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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장을 통한 비핵화: 한계와 가능성 By :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JPI PeaceNet: 20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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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8.



안전보장을 통한 비핵화:
한계와 가능성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의 핵능력이 날로 증대되면서 그에 대한 대응을 놓고 미·중·러가 상충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원유공급의 중단을 포함한 대북제재의 강화를 주장하며, 참수작전이나 정밀타격과 같은 군사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강화에 미온적인 것은 물론 어떠한 군사조치에도 반대하며, 오히려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북한의 안전을 도모하는 안전보장을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의 “최종화”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미·중·러는 각자가 주장하고 있는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요국의 정책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검토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우리나라는 미·중·러에 비해 국력이나 군사력이 떨어지더라도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그중 특히 중국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안전보장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중국은 미국의 위협이 북한의 핵무장을 초래하였다고 보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여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내 다수는 미국이나 한미동맹이 북한을 위협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장했다는 중국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의 속성에서 기인한 것이고, 따라서 북핵 문제의 해결은 북한의 속성이 변화되는 것을 필요로 한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체제변환(regime change)이 필요하다는 미국 내 일부의 주장이 이러한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실제 행태를 보면 북한의 핵무장이 외적 위협에 의한 결과이며, 안전보장을 통해서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수사(rhetoric)가 아니라 실제로도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서, 서구 언론의 보도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2013년 12월 우크라이나에게 제공한 적극적 안전보장 공약과 최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북중 협상을 들 수 있다.

  중국은 2013년 우크라이나가 핵공격을 받거나 핵공격의 위협을 받으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적극적 안전보장’을 약속한 적이 있다. 중국은 1994년에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한 바 있는데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더군다나 2013년 말이면 이미 우크라이나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기 시작하였을 때인데, 그런 나라에 대해서 굳이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의외의 결정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의 핵우산 제공은 혹시 북한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에게 핵우산 제공을 제안하기 전에 먼저 시범적 사례로 모범적인 비핵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올 초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약속하며 비밀리에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고 있다는 대만 「중앙통신」과 홍콩 「동망(東網)」의 보도는 중국이 진정으로 안전보장을 해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추측에 무게를 더한다.

  중국은 그동안 6자 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여 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대북제재도 그동안 효과가 없었고, 미국의 요구대로 대북제재의 강도를 더 높일 경우에는 북중관계의 손상이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도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이 핵우산을 통하여 북한을 외부로부터의 핵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면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중국이 북한과 비핵화협상을 시도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만약 안전보장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로 한다면 그러한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사태는 강대국에 의한 소극적 안전보장도 적극적 안전보장도 결국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나 주권을 보전하는 데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공격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였다. 중국은 적극적인 안전보장을 약속하였지만 러시아가 크리미아를 합병할 때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는 대신 방관하였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에 주는 교훈이 있다면 안전보장은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안전보장을 대가로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 위해서는 안전보장의 공약이 유명무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안전보장의 공약이 ‘포괄적’이고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소극적 안전보장과 적극적 안전보장의 제공을 ‘약속’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실제로 그러한 공약을 ‘이행’하여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도 북한에 대해서 적극적인 안전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극적인 안전보장은 약속하고 실제로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즉,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에는 미·중·러가 모두 참여하고 (포괄성), 안전보장의 공약은 구속력이 있어야 (신뢰성)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보장의 약속이 각서나 선언의 형태가 아니라 법률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조약으로 명문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 공약은 구속력과 신뢰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중·러가 비준하는 비핵지대조약이 좋은 방안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조약을 디자인하고, 궁극적으로 각국의 비준을 받아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매우 지난한 과제가 될 것이다.

만약 미·중·러가 포괄적이고 구속력이 있는 안전보장을 약속한다면 북한이 비핵화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북한 핵무장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 만약 핵무장이 북한의 주장대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생각대로), 미국의 핵공격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미국까지 참여하는 포괄적이고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 약속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북한의 핵무장 동기가 핵억지가 아니라면 아무리 완벽한 안전보장도 비핵화를 유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서 북한이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뒤처지면서 북한주민의 민심이 이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관심전환적인 핵무장(diversionary proliferation)을 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정권이 핵무장을 통해서 불만을 분산(diversion)시키고 결집(rally around the flag)효과를 발생시켜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였다면 안전보장은 그러한 정권유지전략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중국이 기대하는 것처럼 북한정권이 안전보장에 합의하고 비핵화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관심전환의 효과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고, 경제적·정치적 불만요인을 해결해 줄 수도 없다. 결집효과는 단기적인 것으로 국제제재가 초래하는 생활고에 의해서 궁극적으로 상쇄될 것이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시간이 북한정권을 도왔다면 앞으로는 시간이 북한정권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만약 북한정권도 이렇게 생각한다면 ‘관심전환’ 효과가 떨어지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그 대신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려고 할 것이다. 바로 그런 시점에서 북한이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비핵화를 협상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때가 금방 올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4, 5년마다 선거를 통해서 정권이 교체되고 정책이 바뀌는 민주주의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관심전환효과가 떨어지고 국제제재로 인한 고통이 증가해도 미동도 안 할 수도 있다. 오히려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나 생활고가 극한에 달한 사람들은 탈북을 하게 함으로써, 괜히 국내에 있으면서 정권에 반대하지 않게 하고 오히려 송금을 통해 북한경제를 돕게 할 수도 있다.

  경제제재는 아직도 비핵화를 낳지 않고 있고 군사적 조치는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안전보장을 통한 비핵화전략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안으로서 중요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이 수용하고 미·중·러 그리고 한국이 합의할 수 있는 안전보장의 내용과 형식을 찾아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려고 하는 동기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7.11.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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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연구실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同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UC, Berkeley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UC, Davis, University of Washington, 이화여자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에서 강의. 핵전략, 안보협력, 공공외교가 주요 관심분야이며, “한국형 공공외교 모델의 모색: 정책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과학적 공공 외교”와 “핵폐기 사례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함의와 한계” 등의 저술이 있음.
Tag 비핵화, 안전보장, 북핵 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