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ENGLISH
- 정기간행물 - JPI PeaceNet
JPI PeaceNet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EU의 평가와 대 한반도 정책 전망 By :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JPI PeaceNet: 2018-29
PRINT : SCRAP: : FILE : (다운로드 : 호) (조회 : 4964)

2018. 6. 25.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EU의 평가와

대 한반도 정책 전망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목차>

      1. 들어가는 말
      2. 북미정상회담 관련 EU의 공식 반응
      3. 함의와 분석
      4. 기타 이슈들과의 연계
      5. 향후 EU의 대(對) 한반도 정책 전망과 대응 방향


1. 들어가는 말

  6.12 북미정상회담(North Korea-United States summit) 이후 수많은 분석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변국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들에게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활동도 목격된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유럽도 이러한 활동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EU의 시각과 대응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접근은 의외로 적다. 이는 지리적으로 보았을 때 EU가 한반도 주변 4강이 아닐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상대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적은데다가 심심치 않게 외치던 ‘역할론’의 실체가 불분명한 탓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미국-러시아-중국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주요 행위자이자 외교의 한축인 다자주의의 주도자이기 때문에 그들이 바라보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와 향후 전략 방향을 외면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EU는 이번 회담에 대하여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구체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비핵화 다짐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은 한반도 이슈를 자신들이 가진 어떤 이슈와 연계하고자 할까?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공헌자는 누구라고 보고 있을까? 향후 그들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정부는 EU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

  이와 같은 논의는 다양한 접근을 통해 가능하겠으나 여기서는 다음과 같이 단순화하여 보려고 한다. 먼저 EU의 대외정책은 외교·안보와 무역 및 대외원조로 구분된다. 이 두 범주는 소관기관이 대외관계청과 집행위원회로 나뉘기 때문에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살펴보아야할 정책의 입안 및 집행자도 달라진다.1) 이를 통해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EU의 평가 및 전략을 수준/주제/범주(EU의 역량)로 구분하여 볼 필요가 있다. 이를 간단히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이슈는 EU에게는 외교영역으로 한정된다. 경제·무역 중심의 한-EU관계와는 다른 축에서 설명해야한다. 또한 엄밀히 말해 안보/방위는 제외된다. 한반도 주변 4강이 북한 문제를 안보/방위 문제의 연속선상에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민감성(sensitivity)에서 EU가 한반도의 북한이슈에 관하여 적극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표에서 드러난 것처럼, 글로벌 수준에서는 국제 사회의 거버넌스, 평화 이슈 관리 그리고 규범 준수 등이, 국가 수준에서는 EU-한국(혹은 북한)보다는 EU-미국의 문제, 사회적·개인적 수준에서는 아직은 구체적이지 않은 탐색 및 제안으로 접근 할 수 있다. 한편 EU가 북미정상회담과 그 파생 효과와 연관 지어서 고민할 주제별 문제는 각 수준별로, 유엔안보리(UNSC)의 대북제재 관련 결의의 해소 및 준수, NATO의 구조 개혁과 관련된 EU-미국 간 협의 그리고 북한의 경제/개발원조 문제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언급된 사회적·개인적 수준의 접근은 당장 드러나기 보다는 향후 장기적인 부분에서 사회, 경제, 가치, 윤리적 차원으로 접근할 문제로 잠재적 효과는 제일 길고 클 것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경제적·사회적 이슈로 확장하기에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다.


2. 북미정상회담 관련 EU의 공식 반응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하여 EU에서도 다양한 평가와 기대가 언론과 공식 입장을 통하여 알려졌다. 여기서는 언론 보도보다는 대외관계청(EEAS)에서 발표한 몇 가지 문건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려 한다. 회담이 열린 6월 12일, 페데리카 모게리니 고등외교 대표 겸 집행위원회 부위원장(HR/VP) 명의로 공식 성명서(Statement)가 발표되었다.4)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EU는 외교적 해법만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시키는 길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으며,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이를 재확인 시켜주는 기회였다.
  ● 그동안 이뤄진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도력, 지혜 그리고 결단에 따른 것이다.
  ● 유엔안보리(UNSC) 및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ultimate goal)는 한반도에서의 CVID이다. 북미 정상 간의 공동성명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분명한 신호라고 인식한다.
  ● EU는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포괄적핵실험금지협정(CTBT)을 비롯한 비확산 레짐의 강력한 지지자이다.
  ● 또한 EU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한 후속 협상 및 조치를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한편,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6월 9일에 열린 G7 정상회담이 종료된 후 정상들은 ‘샤를부아 정상 코뮤니케(The Charlevoix G7 Summit Communique)’를 발표하고 제 16항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G7 회의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이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날트 투스크 EU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문건 역시 주시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 4.27의 판문점 선언, 5.24의 풍계리 핵실험 폐쇄 및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를 인정하며, (여전히) CVID를 촉구한다.
  ● 완전한 비핵화(full denuclearization)의 중요성을 또다시 강조한다.
  ● 모든 WMD 및 대륙간 미사일의 해체는 이로 인해 너무 오랫동안(too long) 고통 받은 남북한 모두의 사람들(people)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다. 모든 국가는 북한에 취해진 UNSC의 결의를 포함하여 강력한 압박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
  ●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북한 주민의 인권 및 약취 이슈에 대한 즉각적인 준수를 촉구 한다.

  북미정상회담이 4월 27일의 남북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열린 것이어서 유적관계(le lien générique
)가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면 이 당시의 EU의 공식입장을 살펴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때 발표된 페데리카 모게리니 고등외교 대표의 성명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5)

  ● 남북정상회담 및 판문점 선언은 평화로 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며 대화와 외교가 평화적 해법으로 해결책을 찾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알려주었다.
  ● EU는 두 지도자가 국제 사회에 요청한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를 위한 전폭적인 지지를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다.
  ●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완벽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CVID)이어야만 한다.
  ● EU는 북미 간의 정상회담에 보다 더 나아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 EU는 항상 평화, 비핵화 그리고 모든 한국인들의 번영된 미래를 지지한다.

  마지막으로, 연초부터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의 외교 안보 변화에 대해 EU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이후 열린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대해 EU가 취한 입장의 전제이기도 하다. 3월 13일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대표가 유럽의회 전체 세션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 내용은 이를 알기 위한 참고자료가 된다.6)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동계 올림픽 이후 극동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 잠재적 재앙 요인을 가지고 있던 한반도가 다자외교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몇 달 동안 발휘한 현명한 리더십(wisdom leadership) 덕분이라는 것을 빼 놓을 수 없다.
  ● (지난 주) 북한은 비핵화 협상 의지를 보여주었는데(협상 기간 동안 핵무기 및 미사일 실험 중단), 이것이 확실하다면 남북한은 협상에 의한 해결로 나아가는 필요조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EU의 단합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국제사회 단결의 핵심 요소이다.
  ● 압박과 대화를 겸한 EU의 ‘비판적 간여(critical engagement)’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며, 우리는 또한 외교적 수단을 통한 한반도의 완벽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a full, irreversible, and verifiable denuclearization)를 강조해 왔다.
  ● 제재(sanction)는 수단일 뿐 궁극적 목표가 아니며 핵 문제에 관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한 해결로 가는 정치적 도정(path)을 열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정부의 리더십과 용기에 갈채를 보낸다.
  ● (다음 주 브뤼셀에서 열릴) 강경화 장관과의 회담에서 EU가 어떤 지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인지 토론할 예정이다.
  ● 우리의 목적은 한반도에서 CVID이다. 이러한 목적은 우리의 동반자 국가, 국제사회가 함께 보여준 지혜, 단합, 결단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3. 함의와 분석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즈음한 공식 성명서에서 EU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의 비핵화가 궁극적 목표임을 꾸준히 밝히고 있다. 즉, 한반도 평화·안정의 종결점이 비핵화임을 천명하고 있다. 다만, 뉘앙스는 다소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미국, 한국의 비핵화 요구가 자국이 처한 안보적 차원의 위협 해소에 있다면, EU는 평화와 안정의 전제로서 그리고 갈등 요인의 해결, 국제적 규범의 준수 측면에서 보고 있다. 이는 뒤에도 밝히겠지만 UN 등 국제사회에서 결의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조건이라는 측면에서이다.

  둘째, 비핵화의 방식은 완벽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폐기(CVID)에 의한 것임을 누차 밝히고 있다. 나아가 이 문제는 북미, 남북 어느 쪽이든 양자 문제가 아니라 국제 사회의 다자적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비핵화가 일종의 목적이라면 CVID는 비핵화의 실천적 측면이다. 다시 말해 CVID는 2006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회(UNSC)에서 처음 언급된 이래 UN을 넘어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실천 해법이다.7) 이러한 실천은 IAEA, CTBT 등 비핵화를 검증할 국제기구 및 제도의 소관임을 EU는 밝히고 있다. 2006년의 결의안 이후 채택된 일련의 대북제재는 비핵화 및 CVID의 대응 쌍이며,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EU 입장에서 볼 때, 대북제재 유지 여부와 CVID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비핵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며 이에 대한 변경은 양자적 접근이 아닌 포괄적인 수준에서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의 공헌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반면 회담의 주요 당사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다. EU는 실제로 2017년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선출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유럽의회 연구처(EU Parliament Research Service)의 발간 문건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민주당)은 THAAD에 대해 비판적이며 (집권 후)군사적 억지 중심의 기존의 북한에 대한 간여 정책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보았다.8) 문 대통령의 외교정책 변화를 예측한 것은 물론, 대화와 통합의 경험이 풍부한 EU가 민감한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일정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도 내비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정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모게리니 EU 고등외교대표의 3.13 유럽의회 연설 및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성명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실명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EU가 이 회담의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으며 적어도 한국 정부의 바뀐 정체성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국제사회(혹은 국제레짐)를 언급하면서 EU가 그러한 국제사회의 중요한 축임을 밝히고 있다. 예컨대 IAEA, CTBT 등을 비확산 레짐으로 규정함으로써 비핵화 문제는 남·북·미만의 문제가 아님을 환기시키고 있다. 즉 국제사회의 문제이자 국제규범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대북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이루었던 단합은 곧 EU가 가진 국제사회의 대표성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다자주의가 국제사회를 규정하는 중요한 규범임을 옹호하고 있다.

  다섯째, 사람들(people)의 고통을 언급하면서 인권 이슈로의 확대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로 표현되는 대량살상 무기가 국제 관계에서 언급될 때는 주체가 국가 수준으로 한정된다. 그러나 국제 관계에서 사람이 언급될 때는 대체로 개인이 가진 권리와 책임을 주지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EU는 정상회담을 평가하면서 비핵화 문제가 국가 및 체제의 문제를 넘어 사람의 문제임을 강조하였다. 이는 핵/미사일 등의 국가 수준의 도구를 비대칭적 수준의 사람/개인 단위로 낮춤으로서 이슈의 시점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향후 EU의 관심은 남북한 사람들(Koreans)과 그들이 구성하는 사회적 문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며 실제로 인권과 약취 문제를 언급함으로서 미래의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을 남겨 두었다.

  마지막으로, EU는 한반도에서의 역할 부여를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며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역할론이 여전히 유효함을 내비치고 있다.


4. 기타 이슈들과의 연계

  한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공교롭게도 EU는 이란 핵 협정 문제와 EU-NATO 관계에 대한 모게리니 고등외교 대표의 유럽의회 연설이 있었다. 이란 문제와 NATO 개혁 문제는 EU-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매우 예민한 이슈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EU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치 단위는 북한이 아닌 미국임을 상기하면, EU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EU-미국이 함께 풀어야 할 이란, NATO 문제에 북한 이슈를 지렛대로 삼아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9) 이미 알려진 대로 EU는 이란 핵 협정(Iran nuclear deal)을 파기한 미국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EU는 이란 문제가 ‘핵-미사일-인권 문제(ballistic missiles, regional issues and human rights)’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와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언급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북미정상회담이 미국의 북한 핵에 대한 위협 우려 속에서 개최되었다면 이란 핵 문제는 유럽 안보에 지대한 이해관계가 있다.
  ● 이란은 11차에 걸쳐 IAEA의 확인을 받은바 있다.
  ● 미국은 5월 8일, UNSC resolution 2231에 의거한 다자적 성격의 협정,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이란과 협상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바 있다. 그러나 EU는 이란과의 기존 핵 협상의 틀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며 5월 16일 일치단결하여 이 협정을 재확인하였다.
  ● EU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아프리카 연합 등이 여전히 이 협정의 유효함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 이란에 대한 핵 협정이 상호 존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일방적인 JCPOA 탈퇴와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의 재실시는 큰 문제이며(extremely problematic) 재검토가 필요하다.10)
  ● 이란 협정이 파기될 경우 UNSC를 비롯한 UN체재 하의 다자적 체제 그리고 국제사회의 신뢰도는 크게 추락할 것이다.
 
  같은 날, 모게리니 대표는 같은 곳에서 EU-NATO 관계와 미래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이는 외교·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하였던 미국과의 관계를 제도적 측면에서 재편성하려는 움직임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향후 미국에 대한 협상의 기조를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EU는 군사동맹이 아니다. 또한 유럽이 이룬 평화와 안보는 특별한 것이다.
  ● EU와 NATO는 동반자 관계이자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 NATO의 미래를 위하여 선결 과제가 있다. 첫째, 군사비 항목 재편,11) 둘째, 사이버안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첩보, 생물, 화학, 방사능, 핵 등 복합적 위협(hybrid threats)의 등장 대비, 셋째, 새로운 동반자국가들의 역량 강화12), 넷째, EU-NATO 스텝들 간의 전략적 대화.13)
  ● 유럽은 향후 자신의 안보는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질 것이다. NATO는 다만 동반자 관계로서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 방위 측면에서 다자주의에 근거한 상설구조협력(PESCO)을 출범시키고 유럽의 독자성을 강화한다.
  ● 새로운 위협의 등장으로 NATO 성격변화가 필요하다(안보의 방향, 목표, 재원 분담 등에 대한 재검토 포함)


5. 향후 EU의 대(對) 한반도 정책 전망과 대응 방향

  공식 문건을 토대로 북미정상회담과 관련된 EU의 수준/주제/범주별 전략을 정리하여 우리의 대응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외교·안보 분야 측면의 큰 틀에서는 기존의 EU가 가진 대 한반도 지침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다자주의, 규범 준수, 감시자의 역할을 고수할 것이고 이와 같은 의지가 문건에 수차례 등장하고 있다.

  둘째, 역할론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역할을 찾기보다는 국제사회에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다. 이는 유엔안보리를 통한 접근이 대표적이다. 한가지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은 EU가 여전히 대북 문제에 대해 압박과 대화를 겸한 ‘비판적 간여(critical engagement)’ 라는 자구(wording)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기적으로 다소 지난 표현일 뿐 아니라 급변하는 남북미 간의 현재 관계에서 맞지도 않다. 개념과 표현이 의지의 집약으로 실천의 지침이 된다면, 비판적 간여라는 자구는 EU가 바라는 역할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리는 최근 개최된 일련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집약하여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개념을 고안하고, EU를 비롯한 주변국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요청해야하며 이를 긴요하게 이용해야 한다.

  셋째, EU는 CVID 문제가 미국, 한국, 북한 등이 만드는 삼각 고리의 양자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 전반의 문제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는 UN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될 때 만들어진 국제적인 규범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UN 결의는 비핵화-CVID-경제 제재가 상호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정당성(legitimacy) 측면에서 볼 때 국제사회 수준에서 다자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때마다 UN의 결의와 제재를 요구해 왔던 미국 및 우리정부로서는 해소 역시 그들의 판단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CVID문제를 독점하지 말고 유연하게 풀어야 할 것이다.

  넷째, 이란 핵 이슈, NATO 개혁 및 자유무역주의 등에서 EU-트럼프의 충돌로 인해 상대적으로 한반도 이슈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비교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EU가 북미/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폄훼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의 대북 태도에 대해서는 계속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반사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정부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CVID 등 비핵화 과정에 대해 EU는 다자적 입장에서 해소되기를 바라고 있으므로 신뢰도가 상승된 우리 정부의 주요 인사가 유럽과 긴밀한 의견 교환을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이는 국제규범의 준수자로서, 다자주의의 지지자로서, 동북아 평화안보의 당사자로서 향후 국제사회의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서는 필수 조건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어떤 식으로든 - EU 차원 혹은 시민단체 차원 - 북한 인권 및 약취 문제에 대한 검토 요구가 있을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외교안보 이슈가 정리되고 대북 정책이 경제,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면 필연적으로 EU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규범 준수가 의제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 차원의 인권을 불문에 붙이더라도 돌출 될 수밖에 없는 항목들이다. 예컨대 기업 진출 시의 노동조건, 위생과 검역, 기업의 사회적 참여, 사회보장 등 경제 및 사회적 분야 역시 인권 문제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북미정상회담에 즈음하여 유럽의 몇몇 언론에서는 이미 북한의 인권 문제를 유심히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14)

  대북 정책에서 EU가 주요 행위자로 직업 간여하지 않더라도 UN을 비롯한 글로벌 수준에서, 이란 핵 협상 등과 연관된 EU-미국 간의 관계 수준에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인권 등 사회·경제적 수준에서, EU와의 관련성은 높아질 것이다. 양자적 축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때 다자적 축을 대면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신뢰성이 높아진 이때 우리 정부의 역할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EU를 포함한 국제사회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할 수 있는지, 배열자(配列者)로서 고민하는 것이다.



-
1) EU가 범주화한 외교(foreign affairs)영역은 기후·환경 및 에너지, 개발협력, 확대 및 근린정책, 인도주의 및 긴급대응, 난민보호 및 이주민, 문화, 경제 관계, 연계 및 혁신, 인권 & 민주주의, 다자적 관계, 안보 및 방위(위기대응에 한정하여)이며, 이와 별개로 안보 및 방위(security & Defence) 분야는 민군의 경찰력 운영 및 군사 작전을 포함한다.
2) “Europe could lose out in North Korean bonanza”, 13 June, 2018, https://euobserver.com/opinion/142066
3) 무역 및 원조 업무는 EU차원에서 보면 집행위원회의 소관이나 구상 및 제안(initiative)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사회적 요구에 포함할 수 있다. 아직 EU-북한 관계를 무역정책의 활성화 측면에서 분석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UN결의로 부과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는 단순히 무역에 따른 이익 추구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의 규범 준수 차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4) Statement by High Representative/Vice-President Federica Mogherini on the outcome of the summit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https://eeas.europa.eu/generic-warning-system-taxonomy/404/46313/statement-high-representativevice-president-federica-mogherini-outcome-summit-between-united_en
5) Statement by HR/VP Mogherini on the outcome of the inter-Korean Summit, https://eeas.europa.eu/headquarters/headquarters-homepage/43674/statement-high-representativevice-president-federica-mogherini-outcome-inter-korean-summit_en
6) Speech by Federica Mogherini at the European Parliament plenary session, Strasbourg, 13 March, 2018,
https://eeas.europa.eu/delegations/south-korea/41269/speech-high-representativevice-president-federica-mogherini-european-parliament-plenary_en
7)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 1718, 14 October 2006. 관련 문장은 다음과 같다.
....Decides that the DPRK shall abandon 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mes in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manner, shall act strictly in accordance with the obligations applicable to parties under the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and the terms and conditions of its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Safeguards Agreement (IAEA INFCIRC/403) and shall provide the IAEA transparency measures extending beyond these requirements, including such access to individuals, documentation, equipments and facilities as may be required and deemed necessary by the IAEA....
8) Enrico D’Ambrogio, “South Korea’s presidential election Potential for a new EU role in the Korean Peninsula”, Brussels, EU Parliament Research Service, May 2017. http://www.europarl.europa.eu/RegData/etudes/BRIE/2017/603905/EPRS_BRI(2017)603905_EN.pdf
9) Speech by High Representative/Vice-President Federica Mogherini on the Iran nuclear agreement at the European Parliament plenary session, https://eeas.europa.eu/headquarters/headquarters-homepage/46380/speech-high-representativevice-president-federica-mogherini-iran-nuclear-agreement-european_en
10) 따라서 집행위원회는 6월 6일 두 개의 위임 조항(Delegated Acts)을 채택하였다. 첫째 EU 기업들은 미국의 2차 제재를 따르지 않아도 되며, 둘째 유럽투자은행의 이란의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투자를 확대할 것 등을 명기하였다.
11) 이는 군사적 기동력(military mobility)의 재편성 문제와 연관된다. EU는 향후 기동력 관련 필요부분을 국경의 세관검사 등에 투자하려 하며 이는 기존의 NATO식 기동훈련 개념과는 다른 틀에 있다. 또한 EU는 상설구조협력(PESCO)을 출범시키면서 방위 예산을 새롭게 수립하고 집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NATO의 역할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12) 특히 EU 인근 국가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몰도바, 튀니지 등의 역량 강화 문제이다.
13) 여기에는 신흥안보와 전통안보가 중첩되는 분야가 포함된다. 이를테면 테러리즘, Da'esh(아랍극단주의 세력)에 대비한 협력 전략 등이다.
14) “Rencontre Trump-Kim: les droits humains, grands oubliés du sommet de Singapour”, Le Monde, 12.06.2018.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8.6.22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Tag 북미정상회담, 유럽연합 대외관계청, 샤를부아 정상 코뮤니케, 다자적 국제협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