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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반(反)테러리즘의 제도적 기초 By :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JPI PeaceNet: 20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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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4  

  

 

유럽연합 반(反)테러리즘의 제도적 기초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 입법 계기

  2001년 발생한 9/11이 미국의 반테러리즘 전략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면, 유럽에게 그와 같은 사건은 2004년 3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이다.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발생한 이 폭탄 공격으로 191명이 사망하고 2,050명의 민간인이 부상을 당하는 대참사가 발생하였다. 2주일 후인 3월 25일, 유럽연합의 정상들(European Council)은 이른바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언하였다. 이 선언에서는 유명무실했던 ‘유럽안보방위정책(ESDP)’이 구체적인 활동을 하도록 촉구하였고, 각 회원국에게는 그동안 지체되었던 유럽영장제도, 유럽합동수사팀 구성, 돈 세탁 방지, 유럽사법협력기구(Eurojust) 설립 등 반테러리즘 입법에 관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유럽경찰국(Europol)의 역할 강화를 위해 회원국이 범죄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였고, 유럽경찰국은 이를 토대로 정보관리를 체계화하기로 하였다. 집행위원회에게는 개인의 DNA, 지문, 비자관련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였고, 특히 여권과 비자에는 여행객의 생체 특성을 삽입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유럽의 국경 관리를 위하여 유럽국경감시청(European Borders Agency)의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선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반테러리즘 조치는 ‘대테러대책조정관(Counter-Terrorism Coordinator)’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대테러대책조정관에게 유럽정상회의(The European Council) 관할에 속하면서 유럽연합이 수립한 정책이 제대로 수행되는지를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였다. 


리스본 조약에서 반테러리즘
 

  2009년 12월 1일, 유럽연합은 통합의 새로운 제도적 기반인 ‘리스본조약’을 발효하게 되었다. 이 조약에서도 테러리즘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특정 사안을 회의나 선언이 아닌 제도적 근간에서 직접 다룬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조약에서는 테러리즘을 크게 ‘공동 외교 및 안보 정책 차원(TEU 43조 1항)’과 ‘내부 및 사법 차원(TFEU 75, 83조 1항, 88조 1항)’에서 모두 언급하고 있다.
 

  먼저 공동외교안보정책에서는 테러리즘에 대항하기 위하여 역내의 민군(民軍)을 막론하여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TEU 43조 1항), 아울러 제3국과의 공조도 명시하였다. 내무·사법 정책에서는 테러리즘과 관련된 자금동결 입법 절차를 명시하였고(TFEU 75조), 국경을 넘어서는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 조치에 인신매매, 여성 및 어린이 착취·유린, 자금 세탁, 부패, 지불수단의 위조, 컴퓨터 범죄, 조직범죄 등과 더불어 테러리즘을 포함시켰다(83조 1항). 또한 회원국 간 경찰 협력과 관련하여 유럽경찰국의 임무를 명시하였는데, 두 개 이상의 회원국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범죄, 즉 테러리즘과 기타 공동의 이익에 반하는 범죄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88조 1항).
 

  이처럼 리스본 조약은 테러리즘에 대하여 대외정책 측면에서 무력수단을 포함한 국제 공조를 지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역내의 자유와 안전, 정의를 위하여 테러리스트들의 자산 제한 조치도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들은 일반 법률 제정 절차를 따르도록 하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유럽연합의 초국가적 정책은 사실 회원국 간 연대(solidarity)를 바탕에 두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연합은 테러리즘과 자연재해(disaster)를 회원국 간 연대의식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리스본 조약은 테러리즘 예방은 물론, 테러리스트에게 공격을 당한 회원국에 대한 타 회원국들의 구호 조치를 명시하고, 유럽이사회와 유럽의회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제도적 조치를 신속히 처리하도록 명문화하였다(TFEU 222조 1-4항).

 

반테러리즘 전략: 초국가적 원칙과 개별 회원국의 입법 

  유럽연합은 2004년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언하였고, 이 선언에 의해 도입된 ‘대테러조정관’은 2005년 11월 30일,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 전략(The European Counter-Terrorism Strategy)”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는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에 관한 실무적·기술적 토대가 되었다. 이 전략문서는 반테러리즘의 궁극적 목적을 “인권에 대한 존중과 (유럽의) 시민들(citizens)이 자유, 안전, 정의가 실현되는 지대(area)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인류 보편이 수긍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여 향후 전개될 구체적 조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반테러리즘 전략의 원칙은 크게 ‘예방’, ‘보호’, ‘추적’, ‘대응’ 등 네 가지 차원에서 전개된다. 테러리즘의 발생 요소를 차단하고(예방), 테러리즘의 취약지대를 찾아 시민과 사회적 기반시설을 안전하게 확보하며(보호), 초국경적 테러 지원 요인을 탐색 색출하여 사법처리하며(추적), 테러리즘이 발생하였을 경우 희생자와의 연대감을 고취함으로서 불법적인 폭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대응)는 뜻이다. 그러나 반테러리즘 전략은 안보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원국의 주권이 존중되는 가운데 추구되어야 한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오로지 초국가적인 전략만을 현실 속에서 일방적으로 실천할 수는 없다. 때문에 반테러리즘의 1차적인 대응은 회원국 차원에서 진행하되 유럽연합은 회원국의 책임을 가치(value)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정보와 지식의 수렴지로서 회원국의 반테러리즘 능력을 제고시키고, 각 회원국 간 또는 회원국과 유럽연합 기관 간 협력을 조율한다, 또한 유럽연합 고유의 자체기관을 개발하여 집단적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며 밖으로는 유럽을 대표하여 UN 등 국제적인 주요 기관, 국가들과 안보협력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러한 노력들은 이미 언급한 예방, 보호, 추적, 대응 등의 원칙에 교차 공헌하는 실천적 노력의 핵심이 된다.
 

  실천적 측면에서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 활동은 크게 관련 집행기관의 설치, 회원국의 개별 입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대테러조정관’은 유럽연합의 집행기관인 집행위원회가 아닌 유럽이사회의 관할 아래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임명권자는 고등외교대표(High Representative)이며, 유럽정보국(EUINTCEN)과 유럽경찰국의 정보를 취합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출하며, 유럽연합 차원에서 추진되는 반테러리즘 활동을 모니터한다. 이런 가운데 구체적인 전략의 수립의 순간에는 이사회, 집행위원회, 고등외교대표 사이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전략이 추진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외교대표와의 업무 중복과 테러리즘의 범위를 특정할 수 없는 업무 영역의 모호함으로 인해 활동력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요 업무도 반테러리즘 전략의 모니터링에 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2005년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리즘은 유럽연합으로 하여금 테러방지 활동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게 하였고 그 예방법의 하나로 첩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럽연합은 ‘EU 공동상황센터(SitCen)’를 모태로 2009년 이후부터는 유럽대외관계청(EEAS)에 ‘EU첩보분석센터(EUINTCEN)’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의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첩보분석센터는 자체적인 정보 획득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못하고 오로지 소극적인 정보 분석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업무 수행에 한계가 따른다. 때문에 2013년, 집행위원회는 2020년까지 해외첩보역량을 강화한 첩보국을 둘 것을 제안한 바 있으나, 책임 소재의 모호함, 국가 중심의 전통적인 첩보 개념 등으로 인해 반대에 부딪혀있다. 당분간은 인터폴이나 유럽경찰국, 유럽사법협력기구 등 다른 사법기관들과 공조하면서 정보 공유의 폭을 확대하고 분석역량을 높이는 데 더 중점을 기울일 것으로 판단된다. 

  회원국의 개별 입법 차원에서 보면, 최근 몇 년간 헝가리,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에서 테러리즘 관련 입법을 새로 내놓거나 개정하였다. 예컨대, 오스트리아는 테러리스트들에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는 입법을 강화하였고, 벨기에는 테러리스트 양성을 위해 인력을 모집하거나 이들을 훈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국내외에서 테러리스트 양성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심지어 테러리즘 관련 메시지나 선전물을 옮기거나 배포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자는 최소 벌금 100유로에서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헝가리는 2013년 테러리즘을 “무기를 이용하여 공공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범죄적 공격 및 개인에 대한 폭력적 범죄”로 규정하고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반테러리즘 제도의 진행 방향: 정보공유와 인권보호의 양립 문제
 

  유럽연합의 반테러리즘은 제도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완비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언급된 원칙과 대응 전략 외에도, 유럽경찰국, 유럽사법협력기구, 국경감시청 등의 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그러나 테러리즘은 발생 후 대응보다 예방과 보호가 더욱 중요하다. 최근 벨기에 자벤텀 공항의 테러리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보공유가 제한적이고 이를 처리할 경찰 조직이 파편화되어 있다면, 테러리즘의 예방과 보호에는 많은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유럽정보국의 강화 및 역할 개편은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주요 회원국들이 운용하고 있는 기존 정보국의 압력을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보의 접근과 공유가 인권문제와 양립할 수 있는 정치적 원리도 재발견되어야 첩보 활동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 유럽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으로서의 개인정보 보호와 안보의 양립 문제, 미국과 협상 중인 개인정보 공유·보유·파기 관련 논의가 가닥을 잡을 경우 첩보 활동을 포함하여 예방 차원의 반테러리즘 입법은 더욱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6.2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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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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