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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싱가포르 회담에 있어서 ‘중국 요소’ By : 이성현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JPI PeaceNet: 20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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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11.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 있어서 ‘중국 요소’




이성현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북미 회담이 ‘취소’의 우여곡절을 겪고 드디어 열린다. 최근 북미 회담을 둘러싼 담론에서 유독 관심을 끈 것은 ‘중국 요소’(China factor)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에 대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듯하자, ‘차이나 패싱’ 담론이 등장했다. 과연 그런 듯했다. 그러다가 중국은 마치 ‘새치기’를 하듯 이미 예정되어 있는 남북 회담, 북미 회담 전에 김정은과 전격적인 회담을 가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불과 40여일 후 다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중국의 휴양도시 다롄을 방문하여 시진핑과 제2차 회담을 가졌다.

  다롄 회담이 왜 열렸고, 무엇이 논의됐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 둘의 만남 후 북한의 강경해진 태도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과 김정은이 다롄에서 모임을 가진 직후임을 지적하였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북미 회담 속도를 ‘늦추라(slow down)’고 종용했을 것이라고 했다(2018.5.24.). ‘워싱턴 프리 비콘 (Washington Free Beacon)’ 매튜 콘티네티(Matthew Continetti) 편집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재방중 시점은 북한이 세 명의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하여 북미 간에 긴장이 완화되고 협상이 동력을 얻는 시기였음을 지적하며, 빠른 북미 간 관계 향상을 원치 않는 중국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특히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시진핑과 김정은의 2차 회담 직후 북한의 협상 태도가 “훨씬 더 적대적이 되었다(became much more belligerent)”라고 했다(2018.5.27.).

  다롄 회담은 북중 관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단기간 내 두 차례 방중이다. (1차 방중: 3월 25~28일 / 2차 방중: 5월 7~8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이 불과 43일 만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다시 만난 것은 그 의도와 의미가 심장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재방중 의제는 크게 세 가지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첫째, 미국의 비핵화 관련, 높은 요구사항에 대해 시진핑에게 조언 구하기.
둘째,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 중국의 지지 확보.
셋째, 싱가포르 회담에 대비한 테스트 비행의 목적으로, 이 중 가장 중요한 의제는 첫 번째, 미국의 높은 수준의 요구에 대해 압력을 느낀 북한이 중국에 ‘긴급 상담’ 신호를 보낸 것으로 중국 측 인사들은 보고 있다.

  미국 쪽은 기존의 북한 비핵화 방법론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보다 한층 더 높은 수준의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자가 ‘포괄성’에 방점을 둔 것이라면 후자는 향후 북한이 다시 핵개발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불가역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더불어 미국은 협상의 본래 비핵화 의제를 확대하여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 심지어 북한의 인권 문제 등도 의제에 포함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 의제는 첫 번째와 연동되어 있다. 만약 최악의 경우 북미 협상이 실패할 경우 중국이라는 ‘안전핀’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다. 세 번째인 싱가포르까지 ‘비행 테스트’는 본질적이라기보다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3월 북중 회담의 성격이, 소원했던 북중 양국 ‘관계의 회복’이라면, 두 번째인 5월의 북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북한에게 북미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중국이라는 기댈 언덕이 있다는 ‘보험’을 준 것이다.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한 북중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의 주도권과 개입권을 다시 확보했다고 본다. 더불어 항간의 ‘차이나 패싱론’을 불식시켰다. 미국에게 주는 신호도 있다. 중국은 트럼프가 3월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킨 것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괴한 것이라고 본다. 기습적인 북중 정상회담은 거기에 대한 보복 차원이기도 하다.

  중국은 만약 북미 회담이 실패하여 군사 옵션을 포함하는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으로 미국이 회귀하더라도 중국이 완강히 반대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편 미국과 달리 중국은 스스로의 ‘옵션’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때 중국이 방관할 것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도 중국이 참전하지 않을 줄로 예상했다. 중국은 그 예상을 뒤집었다. 개전 3개월 만에 100만 인민해방군을 인민해방군이라 지칭하지 않고 ‘조선 인민들을 가엾이 여겨 스스로 지원한 자원병’이라고 선전하며 투입하였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사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차이나 패싱’

  최근 북미 협상을 보도하는 ‘담론 시장(market place for ideas)’에서 ‘차이나 패싱’은 넓게 유통되었다. ‘차이나 패싱’은 그 실체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킨 것이 분명한 듯 보인다. 지난 수년간 서로 얼굴도 보지 않았던 북중 양국이 마치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의 관계를 ‘세상에서 유일무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등 매우 과장된 애정 퍼포먼스를 통해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배후에는 위에서 짚어본 상호 간의 이익관계가 맞아 떨어진 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차이나 패싱’에도 예민하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제를 꺼낸 것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한국에서 정부에 조언을 한다고 알려진 일부 학자들이 공개 세미나 등에서 중국이 비핵화 논의에 ‘숟가락을 놓으려고 한다’고 중국에 대해서 경계감을 표시하는 것 역시 못마땅하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 정부의 생각을 은연히 대변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중국 언론 중 거친 언사를 사용하기로 잘 알려진 환구시보(環球時報)는 5월 29일 사설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하자는 논조가 요즘에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특별히 가소롭다(尤其可笑)”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5월 31일, 중국외교부 화춘잉(华春莹) 대변인 역시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이른바 3자만 참여하는 종전 선언 가능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자,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으로서 계속해서 응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作为半岛问题重要当事方和当年《停战协定》缔约方,中方一直并将继续为此发挥应有作用)”라고 강조했다. 한국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언급을 한 것에 대해 중국 측과 모종의 양해를 받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큰 틀에서 보면,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선언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의 ‘패싱’ 불안감을 자극한 시발점이 되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는 중국이 풀어야 하는 문제다(North Korea is China’s problem to fix)”라고 했던 사람이다. 마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북핵 문제는 중국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고 ‘중국책임론’을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더 이상 중국이 필요 없고 미국이 북한과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격이다. 이럴 경우 한반도 지정학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큰 외부 변수였던 중국의 지분은 자연히 추락하게 된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단행한 것은 북핵 문제가 한국과 미국의 주도에 의해 현상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북한에 대한 ‘비핵화’와 ‘한반도 영향력’ 확보 중에서 후자 쪽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더 둔 것이다. 이러한 전술적 미시 조정은 심화하는 미중 갈등 과정에서 전략적 조정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만약 북미 회담이 실패하고 미국이 다시 중국에게 ‘최대의 압박’, 즉 대북 제재를 해달라고 요청해도 중국은 이를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수년간의 북중 갈등을 막 회복한 중국은 미국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또다시 희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미 회담과 그 이후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국 요소’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의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해주지 못할 경우 중국은 그것을 자기가 제공해주겠다고 ‘중국 방안(中國方案)’을 북한에 제시할 수 있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8.6.1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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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現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실장. 미국 그리넬대학에서 학사,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 그리고 중국 칭화대학에서 박사학위 (정치커뮤니케이션) 취득. 스탠포드대학교 아태연구소 팬텍펠로우 (Pantech Fellow, 2013-2014), 잘츠부르크 펠로우 (Salzburg Global Fellow, 2013), 베이징대 한반도 연구센터 선임 연구위원 (비상주) 등을 역임하였다. 최근 연구로, “미중 갈등과 ‘리더십 부재’의 국제질서” (계간 외교), "역사적 시각에서 본 중국의 대북정책 임계점" (Asian Perspective) 등 다수임.
Tag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회담, 차이나 패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