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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사드 배치론', 중·러가 받아들일까? By : 곽태환 (前 통일연구원장) JPI PeaceNet: 20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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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13



‘조건부 사드 배치론’, 중·러가 받아들일까?




곽태환
前 통일연구원장 / 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올 9월 초 열린 러·중·미·일 4강과의 연쇄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는 오로지 북핵과 미사일 위협 때문이며, 북핵 위협이 사라진다면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의 전략적 구상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1일 러시아 국영 통신사 ‘로시야 시보드냐(Rossiya Segodnya)’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므로,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드 배치가 러시아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확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사드가 제3국을 목표로 할 이유도 없고, 실익도 없으며, 그렇게 할 어떠한 의도나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구상은 ‘조건부 사드 배치론’ 혹은 ‘북핵위협제거 조건부 사드 철수론’ 등으로 달리 표현되었다.

  필자는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북한의 비핵화-사드 배치 철회 연계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즉,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려면 핵무기 폐기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어야 하는데,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과연 그러한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받아 드릴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이러한 박 대통령의 구상이 미국과 합의한 사안인지 궁금하지만, 케리 미 국무 장관이 같은 견해를 가진 것을 고려하면 한·미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박 대통령의 구상에 공감한다면 사드 배치논란은 국내외적으로 일단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월 3일 제4차 한·러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북한 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나 양국은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원칙적인 입장만 밝히고 ‘조건부 사드 배치론’에 관련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려면 북한에 단호하고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는 박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우리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단호히 반대하며 북한이 국제사회와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결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푸틴 대통령은 “그렇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정부를 자극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놓인 상황을 협상의 길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북한 정부를 설득해 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의 자칭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지난 3월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중 정상 회담에 이어 5개월 만이며, 7월 8일 한반도 사드 배치 공식 발표 이후 첫 만남이었다. 9월 5일 개최된 이번 제8차 한·중 정상회담은 46분간 진행되었고, 이 회담에서 사드 배치 사안에 대한 양국의 기존 태도가 재확인되었다.

  박 대통령은 ‘조건부 사드 배치론’과 ‘한·미·중 3자대화론’ 제안에 관하여 상호 의견을 나눴으나, 시진핑 주석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반대가 워낙 강경하여 박 대통령의 구상이 설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직설적으로 “사드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지역의 전략 안정에 이롭지 않고, 각국 사이의 모순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3대 정책 원칙을 재강조 하였다. 시 주석은 '구동존이(求同存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먼저 찾는 것) 노력'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한·중 관계가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化異, 같은 점을 찾고 다른 점은 없앰)를 지향하여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드 배치사안은 한·중 간 뜨거운 감자(hot potato)임을 실감케 한다. 만약 사드의 실전 배치가 실현된다면 중국이 어떤 보복 행동을 보여줄지 그리고 우리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등 국민의 삶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독(毒)이 될 것에 몹시 불안하고 우려스럽다.

  이번 9월 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사드 체계 등을 포함한 연합 방위력 증강 및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을 통해 대북 억제력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내었고, 한국은 남한의 핵 보유 주창자들을 잠재울 수 있게 되었다. 즉, 미국의 핵우산 제공 공약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하지 않아도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을 억지하게 된다. 그러면 구태여 사드를 배치할 필요성이 있는가? 그래도 미국이 사드 배치를 고집하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한·러 및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논의된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은 중국과 러시아가 받아 드릴 수 없는 제안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는 북한체제의 붕괴를 원하지 않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핵을 폐기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라고 설득할 수 있는 카드와 역할이 한계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예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은 현실성이 없어 이젠 이 구상은 루비콘 강을 건너간 듯하다.

  그러나 사드 배치 사안 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미·중 3자 대화론’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다자대화 틀의 구상은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자간 대화구상에 ‘조건부 사드 배치론’의 당사자인 북한이 빠져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방안은 한·미·중 3자 대화에 북한을 포함하여 한·미·중·북 4자 회담 틀(framework)을 재고하여,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성 있는 다자대화 틀을 정부가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필자의 통일뉴스 칼럼1)에서 제안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의 사드 딜레마에서 해방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초기 조치와 맞교환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유보론 혹은 연기론”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제8차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지적한 것처럼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논의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제재와 압박정책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화와 협상, 그리고 대북압박을 동시에 추진하는 트랙 Ⅱ 병행전략이 한반도 문제 해법의 지름길임을 조속히 박근혜 정부가 인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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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곽태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 어떻게 풀어야 하나?”,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613, 통일뉴스(2016.8.2.)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9.13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美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학위 취득(1969). 美 이스턴 켄터키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1995-1999) 및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을 역임함. 美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os Angeles) 회장으로 재직 중임. 총 31권의 저서 출간, 미주 중앙일보와 통일뉴스의 칼럼니스트 활동 및 주요 일간신문에 시론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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