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ENGLISH
- 정기간행물 - JPI PeaceNet
JPI PeaceNet
한·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에 바란다 By : 오은경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 /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장) JPI PeaceNet: 2017-65
PRINT : SCRAP: : FILE : (다운로드 : 호) (조회 : 4319)

2017. 11. 22.



한·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에 바란다




오은경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장





새 시대를 여는 두 대통령의 만남

  ‘신정부 출범’은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과 기대를 선물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작년 12월 미르지요예프(MIRZIYOEV) 대통령을 중심으로 신정부가 출범했다. 초대 이슬람 카리모프에 이어 2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으로 취임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11월 22~25일 한국을 방문한다. 미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회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롭게 출범한 한국 정부가 우즈베키스탄 정상과는 어떤 미래 구상을 논의할지 기대된다.


멀리 있어도 가까운 나라,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된 후 독립한 신생국가이자 중앙아시아의 중심 국가이다. 한국과는 1992년 수교를 맺었으며 2006년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수립되었다. 양국은 길지 않은 시간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짧은 수교의 역사지만 급속도로 관계 진전과 상호신뢰 구축이 가능했던 것은, 이미 수천여 년 실크로드 이전 상고시대부터 시작된 교류를 통해 문화와 소통의 장을 함께 일구어 나갔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흔적은 고도(古都) 사마르칸트에 있는 아프라시압 벽화 속 고구려 사신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즈벡인들이 쓰는 언어 또한 우리와 같은 알타이어군에 속한다. 더구나 우즈베키스탄에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많은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이 독립하자 수많은 민족들이 떠났지만 고려인만이 떠나지 않고 이 땅을 지키고 있다”며 고려인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고 한다. 80여 년 전 연해주에서 강제이주를 당해 우즈베키스탄 땅에 버려지듯 정착해야 했던 고려인들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공식적으로 수교를 맺기 전부터 한민족의 우수성과 근면함을 그들에게 알려주며, 공동체의 주역이 되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황무지를 농장으로 일구어 탁월한 식량생산성으로 공로를 인정받은 김병화 농업영웅이다. 우즈베키스탄에만 약 18만 명이 살고 있는 고려인들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가교(架橋)가 되어주고 있다. 고려인들의 ‘짐치(김치)’는 우즈벡인들의 입맛까지도 바꾸어 놓았을 정도로 우즈벡 문화에 깊숙이 침투하였다. 우즈베키스탄에는 한류가 있기 전에 고려인들이 있었다.

  K-pop, 드라마, 영화와 같은 한류의 흐름을 타고 한국어 열풍도 대단하다. 아마도 지구 상에서 한국 사람이 우즈베키스탄에서만큼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타쉬켄트에서 생활하다 보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우즈벡인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양국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양국은 이미 경제 분야에서도 상호 윈-윈 원칙하에 경제협력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수르길 가스전 프로젝트(39억 달러)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가스액화사업, 칸딤 가스전 개발, 탈리마잔 발전소 현대화 사업, 고속도로 건설, 전기검침 현대화 사업 등 주요 협력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 다변화 및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첨단기술과 경제발전 경험을 보유한 대한민국을 가장 강력한 협력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다. 수교 이래 13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양국 정상 간 상호방문과 이슬람 카리모프 초대 대통령이 한국 정상들과 가졌던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인프라 분야 협력은 물론 ICT, 보건의료, 방산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우즈베키스탄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심화 확대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강화와 한반도 평화통일 구축 및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현을 위한 지지 확보에 주력하여 왔다.


우즈베키스탄에 부는 새로운 바람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은 독립 25년 만에 새 대통령을 맞이하여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을까. 작년 12월 출범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은 공화국 발전을 위한 5개년(2017~2021) 개발계획의 전략과 방향을 발표하였다. 그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일 것이다:

  우선, 상호호혜적인 외교 정책하에 국제사회의 원칙과 질서를 수호할 것임을 강조했다. 타국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하면서 평화적인 국제질서를 조성하는 데 협조하는 모범적 국가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최근 우즈베키스탄은 북한 핵 도발에 대한 규탄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북핵 문제 위기에 직면한 한국 정부에게 우즈베키스탄과 같이 위기상황에서 지지해 줄 수 있는 우방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새로운 지역정책으로써, 우즈베키스탄이 중앙아시아에서 평화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하나의 과거와 공통의 미래, 지속 가능한 개발과 번영을 위한 협력’이라는 슬로건을 발표하였다. 우즈베키스탄 인구는 3천2백만 명으로 중앙아시아의 절반을 차지하며, 지정학적으로도 중앙아시아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큰 나라이다. 미르지요예브 대통령은 지난 9월 키르기스스탄을 국빈방문(9.5~6)하고, 국경지역 지방정부 주지사 협의회의 창설을 제안했다. 더불어 수자원 문제, 안디잔-오쉬-카쉬가르 자동차 도로 건설,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연결 철도 가속화 등을 협의하였다. 오랫동안 국경을 공유하고 있지만 먼 나라로 존재했던 타지키스탄의 두샨베와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 두 도시 사이에 올해부터 직항이 재개된 것도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국경 문제로 갈등의 소지가 되었던 키르기스스탄 및 타지키스탄과의 긴장 완화와 화해 분위기 조성을 통해 주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비즈니스 협력 관계를 굳건히 하겠다는 미르지요예브 대통령의 의지는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해 있는 여러 한국기업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하는 지점이다. 지정학적으로 중앙아시아 심장부에 있기 때문에 패쇄적인 정책을 쓸 때에는 많은 한국기업이 물류와 유통에 있어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바다와 항구로 연결되는 육로가 확보되면 그만큼 물류 비용도 절감되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한국 혹은 우즈베키스탄 현지 공장에서 유럽이나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효과가 있다.

  세 번째는 최상의 기업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약속이다. 과거 우즈베키스탄은 패쇄적인 국가 주도형 경제체제를 고수함으로 인해 기업인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개방과 자유 경쟁 경제시스템을 만들고, 주요산업의 현대화와 다양화를 추진하며, 외국 기업인들의 경제활동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한 것이다. 미르지요예브 대통령은 이러한 전략적 국가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로 다양한 외교채널 확보와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과거 수십 년간 다소 긴장관계에 있던 터키를 국빈방문(10.25~26)하고 에너지 시설, 도로, 섬유 공장, 건자재 공장, 식료품 공장, 건설 등의 분야에서 35억 달러에 상당하는 35개 대형 프로젝트 문건을 체결하고, 비자 간소화를 약속하였다. 이러한 우즈베키스탄의 변화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게 있어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한국 정부에게 바란다

  우즈베키스탄 신정부의 새로운 방향성 제시나 움직임에 발맞추어 한국 정부는 어떤 논의를 이끌어갈지가 주목된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전략과 그림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전 정부가 한반도가 나아갈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리셋이 절실하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맞물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요청이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북한의 4차 핵실험 감행 이후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을 계기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사실상 중단되었고, 방향을 잃었다.

  이제 이 시점에서 유라시아를 터키에서 중앙아시아를 지나 대한민국까지 연결하는 “투르크 벨트”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으로 “투르크 벨트” 라인을 가동시켜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상생하는 협력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터키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여러 투르크 국가들은 중국과는 오랜 역사를 통해 실크로드 주도권을 두고 다투어 오던 경쟁국들이다. 러시아와도 구소련체제하에 오랜 시간 지배를 경험한 관계이다. 정치, 경제적으로는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왔다고 하더라도, 이들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과의 민족적 정서는 그리 정겹지 않다. 반면에 한국과는 역사적으로 한 번도 갈등을 겪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깊은 친연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에 치여 다양한 외교적 채널 확보가 시급한 현실에서 한국은 역사적인 오랜 우방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외교 인프라와 상설협력기구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투르크 벨트 국가들은 러시아와 중국과의 긴장 속에서 대한민국에게 중요한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우방이 될 수 있으며, UN 등과 같은 국제기구와 국제무대에서 한결같은 협력관계가 되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이다. 우즈베키스탄 미르지요예브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한국 정부 “편들기”에 나섰던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중앙아시아 육로로 연결해서 해상으로 끌어내겠다는 구상은 한국 정부가 동참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이다. 올해 5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있었던 ‘일대일로 국제회의’에는 러시아, 터키,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해 28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그러나 한국은 배제되었다. 북방진출의 꿈이 거의 좌절되다시피 한 현재 한국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일대일로’와 북방물류체계가 본격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제안한 도로건설은 한국에게도 출구를 제공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상생과 협력이라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한다면 북핵 위기에 직면한 한국이 북방 유라시아 진출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한-중앙아시아 협력 포럼(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및 사무국’을 투르크 벨트 국가로 확대하여 ‘한-투르크 벨트 협력 포럼’으로 재편성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그런데 양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하고, 관련 인력 양성과 인적 자원 활성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에는 투르크 벨트 국가 진출을 위한 전문가 양성 노력이 미흡하여 관련 전문가의 수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에는 전문적인 투르크 관련 학과를 설치한 대학교가 한국외대뿐이다. 세계에서 경제 10위권인 한국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투르크 관련 전문가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인적 자원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간 교육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 많은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이 수준 높은 교육 콘텐츠와 테크놀로지를 제공받고자 한국 유학을 희망한다. 이런 학생들을 한국에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 대학의 우즈베키스탄 진출과 분교 설립을 허가 및 지원한다면 양국 모두에게 더욱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구절벽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한국 사립대학으로서는 교육서비스를 국제화하고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출구를 얻게 될 것이고,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게는 유학을 하지 않아도 한국 대학교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 윈-윈 전략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관료주의의 높은 벽을 넘고 한국의 사립대학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여 교육 사업을 벌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어려운 난국 속에서 외교 채널 다양화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멀리 있지만 가까운 우방 우즈베키스탄과 더불어 새 시대, 새 역사를 함께 쓰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7.11.21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이자 유라시아투르크 연구소장.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터키 정부 장학생으로 초청받아 국립 하제테페 대학교에서 터키문학과 비교문학으로 문학박사(Ph.D) 학위 취득, 한국학 중앙 연구원에서 박사후과정(Post-doc), 우즈베키스탄 국립학술원에서 우즈베크 구비문학과 민속학, 비교문학으로 우즈베키스탄 최초로 인문학 국가 박사학위(Doctor of Science,professorship)를 취득.
주요경력으로, 문화방송 MBC 터키 통신원, 터키 국립 앙카라 대학교 외국인 전임교수, 우즈베키스탄 니자미 사범대학교 한국학 교수를 역임하고, UNESCO Category 2기관인 아태무형문화센터 자문위원,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평가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터키·우즈베크 문학·이슬람여성·비교문학·중앙아시아 투르크 민족의 구비문학·정신분석학이며, 주요 저서로, 『터키 문학 속의 한국 전쟁』, 『20세기 페미니즘 비평: 터키와 한국 소설속의 여성』(터키어), 『주몽과 알퍼므쉬의 비교연구』(우즈베크어), 우리말로 『베일 속의 여성 그리고 이슬람』,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정신분석으로 보는 여성, 전쟁, 테러, 이슬람』을 썼으며, 주요 역서로 야샤르 케말의 『독사를 죽여야 했는데』 『바람 부족의 연대기』 , 『의적 메메드 1,2』, 무라트 툰젤의 『이난나: 사랑의 여신』, 하칸 귄다이의 『데르다』가 있으며 『고은의 만인보』 『고은 시선』을 터키어로 옮겼다. 계간 《아시아》의 <터키문학 특별호>, <이스탄불 특별호>를 공동 기획하는 등 투르크 국가들의 문학작품과 문화를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Tag 한-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 투르크벨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