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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을 할 수 있을까? By :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JPI PeaceNet: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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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29.



EU는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을 할 수 있을까?:
외교의 충분조건과 군사적 개입의 필요조건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목차>

      1. 미-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
      2. 예비적 조건
      3. 군사적 선택으로 가는 길
      4. 마무리


1. 미-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

  장-자크 루소의 표현을 빗대자면 한반도는 지금, 비록 ‘전쟁’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전쟁 상태’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1) 지난 8월 5일 미국의 맥 마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사흘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이 계속될 경우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맞서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2) 그러자 북한은 같은 날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륙 간 탄도 미사일 화성 12호로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괌 주변에 포위사격을 할 수도 있다고 맞대응하였다. 그리고 9월 3일, 마침내 북한은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같은 달 19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을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군사 옵션이 있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였고,3) 트럼프 대통령은 UN총회 연설에서 “우리 스스로와 동맹국의 안전을 위해 북한을 완전파괴할 수 있다(totally destroy North Korea)”고 발언하였다.4) 9월 23일 미국의 전략 폭격기 B-1B랜서가 F-15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동해안 국제 공역을 비행하자, 이틀 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UN플라자 호텔에서 “트럼프의 행동은 선전 포고”라고 분개하였다.5) 격하게 주고받던 양측의 설전은 11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과 북한의 도발이 잠잠해지면서 숨고르기에 들어선 듯하지만, 같은 시기 미국 항공모함들이 동해에서 동맹국들과 해상 훈련을 함으로써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6)

  한반도 주변 4강이 북한의 도발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들 못지않은 강력한 힘과 의지를 가진 EU의 태도다. EU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이슈와는 성격이 다른 안보 문제 — 테러리즘, 북아프리카 및 중동 불안, 난민, 분리·독립 — 에 직면해 있다. 또한 지정학적 거리감으로 북한발 핵위기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EU는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위기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8월에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미국의 대북군사옵션’에 대한 입장 발언이 있었고,7) 9월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이란과의 협상 경험을 인용하였다.8) EU 수준에서 볼 때, 2017년 8월~11월 중순 기준 대외관계청(EEAS)이 발표한 성명 및 언론 보도자료 중에서 북한이 언급된 공식 문건만 23건에 이른다. EU는 북한의 핵실험 및 핵확산 위협에 대하여 수차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을 뿐 아니라 북한의 인권 탄압을 주시하고 있으며 경제 제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EU는 한반도 위기에 관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북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외교적 해법은 충분히 구사하고 있는가? 그뿐 아니라 군사적 옵션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은 그만한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만약 그들이 군사 전략을 사용할 경우 그 가능성은 어떻게 드러날 것인가?


2. 예비적 조건

  대외정책에서 군사작전은 최후의 선택지이다. 하물며 단일 국가가 아닌 EU가 한반도 유사시에 군사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검토해야 할 조건들이 훨씬 많다.

  첫째, 군사적 수단은 외교적/경제적 수단 이후에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점을 EU는 명확히 알고 있다. 평화유지활동이든, 경찰력이든 군사적 선택으로 가는 길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사전에 외교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예비 조치들이 충분히, 적절하게 취해졌는지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어떤 규범적 조치도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없애거나 줄이는 데 무의미하며 오직 군사적 수단만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유럽을 포함한 세계의 안정을 위한 해법이라는 총의(consensus)가 따라야 한다.

  둘째, 군사적 수단을 고려할 때, EU는 다시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하나는, EU가 충분한 군사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여기에는 물질적 조건(예산, 병력의 구성, 그리고 지휘 및 작전 수행 매뉴얼)과 비물질적 조건(원칙, 정치적 의지)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내부 조건(실무적 관리 능력)과 외부 조건(국제사회에서의 정당성 확보와 지지)으로 다시 세분화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EU의 군사적 수단이 채택 가능해졌을 경우라도 이를 실천으로 옮기려는 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EU의 작전 수행 경험, 한국이나 미국 등 관련국과의 협력 수준, 그리고 제3국과의 협력 가능성, 정치 지도력 등에 따라 변수를 낳게 된다. 또한 군사작전 완료 후의 손익 계산과 작전 이후 예측되는 명성효과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3. 군사적 선택으로 가는 길

  1) EU의 대북 외교: 징벌적 접근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EU의 공식적인 대북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UN에서 취해진 대북 결의안(1718) 및 그 후속 결의안들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고, 둘째는 역시 UN에서 취해지는 대북 인권 조치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먼저, EU는 UN이 취하고 있는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자동 실천 조치(autonomous measures)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UN안보리 결의는 EU에 자동 적용된다. EU의 대북정책 중에서 적어도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해서만큼은, ‘UN화(UN-ization)’되어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EU는 2007, 2013,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각료 이사회(The Council) 수준의 대북 제재 조치(2차례의 결정, 1차례의 규칙 제정)를 취하여 UN의 조치를 보다 구체화하였다. 이들 조치는 크게 수출입 품목 제한, 금융거래 제한, 이동 수단(transport)의 제한 등으로 구분되며,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 및 북한인들의 거주 등도 제한하고 있다.9)

  한편, EU는 2005년 이후 매년 일본과 함께 UN에 대북 인권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게다가 2013년부터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단순히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권고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등 관찰과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EU 대북 외교 조치가 성공적인지는 의문이다. 2006년 이후 EU의 대북외교는 UN의 결의로 수렴되거나 혹은 UN을 통한 접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즉, 창의적 접근은 안보인다. 앞서 언급된 조치들을 고려해 볼 때 규범적 수준에서 EU는 충분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오로지 징벌적 성격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EU의 제재와 인권 개선 요구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규범 행위자로서 적절할지 모르나, 외교의 내용이 그것만으로 채워져 있다면 그것으로 외교적 수단이 충분히 구사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징벌적 접근은 정의(正義)관에 입각해 판단될 수는 있으나, 한편으로는 외교의 폭과 미래 전략을 스스로 제한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범적 책임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는 여전히 선택의 공간에 남아 있다. 예컨대, 1997년 KEDO의 경수로 사업 참여와 2001년 이후 봇물처럼 시작된 북한과의 수교처럼 교류와 대화의 외교가 주었던 경험이 어떤 조건 속에서 등장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EU에게는 그들과는 다른 지역의 “특수한 지리적, 주제별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주는 길잡이(pathfinder)로서의 책임이 필요하다.10) 그러한 책임은 정치적 감각과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향후 EU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규범적 책무와 더불어 정치적 책무를 어떻게 외교력으로 보여줄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이는 그동안 EU의 외교가 규범적으로 충분했던 것을 넘어 정치적으로 충분함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조건이 된다.

  2) 군사적 수단의 고려

  외교적 해법의 빈 공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EU가 군사적 선택을 전혀 고려치 않을 것이라고 미리 단언할 수는 없다. EU는 국제사회에서 경제, 사회, 문화뿐 아니라 정치와 군사 부분에서도 이미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U는 이미 2000년 이후 수많은 평화유지 활동 임무와 군사작전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EU가 아무런 군사활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관심하기보다 그들이 국제사회에서 안보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기대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물질적/비물직전 조건을 먼저 살펴보고, 이어서 이행 가능성의 조건들을 구분하여 살펴본다.

  (1) 물질적 조건
  물질적 조건은 방위 예산, 병력의 구성, 그리고 작전 단계 등에서 EU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따라 가늠된다. 더구나 EU는 단일 국가가 아니라 통합 과정이 진행 중인 지구상의 유일한 특수정치공동체다. 따라서 글로벌 단일 행위자로서 자리매김하려는 브뤼셀의 관리들은 그들의 존재감을 재현시키면서 이에 대한 평가를 끊임없이 내놓는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는 그들의 실천적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
  첫째, 유럽은 예산상으로나 기술적으로 지구상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버금가는 군사 역량을 가진 행위자다. 금액으로 보자면, 2016년 기준 EU 주요 7개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액은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러시아나 일본을 훨씬 앞선다. 세계 2위 방위비 지출국인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 세계 국가 중 군사비 지출이 의미 있게 늘고 있는 곳 역시 미국, 중국과 더불어 유럽을 꼽는다.11)



  보다 의미 있는 것은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 중 유럽 국가가 5개국(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거래량을 모두 합쳤을 경우 세계 무기 거래량의 25.5%를 차지하여 미국(30%)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에 이른다.12)
  둘째, 글로벌 행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EU는 통합 군사력의 구축을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EU가 군사 옵션을 실제 가능한 것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 혹은 장롱 속 설계도에 불과한 것인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EU는 리스본 조약 TEU 42조 6항에 따라 상설군사 조직을 구축 중이다. 대표적으로 2007년에 창설된 각 1,500명으로 구성된 18개의 ‘EU전투단(EU Battlegroup)’은 상비군을 예비하는 시험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통합군 창설과 운영은 향후 전개될 미래의 도전 — 테러리즘, 중동 및 아프리카 위기 — 에 대한 준비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핵, 장거리 미사일, 화학무기 등 북한발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이 글로벌 차원의 도전으로 판단될 경우, 이는 EU가 외교안보 및 군사정책을 재점검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NATO의 예산 편성 논란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는 EU는 최근 독자적인 방위군 운영에 보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개 EU 회원국 중 23개국은 11월 13일 브뤼셀에서 모여 공동군대(European Army) 창설에 합의하고 2020년 이후 매년 5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여 군대의 해외 훈련 허브를 구축하고 최첨단 무기 구입을 지원하기로 하였다.13)



  셋째, 예산과 편제에도 불구하고 EU가 군사력에 대해 의심받는 것은 실전에서 전투단보다는 개별 프로그램에 따라 설치된 특별군이 군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EU는 특별군을 일관되게 운영할 조직과 지침을 두고 있어 효율성 누수를 막고 있다. EU의 임무 추진 매뉴얼에 따르면, 우선, 각료 이사회와 모든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군의 활동(missions and operations) 개시에 관한 결정이 내려진다. 이어서 그 결정에 따라 모든 병력과 병참은 회원국들이 제공한다.14) 그리고 그 임무는 각료 이사회와 외교 대표의 권한 아래 두되 각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정치안보위원회가 구성되어 단계별 작전을 통제하며 전략 방향을 정한다. 작전과 활동은 단일 지휘체계에 따르지만, 특별군인 만큼 각 임무마다 사령관은 별도로 정해진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다음 절에서 보듯이 EU의 군사활동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2) 비물질적 조건
  만약, EU가 북한의 핵위협을 유럽의 외교안보 이슈로 진지하게 다루고자 한다면, 그 근거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첫째, 가장 거시적으로 보자면 우선 리스본 조약의 TEU 29조에서 찾을 것이다.15) 동 조약은 EU가 안보 차원에서 ‘지역적 혹은 주제별 특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고, 회원국들은 EU의 입장(positions)을 따를 것(conform)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동아시아의 한반도 위기는 지역적 조건이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실험 및 확산 위협은 특수 문제로서 충분한 검토 대상이 된다.
  둘째, 중범위 혹은 미시적으로 보면, EU는 공동 안보 방위정책과 관련하여 다룰 수 있는 분야를 정책 아젠다로 제시하고 있다. 목표는 유럽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외부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인도주의적 구조, 분쟁 예방 및 평화유지, 위기관리를 위한 병력파견, 공동군축, 군사교관 제고, 분쟁 이후 안정화 조치 등으로 드러난다.16) 말하자면, 군사력이 단지 전투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억지를 위한 평화유지 등 다양한 활동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도 EU의 대북정책은 인권 개선 요구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에 집중되어 있다. EU의 군사력이 한반도에 사용될 경우 그것은 전투 행위가 아닌 다양한 분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U는 평화유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가장 많이 한 행위자이기도 하다. 2003년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첫 경찰력을 투입한 이후 EU는 지난 15년간 공동안보 및 방위정책(CSDP)을 실현하기 위해 3개 대륙에서 34개의 작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중에서 민간 작전이 아닌 순수 군 작전은 11개에 달하며 6개 작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17) 한반도 유사시 EU의 역할이 드러날 수 있는 예(例)가 된다.
  셋째, EU의 제3국과의 협력의지가 중요하다. 다만, 이는 상대와 어떤 협력적 관계인지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변이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파트너십을 맺고 있느냐, 책임 분담의 여력은 어디까지 나눌 것인가에 따라 다르다. EU는 그들의 군사활동에 제3국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EU가 18개국과 맺은 ‘참여협정(Framework Participation Agreement: FPA)’은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한 공동의 협력을 의미한다. 2014년에 체결(2016년 발효)된 ‘한국-EU 간 위기관리활동협정(agreement of crisis management operations)’도 이 중의 하나다. 이는 리스본 조약 TEU 21조에 따른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위하여 제3국과의 협력을 규정한 조항에 의거한 활동이다. 여기에는 또한 안전보장(2항 a)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안보에 관한 해석이 폭넓게 해석될 경우, 지역 안보 수호에 관한 양측의 협력이 가능해지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물론 위기관리 협정은 EU의 활동에 한국이 참여하는 형식을 띠고 있으므로18) 한국은 보조자에 머문다. 실제로 동협정은 EU가 주도하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한국의 참여가 주된 원인이었고 문건의 내용도 공동작전 시 재원 분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EU가 수행하는 군사작전을 양측이 함께 할 여지를 두었다는 것은 안보분야에서 공통의 눈높이를 가지고 있으며, 다음 단계의 군사적 협력을 보다 쉽게 하는 지지대가 됨을 의미한다.

  3) 실천의지

  만약 EU가 한반도를 안보위협의 중요대상으로 보고 군사작전을 수행할 자원과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실천의지가 없다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실천의지는 경험을 통한 자신감에서 많은 것을 얻으므로 EU가 한반도에서 작전을 수행할 경우 어떤 경험을 토대로 전략을 짤 것인지도 선택의 관건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관계의 당사자인 미국과의 연합훈련을 한 특수한 경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제3국에서 평화유지 등 작전을 수행한 일반적 경험이다.

  (1) 연합훈련
  EU 회원국 중 22개국은 동시에 NATO 회원국이기도 하다. 때문에 EU 회원국과 NATO의 중심국인 미국과의 연합훈련은 드물지 않게 열리는 데 〈표 2〉와 같다.



  이들 훈련의 대부분은 유사시 혹은 대(對)러시아 방어를 위한 중동부 유럽 국가의 전력 증강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한반도 유사시와 같은 원거리 지역에 대한 군사력 파견과는 큰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연합훈련은 장비와 지휘체계에서 군사적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을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공동작전에 대한 경험과 실천의지를 높인다. 예컨대 매년 실시되는 콤바인트 엔데버(Combined Endeavor) 훈련은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상호호환성을 점검하는 훈련이다. 여기에는 지휘—전달—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 등 협력과 관련된 모든 수단들이 훈련의 대상이 된다. 올해 3월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실시된 얼라이드 스피리트(Allied Spirit) 7차 훈련은 NATO 회원국과 협력국가 등 총 15개국에서 3,000명 이상의 자원이 훈련에 참여하였는데, 이 훈련의 목적 역시 야전 운영에서 상호호환성의 점검이었다.

  (2) 몇 가지 사례
  〈그림 1〉에서 본 것처럼 2000년대 이후 EU의 해외 군사작전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이 중에서 비교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EU의 작전은, 2003년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개입(일명 Artemis 작전)이다. 2차 내전이 끝난 콩고는 우간다군이 물러난 북서부 지역에서 군벌들이 이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민간인을 비롯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주민들의 인권이 유린되었다. UN은 결의안 1484호를 채택하여 이 지역의 난민 캠프와 공항 등을 방어하기 위해 다국적군의 편성을 요청하였다. EU는 프랑스의 지휘 아래 6월 12일 2,000명의 병력을 콩고의 북동쪽 부니아(Bunia)에 파견하여 사태를 수습하였고 동년 9월 후속 임무를 UN에 이양하였다. 무엇보다 이 작전이 의미를 갖는 것은 ‘인도주의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의 성공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또한 EU가 미국 및 NATO의 자원에 의지하지 않고 전적으로 자신들만의 힘으로 군사 개입 작전을 펼쳤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EU의 군사활동에 관한 예산 편성, 지휘부 구성, 작전 운용 등에서 큰 경험적 성과를 안겨 주었다.19)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유럽과 한국도 최근 연합훈련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20) 2017년 2월, 아덴만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의 4천4백 톤급 최영함이 소말리아 해안에서 EU의 NAVFOR와 작전(작전명 Atlanta)을 수행한 것이다.21) 이 작전은 UN안보리 결의 1373, 1838, 1846, 1851 등에 따라 2008~18년 동안 실시되는 해적소탕 작전의 일부였다. 내년에도 한국군의 참여 가능성이 높으며,22) 또한 양국 간 맺어진 위기관리 협정 발효 후 실전 적용 사례이기도 하다. 이 작전의 평가 결과에 따라 EU와 한국군 간의 향후 과제도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한국군-EU군의 군사훈련이 시도되었다는 것은 해적소탕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EU가 아시아에서 위기관리 협정(FPA)을 맺고 싶어하는 가장 적극적인 국가가 한국 외에 일본이라는 사실이다.23) 오히려 일본이 FPA 체결에 소극적이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아프리카의 해적소탕 작전에 수차례 참여하여 EU와의 군사협력에서 큰 장점을 찾지 못할 뿐 아니라, 자위대의 성격에 비추어 EU와의 군사협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24) 그러나 일본의 안보 관심사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해양안보라는 점은 EU와의 관심사와 일치하므로 주시해야 한다.


4. 마무리

  EU의 대북정책은 제제와 압박을 기조로 하되, 외교적 해법을 가장 최우선의 정책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향후 한반도 위기의 전개에 따라 외교적 선택뿐 아니라 군사적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군사적 선택이 가능해지더라도 공세적 접근보다는 안정화에 주목할 것이다. EU의 외교적 선택과 군사적 선택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11월 7일 워싱턴 DC를 방문한 모게리니 EU고등외교 대표는 NATO가 주목해야 할 협력의 범위로 사이버 안보, 복합형 위협(hybrid threats), 해양안보, 시리아 위기를 언급하면서, 마지막에는 북한의 핵위협에 깊은 우려를 표하였다. 물론,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대북정책에서 EU의 외교적 해법이 실천적으로 무엇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오로지 징벌적 접근으로 단선화되지 않는 정치적 접근이 필요하다. EU는 지난 2015년 6월 평양에서 제14차 정치대화를 진행한 바 있다. 대화 내용이 상세히 무엇인지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지속적인 접근은 EU외교의 빈 공간을 채우는 노력으로 향후 지속될 필요가 있다.

  둘째, EU의 외교안보 지침은 철저하게 UN과 공유하고 있다. 즉, 평화유지 활동 및 인도주의적 개입을 포함한 EU의 글로벌 안보 전략은 UN의 결정과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UN을 통한 정당성 확보는 EU의 외교적/군사적 선택의 중요한 잣대다.

  셋째, 글로벌 차원에서 EU의 외교안보 역량과 개입 범위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이는 자원, 지휘체계, 경험과 성과, 실천의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착되고 있다. EU는 이미 아프리카 및 중동의 안보 위기에서 평화유지자의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가와의 상호호환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위기뿐 아니라 동아시아 및 기타 지역의 정세불안이 글로벌 차원의 안정에 도전이 된다고 생각할 경우, EU는 자신의 책임을 그곳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넷째, EU가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는 전적으로 대량살상무기(WMD)의 개발 및 확대와 관련이 있다. 2016년 6월에 발표한 “외교안보에 관한 EU의 글로벌 전략”에서는 한반도 위기를 ‘핵확산의 금지(non-proliferation)’로 간명하게 표현한바 있다.25) 바꿔 말하면, WMD와 관련된 것이라면 계속 주시하면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무기의 개발과 도입은 그 주체가 한국일 경우라도 EU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는 핵을 이용한 억지력 증강 논란이 실천될 경우, EU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섯째, 한반도 위기와 관련하여 군사작전을 적극적으로 미리 고려하는 EU의 지도자는 아직 없다. 모게리니 고등외교 대표는 NATO와의 관계 재설정에 집중하면서 EU의 독자적 방위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한반도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다. EU 지도자들의 현재 분위기는 이란 핵 협정을 북한에 준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EU는 규범적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과는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한반도에서 군사임무를 선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반도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먼저 감지되면 EU는 평화유지 활동을 비롯한 보다 다양한 군사활동을 고려할 것이다. 다만 그것은 규범적인 자기 제한 영역을 둘 것이다. 물론 그러한 군사적 선택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외교적 해법의 빈 공간을 채워야 하고, UN 등 국제 사회의 결의, 자원 확보, 지휘체계의 구성, 연합훈련의 완숙도 그리고 미국 및 한국 등 관련국들과의 협력 합의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과 단계를 모두 거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것은 한반도 위기 해소가 그러한 조건의 완숙보다 앞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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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소의 ‘전쟁’ 및 ‘전쟁 상태’ 개념에 대한 비교는 다음 참조. Jean-Jacques Rousseau, L’état de guerre (Arles: Actes Sud, 2000); 김용구, 『영구평화를 위한 외로운 산책자의 꿈』(원, 2001).
2) The New York Times, “Trump Threatens North Korea With ‘Fire and Fury’,” https://www.nytimes.com/video/us/politics/100000005346140/north-korea-trump-threat-fire-fury.html
3) Reuters, “Mattis hints at military options on North Korea but offers no details,” Sep. 19, 2017.
4) NBCNews, “Trump: U.S. May Have No Choice But to ‘Totally Destroy North Korea,” Sep. 19, 2017.
5) The New York Times(by Reuters), “North Korea Says U.S. ‘Declared War,’ Warns It Could Shoot Down U.S. Bombers,” Sep. 25, 2017. https://www.nytimes.com/reuters/2017/09/25/world/asia/25reuters-northkorea-missiles.html?mcubz=3
6) 중앙일보, “미 항공모함 3척, 한반도 해역서 사상 첫 연합훈련,” 2017년 11월 9일.
7) JTBC, “독일 "미국 지지하지 않을 수도"…대북 군사옵션 경계,”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511916
8) Le Monde “ONU : Macron défend une vision du monde aux antipodes de celle de Trump,” 19.09.2017; CNN, “North Korea, Macron calls on Trump to honor Iran nuclear deal,” http://edition.cnn.com/2017/09/19/world/macron-north-korea-iran-amanpour-interview/index.html
9) EEAS, “EU-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relations,” Brussels, 27 Feb.2017.
10) EU가 북한의 핵위협을 외교안보 이슈로 다룰 수 있는 근거는 ‘특수한 지리적, 주제별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규정한 리스본 조약 TEU 29조에 있다.
11) SIPRI, “전 세계 군사비 지출: 미국과 유럽은 증가, 원유 수출국은 감소,” Press Release 24 April 2017.
12)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16,” SIPRI Fact Sheet, February 2017.
13) EEAS Press, “Defence cooperation: 23 member states sign joint notification on the Permanent Structured Cooperation (PESCO),” 11 Nov. 2017.
14) 민간의 활동은 EU의 외교안보(CFSP) 예산에서 지출 되나, 군사활동은 각 회원국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15) The Council Decision, concerning restrictive measures against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nd repealing Decision 2010/800/CFSP, 22 April 2013.
16) EU Battlegroup, https://eeas.europa.eu/headquarters/headquarters-homepage/33557/eu-battlegroups_en
17) EU Missions and Operations: As part of the EU’s Common Security and Defence Policy,
https://eeas.europa.eu/sites/eeas/files/csdp_missions_and_operations_factsheet.pdf
18) 원문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The Republic of Korea may accept the invitation by the Union and offer its contribution...,” Office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L 166/3, 5 June, 2014.
19) Catherine Gegout, “Causes and Consequences of the EU’s Military Intervene in the DRC: A Realist Explanation,” European Foreign Affairs Review, 10, 427-443, 2005.
20) EU Navfor, “The European Union Welcomes Contribution of Republic of Korea Warship Choi Young to EU Naval Force’s Counter-Piracy Operation in the Gulf of Aden,” http://eunavfor.eu/the-european-union-welcomes-contribution-of-republic-of-korea-warship-choi-young-to-eu-naval-forces-counter-piracy-operation-in-the-gulf-of-aden/
21) 국방일보, “청해부대, EU 대해적작전 첫 참가,” 2017년 3월 5일.
22) 국방일보, “아덴만 철벽 수호, 1100여 선박 안전 호송 180일,” 2017년 7월 10일.
23) The Council, EU-Japan Summit –State of play of preparations, 27 June 2017.
24) Pierre Minard, “The EU, Japan and SOuth Korea: Mutual Recognition between Different Partners,” GRIP, Brussels, 18 Sep. 2014.
25) EEAS, “Shared Vision, Common Action: A Stronger Europe-A Global Strategy for the EU’s Foreign and Security Policy,” June, 2016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7.11.29.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Tag EU, NATO, 대북정책, 북핵위기, 군사협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