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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한미 정상회담 By : 김연호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 JPI PeaceNet: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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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17.



[편집자 註] JPI PeaceNet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이수훈 고려대학교 일민국제연구원 연구교수의 기고문과 김연호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기고문을 차례로 발행한다. 북핵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한미FTA 의 재협상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25년 만에 이루어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주는 의의와 성과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시각을 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미국에서 본 한미 정상회담




김연호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
USKI Washington Review 편집인





                                   <목차>

      1. 미국의 우려: 예방타격 가능성과 대통령의 전쟁권한
      2. 대북 초강경 수사 자제, 안보공약 재확인
      3. 누그러진 공세적 통상 관련 발언
      4. 중국 변수


1. 미국의 우려: 예방타격 가능성과 대통령의 전쟁권한

  미국 조야는 지난 6월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문 대통령의 ‘대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문 대통령이 무리하게 햇볕정책을 부활시키려 한다면 한미 대북 공동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망하면서 제재 보다는 관여에 방점을 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미국 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상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조건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하는 등 공고한 대북 공조체제를 재확인함으로써 한국 새 정부에 대한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번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미국 조야의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실 한국에서 ‘4월 한반도 위기설’이 비등할 당시만 해도 미국 전문가들의 반응은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아무리 예측불허의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북 선제공격은 정책 옵션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7월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을 시험발사하면서 미국 조야에서는 선제타격을 넘어 ‘예방타격’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됐다. 미국 본토가 실질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과정을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북한이 오늘밤 ICBM능력을 증명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같은 질문들이 워싱턴 정책서클에서 제기되면서 이른바 ‘레드 라인’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재연됐다.

  여기에 더해 ‘화염과 분노’ ‘군사적 옵션 준비완료’ ‘북한 완전파괴’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발언과 ‘괌 타격’ 등 북한의 호전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대북 강경론자들 사이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판으로 인한 미북간 확전과 핵전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을 개정해서라도 대통령 개인의 충동적 결정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한 위협을 남발해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한데 그치지 않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청문회에 출석시켜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수행 권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전 언론브리핑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조치도 취할 것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과연 어느 정도 수위의 대북 (돌출) 발언을 하고,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 미국 조야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었다.


2. 대북 초강경 수사 자제, 안보공약 재확인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언론과 조야의 관심은 양국이 공동으로 채택한 문건보다는 트럼프의 ‘입’에 집중됐다. 이번 회담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트럼프가 대통령답게 행동했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초강경 발언을 남발해 ‘8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유화정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지만,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발언을 극도로 신중하게 하고 연설문 원고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CNN 등도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자극적이고 조롱섞인 발언이 없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아직도 대북 직접 협상을 ‘시간 낭비’로 여기냐는 공동 기자회견에서의 질문에, 평소 트럼프답지 않게 절제된 태도로 무력사용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북한의 협상 복귀 가능성마저 시사한 사실이 큰 주목을 받았다. ‘4월 위기’ 직후 “김정은은 꽤 영리한 친구” “김정은과 만난다면 영광”이란 다소 엉뚱한 말로 북한과의 빅딜을 희망한다는 속내를 드러냈던 트럼프를 상기시킨 대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과 안보공약을 어떤 식으로 재확인할지도 미국 조야의 관심사였다.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지난 5월 NATO 정상회담에서는 집단안보 공약을 재확인하지 않아 큰 파문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국무국방장관이 동맹국들을 상대로 ‘재확인 순방(reassurance tour)’을 하면서 뒷수습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행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진중하면서도 강력한 안보공약 재확인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군사행동을 제외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필요하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군사력을 총동원해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전까지 거론되던 예방타격의 우려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당히 불식됐지만, 대북 선제타격의 가능성마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시험하지도 말라”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공격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미국 도시들이 파괴 위협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레드 라인’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경고는 잠재적인 무력충돌의 위험을 여전히 시사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한국 방문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를 강조하면서도 대북 협상의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본격적인 대북 관여의 문턱이 상당히 높을 것임을 시사한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북한이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도록 돕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미사일 개발 중단과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그 출발점으로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북한인권이 언급된 사실도 주목을 끌었다. 북한 인권문제는 여전히 미국 조야의 주요 관심사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상근직, 대사급)가 지난 1월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는데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이 북한인권특사를 겸임할 것이라고 의회에 통보해 공화민주 양당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불량정권’으로 규정하고 독재와 우상숭배, 노동자 착취, 정치범 수용소, 종교탄압, 외국인 납치, 외부정보 차단 등 북한인권 문제를 비교적 상세히 열거하면서 강력하게 비판한 사실은 미국 조야의 보수인사들에게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에 기초해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한 만큼 김정은을 직접 겨냥한 이전의 자극적인 발언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3. 누그러진 공세적 통상 관련 발언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지난 6월 회담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불균형’ 발언이 이어졌다. 지난 6월에는 한미 FTA 재협상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자동차와 철강 부문을 직접 언급하면서 한국의 ‘불공정 무역’을 여과없이 비난했다. 당시에는 북핵과 사드 배치 등 안보현안이 정상회담의 주요 어젠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공세적 발언은 당초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북한과 통상이 키워드라는 데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관련 발언들은 지난 6월에 비해 상당히 순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문제를 집중 거론했고, 캠프 험프리의 막대한 건설 비용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투입된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캠프 험프리 방문을 통해 한국의 막대한 방위비 분담 실상을 확인할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당초 기대를 벗어난 발언이었다. NPR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미국산 무기 구입을 강조하자 각각 ‘최고 무기상(Arms Merchant in Chief)’ ‘미 방위산업의 최고 세일즈맨(American defense industry’s chief salesman)’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비판했다.


4. 중국 변수

  통상 문제에 관한한 이번 트럼프 아시아 순방은 대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북핵 문제가 엄중한 시기에 여전히 안보와 통상을 연계함으로써 미국이 세계질서의 리더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에서도 2천5백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약속을 받아냈지만 양해각서 성격인만큼 구속력이 없고 실제 이행시기도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자통상협정을 기피하면서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른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양자 통상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경제민족주의자들이 득세하는 한 이 구상이 실제로 이행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 구상이 과연 중국 포위전략으로 이어질지는 계속 지켜볼 일이다.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도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의 원인을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보다는 과거 미 행정부의 실수로 치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대북제재 협력에 대해서도 강력한 요구를 하지 못하고 중국의 눈치만 보고 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 체제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에 대한 한중간의 이른바 ‘3 NO’ 원칙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미국 조야에서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이후 한국이 세심하게 관찰해야 할 이슈들이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7.11.1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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