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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외교’의 출발과 가야할 길 By :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JPI PeaceNet: 20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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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6.



‘국민외교’의 출발과 가야할 길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촛불시민혁명을 정권의 뿌리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정치뿐 아니라 외교영역에 있어 ‘국민주권’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해 왔다. 이는 주권자 국민을 대표·대변하지 못했던 기존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 개개인이 권력의 생성과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는 새로운 국민의 출현을 의미한다. ‘국민외교’도 이런 맥락에서 외교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하는 과정에 국민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참여기회를 확대하며,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국민주권’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국민외교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96번째로 선정되어 추진되고 있다.

  국민외교를 강조하는 것은 전통외교와 공공외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글로벌 트렌드와 조응할 뿐 아니라, 정책비전으로서 시대를 선도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국민외교는 공공외교보다 훨씬 더 진전된 인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공공외교는 타국 국민상대로 벌인 정보제공을 통한 홍보 또는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선전(propaganda)적 성격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국가중심에서 벗어나 타국 국민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로 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확대되면서 자국 국민 역시 외교의 객체나 주변이 아니라 외교의 주체이자 인적 자산으로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서 국민들을 향한 적극적인 소통을 지향하지만 여전히 국민의 실질적인 참여를 실천하는 예는 별로 없고 대국민 설명이나 공공외교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실행하고자 하는 국민외교는 전례 없는 선구적 시도이며,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이 이를 통해 새로운 외교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 국가로 등장할 수도 있다.

  국민외교는 간단하게는 ‘국민 참여외교’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주요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강화를 통해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합의를 근간으로 국가와 국민의 외교가 통합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공외교에서 이뤄지는 소통은 정부에서 국민으로 향하는 일방적 성격이 매우 크고 정부가 사업을 선정하고 국민들에게 공모하여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이 다수를 이루었지만, 국민외교에서는 정부와 협업하기 때문에 쌍방향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민외교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존재한다. 먼저 오늘날 외교의 개념이 아무리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훈련받지 않은 비전문가 국민이 외교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외교가 아무리 좋은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현실세계에서 가능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게다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민외교의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여전히 정부가 국민의 의견수렴을 적극적으로 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여전히 정부의 홍보를 위주로 한다는 이유 때문에 국회에서 예산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책연구용역, 국민제안 공모, 언론 대상 설명회, 국민외교 홍보사절 위촉 등은 굳이 국민외교라는 새로운 개념이 없더라도 기존에 외교부가 해 온 사업들과 큰 차이가 없는 정치적 구호라는 것이 단순한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국민외교가 제대로 추진되려면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작은 아무래도 대국민 소통인데, 이조차 못하면서 국민 주도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 소통보다는 지속가능한 소통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도구인 SNS를 예를 들면 기존에 운영하던 방식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소통의 폭을 대폭 넓혀야 한다. 최근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뜻하는 ‘스낵 컬처’에 발맞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페이지, 유튜브 채널 등에 카드뉴스 제작을 확대하고 정기적으로 게시하면 젊은 층의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다. 이외에 카카오톡이나 이메일 등의 채널을 이용해 정책에 관련된 문의나 질문을 받고 챗봇(Chatbot) 등의 기술을 이용해 외교에 관한 자료를 적극 제공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도 간과할 수 없는데, 찾아가는 외교 실현을 위해 외교부가 국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설명회, 타운홀 미팅에서 장관과의 대화 등을 실시해서 기존 외교의 폐쇄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국민 참여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단계인데, 외교정책의 제안부터 추진 과정, 그리고 그 이후 결과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참여와 평가가 반영되어야 한다. 외교부 내부에서만 논의하던 의제들을 민간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국민외교 참여단>을 구성하여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이슈들, 예컨대 위안부문제, 남북 기본협정, 위험국가 여권 사용제한 문제 등을 두고 국민외교 참여단이 숙의 과정을 거친 후 외교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외교는 아니지만 성공적인 사례로 신고리 원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참여 공론화위원회를 만든 다음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공론을 도출해 정책에 반영했었다. 이외에도 외교부 협력대학을 지정해 국민외교동아리를 운용하고, ‘국민외교관’ 자격증 부여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하거나, 또는 소셜크라우드 펀딩을 응용한 ‘국민외교공감펀딩’도 혁신적으로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 스토리펀딩’은 베트남 전쟁 피해 사과를 위한 프로젝트에서 135일 간 약 3천만 원, 코피노 취재를 위한 펀딩에 43일간 천6백만 원이 모금된 것을 볼 때 국민의 외교에 대한 참여 가능성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외교부와 국민외교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외교부는 국회, 전문가, 시민단체 및 국민들과의 상시적 정책소통 채널 가동을 위해 ‘국민외교 포럼’ 공동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데, 주목할 부분이자 중요한 것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체가 되어 의견을 나누고, 정부 측에 외교정책에 대한 조언을 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정한 주제에 대해 국민들이 의견을 전달하는 단순 참여단과는 차이가 있으며, ‘민-주도 관-협력'의 형태로 실시되기에 자율성이 보장되며 이를 통해 민간과 정부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포럼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러한 국민외교는 실현가능할까? 가능하며 반드시 성취해야할 목표다.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문제는 전통적 외교의 관점에서는 논란이 없지 않지만 이는 정책과 관련된 매우 생산적인 논란이 될 것이며, 최소한 이 정도의 확고한 의지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면 애초에 국민외교센터까지 만들어 추진할 필요가 없다.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국민이 직접 외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게 만들어짐으로써 국민주권의 원리 실현. 국민외교가 실현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외교는 그동안의 과오를 벗고 위민(爲民)외교이자 의민(依民)외교로 나아가는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외교부 정책은 대국민 인지도가 매우 낮았고, 국민의 실질적인 삶이나 의견과는 괴리되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외교는 국민이 직접 외교 정책을 제안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책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정책 실행에 대한 지지가 확보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민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지면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정책에 반영하고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여 우리 외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8.10.2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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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現 한동대학교 교수, George Washington Univ.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임
Tag 국민외교, 의민외교, 국민외교 참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