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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핵합의 파기와 미국의 선거정치: 북핵협상에의 함의 By :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JPI PeaceNet: 20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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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26 .



이란핵합의 파기와 미국의 선거정치:
북핵협상에의 함의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1월 5일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전면 복원하였다. 이번 조치는 지난 8월의 1차 제재조치의 후속으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중 가장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란의 석유수출이 차단되었고 이란 중앙은행과 외국 금융기관과의 금융거래도 금지되었다. 이란산 석유의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 나라들이나 제재대상인 이란 기관과 거래하는 외국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되었다.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에 대해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서 우리나라는 한동안 원유공급의 차질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15년 이란핵합의 체결이후 이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사업상의 피해를 피하기 어렵게 되었고 원유공급도 한시적 예외가 만료되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파기가 우리에게 주는 여파는 이러한 경제적인 것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지금 북한과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란핵합의의 파기는 북미 핵협상의 과정이나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서 북한은 미국이 이란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을 보면서 협상상대자로서의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국은 이란핵합의의 일방적 파기를 통해서 북한에게 미국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핵협상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고 볼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성과로 평가받았고, 이란핵협상 당사국들 -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이란 - 이 여전히 좋은 합의라고 평가하고 있는 이란핵합의를 왜 트럼프 대통령만 유독 “최악의, 끔찍한, 가소로운 (worst, horrible, laughable)” 협상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핵무기도 보유하지 않고 있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도 없으며, 제한적이지만 민주주의도 싹트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왜 “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the most biting sanctions ever imposed)”를 가하기로 결정한 것인가?

  미국이 이란핵합의를 파기한 이유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對중동 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여러 요인 중에서도 선거정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자신과 자신이 소속한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중동정책을 결정할 때 당연히 선거정치를 염두에 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는 예외가 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에는 선거정치적 고려가 특히 현저하였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


이란핵합의의 ‘불완전성’

  이란핵합의는 이란의 핵능력에 대한 제한을 10~15년으로 한정한 일몰규정(sunset provision)을 포함하고 있고 탄도미사일에 관한 규제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완벽하지는 않은 합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핵합의를 통해서 이란이 개방되고 국제사회에 편입되어 10~15년이 경과한 후에도 이란 정부가 핵농축을 원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이건 이란 정부가 핵농축을 재개하려하면 이란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이란에서 빈발하고 있는 시위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란의 국민들은 핵무기보다 식량과 일자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란의 핵 농축 재개의 가능성이 이란핵합의가 준수될 때 높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역으로 이란핵합의가 파기될 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합의를 파기하면 그때부터 바로 핵 농축을 재개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제재의 재개는 이란 내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능력의 경우 현재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가 최대 2천 킬로미터 정도라서 미국에 위협을 주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란이 과연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고 할 것인지도 미지수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이란이 이란핵합의 아래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핵농축 재개는 10~15년 후에나 할 수 있고, 대륙간 탄도탄에 탑재가능한 핵탄두의 제조는 그로부터 또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즉, 이란이 어떤 이유이건 이란핵합의의 허점을 최대한으로 악용하기로 결정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로 하고 작정한다고 하더라도 15년~20년 후에나 미국을 위협하는 핵미사일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이론적인 것이고 실제 이란의 행태를 보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오는 지난 2,3 년 간 이란으로부터의 위협은 감소하면 감소하였지 증가하지 않았다. 이란이 미국에 대해서 적대적으로 변했다든가 이란의 군사력이 위협적인 수준으로 증강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이란 내에서는 기나긴 고립을 빨리 끝내고 개혁개방을 통해서 경제적 성장과 국제적 사회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목소리들이 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5년~20년 후에나 가능한, 그리고 별로 개연성이 없는 이란의 위협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여 이란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렇게 이란의 위협을 인식하는 것일까? 한 이유로 북한에 대한 학습효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보고 이란이 제2의 북한이 되는 것을 일찍부터 막아야 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하였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15년~20년 후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협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지도자라고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또 압박과 제재를 최대화함으로써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왔다고 생각하고 이란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려고 결정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통하였다고 해서 그 때문에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인식 자체가 악화되었을 리는 없다. 영향을 주었다면 이란에 대한 대응방식의 선택 - 대화 vs. 제재 - 에 있어서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대화가 실패해도 제재와 압박을 통해서 이란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선거정치와 미국의 對이란 정책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표’와 ‘자금’이 필요하다. 표는 ‘유권자’로부터 나오고 자금은 ‘후원자’로부터 나온다. 선거정치가 정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유권자나 후원자의 선호가 정책에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권자와 對이란 정책

  미국의 선거에서 對이란 정책은 일반 유권자의 주요한 관심대상이 아니다. ‘저소득, 저학력 백인’이 트럼프를 지지한 주된 유권자 집단인데, 이들은 보호무역주의, 인종주의, 고립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미국이 중동의 ‘경찰’이나 ‘소방관’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란핵합의를 파기한다고 해서 트럼프를 더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즉, 백인 유권자들 때문에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는 대부분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의 선호를 중시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對이란 정책을 결정할 이유도 별로 없다.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대다수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며 지난 번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하였다.) 또한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이란핵합의에 대해 강하고 일치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란핵합의가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일방적 파기가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해서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특히 J Street 는 이란핵합의 파기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후원자와 對이란 정책

  트럼프는 자신이 정말로 부자이기 때문에 (“I am really rich”), 다른 사람의 돈이 필요 없다고 여러 차례 발언한 바 있다(“I don’t need anybody’s money,” “I’m using my own money,” “I’m not using donors”).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정확하다.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후보 중에서 가장 많은 개인 자금을 선거에 투입하였지만, 개인 자금은 비율로는 전체 선거자금의 1/5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1)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자금 모금 능력이 대단하였기 때문에 그에 맞서기 위하여 트럼프도 선거자금의 모금을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2)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서 후원자들의 선거자금 기부액수에 상한선이 없어지게 되어 거물급 후원자의 기부액이 증가하면서 트럼프의 개인 자금의 상대적 중요성이 감소하였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선거자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 상태에서 선거자금 기부액수의 상한선이 없어지면 결과적으로 거물급 후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특히 카지노 부호인 Sheldon Adelson은 트럼프와 공화당에 최대 후원자로서 대통령선거, 공화당 하원선거, 공화당 상원선거를 위해서 거금을 기부하였다. Home Depot의 공동창업자 Bernard Marcus, 헤지펀드 부호 Paul Singer 도 규모는 떨어지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에 기부한 거물급 후원자들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반 유권자들과 달리 이들 부호들은 철저하게 親이스라엘적인 인사들로서 이란에 대하여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및 공화당 당직자 및 의원들에게 자신들의 反이란 선호를 명확하게 전달하여 왔고, 자신들의 親이스라엘, 反이란 입장이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면 다른 정당과 경쟁후보들에게 자신들의 후원금을 기부할 것이라고 공언하여 왔다.

  트럼프한테 투표한 유권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철통과 같기 때문에 트럼프는 역설적으로 자기를 지지한 유권자들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기에 대해 조건부로 지지하고 있는(즉, 지지 철회를 위협하는) 후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특히 후원자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해 유권자들은 무관심하다면 유권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도 후원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미국의 對이란 정책이 그러한 문제에 근접하다. 저소득, 저학력 백인 유권자들은 이란 핵합의파기와 그 함의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개인적으로 상관성을 못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대규모로 정치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는 탄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는 것이 절실해졌으며,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거물급 후원자를 확보하는 것이 정치적 생사가 달린 문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거물급 후원자들의 親 이스라엘, 反 이란 선호가 미국의 對이란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파기는 이러한 선거정치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북핵협상에의 함의: 對이스라엘 외교 강화의 필요성

  이스라엘과 미국은 공식적으로 동맹관계가 없으나, 이스라엘은 미국 최대의 군비원조 수원국이다(2013년 기준 원화환산, 이스라엘 3조 2,048억 원, 아프가니스탄 2조 466억 원, 이집트 1조 3,450억 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관계, 경제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경제적 비용과 안보적 손익을 계산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전혀 손익계산이나 비난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반미주의가 심화되고 미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결정이 그러한 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이러한 특별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對이란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主敵으로 보고 있고 이란핵합의는 파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러한 인식을 미국의 對이란 정책으로 실현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위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유대계 미국인 후원자들이다. 정치자금 기부의 법적 상한선이 없어지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들은 대다수 유대계 미국인들보다 훨씬 더 親이스라엘, 反이란 성향을 지니고 있고,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재정적 영향력 행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몇 달 전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의 리블린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 타진하였으나 우리 정부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양국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진척이 느린 것을 한국 탓으로 돌린 데에 한국정부가 불만을 가졌기 때문에 리블린 대통령의 방한제안을 한국정부가 거절한 것으로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분석하였다.

  최근 언론에서는 또 이스라엘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비밀 보고서에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 합의문에서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dismantlement)’라는 표현이 빠지고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었다고 보도하였다.

  리블린 대통령의 방한이 무산된 이유에 대한 보도는 오보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한-이스라엘 관계가 악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일단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북미 간, 그리고 남북 간 비핵화 협상이 혹시 이란의 비핵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며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주목하고 이스라엘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스라엘 정부가 북미 간, 남북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되면 그러한 인식은 미국 내 유대계 거물급 후원자들을 통해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선거정치가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對이스라엘 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8.11.23.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연구실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同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UC, Berkeley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UC, Davis, University of Washington, 이화여자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에서 강의. 핵전략, 안보협력, 공공외교가 주요 관심분야이며, “한국형 공공외교 모델의 모색: 정책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과학적 공공 외교”와 “핵폐기 사례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함의와 한계” 등의 저술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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