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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포괄적 제재’ 이후의 조건 By : 도종윤(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JPI PeaceNet: 20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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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18

 

                                           

대북 ‘포괄적 제재’ 이후의 조건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규범 위반국에 대한 ‘제재’  

  미국 정치 매거진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의 편집인 유리 프리드만(Uri Friedman)은 적국에 대한 봉쇄로 그들의 행위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제재의 개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제재를 ‘포괄적 제재(comprehensive sanction)’와 ‘스마트 제재(smart sanction), 또는 목적 제재(targeted sanction)’로 구분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국제무대에서 어느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제재(sanction)’를 취한 역사는 의외로 깊다. 과거의 제재는 거의 ‘포괄적 제재’의 성격을 지녔다.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는 기원전 432년에 이웃 국가 메가라에 무역금지조치(embargo)를 취한 적이 있다.1) 그러나 이 조치는 이후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도화선이 되어 아테네가 스파르타에게 패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대륙을 통일한 나폴레옹은 1806년 11월, 베를린에서 대륙봉쇄령(continental system)을 선포하였다. 이는 무차별적인 조치로, 정치적으로 영국을 고립시키고 산업면에서 프랑스가 대륙의 영향력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영국의 경제 불황이 프랑스의 동맹국들에게 큰 이득이 되지 못했고, 스웨덴, 포르투갈, 러시아 등의 국가들이 속속 이탈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1510년 조선조 중종 5년, 삼포왜란을 겪은 후 왜와 교역을 중단했다가 2년 뒤 임신약조로 제한적 교역을 재개했는데, 이 역시 왜에 대한 포괄적 제재의 성격을 띠었다. 즉, 왜인들이 삼포에 거주하는 것을 금지하고 조선이 대마도주에게 허락해주던 세견선 수를 50척에서 25척으로, 세사미두의 양은 쌀과 콩 200석에서 100석으로 줄인 것이다.2) 다만, 이 조치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후 사량진왜변(1544년), 을묘왜변(1555년) 등 왜의 침략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UN의 대북(對北) 포괄적 제재
 

  2016년 3월 2일(뉴욕 시간),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결의안 2270호를 채택하였다. 이는 북한이 1월 6일 감행한 제4차 핵실험과 2월 7일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에 따른 조치이자 UN헌장 7장 41조의 비군사적 제재 규정에 근거한 결과이다. UN은 이미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 결의안 1718호(2006), 2874호(2009), 2087호(2013), 2094호(2013) 등을 내놓은 바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이번 조치에 대하여 “...70년 유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이며, 거의 모든 조항이 의무화되어 있는 역사적인 결의”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기존의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집중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금번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WMD 개발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WMD 차원을 넘어서 북한 관련 제반 측면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재 조치들이 포괄적으로 망라되어 있다”3)고 설명하였다.4) 
 

  외교부가 평하였듯이 UN의 결의안은 매우 광범위할 뿐 아니라 세밀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결의안 2270호는 서문 외에 52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조항의 머리 구(句)에는 동사(動詞)를 사용하여 UN의 행동을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규탄한다(condemn)’, ‘확인/재확인한다(affirm/reaffirm)’, ‘상기한다(recall)’, ‘강조한다(underscore/underline/
emphasize)’, ‘주지한다(note)’ 및 ‘결정한다(decide)’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결정한다’에 해당하는 조항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25개에 달한다. 몇몇 조항은 2006년의 결의안 1718호에서 언급된 내용을 개인 및 기관(entity)으로 확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정을 내린’ 제재 조치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대·심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심에 따라 2008년 3월에 채택된 UN안보리 결의 1803호와 비교해 볼 때 더욱 분명하다. 1803호에서는 조문이 20개, 결정이 6개였으며, 그 후속 조치였던 2010년의 UN안보리 결의 1929호는 조문이 38개, 결정이 15개였다. 이에 비하면, 북한에 대한 이번 UN 결의는 훨씬 광범위하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더구나 2010년의 대 이란 결의안은 찬성 12, 반대 2, 기권 1 등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다소 분산된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대북 결의안은 만장일치였을 뿐만 아니라 회원국의 제재 이행을 요청하는 조항이 늘었다. 이는 북한에 대한 태도에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일관되게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결의안 2270호에서 제재와 관련된 결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떤 형태든 무기와 관련된 모든 물질, 금융거래, 기술훈련, 서비스 등이 북한으로 이전되는 것의 금지(6조), 회원국의 영토를 통한(특히 선박) 무기 관련 품목의 거래 금지(10,11조), 의심되는 화물에 대한 검문(18조), 북한에 대한 선박의 리스(lease), 수리, 선적, 취업, 연료 제공의 금지(19, 20, 22, 31조), 의심되는 북한 항공기의 이착륙 및 비행 금지(21조), 북한산 천연자원 판매 금지(29, 30조), 북한 해외 자산동결의 확대 및 북한과의 금융거래 금지(32, 33, 34, 35, 36조) 등이며 이들은 모두 주목할 만한 것들이다. 일부는 2006년 결의안 1718호의 적용 범위를 보다 넓힌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세밀한 항목까지 열거하며 적용하고 있다. 결정이 늘어났고, 세부사항이 자세히 열거되었다는 것은 이번 결의가 설득과 촉구보다는 집행과 징벌적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민간인 또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미묘하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들에 대한 조치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회원국의 북한 민간인 추방(14조), 핵개발과 관련된 전산·GPS·우주과학 등에 관한 훈련을 제공하지 못하게 한 조치(17조), 의심되는 화물을 소지한 개인에 대한 검문(18조) 등이 그러한 예이다. 물론 결의안은 이러한 조치들이 개별 회원국의 사법적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의료나 안전, 그리고 다른 인도주의적 목표에 미치는 영향력이 최소한에 그칠 것을 요망하고 있다.

 
  대 이란 결의안 1803호(2008년)의 경우, 이란인의 UN 회원국 입국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핵확산과 관련된 활동에 관련된 자들로 매우 좁게 규정하고 있고(5조), 그나마 인도주의적 활동과 관련된 경우에는 예외로 두도록(6조) 하였다. 1929호(2010년)는 선박의 검문과 수색, 금융을 관리하는 분점의 개설 등을 회원국이 판단할 권고사항으로 두었다(15, 23조).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은 회원국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쪽에 무게 중심이 놓였고, 범위는 핵·미사일과 관련된 사안에 한정되었다. 물론 북한에 대한 제재가 이란에 대한 제재와 같은 수준일 수는 없다. 북한은 이란과 달리 네 차례에 걸쳐 지하핵실험을 실시했고, IAEA 탈퇴를 언급하며 핵 보유국임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 제재’ 이후의 조건을 고민할 때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볼 것은 이번 UN안보리 결의안 2270호가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의미 부여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이란에 대한 제재는 ‘스마트 제재’ 또는 ‘목적 제재’의 성격을 띤 반면, 북한에 대한 제재는 이보다 가혹한 ‘포괄적 제재’이기 때문이다.5) 최근 미국의 봉쇄가 풀린 쿠바, 이란을 비롯하여 아직도 지속되는 시리아, 러시아, 라이베리아, 수단, 코트디부아르 등에 대한 제재는 모두 ‘스마트 제재’, 혹은 ‘목적 제재’에 가깝다. 이러한 느슨한 제재는 비록 강도와 범위가 제한적이라 할 지라도, 규범 위반국에 대한 응징을 상징화하고 국제사회의 규범 수호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제재가 문제를 풀기 위한 과정일 뿐,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포괄적 제재’는 ‘스마트 제재’와는 달리, 규범 수호를 위한 상징화를 넘어 대상국을 실천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전례 없이 강력한 것이라면 이를 벗어날 출구가 지나치게 경직되고 좁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설령 제재 대상국이 언젠가는 국제사회에 굴복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라도, 그것이 그 국가의 주민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뒤에 오는 것이라면 이는 성공의 의미를 반감시킬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과제는 제재 대상국 정치지도자들의 신념과 행동을 바꾸는 데, 혹은 버티는 데 ‘포괄적 제재’가 어떤 변곡점인지를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포괄적 제재는 스마트 제재보다 사태 해결의 조건을 보다 단순화하고, 그 이후의 국면을 보다 정교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제재일수록 그 이후의 기대와 보상이 보다 크다는 것이 인식될 때, 행동의 변화를 유인하는 매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1) Uri Friedman, “Smart Sanctions: A Short History,”, Foreign Policy, April 23, 2012. 
2) 『중종실록』, 7년 8월 20일
3) 외교부 군축비확산 담당관실 보도자료, 2016년 3월 3일.
4) 2006년에 UN이 김정일 등 북한 최고 지도자들이 선호하는 사치품의 거래를 금지한 제재는 논란의 여지없는 ‘스마트 제재(smart sanction) 또는 목표 제재(targeted sanction)에 해당할 것이다.
5) 어떤 전문가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포괄적 제재’라고 보기도 한다. 한편, 미국 재무성은 ‘스마트 제재’와 ‘포괄적 제재’를 따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의견으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5.1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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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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