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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평화: 평화의 2030 아젠다 포함 과정에서의 논쟁과 그 의미 By : 손혁상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장 / 국제개발협력센터장) JPI PeaceNet: 20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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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6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평화:
평화의 2030 아젠다 포함 과정에서의 논쟁과 그 의미




손혁상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장 / 국제개발협력센터장





  2015년 9월 UN총회에서 193개국이 합의한 2030 개발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2030년까지 15년간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발전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사람, 번영, 지구, 평화, 파트너십의 5P(peace, prosperity, planet, peace, partnership) 구성요소에 기반을 두어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를 제시하였다. SDGs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개발과 관련된 글로벌 규범의 기준이 되었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아직 달성되지 않은 MDGs 목표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새로운 대안적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 간의 차이를 넘어 결국 사회개발 중심의 MDGs를 계승하면서 새롭게 경제발전, 불평등, 지속가능한 환경과 평화 아젠다 등을 포함하였다.

  SDGs의 목표가 포괄적이고 변혁적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목표와 세부시행과제가 지나치게 많고 230개의 측정지표까지 고려하면 개별 국가가 이 모두를 이행하기에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도국과 선진국, 시민사회, 국제기구 등의 개발주체들은 현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포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평화가 독립적인 목표(SDGs의 16번째)의 범분야 이슈로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SDGs의 16번째 목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를 증진하고 모두가 정의에 접근할 수 있게 하며, 효과적, 책무적,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다”이다. Post 2015 개발아젠다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12년에만 해도 UN의 정치적 현실을 고려할 때 평화가 글로벌 발전 아젠다에 포함될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웠고, 이후의 협상과정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이슈이기도 했다.


  평화의 2030 개발 아젠다 포함에 대한 논쟁

  평화, 거버넌스, 정의를 post-2015 아젠다에 포함할 것인가, 포함한다면 어떠한 비중과 방법으로 할 것이냐는 문제는 드래프트 작성을 담당한 공개작업반(Open Working Group)의 논의과정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였다. 평화와 관련된 핵심 쟁점은 많았지만 일부 국가가 제기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평화를 포함하면 개발아젠다가 ‘안보화’할 우려가 있다. 둘째, 평화는 post-2015 논의과정에서 범주를 제시한 ‘Rio+20 아젠다’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셋째, 개발은 평화를 가져오지만, 평화는 개발을 가져올 수 없다. 이와 더불어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는 불법자금흐름이나 무기거래와 같은 초국가적 분쟁요인을 과연 선진국들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공개적으로는 평화가 포함되는 것을 찬성하면서도 개별 국가의 국익을 포기할 의향이 있는가 하는 점은 불투명하였다.

  브라질과 니카라과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만약 post-2015 아젠다에 평화조항이 들어간다면, 개발 프레임워크가 전반적으로 ‘안보화’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에 따르면 개발원조가 사람들의 복지와 발전에 쓰이기보다는 특정 국가의 안보 아젠다를 실현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평화이슈 옹호 측은 목표의 성격을 사람들의 안전에 초점을 두면서 반대 측을 설득하였다. 즉 개발 아젠다나 개발원조의 ‘안보화’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빈곤감소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평화와 안정유지가 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가안보나 국제평화나 안보 이슈는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고, 평화 관련 세부목표의 성격을 사람들로 하여금 폭력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방향으로 제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평화 관련 목표가 주권침해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post-2015 아젠다가 강제성이 없는 국제규범이니만큼 이를 통해 군사개입에 대한 어떠한 법적 기반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Post-2015 개발 아젠다에 대해 UN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Rio+20’이 사회, 경제 발전 및 환경보호를 세 축으로 하고 있으므로 평화를 포함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평화옹호자들은 평화증진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Rio+20’ 아젠다에 기초하면서 동시에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대응논리를 전개했다. 실제로 1992년 리오선언 제22원칙은 “평화, 개발, 환경보호는 상호의존적이고 불가분의의 관계”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Rio+20’이 2030 개발 아젠다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조항에도 사회, 경제 발전 및 환경보호 아젠다만을 다뤄야 한다는 지침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사회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결국 ‘Rio+20’ 아젠다 역시 폭력적 갈등과 불안정을 감소시키지 않고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평화 이슈 배제를 주장하는 측은 평화와 개발이 일방적 관계를 가진다는 입장이었다. 즉 평화, 안보와 개발이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있지만, 분쟁과 불안정의 주원인은 빈곤과 불평등이며, 저개발, 빈곤과 불평등을 post-2015 아젠다의 우선순위에 두고 이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분쟁이 감소하고 평화가 확보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평화 이슈 포함을 주장하는 측은 불안정과 부패가 있고 또 비포용적 사회에서도 경제발전이 가능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발전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내부 갈등요인을 도외시하는 개발프로그램은 실제로 갈등요인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폭력이 통제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개발목표를 달성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개발과 평화의 관계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발과 평화의 상관관계

  개발과 평화의 관계는 현재 전 세계적 폭력과 분쟁 현황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통계적으로 절대빈곤은 분쟁의 위험이 높은 지역에 더욱 집중되어 있다. 2005년에는 절대빈곤 상태에 있는 세계인구의 20%가 분쟁지역이나 취약국가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이 비율이 43%까지 증가했으며,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2030년에는 63%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절대빈곤상태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분쟁과 불안정이 절대빈곤을 탈출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쟁을 포함한 군사적 분쟁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특히 2014년은 1989년 이래 분쟁으로 인한 사상자가 가장 많은 해였다. 이 중 시리아 내전의 사상자가 가장 많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무력분쟁으로 인한 사상자 수가 늘어났다. ‘웁살라 갈등데이터 프로그램(Uppsala Conflict Data Program)’은 “2013년에 가장 사상자가 많았던 10개의 분쟁사례 중에 8개가 2014년 더욱 폭력화”되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또한, 세계인구 중 122명 당 한 명은 난민, 강제이주자, 또는 망명을 신청하였는데 이는 분쟁과 폭력문제 해결 없이는 개발의 성과를 성취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평화가 SDGs에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는 단순하지 않다. 절대빈곤인구를 반으로 감소시키자는 MDGs의 첫 번째 목표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목표연도인 2015년에 달성되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절대빈곤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빈곤을 지구상에서 종식시키자는 SDGs의 첫 번째 목표는 분쟁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SDGs에서 개발과 평화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절대빈곤인구의 75%가 분쟁이 심한 국가에 거주할 것으로 예측한 연구결과에서도 뒷받침된다.

  또한, 무력분쟁과 불안정이 MDGs 달성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 경험도 평화가 개발 아젠다에 있어 우선순위를 가지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1981년부터 2005년까지 심각한 폭력사태를 경험한 국가는 폭력사태를 경험하지 않은 국가보다 빈곤율이 21% 높다는 연구가 있으며, 2015년에 MDGs 8개 목표 중 단 한 개도 달성하지 못한 일곱 개 국가는 모두 심각한 폭력사태에 영향을 받았다.

  개발에서 평화의 중요성은 자원의 효과적 사용 측면에서도 강조된다. 2012년에만 폭력사태에 대응하는 비용이 미화로 약 9조 5천억 달러에 달했다. 201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공적개발원조(ODA)로 미화 1달러가 사용될 때 국방비는 13달러가 지출되었다. 더불어 폭력에 따른 비용은 단지 개도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에도 해당되며 전 세계적으로 5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매년 폭력에 희생되어 사망하고 있다. 예컨대, 2011년에는 영국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약 3억 파운드에 달하는 손실과 복구비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는 평화와 개발의 연계목표가 더 이상 개도국만의 과제가 아니라 모든 개별국가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가며

  SDGs는 그동안 개발과 평화의 관계에서 경제적 성장과 불평등 해소가 비폭력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류적 개발담론에 대하여, 그 반대의 인과관계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평화 없이는 경제발전과 사회발전, 지속가능한 환경이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합의한 전환적 계기였다. SDGs가 지나치게 많은 목표와 세부이행과제로 실현가능성이 낮거나 개별 국가들이 선택적으로 목표를 우선순위화해서 실행할 것이라고 비판받고 있지만, 향후 15년간 지구적 빈곤과 사회, 경제, 환경 문제해결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거버넌스 및 정의와 연계하여 평화이슈가 포함된 것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 심화 과제 같은 국내 정책과도 연결된다. 향후 비폭력, 안정과 평화를 위한 노력이 지구적 빈곤문제 해결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국내 차원의 심층연구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6.12.6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경희대 공공대학원 원장 및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센터장. 현재 한국국제개발협력학회장과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과 한국국제협력단 비상근이사 및 총리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정치학과 석사 졸업 및 박사과정 수료 후 경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음.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ODA 정책, 개발 파트너십, 개발 NGO 등 임. 주요 저서와 역서로는 『시민사회와 국제개발협력(2015)』(저서), 『구성주의 이론과 국제관계 연구 전략(2011)』(공역)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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