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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By : 무라야마 도미이치 (前 일본 총리) JPI PeaceNet: 20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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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26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前 일본 총리

 

 

 

  우리가 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서 서로 평화롭게 협력하며 지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과거의 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청산하고 화해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1945년 패전을 통해서 전쟁 국가에서 평화 국가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에 걸맞은 역사 인식을 확립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전후 50년이 되던 해에 저는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무라야마 담화’로 알려진 총리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담화의 내용 중에서 “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 국책을 잘못 펼쳐 전쟁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국가들, 특히 아시아 여러 국가의 사람들에게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라는 역사 인식을 표명하였습니다.

  일본이 대만을 청나라에서 빼앗은 것은 1894년부터 1895년까지 벌어진 청일전쟁의 결과이며, 한국을 점령하고 강제적으로 병합한 것은 1904-1905년 러일전쟁의 결과이기 때문에, 무라야마 담화의 반성은 이 두 전쟁으로부터 시작되는 50년간의 일본의 전쟁 시대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라야마 담화는 제가 총리를 사임한 후 일본의 국시(國是)로서 자유민주당의 역대 총리들에 의해 계승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국 병합 100년의 총리 담화를 발표하여 식민지 지배 반성을 한층 더 깊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말 총리가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의 재검토 목표를 표방하며 등장하여 국내외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매우 우려스러웠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아베 총리도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표명하기에 이르러, 작년 8월에 전후 70년 아베 담화를 발표하였습니다.

  아베 담화는 무라야마 담화보다 훨씬 길며 복잡합니다. 아베 담화는 “세계 대공황 이후에 세계의 대세를 따라잡지 못한 일본은 만주 사변 이후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되어 갔다. 진로를 잘못 잡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갔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만주사변 이후의 15년 전쟁에 대한 반성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아베 담화는 러일전쟁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웠다고 평가하는 한편, 청일전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여 이 두 전쟁에 대한 반성을 거부한 것이므로, 대만,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 사죄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아베 담화는 무라야마 담화의 내용을 절반 정도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으며, 한국 및 한반도 사람들에 대한 배려 부족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아베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를 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라야마 담화는 계속해서 일본의 국시로서 그 생명력을 이어나갈 것이므로 이에 대해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역사에 대한 반성은 원칙적인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속죄 노력을 통해서 나타나야만 합니다. 이러한 점에 있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지난 25년간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져 해결이 촉구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2012년 총재선거 때 “강제성이 있다고 하는 오해를 풀 수 있도록 고노 담화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를 낼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출마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의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미국과 한국으로부터의 강한 비판을 받았으며, 한일관계가 붕괴위기에 처하는 심각한 대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마침내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 사죄하고 10억 엔을 한국 정부에 기탁하는 것으로 하여, 작년 12월 말의 한일 외무장관 합의 발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것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 합의가 확실히 실행되어 한국의 피해자 및 운동 단체에 받아 들여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의 화해를 위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12월 28일 외무장관 회담 합의 발표로 표현된 아베 총리의 사죄 의지를 편지로 작성하여, 위안부 피해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총리였던 시절 내각에서 마련했으나 유감스럽게도 한국 피해자 대부분이 거부한 아시아여성기금에서도 하시모토(橋本), 오부치(小渕), 모리(森), 고이즈미(小泉) 총리가 자필로 서명한 ‘사과의 편지’를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낸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총리의 사죄 의지를 표현한 편지를 주한대사를 통해 보내어 고령으로 상당수 병상에 계신 피해자 분들의 가슴을 울리는 사죄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랍니다.

  일전에 저는 키시다(岸田) 외무대신을 방문하여 이러한 취지를 이야기하고 왔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내에서의 논의와 양국 정부 협의가 진행되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평화롭게 서로 도우며 살기 위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50년 전쟁이 심각한 상흔을 남긴 이 지역에서는 그 후에도 약 30년간 중국 내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이 계속되었습니다.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40년이 지난 지금 동북아시아에서는 북한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과 인공위성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된 UN 안보리의 제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은 자꾸 악화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더욱 강해지고 있으나, 사태는 계속 악화되고 북한의 핵병기는 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판단 착오를 범할 경우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일본에도 미사일이 날아오게 되어 있어 자동적으로 일본도 전쟁에 참가하게 됩니다. 이 경우, 한국·북한·일본이 치명적인 파국을 맞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인 충돌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 및 일본과 국교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과 일본에게 있어서 북한은 국교가 없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일본은 북한과 식민지 지배 청산을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는 무관하게, 일본은 이웃나라와 대립한 채로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지혜를 내어 북한과의 관계를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장래 핵개발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선 국교를 맺고 선린(善隣)관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북·일 간 무역이 완전히 차단되어 선박의 왕래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실로 적대관계에 있는 것과도 같습니다. 반면, 이를 극복하여 일본과 북한이 관계를 강화하게 된다면 남·북의 진정한 교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또 하나의 문제는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진정된 상태이지만, 중국과 일본은 이 섬 주위에서 상당한 긴장 상태를 경험했습니다. 일본 자위대에는 도서(島嶼)방위라는 방침이 주어져 아베 정부는 유사시에 미군의 협조 약속을 얻어 내고자 노력 중입니다. 이 섬에 대해서는 서로의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서로가 각각 할 말이 있는 만큼 영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일본은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평화 국가가 되었을 때에 일본이 행한 것은 일중부전(日中不戰)의 서약이었습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국과의 무력 충돌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양국이 센카쿠 열도를 공동 개발하여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문제를 중심으로 제가 평소 생각하고 있는 소감을 말씀 드렸습니다. 이러한 방침과 생각은 일본 헌법이 가리키는 방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후 70년 동안 일본은 전쟁을 지양하는 길을 걸어 왔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평화의 길을 관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 발언을 둘러싸고 심한 대립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평화의 길은 용이한 길, 평탄한 길이 아닙니다. 각국의 이해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저는 작년 말에 북경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었습니다. 그 때 천안문 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은 저에게 중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패권을 원하지는 않으며, 할 수 있다면 일본과 협력하여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는 이에 매우 강력하게 공감하였으며, 이 포럼에 참가하신 여러분과 힘을 합쳐 평화를 위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 글은 제11회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 발췌문으로,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05.2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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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무라야마 도미이치(前 일본 총리),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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