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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의미와 전망 By : 조성권 (한성대학교 교수) JPI PeaceNet: 20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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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1.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의미와 전망




조성권
한성대학교 교수





1. 기원과 역사

  테러지원국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기원은 1978년 G-7의 본(Bonn) 정상회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회담에서 G-7 국가들은 당시 유행했던 항공기 납치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국제테러를 지원한다고 판단하는 국가들에게 테러지원국이라 명명하고 각종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은 1979년 처음으로 반미국가들인 쿠바와 이란을 지정했다. 북한은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이후 이듬해 처음으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국제테러리즘의 추세는 국가지원 테러에서 테러조직의 독자적 결정에 의해 실행되는 변화를 보였다. 이런 변화는 미국의 전통적인 대테러정책인 테러조직의 배후라고 판단하는 테러지원국에 대한 제재조치의 강화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더구나 테러지원국들과 교역하려는 EU 국가들과 미국의 갈등은 테러관련 국제공조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1993년 이래 미국은 테러지원국에 대한 경제제재조치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테러지원국 지정을 추가하지 않고 있었다. 거시적 차원에서 이런 미국의 정책변화에 따라 2008년 북한이 스스로 영변 핵 시설 냉각탑을 폭파했고, 핵 검증의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이 지정을 해제했다. 이런 의미에서 2017년 11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의 재지정은 매우 의미가 있는 것이다.


2. 의미

  재지정에 대한 의미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강자의 논리이다. 이것은 먼저 테러의 개념적 정의에서 파생된다. 테러는 그것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관계없이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며 양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경우 한국의 입장에서는 애국자이며 저격행위를 테러행위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에서 그는 일본 최고의 외교관을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치부할 수 있다. 이런 테러의 이중성으로 인해, 1972년 뮌헨 올림픽 대회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인질로 삼고 살해한 '검은 9월단(Black September)’의 수장이었던 아라파트(Yasser Arafat)가 1993년 이스라엘과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이듬해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테러개념의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1979년 이래 나타난 각종 국제테러행위를 객관적 입장에서 판단하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을까? 아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전형적인 강자의 논리이다. 하나의 사례는 1986년 미국인 하센퍼스(Eugene Hasenfus)가 탑승한 세스나기(일명 "Contra Craft") 격추사건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979년 오르테가(Daniel Ortega)가 이끈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은 당시 소모사 친미독재정권(1937∽1979)을 붕괴시키고 니카라과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미국은 즉시 소모사 독재정권의 잔당을 모아 니카라과 반군(Contras)을 결성하고 비밀리에 무기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좌파건 우파건 게릴라 조직에 대한 무기지원을 금지하는 당시 미국 국내법(1985년의 The Boland Amendment)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였다. 이런 행위의 결정판이 CIA소속의 세스나기 격추사건이다. 이것은 니카라과 반군에게 무기를 공수하고 귀환하는 길에 니카라과 정부군의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면서 후에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확산됐다.

  또 다른 사례는 위의 사례와 연관된 이란-콘트라 스캔들이다. 1979년 이란 회교혁명 후 이란주재 美대사관 직원 인질사건(1979/11∽1981/01)을 계기로 미국은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스캔들의 핵심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이란에 비밀리에 그리고 불법적으로 무기를 지원한 것이다(BBC News, 2004/06/06). 구체적으로 말하면, 1980년 미국 대선과정에서 레이건 진영의 선거캠프는 이스라엘을 통해 이란 인질사태에 대한 비밀협상을 추진했다. 협상의 핵심내용은 인질을 석방하는 대신 당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이란에 이스라엘을 통해 미국제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원래 팔레비(Mohammad Pahlavi: 재위 1953∽1979) 친미독재정권 동안 이란의 무기체계는 미국제였기 때문에 이란은 당시 고전 중이었던 이라크와의 전쟁(1980∽1988)에서 미국제 무기지원이 절실했던 것이다.

  판매방식은 우선 이스라엘이 보유한 미국제 무기를 불법적으로 이란에게 제공하고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합법적으로 무기를 다시 제공하는 간접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에 무기를 비싸게 팔고 남은 이득의 일부분을 레이건 행정부는 콘트라스 반군에 불법적으로 제공한 것이다. 알제리에서 인질협상(Algiers Accords)은 성공하여 미국인 인질을 일찍 석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건 선거캠프는 이란 혁명정부에게 1981년 1월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인질을 석방하도록 요청했다.1) 한편 1985년 말부터 NSC의 노스(Oliver North) 중령은 테러지원국인 이란에 대한 불법 무기지원을 이스라엘을 통한 간접방식보다 이란에게 직접 미국제 무기를 팔고 그 대금의 일부분을 콘트라스 반군에게 지원하는 직접방식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이란-이라크 전쟁의 8년 동안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라크를 지원했고 비공식적으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이란을 지원했다.2) 결국 레이건 행정부(1981~1988)는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No deal with terrorists)"는 미국 대테러정책의 제1원칙을 공공연히 천명했지만 이를 위반하고 테러지원국인 이란은 물론 테러단체인 콘트라스에게 미국제 무기를 제공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국내법을 위반하면서 테러지원국과 테러조직을 지원했으니 미국은 스스로 테러지원국에 지정됐어야 했다.

  둘째, 강자의 논리는 정치적 논리로 유도된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지정과 해제는 기본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재량사항이다. 북한에 대한 재지정 이슈는 2008년 해제된 이후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런 실험들은 미국 국무부도 인정했듯이 재지정을 위한 법적 근거를 충족하지 못한다. 2017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핵심적 이유의 하나로 “북한은 해외 암살 등 국제테러 범죄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소니사 해킹사건과 김정남 암살사건을 염두에 둔 듯하다. 만일 이런 이유로 테러지원국을 지정한다면 1988년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영공에서 미 해군의 미사일 공격에 의한 이란 민항기 격추사건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결국 미국의 숨은 의도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래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핵무장의 해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정치적 논리로 귀결된다. 또한 이 때문에 국무부 대테러조정관이었던 쉬핸(Michael Sheehan)은 테러지원국 리스트의 융통성을 제기하면서 명단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음을 시인했다(USA Today, 2000/04/13).

  셋째, 정치적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범죄적 논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살인정권(murderous regime)’이라고 명명했다. 이것은 지극히 미국적 사고이다. 미국은 90년대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대미 테러공격을 범죄행위와 동일시 해왔다. 왜냐하면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쟁을 유발하는 테러 개념의 이중성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테러는 정치적 행위와 범죄적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 두 가지의 이중적 의미에서 필요에 따라 정치적 행위를 없애고 범죄적 행위만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를 기초로 미국은 북한을 포함한 테러지원국을 ‘나쁜 국가,’ ‘악의 국가,’ 혹은 살인정권으로 묘사하고 강조함으로써 누구라도 혐오하는 인류의 공적으로 낙인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범죄적 논리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논리와 연계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범죄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국가와 경제적 교류를 하는 국가도 마찬가지로 범죄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범죄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의 상관관계는 미국의 테러지원국에 대한 거의 모든 제재들이 바로 경제적 제재라는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테러지원국은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적성국교역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등에 따라 무기판매 및 수출 금지, 엄격한 수출 통제, 경제원조 금지, 차관 제공 금지 등 각종 경제적 규제를 받는다. 이와 같은 미국의 경제적 제재조치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게 미국의 경제적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향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잇달아 북한과 경제적 단절을 추진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위의 네 가지 논리들이 함축된 의도라고 평가한다. 이런 맥락에서 존스(Mark Jones) 박사가 “美외교정책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美국익에 위반하는 국가들에 대해 취하는 소위 ‘제재중독증’이다”라고 지적한 것은 의미심장한 지적이다.3)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핵심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대외정책의 도구라는 사실이다.


3. 전망

  재지정에 대한 향후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제재의 효과성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을 포함한 한국의 많은 학자들이 지적했듯이 제재의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수차례의 핵 및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유엔안보리의 각종 결의안들(1998년 UNSCR 1214, 1999년 1267 & 1269, 2000년 1333, 2001년 1363 & 1368)을 통해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8년 해제이후에 북한의 지속적인 핵 및 미사일 실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난 10년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지 않았던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재지정이 문재인 정부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내의 일부 반발을 봉쇄하고, 장래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사전에 견제하며, 중국의 대북한 지원을 가능한 차단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에 대한 영향이다. 한마디로 재지정은 대북정책에서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의 노선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선택의 폭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고 있었던 김대중 정부(1998~2002)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의 일환으로 북미수교와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척되었다. 이 때문에 클린턴 행정부(1993~2000)는 김대중 정부의 정경분리원칙에 따른 대북 햇볕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 사업이나 개성공단이 등장하면서 남북관계는 상당히 호전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2001~2008)가 등장하면서 비록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지만 대외정책의 초점은 글로벌 차원의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2003~2007)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진척되면서 남북관계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대외적인 상황은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대북 유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획기적인 대북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냉각기가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평창 올림픽 대회에 비록 북한이 참가하는 비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하더라고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여 일본이나 미국을 위협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배제하고 독자적인 군사행동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재지정은 장래 대북 군사적 공격의 사전조치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인이 역임하는 국방장관에 매티스(James “Mad Dog” Mattis)를 임명했다. 비록 매티스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는 발언을 했지만 그는 2013년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중부군사령관으로 재직했을 때 이란 핵협상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유화적인 태도를 비난하면서 해임되었던 강경파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 군사행동의 가능성은 김정은 개인의 제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군사적 수단의 사례는 1986년 레이건 행정부(1981~1988)에서 실행된 항공모함의 전투기를 동원한 리비아 기습공습이다. 미국은 '테러계획에 대한 사전 예방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시 리비아 국가 원수였던 카다피(Muammar al- Qaddafi: 1942~2011)에 대한 살해 기도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언제든지 외교적 수단의 하나로서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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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od Lenahan, Crippled Eagle: A Historical Perspective Of U.S. Special Operations 1976-1996. Narwhal Press, 1988, pp.183∽184.
2)반공정책에 종속된 레이건 행정부의 비극은 결국 스캔들을 조사할 대통령위원회(The Presidential Commission: 소위 "Tower Commission")가 결성되고 스캔들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국가안보보좌관 포인덱스터(John Poindexter: 재임 1985∽1986), 국방장관 와인버거(Caspar Weinberger: 재임 1981∽1987), CIA 국장 케이시(William Casey: 1987년 조사 직전 사망), 그리고 대통령직속기관인 NSC의 임원인 노스 중령 등이 기소되며 막을 내렸다.
3)Mark Jones, “The Certification Process and the Drug War,”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Organized Crime 13-1, http://oicj.acsp.uic.edu/spearmint/public/pubs/oc/co130119.cfm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7.11.3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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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現 한성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 미국 Univ. of New Mexico 석사 및 박사 취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선임연구원, 주요 저서로는 『세계화와 인간안보』(2005, 공저), 『초국가적 조직범죄와 통합안보』(2011), 『마약의 역사』(2012) 그리고 최근 논문으로는 “21세기 전염병과 보건안보”(2015), “21세기 생물테러와 복합안보”(2016) 등이 있음.
Tag 테러지원국 지정, 트럼프 행정부, 대북제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