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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평화를 지향하며 By : 김재한 (한림대학교) JPI PeaceNet: 20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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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4.



올림픽 평화를 지향하며




김재한
한림대학교





  올림픽은 인류 최대의 축제다. 개최 훨씬 이전부터 분위기가 고조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은 국내정치 문제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을 진작 받지 못했다. 올림픽 개최 4~5개월을 앞둔 시점에서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세계인이 평창에 모여 성대한 축제를 갖는다는 부푼 기대가 아니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평창 올림픽이 제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예컨대 지금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미디어 서밋에서 평창조직위원회는 평창 올림픽 경기보다 주로 북한 문제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고 한다. 평창 올림픽이 지향하는 올림픽 평화는 무엇이야 할까?

  올림픽 평화의 정확한 명칭은 올림픽 휴전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기원전 776년 전투를 잠시 중지하려는 목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하였는데, 이것이 올림픽 휴전의 기원 에케히리아(ekecheiria)다. 전쟁 상태를 올림픽 개최로 완화하려는 노력인 올림픽 휴전은 1,200년 이상 비교적 잘 지켜졌다. 이에는 그리스라는 공유된 정체성도 일조했다. 기원전 481년의 에케히리아는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공하던 상황에서 이뤄진 그리스 도시국가 간의 합의였다.

  1892년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은 유럽 각국이 갖고 있던 증오와 긴장을 스포츠로 해소시키려는 목적으로 올림픽 재건을 주창했다. 그러나 1896년 근대 올림픽의 창설부터 냉전의 종식까지의 약 100년 동안 올림픽은 평화는커녕 휴전조차 성사시키지 못했다. 1916년 올림픽은 독일의 호전적 성향을 억제하여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베를린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됐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되었다. 또 1940년 올림픽도 본래 도쿄에서 열리기로 되었다가 일본이 중일전쟁으로 자의반 타의반 개최권을 반납했고, 헬싱키로 개최 장소가 바뀐 후 다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결국 취소되었다. 런던에서 개최키로 결정된 1944년 올림픽 역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되었다. 제국주의 시대와 냉전 시대에는 올림픽이 전쟁을 예방했던 사례보다 오히려 올림픽이 전쟁 때문에 취소되거나 일부 국가의 보이콧으로 파행된 사례가 훨씬 더 많다.

  냉전이 종식되자 올림픽 휴전은 다시 기능하기 시작했다. 1991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고슬라비아를 제재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을 제재 수단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유엔에 요구했고 유엔은 이를 받아들였으며 내전 중인 구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선수들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

  1993년 IOC는 184개국 국가올림픽(National Olympic Committee)의 서명을 받아 갈리(Ghali) 유엔 사무총장에게 1994년 올림픽 휴전에 관한 건의서를 제출하였다. 1993년 유엔 총회는 올림픽 휴전 결의문을 121개국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후 유엔은 올림픽 경기 개최 1년 전에 올림픽 휴전 결의문을 통과시키고 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때에는 수단인민해방군(Sudanese People's Liberation Army)과 정부군 사이에, 또 조지아(Georgia)와 아브하지아(Abkhazia) 간에 휴전이 성사되었다. IOC 대표단은 릴레함메르 올림픽 경기 기간에 전쟁의 도시인 사라예보를 방문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경기 때에는 유엔과 IOC가 유엔과 이라크 정부 간의 양해각서 체결을 성사시켜 이라크 전쟁의 재발 방지에 기여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을 4개월여 앞둔 지금, IOC의 적극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IOC는 모스크바 올림픽과 로스앤젤레스(LA)의 반쪽 올림픽 이후 개최지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착시켰다. 또 올림픽 경기 초청장을 발송하는 주체를 올림픽조직위원회(Olympic Organizing Committee)에서 IOC로 변경함으로써 조직위원회의 행사라기보다 IOC의 행사라는 모양새를 갖추어 참가를 독려해 왔다.

  올림픽 헌장을 비롯한 여러 IOC 문헌에는 올림픽 경기가 국가 간 경쟁이 아니고 선수 간 경쟁이며, 또 IOC 위원은 IOC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IOC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민족통일의 가치가 IOC의 호감을 늘 받는 것은 아니다. 독일 베를린은 통일된 후 2000년 올림픽을 유치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2000년 올림픽 유치를 신청한 중국 베이징도 대만에서 일부 종목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했었지만 2000년 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했다. 8년 후 베이징은 대만과의 공동개최에 대한 언급이 없는 2008년 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고서야 개최권을 받았다. 한 국가의 통일이 주변국에 긴장과 경계심을 유발할 때에는 오히려 올림픽 유치와 개최에 불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평창의 경우, 2010년 올림픽의 후보도시가 되기 위한 평창 최초의 신청도시 파일은 참혹한 전쟁으로 분단된 강원도를 강조했다. 세계에서 중동 다음으로 화약고라고 말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평화 올림픽을 개최하여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올림픽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는 논리를 담았다. IOC의 첫 반응은 감동 그 자체였고 평창은 최종 파일에서도 분단과 전쟁을 강조했다. 그러나 IOC 위원들의 투표 결과는 캐나다 밴쿠버의 승리였다. 4년 후 동족상쟁, 민족분단, 가족이산 등 동일한 내용은 IOC 위원들 다수를 충분히 감동시키지 못했고 2014년 올림픽 개최권은 러시아 소치에게 갔다.

  평창은 북한이 거의 공식적으로 지지했던 2010년 및 2014년 올림픽의 유치에 실패한 반면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2018년 올림픽의 유치에 성공했다. 올림픽 개최에 차질을 주지 않을 남북한 화해는 올림픽 유치에 도움 되었겠지만, 남북한 통일을 위해 올림픽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북한이 통일되어 서부 비무장지대(DMZ)를 경기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신청서류를 IOC에 제출하면 하계올림픽을 당연히 유치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IOC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생각이다.

  민족이나 통일과 달리 평화에 대한 IOC나 국제사회의 호응은 결코 작지가 않다. 여러 나라의 평창 올림픽 불참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개되고 있는 올림픽 참가 홍보에서도 이를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IOC의 단호한 개최 의지가 담겨져야 한다.

  그러한 의지는 과거 몇 차례 있었다. 멀리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을 죽이고 인질로 잡으면서 경기가 한때 중단되었지만 34시간 만에 속개되어 평화 올림픽의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가까이는 서울 올림픽 때 IOC는 적극적인 개최 의지를 밝혔다. 1981년 서울이 1988년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북한은 한반도가 아직 전시 상태라는 이유로 개최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IOC는 전쟁 또는 교전상태를 공식 인정할 수 있는 경우 해당 도시에서의 올림픽을 철회 가능”이라는 IOC 헌장의 규정을 들어 전시 지역인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은 데모 등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핵무기 배치 등 전쟁위험 지역이며 북한 선수단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고, 서울만의 올림픽 개최는 영구분단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등 여러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30년이 지나 다시 한반도에서 열리는 올림픽 게임을 앞둔 지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긴장이 고조되어 있다. 평창 올림픽은 북한이 앞으로 가할 수 있는 위협의 패턴을 보여줄 시금석이기도 하다. 평창 올림픽 경기가 개최되는 기간에는 북한을 포함하여 누구든 전쟁 행위를 감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평창 올림픽 때야말로 한국을 가장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가 동반된 진정한 평화 올림픽을 평창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올림픽의 정치군사적 효과는 이 글 주요 내용의 출처인 다음 문헌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김재한, “올림픽의 평화 및 통일 효과” 『통일문제연구』 제24권 2호(통권 제58호), 2012년 하반기.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7.9.29.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2009년에는 미국 후버 내셔널 펠로우, 2010년에는 교육부 국가석학으로 선정.
Tag 평창동계올림픽, 올림픽 평화, 올림픽 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