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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신남방 정책: 필요성과 방안 By :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JPI PeaceNet: 20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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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2 .



지속가능한 신남방 정책: 필요성과 방안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동남아 외교가에서는 “한국외교는 북핵외교 밖에 없다”는 인식이 그간 지배적이었다. 아직도 그러한 인식이 동남아 외교가에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정부에 들어서는 우리의 외교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개념이나 구호를 넘어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되고 있다.

  최근의 한-인도네시아 관계가 그런 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말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여 조코 위도도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9월 초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태에서도 조코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코위 대통령의 환영식을 창덕궁에서 갖고 동대문 쇼핑몰에서 같이 쇼핑도 하는 등 각별하게 조코위 대통령을 예우하였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다. 현 정부는 아세안의 모든 회원국 그리고 인도와도 경제적, 정치적, 전략적 관계를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신남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아세안 및 인도와 교류협력을 증진하여 번영을 이루고, 외교적으로는 아세안 및 인도와 유대를 증진하여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對아세안 외교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대 아세안 외교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에 의하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초기에는 아세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다가 점차 아세안은 뒷전에 밀리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한 현상이 반복된 결과로 동남아 외교가에서 한국외교에는 북핵외교 밖에 없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인도네시아 정상외교를 통하여 현 정부가 아세안, 인도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진정성은 부분적으로라도 증명이 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정부도 과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만약 아세안, 인도와 관계를 증진하는 것이 경제적, 외교적으로 유익하다면 신남방 정책은 시간이나 정권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지속되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벌 국가로 성장한 한국에게 이제 중요하지 않은 지역이나 중요하지 않은 국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세안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전통 4강(미중일러)에 못지않거나 능가하는 중요성을 지닌 중요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아세안은 우리나라의 제2의 교역대상이며(1위는 중국, 3위는 미국), 제2의 투자대상지역이고(1위는 미국, 3위는 중국),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그 다음은 일본과 중국)이다. 이러한 지표로 보면 아세안이 전통4강에 준하는 중요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부의 정책에 있어서나 국민의 인식에 있어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전통4강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다행히 현 정부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아세안 관계를 증진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한 정부의 아세안 중시정책은 제대로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없는 외교는 장기적으로 추진력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남방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속가능한 한-아세안 협력을 위한 조건

  신남방 정책이 지속가능하고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에 대한 통상적인 대답은 신남방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의 신설을 포함한 추진체계의 구축이다. 신북방 정책의 경우에는 대통령 직속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있어서 대외적으로 다양한 협의채널을 구축하고 대내적으로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신남방 정책의 경우에는 정책컨트롤타워나 대내외 소통협력 창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신남방 정책을 주도할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남방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역인 인도와 동남아에 대해서 이미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인 구애를 해왔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구상’을 주창하여 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 내 위치한 국가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을 통하여 동남아 국가들과 경제적, 외교적 관계를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강대국의 구애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신남방 정책이 아세안으로부터 적극적으로 호응을 얻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신남방 정책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담당조직의 설치가 바람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정부조직의 비대화를 낳을 우려가 있지만 담당조직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공이 없으면 배가 목적지에 도달하기는커녕 뭍을 떠나기도 힘들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이 동남아 지역을 휘젓고 있을 때는 담당조직도 없이 신남방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남방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의 신설이나 추진체계의 구축도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다. 정부가 바뀌게 되면 조직이 개편되거나 설사 조직은 존치되더라도 추진력이 상실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 및 아세안과 협력을 강화하여 경제적, 외교적 이익을 증진하는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그 추진력이 정부에서뿐만 아니라 민간으로부터도 나와야하고, 우리나라 혼자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 아세안 국가가 함께 추진하여야 한다. 즉, 신남방 정책이 지속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신남방 정책에 대한 국내적, 국제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세안과의 협력은 아세안의 방식으로

  담당조직이 있어서 신남방 정책을 추진하든 아니든 아세안과의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세안 국가들이 서로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세안 국가들은 ASEAN Way 라고 불리는 방식을 통해 동남아 지역 내 협력을 강화하여 왔다. ASEAN Way 는 단일하게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대표적인 특징으로 ‘협의,’ ‘합의,’ ‘비공식주의’를 들 수 있다.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특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국가 간 국제협력의 또 하나의 특징은 민간차원(Track 2)의 협력이 정부차원(Track 1)의 협력을 보완하거나 심지어 견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안보분야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져서 먼저 민간차원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한 후 합의된 내용을 아세안 국가의 정부에 권고하면 정부에서 민간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ASEAN Regional Forum의 창설을 들 수 있는데, '역내안보대화가 필요하다'는 민간 싱크탱크 협의체(ASEAN ISIS)의 권고를 ASEAN국가의 정상들이 받아들임으로서 ARF가 시작되었다. 즉, Track 2 협의체가 Track 1 차원의 협력을 견인한 것이다. ARF는 출범이후 아태지역 민간안보전문가의 협의체인 CSCAP(Council for Security Cooperation in the Asia Pacific)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안보문제에 관한 CSCAP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적으로 Track 2 협의체가 Track 1 차원의 협력을 보완하고 경우에 따라 견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거는 기대

  정부차원 한-아세안 협력의 정점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9년 아세안과 대화관계를 수립하였고 내년에는 대화관계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제3차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예정이다. 제3차 특별정상회의는 신남방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남아에서 정부 간 협의체인 ARF 가 탄생이나 운영에 있어서 민간협의체인 ASEAN ISIS 와 CSCAP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정부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아세안 협력이 최대한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도 힘을 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는 한-아세안의 민간전문가의 지식을 활용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아세안 민간협의체가 있어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정부차원의 협의체에서 요청하는 사안에 대해 조사연구를 수행하며, 한국과 아세안 내 학계나 NGO, 시민사회의 의견이나 요구를 수합하여 정부 간 협의체에 전달할 수 있다면, 한-아세안 협력에 대한 국내적, 국제적 지지기반이 확충될 것이며, 그만큼 한-아세안 협력은 더욱 더 효과적이고 장기적으로 증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지원할 수 있는 한-아세안 민간협의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한-아세안 민간협의체의 부재라는 문제는 비교적 단시간 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세안 국가 간 안보협력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ASEAN ISIS 의 역사도 실은 길지 않다. ARF의 활동을 돕는 CSCAP도 실은 ARF이 출범하기 겨우 1년 전에 결성되었다. 더군다나 한-아세안 협력기금의 재원이 확충되어서 만약 한-아세안 민간협의체가 결성된다면 그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도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내년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아세안 민간협의체를 결성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한-아세안 민간협의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표성, 정당성, 전문성을 갖춘 민간전문가들이 참가하여야 하며, 정부는 정치적 개입이나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역적으로는 동북아, 이슈에 있어서는 핵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던 한국외교가 문재인 정부의 출범 후 다변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아세안과의 협력이 증대되면 우리의 경제적, 외교적 이익도 신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아세안 협력을 증진함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우리 방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이 그동안 축적해온 협력의 전통과 관행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세안 국가들은 협의, 합의, 비공식주의를 존중하는 협력의 전통이 있으며, 정부차원의 협력은 민간차원의 협력에 의하여 보완되고 심지어 견인되었다. 앞으로 한-아세안 협력이 증대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 내에 전담부서를 설치하거나 한-아세안 정부 간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정부차원의 협력을 지원하는 민간협의체를 육성하여 정부차원 협력과 민간차원 협력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세안 국가들 간의 협력이 바로 그러한 방식을 통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8.11.9.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연구실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同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UC, Berkeley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UC, Davis, University of Washington, 이화여자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에서 강의. 핵전략, 안보협력, 공공외교가 주요 관심분야이며, “한국형 공공외교 모델의 모색: 정책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과학적 공공 외교”와 “핵폐기 사례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함의와 한계” 등의 저술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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