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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문제와 북중관계 By :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 JPI PeaceNet: 20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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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1



사드 문제와 북중관계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





  국내에서의 북중관계에 대한 이해는 다소 혼란스럽지만, 크게 구분하면 혈맹관계(순망치한)론, 전통적 선린우호관계(중국의 공식적 표현)론, 전략적 협력관계론, 정상적 국가관계(최근 중국 정부가 강조)론 등을 들 수 있다. 혈맹관계(순망치한)론은 북중 간의 특수한 유대와 지정학적 중요성이 탈 냉전시기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사고이다. 전통적 선린우호관계론은 중국이 1990년대 중반부터 북중관계를 지칭할 때 새롭게 사용한 개념이다. 단, 여기서 ‘전통적’이란 표현은 북한에 대한 특수 표현이라기보다는 과거 사회주의 우방국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알바니아, 베트남 등에도 사용하고 있다. 전략적 협력관계론은 북중은 서로 신뢰하지 않지만 동북아에서 유지되고 있는 냉전적 구도 속에서 결국 전략적으로 협력한다는 주장이다. 정상국가론은 국가 이익에 따라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후진타오 시기에 제기되었으나, 시진핑 시기에 들어 이러한 입장은 크게 강조되고 있다. 물론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상적으로 관찰을 해보면, 이 모든 주장은 나름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이미 2006~7년경부터 중국 내 대북정책의 분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전통적 지정학파, 발전도상국론파, 신흥 강대국파의 분화가 그것이고, 이 내용은 중국에 대한 자아 정체성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전통적 지정학파는 혈맹관계(순망치한)론, 전통적 선린우호관계(중국의 공식적 표현)론에 가깝고, 발전도상국론파는 전략적 협력관계론, 신흥 강대국파는 정상적 국가관계론에 가깝다. 후일 2009년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은 이를 전통파와 전략파로 분류하여 설명하였다.

  시진핑 시기부터 중국의 대북 인식은 더욱 분화하였다.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2016년 6월까지 북한 관련 중국 내 논문과 글 90여 편을 분석한 바, 북한 지지론, 현상유지론, 제한적인 북한 제재론, 적극적인 북한 제제론, 북한 포기론, 정치 현실주의론(핵보유 묵인론 포함)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일대일로 구상과 같이 경제 중심의 국가 대전략을 중시하는 그룹 내 내재되어 있는 한반도 방기(관리 위주)론적인 입장을 포함할 수 있다. 분석 내용을 보면 현상유지론이 34편으로 빈도수가 가장 높았고, 제한적인 제재론 30편, 적극적인 제재론 15편, 북한 포기론 7편에 이어 북한 지지론은 단 2편에 불과했다. 비록 시진핑 시기 북한 관련 글을 보면 현상유지론이 가장 높은 빈도수를 차지했지만, 북한에 비호의적인 입장이 다수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북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 분화는 중국의 정책에도 잘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의 외교 사안 중 한반도 특히 북한 문제만큼 내부적으로 논쟁이 많고 분화가 큰 사안도 없다는 것이 필자가 들은 전언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후 매우 과감한 대외정책의 조정을 단행하였다. 즉, 중국을 발전도상국이라는 자아정체성에서 탈피하여 세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발전도상국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대일로 구상”이라는 국가 대전략을 최초로 제시하였고, 미국에 대해 새로운 강대국관계의 제안, 친성혜용(親誠惠容)의 원칙에 기반한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 운명 공동체론 등을 제시하였다. 기존 전통파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한반도 정책이라는 국가이익에 기반을 둔 정상국가 외교를 과감히 제시하였다. 이는 친한 정책과 다름이 없었다. 중국은 공식 발표에서 한반도 정책의 3원칙 중 “비핵화”를 “안정과 평화” 보다 우선으로 하였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기존의 틀을 과감히 무너뜨리면서 북한과의 영수회담 대신 한국 대통령과 회동하고,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였고, 북한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억제하도록 압박하였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과감한 대한반도 정책의 조정이었다.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과감한 친한 정책은 반향이 뒤따랐다. 중국 내에서 “한중 동맹론”이 한 때 유행하였고, 중국 군부 내에서 한국 중심의 통일을 상정한 보고서가 작성되는가 하면, 공공연하게 북한 포기론이나 한국 중심의 통일론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중국 매체에 공포되었다. 2015년 한국은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였고, 서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9월 북경에서 개최된 2차 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여 한중관계는 그 절정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2015년 말 전후 중국 내에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중요한 재조정이 단행되었다. 그것은 한일의 접근과 남북관계의 개선 가능성 및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의 강화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좀 더 균형적인 남북한 정책을 채택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한중 밀월관계에도 불구하고 한중은 상호 간의 신뢰를 증진하는 데 한계를 지녔다는 점이 드러났고, 한중 간 상호불신은 점증하고 있었다.

  이러한 한중 간의 불신은 2016년 1월 6일, 북한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북핵실험에 대해 소극적인 대처를 하는 중국에 곧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시진핑 주석이 수차례 반대를 표명해 온 사드의 한국 배치를 들어 중국을 압박하였다. 중국은 이를 중국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하기 시작한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편승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반면, 한국 측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본질은 변한 것이 없고, 중국은 역시 북한 편이라는 인식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냉정히 회고하면 이러한 양측의 인식은 상호 간의 편견과 무지의 결과였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은 중국과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 중국을 겨냥한 지역동맹으로 전환한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드 문제의 제기는 한미동맹의 약화 우려와 북한의 위협에 대한 긴박감에 대한 대응의 측면이 강하였다. 한편, 중국의 대응은 사드 문제로 인해 북중 동맹의 강화에 대한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북중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세계 강국의 꿈을 꾸는 중국으로서 동북아를 신냉전 상황으로 진전시키는 것은 국가이익에 반한다는 생각이 분명하였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과 핵 개발에 명백하게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실험과 사드 국면에서 드러난 것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식 대결 구도가 아니라, 한미일과 중러 그리고 북한의 3각 구도였다.

  북한 역시 제7차 당대회 이후 연쇄 미사일 발사 실험과 9월 9일, 제5차 핵실험을 통해 독자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추진할 것을 명백히 밝혔다. 북한은 사드 국면을 이용해 중러와 협력하여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더 이상 중국이나 러시아의 보호와 협력에 의존하기보다 독자적인 핵 능력을 완성해 스스로 주도하는 전략게임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향후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핵 실전 배치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미국이나 중국이 모두 의미 있는 대북 제재나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북한 나름의 판단과 자신감을 배경으로 하는 듯하다.

  미국은 대선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력이 없으며, 더구나 중국과의 무력 충돌이 가능한 시나리오는 원하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지나친 관여와 갈등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식한다. 즉, 미국과의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 경쟁에 북핵 문제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드 문제로 인하여 한중 간의 불신은 더욱 강화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한중 상황을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손실이라 인식하지만, 한국이 주장하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은 수용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중국에게 북핵 문제와 사드는 등가가 아니며, 북핵은 본질적으로 북미, 그리고 남북 간의 문제이다. 그리고 중국에게 더 우려스런 점은 북한의 핵 개발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의 강화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과 의지는 불확실하다.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에 개최된 제8차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재차 사드 문제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관련된 것이며, 중국의 핵심이익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즉, 한국이 미중 경쟁에 개입하여 패가 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 대한반도 정책에 있어 깊은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과 핵무장에 반대하고 제재 정책을 취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 감내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일으키기 보다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동시에 한국과의 관계 유지와 협력 확대를 희망하면서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중국의 이러한 희망은 남북한 양측에 모두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시진핑 시기 소수파였던 전통파나 현상유지파의 입장을 더욱 강화해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이 추구하는 강국으로서의 외교정책 방침은 한국이 만약 중국을 견제하는 지역동맹에 가담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는 북한 카드의 활용도 분명 포함될 것이며, 이는 북한의 핵무장 완성 이후 도발을 억제한다는 전제 아래 북한군의 현대화를 돕고, 북한 경제건설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한반도 정책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대응 리스트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이고, 한국에 사드가 아직 배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행동은 일단 자제하면서 기존의 등가 대응(Tit-for-Tat) 전략을 일단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과 관련한 부품의 조달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통제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중국은 조만간 미국과의 전략경쟁 강화, 북한 제5차 핵실험, 한국의 사드 도입과 관련하여 조성된 새로운 안보형세에 대한 점검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한반도 정책의 조성을 위한 내부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북 압박을 더 강화할지 아니면 좀 더 과감한 유화정책으로 돌아설지를 검토할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보다는 한국 변수가 존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정책은 다소 신중함을 유지할 것 같다. 북중관계 역시 미묘한 긴장과 갈등 속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게임은 당분간 계속 진행될 것이다. 미중 간의 구조적인 변수가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한국의 외교적 선택에 따라 중국의 대북 정책을 포함한 대한반도 정책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스스로의 지혜와 명민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9.2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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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現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및 석사, 美 미시간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국립외교원 및 성신여대 교수를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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