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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사태 악화일로: 평화를 위한 새로운 셈법을 모색해야 By : 한동균 (제주평화연구원) JPI PeaceNet: 20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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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18

 

홍콩 사태 악화일로:

평화를 위한 새로운 셈법을 모색해야

      
한동균

제주평화연구원

 

  

20194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 바 '송환법' 추진을 계기로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가 최근 반()중국 및 민주주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928일부터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이어졌던 '우산혁명'을 뛰어넘어 홍콩 역사상 최장, 최대 규모의 반중 민주화 시위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홍콩 시위 사태는 결국 친중파 지도자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94'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는 등 한발 물러서며 사실상 홍콩 시민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의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에 740만 명이 조금 넘는 홍콩 인구 중 2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결집한 것을 보면 자유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가치인 듯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홍콩 시민들의 반중 정서가 증폭되고 있으며, 심지어 장기화하는 홍콩 시위가 총파업, 동맹휴업, 불매운동 등 '3파 투쟁'으로 이어가면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홍콩 시위 사태는 중국 공산당과 자유를 열망하는 홍콩 시민 간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 원인은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이지만 정치적으로 홍콩 행정장관 선출 방식에 대한 홍콩 내부의 불만과 경제적으로 극심한 빈부격차, ()중국 경제의존도 확대에 대한 우려 이외에도 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번 홍콩 시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해 살펴보면, 20183월 홍콩인 남성 천퉁카이(陳同佳)가 여자 친구와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치정문제로 살해한 뒤 시신을 대만에 유기하고 홍콩으로 도피한데서 시작된다. 홍콩은 영토 밖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 경찰은 천씨를 체포하고도 대만과 '송환법'을 체결하지 않아 대만으로 인도할 수 없었고, 이에 홍콩 정부가 중국을 포함한 대만, 마카오 등 '송환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서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송환법'이 통과되면 중국은 홍콩에 숨어 있는 중국인 범죄자들을 송환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이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잡아들일 수 있게 하는 첫 번째 단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악용될 것을 우려하여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홍콩 정부는 정치와 종교 관련 사범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7년 이상의 중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만 적용하되 최종 송환 여부는 홍콩 법원이 결정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홍콩 시민들은 홍콩 행정장관은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친중파 정치인일 뿐이고, '송환법' 통과 그 자체가 중국의 정치체제인 사회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조건부로 공존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홍콩 시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인 '송환법'과 함께 그동안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빚어진 홍콩과 중국의 갈등으로 봤을 때,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 또한 존재한다.

우선, 정치적 요인으로 홍콩 행정장관 선출에 대한 불만을 들 수 있다. 중국은 홍콩이 '일국양제'가 시행되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19904월 제7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에 관한 결정(中华人民共和国香港特别行政区基本发的决定)을 통과시키며, 홍콩 정부의 수반을 행정장관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현재 홍콩은 민주주의 체제이긴 하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행정장관을 선출해 오면서 선거인단이 중국 공산당의 의도가 반영되어 민주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게 된 후 몇 차례의 개정을 통해 직선제를 도입하게 된다. 하지만 입후보자가 중국에 의해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자 가운데 직접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변질되면서 직선제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홍콩 시민들은 20149월 대규모 시위인 '우산혁명'으로 이어졌는데, 이에 홍콩 정부는 최루탄을 발사하면서까지 강경하게 진압한 결과 선거제 개편은 흐지부지 되었고,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우산시위' 당시 강제진압에 앞장섰던 친중파 캐리람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면서 갈등이 심화되어 온 것이다.

 

둘째, 경제적 요인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평등과 치솟는 생활비, 낮은 임금상승률 등에 대한 경제적 불만을 들 수 있다. 지난 8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분배의 평등과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는 2016년 기준 홍콩이 0.539로 싱가포르 0.4579, 미국 0.411에 비해 폭동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부동산 가격은 아파트 3.3당 한화 약 1억 원을 넘을 정도로 치솟았지만 홍콩 하위직 노동자의 임금상승률과 중간 관리자 및 전문직 종사자의 소득은 연평균 각각 1.12%, 1.14% 증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것이 시위의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중국 본토의 수많은 부동산 자본들이 홍콩으로 몰려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홍콩인들은 작은 원룸조차 얻을 수 없는 세태에 대해 절망하고 있으며, 홍콩인들의 경제적 문제, 빈곤문제, 주거문제 모두 중국 본토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이는 결국 홍콩 정부의 '송환법' 추진이 이번 홍콩 시위 사태의 계기가 된 것일 뿐, 사실상 홍콩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현 세대의 불만이 '송환법'을 계기로 결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중국 본토인의 홍콩 이주 급증에 따른 홍콩인과의 갈등을 들 수 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30년 동안 홍콩에서 영주권을 얻은 중국인이 6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급격히 증가한 홍콩 이주 중국 본토인들과의 잦은 마찰은 그동안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특히, 홍콩 국적 획득을 위한 중국인들의 무분별한 원정 출산과 홍콩 초중고교 교과서에 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을 둘러싼 갈등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놓고 중국 본토인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등 홍콩 경제에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몫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홍콩인들의 뿌리 깊은 불만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송환법'을 계기로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는 본질적으로 중국 본토와 홍콩 간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측면 등 여러 요인으로부터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시위 초기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 및 쳅락콕 국제공항 점령 등 거친 반중 시위가 중국 정부로 하여금 '테러리즘' , 중국의 핵심이익을 저해하는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였고, 심지어 무력을 동원해 진압하는 방안도 불사하겠다는 경고까지 이어지면서 홍콩 시위 사태의 대치국면이 격화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가 국제사회로 논란이 확산되자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캐리람 행정장관을 통해 '송환법' 철회를 공식 발표하였지만 홍콩 시위대는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처벌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자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요구 조건을 이룰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고,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 또한 지난 9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중앙당교 연설에서 홍콩과 마카오, 대만은 중국 공산당의 주요 위협으로 이 3개 지역의 도전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하는 등 홍콩 시위 사태에 직접적 개입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홍콩 시위 사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홍콩 시위가 제2의 천안문 사태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송환법' 철회 공식 발표를 통해 제2의 천안문 사태로 번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은 넘겼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정작 홍콩 야당은 시위가 계속되면 캐리람 장관은 이미 모든 성의를 다했으니 별수 없이 강하게 진압해야 한다고 내세울 것이라며, 계엄령인 긴급법 발동을 위한 명분을 준 셈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끝을 보이지 않는 홍콩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과거 중국 정부는 1989년 베이징(北京)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탱크와 장갑차로 진압했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30년 만인 올해 홍콩에서 과거와 같은 무력집압과 유혈사태가 되풀이 된다면 세계의 인도주의와 시장경제는 심각한 후퇴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세계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홍콩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시장의 교두보로 거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므로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벌어진다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위축된 세계경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홍콩 시위 사태는 홍콩이나 중국의 문제를 넘어 아시아가 지향하는 가치, 세계경제의 향방과 직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반드시 평화적이고 인도적으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불행 중 다행히도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군대를 투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홍콩에는 약 6,000명에 달하는 중국인민해방군 주()홍콩 부대가 주둔해 있지만 만약 중국군이 투입되면 홍콩에서는 '송환법' 반대시위가 아닌 반중국 정부나 반중국 공산당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직까지도 홍콩은 외국인직접투자(FDI) 등 국제금융 허브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군이 개입하는 순간 '일국양제'가 끝날 뿐만 아니라 대만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중국 정부가 과거 천안문 사태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점 등이 제2의 천안문 사태로 확전될 수 없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에 경제제재를 가했다. 최근 세계경제의 저성장 지속가능성과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중국경제의 뉴노멀 진입,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 등 대내외 복합적인 악조건 속에서 홍콩 시위 사태가 제2의 천안문 사태로 번진다면 과거보다 더 강한 경제제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제발전과 국격을 포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다음달 101일에 있을 건국 70주년 국경절 기념행사를 앞두고 여러 악재 속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홍콩의 민주화가 중국 본토의 민주화 열풍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양보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 사태를 단순한 '송환법' 반대 차원이 아닌 국가의 핵심이익과 관련한 '일국양제' 차원으로 규정함에 따라 비타협적 자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홍콩 정부가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교섭이 정체되고, 시위의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홍콩의 경제기능은 유지되지만 시위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일촉즉발의 시위 현장은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기에 중국 정부는 국제적 리더십과 경제적 성패에 직결된 사안임을 직시해 평화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의 천안문 사태는 결코 없어야 한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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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저자 한동균, 現 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원.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난카이(南开) 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2019년 중국인민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북경사무소 연구원 및 북경(北京) 소재 중앙민족(民族)대학교 강사로 활동함. 주요 논문은 『한국의 대(對)중국 직접투자가 중국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 연구』 및 『중국과 베트남 개방정책이 북한에 주는 함의와 당위성 연구』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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