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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성사진 분석의 과학과 정치학: 삭간몰 미사일기지 논란 By : 김연호 (한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JPI PeaceNet: 20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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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30.



북한 위성사진 분석의 과학과 정치학:
삭간몰 미사일기지 논란




김연호
한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북한 삭간몰 미사일기지에 대한 위성사진 분석을 놓고 한국과 미국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과거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의 위성사진 분석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은 꽤 있었지만, 이렇게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적은 별로 없었다.

  그간 위성사진은 상당한 객관성과 정밀성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통해서 위성사진 분석 역시 내용 자체보다는 해석과 타이밍이라는 정치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된다.


북한 위성사진의 역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고도화로 인해 관련정보에 대한 외부세계의 수요는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으나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는 찾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 전부터 등장한 대북 위성사진 분석은 민간차원에서 북한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핵과 미사일 관련 동향뿐만 아니라 북한의 장마당과 주요 시설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언론이 대북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결과를 자주 인용하고, 북한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도 구글어스의 위성사진을 활용하고 있다.

  구글어스 위성사진 분석은 미국의 커티스 멜빈이 대표적인 인물로 북한 전역의 부문별 위성사진을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탈북자와 전문가들의 증언과 조언을 바탕으로 교차검증을 하고 있다. 구글어스는 일반인들이 무료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상업용 위성사진만큼 해상도가 높지 않고 최신 버전을 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개월 또는 수년 전 사진밖에 구할 수 없다. 반면 상업용 위성사진은 군사용 위성사진 보다는 해상도가 낮지만, 비교적 자세히 북한 지역을 관찰할 수 있는 해상도(0.5m)를 확보하고 있으며, 가깝게는 수일 또는 수주 전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최신 동향 파악에 요긴하다.


북한 위성사진 분석 메커니즘에 대한 오해

  문제는 한국에서 종종 미국 연구기관의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메커니즘을 오해해 분석 내용 자체보다는 그 배경에 주목한다는 데 있다. 이번 삭간몰 미사일기지 사건도 일정부분 그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으로 가장 유명한 미국 '38노스'와 이번에 논란이 된 삭간몰 미사일기지 보고서를 낸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둘 다 연구프로젝트에 불과하다. '38노스'의 경우 3~4명의 연구원이 주제 선정, 위성사진 구입, 분석가 섭외, 보고서 편집 등을 맡고 있으며, '분단을 넘어' 역시 이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장에 많게는 수천 달러에 이르는 위성사진을 구입하고 이를 판독할 전문가에게 용역비를 지급할 예산을 확보한다면 수행이 가능한 프로젝트이다.

  물론 분석대상에 대한 전문성과 위성사진 분석가 네트워크를 확보할 만큼 역량 있는 싱크탱크가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임은 분명하다. 현안을 한 발 먼저 찾아내는 순발력과 판단력이 있어야 하고, 군사용 위성사진보다 해상도가 낮아도 사진을 판독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전문가들을 섭외해야 한다. 때로는 탈북자와 다른 전문가들의 교차 검증도 필요하다. 그러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설과 규모로 판독작업이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 단순한 메커니즘의 연구프로젝트를 미국 정보기관의 산하조직 혹은 정보기관과 긴밀한 협조관계에 있는 조직 정도로 오해하는 사람들을 한국에서 종종 발견하게 된다.

  뉴욕타임스가 삭간몰 미사일기지 보고서를 보도하자, 상당수 한국 언론은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요구로 연기된 뒤 대북압박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CSIS가 자체적으로 이런 정보를 획득하기는 어렵고,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고급 정보를 CSIS에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위성사진 분석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면, 상식적으로 '미국의 의도'가 개입됐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삭간몰 보고서 주저자인 조셉 버뮤데즈는 북한 군사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로 원래 지난 2014년부터 '38노스'에서 대북 위성사진 분석 용역일을 해오다, 2017년 말부터 CSIS의 '분단을 넘어' 프로젝트의 위성사진 분석 용역도 병행했다. 그러다 올해 10월 '38노스'와 결별하고 영상분석 담당 선임연구원으로 CSIS에 영입됐다. '38노스'가 거의 독점해오던 대북 위성사진 분석 시장에 CSIS 한국프로그램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경쟁구도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버뮤데즈가 영입된 이후 첫 번째 결과물로 자신이 1985년부터 개인적으로 진행해 오던 북한 미사일 인프라에 대한 연구작업을 토대로 삭간몰 미사일기지 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 보고서는 기존 버뮤데즈 개인 연구작업의 업데이트 버전인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의 정치성

  삭간몰 보고서가 이 시점에 발표된 배경에 '미국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CSIS 내부사정이 작용했을지라도, 뉴욕타임스 1면 기사로 다뤄지고 다른 미국 언론들도 뒤따라 보도함으로써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북미 핵협상 교착상태라는 정치적 상황이 이 같은 상승작용을 촉진했다. 그런데 최초 보도를 한 뉴욕타임스 기사는 해석과 타이밍이라는 정치성을 다분히 내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는 북한 미사일 기지들의 현황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 해석은 삭간몰 보고서의 '북한의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의 폐기(약속)에도 불구하고 CSIS가 파악한 북한 미사일 기지들의 한국과 미군에 대한 위협은 여전하다'와 개괄 보고서의 '북한 미사일기지들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 거래에서 신고, 검증, 폐기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가 전부이다. 개괄 보고서에서는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기지 배치 패턴이 '논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자신이 불시의 외부 침략에 대해 방어태세를 갖춰야 하는 전쟁상태에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으며, 이 같은 미사일기지 운용은 북한으로서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반면 뉴욕타임스 기사는 CSIS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고는 있지만, 핵심 논지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사라졌고 이후 북미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는 트럼프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는 데 맞춰져 있다. 한마디로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실패했으며 삭간몰 미사일기지가 그 증거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보고서 공동저자인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시험장과 관련시설을 몇 군데 폐쇄하는 양보를 받아내고 덜컥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주는 불리한 거래(bad deal)를 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여전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거래를 하고도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보고서 주저자인 버뮤데즈는 북한의 미사일 기지 운용이 군사전략상 '논리적'이라는 입장을 같은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재확인했지만, 한국과 미국 언론 대부분이 이 같은 주저자와 공동저자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되찾은 민주당이 내년 초 새 회기가 시작되면 트럼프 대북정책을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보여주는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미사일 계획을 중단하고 되돌리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때까지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과 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지지했던 마키 의원에게 대북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는 재료를 뉴욕타임스 기사가 제공한 것이다. 사안의 민감성을 파악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 메시지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에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은 CSIS 보고서와 뉴욕타임스 기사를 정확하게 해석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최근 들어 ‘워싱턴의 분위기’를 묻는 한국의 지인들에게 필자는 백악관과 주류 둘 중 어느 쪽의 분위기냐고 되묻는다. 미국 조야 안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중간선거 이후 북핵 문제에 관해 각자 상당히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의도’를 논할 때 논리적 추론이나 의구심에 기댈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이유이다.


북한의 ‘기만'과 미국 주류

  '북한의 미사일기지 운용은 큰 기만(great deception)'이라고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는 미국 전문가들의 뭇매를 맞았다. 북한의 미사일기지 운용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위반이기는 하지만 북미 간에 어떠한 관련 합의도 아직 없기 때문에 '기만'라는 표현은 사실관계를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북협상파인 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북미 핵협상 회의론자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북핵협상을 담당했던 전직 미 고위관리들도 같은 입장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한 비판은 진보와 보수의 구별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CSIS 보고서의 주저자인 버뮤데즈는 포린 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라면 '큰 기만'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주류 언론은 대체로 뉴욕타임스의 '오보'를 슬쩍 덮어줬다. 뉴욕타임스는 공식 트위터에서 해당기사에 문제가 없음을 거듭 밝혔고, CNN과 NBC는 주한미군과 한국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고서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는데 그쳤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북한의 기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뉴욕타임스의 '오보'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과대포장한 북미 핵협상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프레임과 대결하고 있는 주류 언론의 입장에서는 자칫 트럼프 대통령 편들기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북미 핵협상에 대해 비판/회의론을 견지하고 있는 주류 한반도 전문가들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클링너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화담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북미 간에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우선순위는 북한을 옹호하고 북한에 경제적 혜택을 주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역시 트위터에 '어떻게 한국이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를 옹호할 수 있는가? 가짜 외교를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물론 '북한의 기만' 주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핵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며 뉴욕타임스 기사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으나, 일련의 북미/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의 위험성에는 변화가 없으며 트럼프와 문재인 정부가 전하고 있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도 의심스럽다는 시각이 더 강해 보인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협상에 대한 미국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의 냉소적 시각이 상당히 단단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8.11.3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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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現 한미경제연구소(KEI) 비상근 연구위원.
Tag 한반도 비핵화, 북한위성사진, 구글어스, 삭간몰미사일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