 3개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통령을 후보를 한 명씩 추천한다. 그 후 전체 투표를 거쳐 1위 득표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나머지 두 명은 부통령이 된다. NLD가 상·하원의 다수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아웅산수찌가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웅산수찌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핵심 조력자인 틴쪼를 선택했고, NLD가 장악한 하원은 그를 대통령 후보로 추천하였다. 한편 상원은 소수종족 친(Chin)족 출신 헨리 반띠오(Henry Van Thio)를 추천하였고, 군부는 강경파 퇴역장교 민스웨(Myint Swe)를 추천하였다. 투표 결과 예상대로 틴쪼가 1등을 차지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민스웨가 2등으로 제1부통령, 헨리 반띠오가 제2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대통령 당선자 틴쪼는 아웅산수찌와 고등학교(Yangon’s Methodist English High School)를 같이 다녔고, 런던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다고 알려졌다.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군사정부에서 관료 생활을 했으나, 군부가 1990년 총선 결과를 수용하지 않자 1992년 사퇴한 후 지금까지 아웅산수찌를 돕고 있다. 틴쪼는 2000년에 아웅산수찌가 여행하는 것을 돕다가 4개월간 구금되기도 하였다.   



전망

  유권자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아 의회 다수파 대표가 된 아웅산수찌가 공식적으로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미얀마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여전히 지체되었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의 요건 중 하나는 유권자가 직접, 또는 유권자가 선출한 대표가 실질적인 행정부 수반을 선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인 아웅산수찌가 섭정을 하는데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이러한 요건을 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아웅산수찌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군부의 반대로 인하여 어려워 보인다. 군부는 비록 의회 소수파에 머물고 있으나 여전히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군 최고사령관을 임명할 수 있으며, 국방안보위원회(National Defence and Security Council, 이하 NDSC)의 11개 의석 가운데 과반인 6개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NDSC는 대통령과 두 명의 부통령, 상원과 하원 의장, 최고사령관, 부사령관, 국방장관, 외무장관, 내무장관, 국경업무(border affairs)장관으로 구성되는데, 한 명의 부통령은 군부의 인사이고, 최고사령관에게 국방장관, 내무장관, 국경업무장관 임명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부가 장악한 NDSC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입법·사법·행정권은 NDSC로 넘어간다. 사실상 군부는 필요하면 언제든 정치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웅산수찌와 틴쪼 대통령 당선자 간의 협력이 순조롭게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가장 효과적으로 섭정을 하려면 아웅산수찌가 장관으로 입각하여 틴쪼가 주재하는 각료회의와 NDSC에 참석하여 직접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아웅산수찌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므로 원내 다수당 대표직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회에 머문다면 대통령이 각료회의 중 사안마다 의견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서 아웅산수찌가 바라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
 

  미얀마는 지난 총선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향하여 한 걸음 다가갔다. 더욱 발전된 민주주의로 나아갈지 다시 후퇴할지는 향후 아웅산수찌의 섭정통치체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있다. 미얀마의 새 정부는 빈곤을 퇴치하고 종족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등 많은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 아웅산수찌와 틴쪼가 협력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군부는 또다시 전면에 나설 수 있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의견으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3.23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UCLA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함.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듀크대 정치학과 객원 조교수와 Rhodes College 국제학과 조교수를 역임한 후, 2013년부터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 주요 연구 분야는 정치제도, 신생민주국가의 선거와 정당, 국회 등이며, 최근 연구로 “Voter Demands, Access to Resources, and Party Switching: Evidence from the South Korean National Assembly, 1988-2008”, “Cabinet Duration in Presidential Democracies”, “Electoral System Choice and Parties in New Democracies: Lessons from the Philippines and Indonesia” 등이 있음.
Tag 미얀마, 민주화, 섭정통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