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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By : 고촉통 (前 싱가포르 총리) JPI PeaceNet: 20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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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2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

  

 

  

고촉통(吳作棟)
前 싱가포르 총리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우리는 이제 태평양의 세기라 불리는 21세기의 20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40%, 세계 생산성 증가분의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경제가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세계 경제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적응할 수 있다면, 2050년이면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에서 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계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하루에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세계 절대빈곤계층에 속하는 아시아 인구는 1981년 16억에서 오늘날에는 7억으로 절반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역사적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난제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사의 질곡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라는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고, 이 공동선을 위해 난제를 함께 극복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지닌 현명하고 굳건하며, 선견지명을 가진 지도력을 필요로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에서의 리더십 

  협력적 리더십이란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대부분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마다 발휘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의 30년 전쟁 후 1648년에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은 오늘날의 외교정책과 국제관계의 기반이 되는 통치권, 그리고 영토 보전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오늘날 역동적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분열과 불안정한 상태 속에서 격동의 시기를 거쳐 왔습니다. 탈식민지화는 아시아에서 수많은 신생 독립국을 출현시켰습니다. 공산주의자는 동남아시아를 갈라놓았고, 이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간 대립의 시기로 이어졌습니다. 한반도는 휴전체제 하에서 여전히 분단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는 힘든 시기였지만 각국 정부는 차이를 극복하고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평화를 이루어냈습니다. 미국의 안보우산은 아시아가 경제발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 지역을 안정시켰습니다. 이는 일본의 경제기적과 한국‧싱가포르‧홍콩‧대만이라는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가 등장하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고, 10년 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을 위한 발전과 번영을 지도의 원칙으로 삼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유산에서 기인하는 상호 신뢰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상생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왔습니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압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기술발전과 용이한 통신수단으로 빠른 변화를 보이는 국제흐름은 사회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유례없는 혼란을 초래해 왔습니다. 지도자와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에 대한 반응으로, 때로는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여러 문제를 표면화하거나 문제해결의 시간만을 벌고자 하는 유혹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문제해결을 미루는 것은 미래세대에 더 큰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미래세대에게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역사의 유산마저 처리해야 하는 짐을 지우게 됩니다. 아시아인들은 평화와 안정을 원합니다. 이들은 여전히 인생에서 더 높은 성취를 원합니다. 지도자들은 단순히 제로섬의 논리로 국가이익만을 수호하기보다는, 비전과 정치적 용기를 가지고 이들의 보편적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지역 내 기반을 건설할 수 있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시각 

  조그만 섬 제주도조차도 싱가포르 전체 면적의 2.6배입니다. 우리에게 필수적인 물과 식량안보는 국가지도자들을 밤낮없이 긴장하게 만드는 매일 매일의 관심사입니다. 조그만 도시국가로서 우리는 선택지가 거의 없으며, 실수를 용납할 만한 여지도 없습니다. 우리의 생존은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제도와 호의적 외부환경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와 갈라설 수 없는 처지입니다. 지역 내 지정학적 긴장과 고조된 테러의 위협은 싱가포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1965년 독립 이후, 우리는 능동적 외교정책을 추구해왔습니다. 우리는 지역 내 협력 기구를 창조해왔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창설국이자 UN의 작은 나라들의 포럼을 창설했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의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 모든 포럼 및 국제기구들은 회원국들 간의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967년 ASEAN의 출범은 국가들을 응집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자간기구의 좋은 예입니다. ASEAN을 통해 과거의 적대국들은 협력적 동반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ASEAN은 싱가포르 외교정책의 주춧돌입니다. 10개 회원국은 영토나 인구의 크기, 경제사회구조, 통치체제에서 서로 다르지만 빈곤 퇴치, 발전격차의 해소, 그리고 국민복지의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ASEAN 조각그림 퍼즐’처럼 제각기 다른 회원국들을 결합시킵니다. 2015년 12월, 우리는 2조 6천억 달러 규모이자 6억 2천만 인구를 가진 거대한 시장인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시켰습니다. 또한 아세안경제공동체의 2025년 청사진은 국가 간 연계를 증진하고 경쟁력 있고, 혁신적이면서도 역동적인 ASEAN을 창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ASEAN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회원국들이 과거의 수렁에서 탈피하기로 결심함으로써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입니다. 

  ASEAN은 또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같은 기구를 통해 주요 강대국을 이 지역에 참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성과의 하나는 한·중·일 3자간 협력으로, 이는 1999년 마닐라에서 열린 ASEAN+3 회의에 부수된 한국, 중국, 일본 지도자들 간 역사적 조찬모임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한·중·일 3자간 협력구조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첫 단계였습니다. 2008년 이후로 이들 3국은 ASEAN+3 회의와 별도로 모임을 가졌고, 싱가포르는 지난 11월 서울에서 열린 최근의 3자간 정상회담과 같은 모임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조각그림 퍼즐이 ASEAN과 마찬가지로 관련 당사국들에게도 들어맞아,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집단적 지혜

  크기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양국 모두 주변국가와 비교하면 매우 작은 나라입니다. 한국만이 갖는 독특한 지정학적 과제, 즉 북한의 적대적 정권, 중국의 전략적‧ 경제적 비중의 증대 및 한일관계에 미치는 역사적 앙금이 한국의 목전에 놓여 있습니다. 한반도나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다면, 한국은 당사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긴장관계에 휘말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미국의 안보우산이 중요하긴 하지만, 오로지 그것에만 의지할 수 있을까요? 이는 현재와 미래의 한국의 지도자들이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질문입니다.

  역사는 집단적 지혜와 개방적 리더십이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선 세대의 지도자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역사의 짐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지도자들은 너무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거나 자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지만, 그것이 올바른 행위였는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입니다. 그러한 과감한 지도력을 보여주는 최근의 예는 지난 12월 한국과 일본 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입니다. 이는 감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만 양국은 역사의 페이지를 넘겨 신뢰와 화해를 구축하려는 훌륭한 결단과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한국과 일본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과 협력을 증진시킬 것입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아시아에 강력한 지도자들이 있지만 이들이 더 넓은 지역적 시야를 가지지 못하고 자국 내에서의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힘 있는 국가 지도자만 있고 국가 간 협력적 리더십이 약화된다면 이는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 될 것입니다. ‘태평양의 세기’와 평화롭고 번영된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팔을 벌리고 역사의 구속을 넘어서 미래세대가 조화롭고 번영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시아 지역이 이러한 비전을 함께 구현하는 것이 싱가포르가 희망하는 바입니다.​


 

 
 

*이 글은 제11회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 발췌문으로,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06.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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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촉통(前 싱가포르 총리), 2016 제주포럼 기조연설 발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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