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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By : Enrico LETTA (前 이탈리아 총리) JPI PeaceNet: 20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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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26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엔리코 레타(Enrico LETTA)
前 이탈리아 총리

 

 

 

  이탈리아인이자 유럽인으로서 제가 가진 ‘유럽연합의 성장과 통합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평화와 안정의 시대를 가져온 과정을 지켜보고 경험한 이의 관점에서 ‘새로운 세계질서 속의 협력적 리더십’이라는 주제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지난 10년간 유럽을 뒤흔든 세 가지 중대 위기의 영향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그 세 가지 사건이란 바로 금융경제위기, 난민위기, 그리고 IS와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테러위기입니다.

  이 세 가지 위기가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소위 말하는 “아시아의 세기”에 거는 기대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데에 있어서, 저는 한 가지를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저의 시각과 여러분의 시각 사이에 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단지 지리적 거리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유럽문명과 아시아문명은 모두 1000여 년간의 진화의 산물이자 고귀한 철학적·문화적 전통의 산물이며, 두 문명 사이에는 국가 간 평화와 대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존재합니다. 이 목표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국제문제의 지속가능한 공동 관리 방안을 구하기 위해 끈기있게 추구해 온 목표와 같은 것입니다. 이 목표 자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사람들 간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으로, 이 포럼의 주최국이자 세계적 기술혁명의 선두에 있는 대한민국의 성공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암흑 시대’의 3대 위기: 유럽연합은 왜 협력적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가 

  이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두운 시기였던 지난 10년간 유럽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펴봅시다. 

  첫째, 심각한 경제위기는 무엇보다도 먼저 국가부채를 가져왔고, 이어 유로화와 기업, 그리고 고용환경에 충격을 가했습니다. 경제위기는 우리사회를 심각하게 뒤흔들어 놓았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의 창출 모델과 사회보장 모델을 파괴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 지도부는 이러한 광풍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권위 있는 대응책이 나온 것은 2012년입니다. 그 해에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 발언을 기점으로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와 유럽의 경제 회복에 있어 가장 취약한 부문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졌습니다. 요컨대, 협력적 리더십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은 초국가 기관이자, 가장 실질적 권한을 갖춘 유럽중앙은행만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극적인 난민위기입니다. 매일, 그리고 일 년 중 몇 달간은 매시간, 여성과 아이들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들은 시리아, 리비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전쟁과 기아로부터 탈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변방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불어 닥친 멈출 수 없는, 전례 없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유럽 전체는 단일한 지도력의 부재로 지금까지도 무력함만을 노출하거나, 이민 행렬에 대하여 형식적인 타협의 자세만 보여왔습니다. 유럽연합 국가 간 상호연대의 요구는 최소한에 그쳤고, 유럽연합 차원에서 시대적 긴급사태에 대처하기보다는 확신에 찬 민족주의나, 기회주의적 민족주의에 굴복하여 장벽을 세우려는 유혹은 강해졌습니다. 이러한 경우, 지시적 지도력은 효용성이 없을뿐더러 인도적 차원에서 비극적 결과를 가져옵니다.

  마지막은 테러와 IS와의 전쟁으로 촉발된 위기입니다. 이는 유럽에서 폭탄공격으로 폐허화된 파리의 바타클랑 극장에서의 살육 행위로 상징될 수 있습니다. 주로 유럽 태생의 젊은이들이 또 다른 유럽 젊은이들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한 강렬한 메시지는 유럽의 사회통합 상태가 매우 취약하고 개혁이 필요한 상태라는 점을 노출시켰습니다. 또한 이 위기상황에서 유럽의 국가지도자들은 안보·정보·외교문제 및 유럽연합 자체의 정체성 재조정 문제에 대한 책임 공유와 의사결정에 있어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테러를 물리치기 위해 유럽연합은 스스로의 영혼을 되찾아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각국이 주권을 더욱 양보하고 정치를 공유할 수 있는 ‘협력적 지도력’이 마련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연합은 ‘공동의’ 장기적 비전을 찾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는 이러한 심각한 퇴보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파편화에 대한 세 가지 대응방안: 다자주의와 참여, 그리고 교육

  세계가 유럽연합의 내파를 견뎌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파편화와 무질서만을 초래할 것입니다. 국제관계가 중심이 되는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동의 책임의식, 토론과 교류의 장, 그리고 가능한 한 폭넓은 다자간 의사결정의 형식을 필요로 합니다. 구체적 결과가 있었던 초기 상태로 회귀해야 하는 G20의 현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국제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배우의 중심 역할을 주목해 보십시오. 최근의 다자간, 양자간 무역협정을 생각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인간에 의한 파괴행위로부터의 자연보호 문제에 대한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만들어진 파리 기후변화회의의 훌륭한 성과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모범사례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정해진 규율 내에서의 합의를 통해서만 영향력을 지닌 규율이 극단적으로 파편화되어 국제적 무질서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는 또한 참여의 확대로 이해될 수 있는 과정입니다. 이는 국가 간의 관계에도 적용되고, 우리 사회의 내부문제에도 더욱 확실히 적용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교류의 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삶에 혁명을 불러온 인터넷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지금 모든 대륙의 지도자들에게 공동체의 원리에 부합하는 권위와 능력을 증명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화를 두려워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아이디어의 전파, 경험의 공유, 그리고 참여의 요구가 지닌 엄청난 힘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변화를 진정한 기회로 인식하는 이들은 개방이 지닌 가능성과 국가 발전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두 번째 부류에 속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연합 창설국의 하나인 이탈리아의 전임 수상으로서, 저는 여기서 ‘유럽의 희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장벽과 다양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공유되는 통일적 비전만이 구대륙 국가들을 과거로부터 구원하고, 심지어 아시아의 역사와 운명에도 수많은 부정적 영향을 끼쳤던 과거의 분열과 갈등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입니다.

  한편, 저는 파리의 시앙스포(Sciences Po) 국제관계대학 학장으로서, 전 세계의 대학 및 대학원과 매일 협력하는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들 대학과 대학원은 지배층이 형성되고 지도력이 길러지는 장소입니다. 이 중 최고 기관은 협동의 정신, 타인의 생각에 대한 이해와 개방과 변화의 자세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교육'입니다. 저는 최근 전 세계 각국에서 온 2천여 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한 모의 UN총회에서 이 점을 재확인할 기회를 가진 바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다시 반복하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도력을 논의하고 지도력이 발휘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과 아시아 어느 사회에서나 발전은 주로 문화와 학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 중 가장 우선시되는 것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협력적 지도력의 핵심은 교육입니다.​


 

 
 

*이 글은 제11회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 발췌문으로,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05.2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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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nrico LETTA(前 이탈리아 총리),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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