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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베정부의 외교: 한국, 한반도, 동아시아 By : 최운도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JPI PeaceNet: 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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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9


2019년 아베정부의 외교: 한국, 한반도, 동아시아 


 

 

최운도
동북아역사재단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일갈등에 대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 원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양국 관계는 왜 지경에 이르렀으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글은 렌즈의 초점을 한일관계에서 동아시아로 넓혀 봄으로써 아베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에 있어서 한일 관계의 위치를 살펴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일관계는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그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에서 시작하였다. 정권의 출범과 함께 역사와 외교를 분리하는 투트랙 외교를 천명하였으나 양국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이 조심스러웠을 뿐 활발한 외교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고조되던 북한의 위협은 북미대화의 국면으로 전환되었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주장해 온 일본의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밀감의 과시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 ‘일본 패싱’의 우려와 비판을 낳았다.


   2018년 하반기 들어서면서 10월에 있을 제주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해상자위대 군함의 욱일기 게양 여부가 논란이 되기 시작했고 일본은 관함식 참가를 거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서 10월말 우리나라 대법원은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수년전부터 우려해온 바가 판결로 드러나자 예상했던 대로 일본은 ‘한일간 법적 기반이 근본적으로 손상되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반발했다. 그 결과 11월에 있었던 아세안+3 정상회의는 양국 정상간 만남도 없이 지나갔다. 일주일 뒤인 11월 22일 우리 정부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자민당은 주한일본 대사의 일시귀국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비판으로 대응했다. 12월 13일과 14일 서울에서는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가 열렸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관례로 되어 있던 총리 축사도 보내지 않았으며, 총리 친서도 없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양국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아무 것도 말할 게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12월 20일 한일 레이더 갈등이 발생하면서, 아베 총리가 나서서 양국 정부 간 군사, 안보 분야의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으로까지 나아갔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두고 국내 언론에서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 혹은 ‘더욱 심해진 우경화’라 부르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을 정권의 캐치프레이즈로 설정하였다. 이는 달리 말하면 오늘날 일본의 국가와 사회 체제 중에서 패전국으로서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은 모두 떨쳐버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평화헌법의 개정이다. 헌법 9조의 개정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미리 달성한 것이 2014년의 평화안보법제의 성립이다. 그 다음 분야가 일본이 패전으로 인해 상실했거나 도전받고 있다고 여기는 영토주권의 회복이다. 독도, 센카쿠열도(중국어 댜오위다오), 쿠릴4도를 둘러싼 끊임없는 도발과 협상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 분야가 바로 역사문제다. 일본 우익은 자신들이 끊임없이 부당한 역사적 비난과 보상 요구를 겪어야 하는 이유가 패전 때문이라고 여긴다. 이 세 가지 분야에서의 정책 목표 달성은 국내 여론의 지지를 통한 정권의 유지와 최상의 미일관계를 기축으로 한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안정을 필요로 한다. 국내 분야에서는 아베노믹스를 통한 일본 경제의 활성화이며, 대외적으로는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가 바로 그 수단들이다.


   현재 헌법 개정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헌법 개정에 대한 일본인들의 수용 의사는 확대되고 있으나 아베 총리가 목표로 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직후 혹은 자신의 3연임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이라는 목표는 어려워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의 2018년 1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정 찬성이 51%, 반대가 46%로 이전 연도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20년 개헌을 달성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방침에 대해서는 찬성 36%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반대가 47%로 찬성 비율을 압도하고 있다. 거기다 2018년 9월에는 오키나와 도지사 선거에서 자민당이 후원하는 후보가 8만표차(당선 후보의 득표는 39만여 표)로 패배함으로써 오는 7월말에 있을 참의원 선거에서의 개헌발의에 필요한 2/3 의원 수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특히 오키나와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은 스가 관방장관을 파견하고 창가학회를 동원하는 등 국정선거를 치루는 듯 했음에도 패배한 만큼 그 여파는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6월 7일이 되면 아베의 총리 재직일수는 이토 히로부미를 제치고 3위에 오를 것이며 8월 23일이면 사토 에이사쿠 보다 많은 전후 총리 중 최장에 이른다. 그리고 11월 20일이 되면 카츠라 타로를 제치고 헌정사상 최장 재임총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성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 개헌은 최대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재집권 이후 아베 총리의 최대 외교과제는 미일관계의 복원을 넘어 최상의 미일관계였다. 그리고 많은 부분 달성되었다. 오바마 대통령 시기, 종전 70주년 담화를 통해 진주만 공격에 대한 사과를 표명하였고 (동아시아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2016년 5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이끌어 냈으며, 12월에는 두 정상이 하와이 진주만에서 역사화해를 연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 아베 총리는 끈끈한 스킨십을 통한 양자우호를 과시하였다. 그러나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의 트럼프 리스크는 떨치지 못했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과 미국산 무기의 수입 요구를 언급하는가 하면, 2012년 이후 어렵게 달성한 TPP협상에서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일본의 처지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미국산 자동차 수입 확대 등을 통한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한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서 불안감을 조성해 오고 있다. 또한 아베 총리는 북핵과 관련된 북미대화 국면에서 일본이 논의의 장에서 배제됨으로써 일본 국내에서 ‘일본 패싱’이라는 우려와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미일관계 유지와 강화를 위해 2019년에만 3회의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다. 4월 23일부터 일주일간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고, 5월 26일부터 사흘간은 트럼프가 일본을 국빈 방문할 계획이며, 6월28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도 트럼프가 참석할 예정이다.


   2012년 센카쿠열도 국유화 문제와 2013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차갑게 식었던 중일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작년 10월 아베 총리는 1972년 체결한 일·중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을 계기로 500여명의 기업인을 이끌고 중국을 공식 방문 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선언하였다. 이는 일본 총리로서는 7년만의 공식방문이었다. 2013년 중단되었던 통화스와프 협정은 10배 커진 규모로 재개되었으며, 양국은 제3국에서 경쟁보다는 협력할 것을 약속하고 대표적인 공동개발 사업에 서명하기도 했다. 양국은 경제뿐 아니라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약속했다. 지난 10년간 없었던 일본 통합막료장(우리나라의 합참의장에 해당)의 중국 방문이 추진되고 있으며, 설치 약속만 있었던 해·공군 간 핫라인도 본격 운영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2019년에만 두 번의 양국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다. 6월의 G20회의 이외에도 가을쯤 시진핑 주석의 2차 방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양국의 접근은 2017년 중반부터 일본이 일대일로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시작되었고 중국도 이를 환영하였다. 2016년 12월 트럼프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것은 TPP 탈퇴에 서명한 것이었다. ‘갈라파고스화’해 가던 일본의 경제상황에서 국내 농업계의 반대를 무릎 쓰고 어렵사리 얻어낸 것이 TPP 가입 비준이었다. 재집권한 아베내각의 대표정책이었던 미일관계 회복의 상징이 TPP 가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의 탈퇴는 아베 총리에게 날벼락과 같은 것이었다. 거기다 중국의 경제는 2009년의 금융위기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의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헤징의 필요성이 양국관계의 개선을 촉구한 셈이다. 중국에서 귀국한 아베 총리는 바로 다음날 인도의 모디 총리를 자신의 별장으로 초청하여 IT 분야와 군사 분야 협력을 약속하는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였다.


   아베 총리의 외교활동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 중 하나가 러·일 영토협상이다. 두 지도자 모두 2012년 재집권하게 되면서 10여 년간 소강상태에 있던 양국협상이 재개되었으며 지난 1월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은 두 사람의 24회째 만남이었다. 2012년 대통령직 복귀 직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푸틴은 일본과의 영토문제는 ‘무승부’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협상 의사를 내비쳤다. 그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세계의 대러시아 제재가 진행되는 동안 아베는 ‘박쥐외교’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소치에서 푸틴과 회담하면서 ‘새로운 접근’으로 해결할 것을 발표하였다. 1956년 공동선언 이후 일본 정부가 공식입장으로 견지해 온 ‘4도반환’론에서 벗어나 ‘2도(하보마이, 시코탄)+⍺‘의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11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1956년 일소공동선언을 기초로 평화조약 교섭을 가속화한다는데 합의함으로써 일본은 사실상 ’2도 선행반환‘론으로 전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올해 1월에 있었던 외무장관 회담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고노 외상에게 ’북방영토‘라는 표현도 쓰지 말라면서 4도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주권이 확립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일본은 1855년의 시모다 조약에서 확립된 4개 섬에 대한 주권이 90년간 유지된 반면, 소련과 러시아의 점령이 1945년 이후 70여 년간 지속되어온 것에 비추어, 해가 갈수록 주권주장의 명분이 약해지는 것에 대해 초조해 하고 있다.


   카메라의 렌즈를 동아시아 지역에 맞추어 보면 일본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아세안 국가들과는 우호를 강화하거나 유지, 개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유독 한반도에서는 최근 북한과의 대화 움직임 이외에는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1월 28일 있었던 아베총리의 2019년 새해 시정연설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한일갈등의 원인에 대해, 일본 내 우익의 집결과 그를 통해 헌법 개정을 실현하려는 아베 정권의 노림수라는 설명과, 한국의 국력이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일본인들의 과잉반응 때문이라는 해석, 그리고 우리 정부의 반일정책 탓이라는 분석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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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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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現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1997년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에서 “일본 방위비의 정치경제학” 이라는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일본 외교정책과 국제정치 전공. 일본 나가사키 대학과 미국 George Washington 대학에서 방문교수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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