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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외교 2.0을 지향하며: 공공외교법의 발효를 계기로 By :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JPI PeaceNet: 20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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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3

 

                                           

공공외교 2.0을 지향하며:

공공외교법의 발효를 계기로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2016년 8월 4일 『공공외교법』의 발효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 글에서는 『공공외교법』의 발효를 계기로 공공외교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향후 발전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공공외교는 왜 필요한가?

  공공외교는 자국에 유리하도록 상대국 일반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정부 및 비정부 행위자의 의도적 노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정의할 때, 공공외교는 ‘새로운’ 외교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외교의 대상은 ‘고관대작’이었지만, 이와 달리 공공외교에서의 외교의 대상은 상대국의 '평민'이기 때문이다.

  외교의 대상을 상대국의 일반 국민까지 확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정책결정에서 일반 국민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국민의 견해가 선거나 여론을 통해서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거나 적어도 정부정책에 대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대선을 예로 들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미국사회 내에서 박탈감을 경험하고 있는 유권자들을 대변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여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되었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미국 정부가 동맹국을 보호하는 데 돈을 낭비하고 있으며, FTA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보는 반(反)국제주의적 유권자들의 견해가 미국의 정치와 정책에 반영되게 될 것이다. 

  만약 미국의 일반 국민이 한미동맹과 한미 FTA는 미국에 손해이며 심지어 재앙이라고까지 인식하고 있다면, 오해를 풀고 사실관계를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적 외교는 정부를 대상으로 하므로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역부족이다. 이럴 때는 상대국의 일반 국민과 소통하는 외교, 즉 공공외교가 필요하다. 미국을 예로 들었을 뿐 국민의 견해가 정치와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고 점차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공공외교의 필요성은 이제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이 정부의 정책결정에서 배제된 경우에는 공공외교가 필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9·11 사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9·11 사태 때 모국의 친미 정책에 반대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서 세계무역센터와 미 국방성에 충돌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행동으로 표출하였다. 9·11 사태 이후 이어지는 수많은 테러 공격은 급진화된(radicalized) 일반인들이 주는 위협을 잘 증명하고 있다. 급진화된 민간인에 의한 테러공격은 군사적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군사적 대응은 자칫 또 다른 테러공격을 낳을 수도 있다. 미국이 9·11 사태 이후 이슬람교도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공공외교를 편 것은 평범한 이슬람교도가 급진화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 미국의 안보를 지키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정책결정에서 배제된 경우에도 공공외교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지면 커졌지 사라지지 않는다.


문화외교, 공공외교 1.0, 공공외교 2.0

 
우리 정부에서 공공외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공공외교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0년에 ‘공공외교의 원년’을 선포하였고, 2011년에 최초로 공공외교 대사가 임명되었으며, 2012년에는 공공외교정책과가 신설되었다. 2010년 이후 공공외교는 단순히 문화외교의 ‘재포장’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제고되었고 가용자원도 증가하였다.

  동아시아연구원이 BBC 월드서비스, 글로브 스캔과 공동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긍정적 평가는 공공외교 원년인 2010년부터 5년 사이에 33%에서 38%로 증가였다. 일반적으로 인식 변화가 더디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 사이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5% 향상된 것은 매우 고무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8월에는 『공공외교법』이 발효되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공공외교 전략의 수립과 정책의 추진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공공외교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공공외교 활동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공공외교 강화 및 효율성 제고의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이미지 및 위상 제고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공공외교의 초점을 국가이미지 및 위상에 맞추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 우리의 공공외교는 한국을 알리고 국가이미지 개선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지만, 공공외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 이익의 증진이지 국가 이미지의 개선 그 자체는 아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국가 이미지 개선을 목표로 하는 공공외교에서 실질적인 국가이익의 증진을 위한 공공외교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글에서는 이미지와 위상을 중심으로 한 공공외교를 공공외교 1.0으로,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한 공공외교를 공공외교 2.0이라고 부르고 구분해 생각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이미지도 좋아졌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공공외교 역량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질적인 국익을 챙기는 의욕적인 공공외교, 즉 공공외교 2.0을 추진해 볼만 하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


공공외교 2.0은 어떻게 추진하여야 할까?

 
첫째, 공공외교 2.0은 기존의 외교와 정책적 시너지를 살리면서 수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의 정책구상을 임기 내에 실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경우에는 공공외교를 정책조합(policy mix)에 넣어서 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공공외교를 문화외교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외교(공공외교 1.0)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정책을 상대국 국민을 대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적극적 소통수단(공공외교 2.0)으로 인식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공공외교법』에서는 공공외교와 여타 외교 간의 시너지 증진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으나, 2016년 1월 외교부령에 의해 ‘정책공공외교담당관직’이 신설된 것은 공공외교와 여타 외교 간의 정책적 시너지를 염두에 둔 긍정적 조치라고 보인다.

  둘째, 공급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외교란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국 국민의 의식에 작용하여 그들이 우리에게 유리한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노력이다. 상대국의 국민은 역사, 문화, 종교, 인종 등에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공외교의 대상이 갖는 다양성과 이질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공공외교 전략 및 정책의 수립과 추진에 반영하여야 한다. 즉, 표적 청중(target audience)에 맞는 ‘맞춤형, 쌍방향 공공외교’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공공외교법』 제정의 의의 중 하나는 그간 국내 행위자 간에 벌어졌던 공공외교 수행체계의 수립과 주도권에 대한 논의와 경쟁이 『공공외교법』의 제정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2016년 1월 외교부령에 의해 ‘지역공공외교담당관직’도 신설된바, 이는 우리의 공공외교가 수용자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공외교의 잠재성과 한계

 
국제적으로 확대된 우리나라의 국익과 세계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제는 전통적인 정부-대-정부 외교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국민과도 소통하는 공공외교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공공외교가 상대국 국민의 가슴과 마음을 얻는 것(to win the hearts and minds)이라고 한다면,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외교가 아니라 우리의 외교적 목표와 실제 행동이다. 부시 대통령 집권기에 전 세계적으로 반미주의가 극에 달했던 이유는 미국의 공공외교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목표와 행동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외교적 목표와 행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그러한 문제를 공공외교를 통해서 해결할 수도 없으며, 공공외교를 통해서 덮으려 하는 것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외교적 목표는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설정해야 하며, 공공외교도 그러한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공공외교는 단순한 과학 실험이 아니다. 우리가 공공외교를 아무리 체계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상대국의 국민이 우리의 노력이 결국에는 우리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는 점을 의식하는 순간 공공외교의 효과는 감소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공공외교를 ‘은밀하게’ 하는 것도 해답이 아니다. 공공외교는 은밀할 수도 없고, 은밀해서도 안 된다. 공공외교는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의도적 행위이지만, 상대방의 가슴과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공감대를 찾아내고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예술’로 승화될 필요가 있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8.3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同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UC, Berkeley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UC, Davis, University of Washington,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외교통상부 정책자문 위원으로 활동하였음. 국제정치경제, 핵 전략, 공공외교가 주요 관심분야이며, 최근 연구로 “한국형 공공외교 모델의 모색: 정책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과학적 공공 외교”와 “핵폐기 사례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함의와 한계”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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