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ENGLISH
- 정기간행물 - JPI PeaceNet
JPI PeaceNet
기로에 선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 By :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JPI PeaceNet: 2019-29
PRINT : SCRAP: : FILE : (다운로드 : 호) (조회 : 293)
기로에 선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1. 머리말

2017년 말 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등 연이은 전략도발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외치는 등 군사적 수단 사용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위기는 고조됐다. 문재인 정부는 전쟁반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평화우선의 한반도 정책(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노력을 병행 추진하면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가 비핵평화협상을 위한 ‘이익의 조화점’을 찾음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1년 만인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채택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했다. 6월 12일 북한과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공동성명’을 발표함으로써 70년 동안 유지해 왔던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본격화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3월 5일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특사면담에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조건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 특사에게 비핵평화협상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정세가 본격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했다.

판문점선언과 북미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급진전할 것 같았던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이행로드맵 합의와 초기조치를 교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정체국면에 빠졌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고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어렵게 마련한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도 결렬됐다. 북한이 요구한 미국식 셈법 전환의 시한인 연말이 다고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하노이 정상회담과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나타난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이를 알아보고, 기로에 처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가속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2. 데드라인 향하는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어렵게 마련한 10월 4∽5일에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이 또다시 결렬됨으로써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회담 결렬 직후인 10월 6일 외무성 대변인담화를 통해서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연말까지 미국이 셈법을 바꿔 나올 때까지 기다릴 태세다.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방법’과 ‘창발적인 해결책’에 기초한 대화에 준비되었다는 신호를 거듭 보내와 “미국이 올바른 사고와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지만,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일정에 조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고 비난했다.1) 북한은 미국이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혔다.2)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를 위한 선 행동 조치를 취했던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행동을 요구하며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 기다릴 태세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고,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3)

북한이 핵실험과 ICBM 관련 실험은 중단했지만, 하노이 결렬 이후 최근까지 단거리미사일과 방사포 등 단거리발사체 11차례 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MB) 1차례 실험을 지속하면서 신무기체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가동을 중단시키지 못해 핵과 미사일 능력은 질량적으로 고도화되고 있어 북한은 이미 ‘사실상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준마행군길’을 과시하며 “가질 수 있는 절대병기를 다 가진 강대한 김정은 조선”을 선포하고 “오직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4)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조선은 가질 수 있는 절대병기를 다 가졌고 제재압박 속에서도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방식과 잠재력을 마련하였다”고 밝혔다.5)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중단 등 선 행동조치를 통해서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북미 신뢰조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미국이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를 지속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식 셈법’을 바꿔 행동을 보일 때까지 기다릴 태세다. 백두산준마행군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적들이 아무리 집요하게 발악해도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살아갈 수 있고 우리 식으로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밝히며, 이것이 “더 높이 비약한 2019년의 총화”라고 하면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6)

북한이 미국에 대해 선 행동과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남한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F-35A 스텔스기 등 첨단무기 도입을 문제 삼으며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이다”7), “미국이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 보고 싶다”8)라고 밝히며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우리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때에야 미국과 비핵화논의도 할 수 있다”9)고 밝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선 행동을 취해야 비핵화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지속한다면 중단했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실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10)

북한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본격 가동 여부는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의 촉진자역할과 중국의 구원역할로는 더 이상 프로세스를 움직이기 어려운 국면에 도달했기 때문에 공은 미국에 넘어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따라 진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 가동 환경과 각국의 선택

(1) 비핵평화협상의 환경변화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이 발표될 때만해도 급진전할 것 같은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1년 5개월여 동안 본격적인 가동을 멈춤으로써 재가동 동력이 점차 소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가질 수 있는 절대병기를 다 가졌다’고 말할 정도로 북미 핵협상이 지연되는 동안 북한의 핵무력과 미사일 능력은 빠른 속도로 고도화 됐다. 미중의 무역갈등과 패권경쟁의 본격화, 한일갈등 심화,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 등 각자도생의 세계정세도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남측 특사단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조건부 비핵화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전제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한미연합군사연습 재개와 북측 지도자에 대한 참수무기로 인식하는 남측의 F-35A 스텔스 도입을 군사적 위협 증가와 체제안전을 해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강하게 반발했다. 남한이 전략자산에 해당하는 F-35A 스텔스기를 도입하자 상호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및 9·19 남북군사합의서 등 남북합의 위반이라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남한은 북한의 핵개발에 맞서 이전 정부가 도입을 결정한 것이고 스텔스기 도입은 북한 위협보다는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북미와 남북이 상호불신을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연결하여 단계별 동시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변정세마저 복잡해져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가동 전망은 밝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우선의 한반도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정책,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핵 병진노선 결속과 경제발전우선노선 사이에 이익의 조화점을 찾아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할 때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하지만 각국의 국내정치변수와 국제정세 변화가 개입하면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는 정체국면에 봉착했다.

(2) 미국의 현상유지 선택 가능성
미국이 제재만능론에서 벗어나야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움직일 수 있지만, 국내정치문제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양보로 비춰지는 셈법을 내놓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억지하는 선에서 상황관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핵 폐기보다는 동결에 주력하면서 북핵문제를 대중국전략으로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북핵문제를 자기가 해결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톱다운 방식으로 담판하려하지만 존 볼턴 국가안전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관료들의 반발로 북핵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하노이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핵시설에 대한 영구폐기와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일부해제를 교환하는 협상을 스냅 백(snapback) 조항을 넣어 타결하려고 했지만,11)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반대하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하고 북핵업무를 계속 맡기로 한 것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격을 맞춰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리비아모델을 고집했던 볼턴을 해임하고 협상을 통한 북핵해결에 강한 의지를 가진 비건을 부장관으로 승진시킨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때까지 제재완화 등 양보로 비춰지는 협상안을 제시하기는 힘들겠지만, 북한이 판을 깨는 것을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과거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길을 선언하고 핵과 장거리미사일실험을 재개하는 쪽으로 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모멘텀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3) 북한의 미국의 선행동과 셈법 전환 요구
북한은 미국이 셈법을 바꿔 그들이 취한 행동(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 중단)에 상응하는 행동(한미군사연습 중단 약속 이행 등)을 보여야 비핵화 실무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고난의 행군’까지 하면서 어렵게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는데 완성과 함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고 내부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일 수 있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이란 전제조건을 걸어두고 조건부 비핵화론을 펴면서 제재완화에 주력하면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경제제재에 집중하는 것을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북미대치의 ‘장기성’을 언급하고 제재 지속에 맞설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미국이 선비핵화론을 펴면서 비핵화 추가조치를 요구하거나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4월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이 셈법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하노이에서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교환하는 ‘안보-안보’ 교환방식을 뒤로 하고, 1994년 제네바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했던 동결 대 보상 방식처럼 안보(영변 핵시설 영구폐기)-경제(제재완화) 교환을 시도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문제를 제기하며 군사적 위협해소와 체제안전보장이 이뤄져야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북한은 하노이에서 미국이 군사적 위협해소와 체제안전보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비핵화 초기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완화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은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12)

북한은 체제안전은 그 누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핵개발에 주력했지만,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병진노선을 결속하고 경제발전에 주력하기 위해 조건부 비핵화론을 펴왔다. 북한은 이라크, 리비아 사례에서 미국으로부터 항구적인 체제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당장 군사적 위협 해소는 어렵다고 보고 체제보장보다는 제재완화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4) 체제안전보장과 중국변수
비핵화 초기조치와 상응조치가 합의될 때까지 중국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관여할 공간은 많지 않았지만 제재와 체제안전보장부문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북핵불용’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공유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도 준수하지만 비핵화 진전에 따른 제재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해도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증 받고 경제발전을 위한 지원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2018년 6월 19일에 열린 3차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관계를 ‘한집안식구’, ‘혁명의 한 참모부’라고 주장했다.13) 최근 북한은 체제안전과 관련해서 새로운 패권국가로 떠오르는 중국과 1961년 맺은 북중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에 있는 자동개입조항을 환기시키고 있다.14)

(5) 북미의 비핵평화 프로세스 이탈 방지를 위한 한국의 적극적 노력
문재인 정부는 평화우선의 한반도정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본격화하여 ‘평화경제’를 실현하고 ‘신한반도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만 하노이 노딜과 북미핵협상 지체, 남한 역할과 첨단무기 도입에 대한 북한의 반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한국의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선언으로 인한 한일갈등, 검찰개혁을 둘러싼 남남갈등 등으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북한이 정한 미국식 셈법 전환의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미국의 대선국면으로의 진입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북미의 비핵평화 프로세스 이탈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톱다운 방식으로 시작한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이행 로드맵을 만들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는 것은 각국의 국내구조의 반발과 미중 무역갈등, 한일갈등 등 변수들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정한 데드라인인 연내에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을 수 있도록 창의적 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설령 연내 북미 실무회담이 재개되지 못하더라도 판이 깨지지 않고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상황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은 연말까지 집중력을 발휘하여 북한이 내년도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서 북미협상 결렬과 ‘새로운 길’ 선언을 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4. 맺음말

북핵협상의 성공 여부는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교환, 즉 ‘안보―안보 교환’을 위한 새로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만들고 실천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정상이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면서 9월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대로 영변핵시설 영구폐기와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협상을 먼저 추진하자는 입장이며, 미국은 ‘동시병행(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요구하면서 포괄적 합의와 포괄적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가 신뢰의 문제로 비핵화 목표에는 동의하면서도 접근방법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실무협상의 진전 여부는 비핵화 개념과 최종상태(end state)를 어떻게 설정하고, 북한의 단계별 동시행동과 미국의 동시병행 사이의 접근방식의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가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2차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이 밝힌 협상목표는 ①비핵화 개념 정의, ②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추진, ③이행로드맵 작성이며, 이 목표는 앞으로도 북미 실무협상에서 집중적으로 협의해야할 과제다.

향후 실무협상에서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별 이행의 로드맵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지금도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동결시키고, 북한이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안전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여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와 포괄적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면 제재를 풀고 ‘밝은 미래’를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선 핵폐기를 통한 무장해제로 인식하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단계별 동시행동을 통해서 신뢰를 쌓아나가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의 징표로 인식한다.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가속화를 위해서는 쌍중단 차원에서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실험 중단과 미국의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약속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포괄적 합의와 단계별 이행을 위한 실무협상을 재개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남·북·미 정상들이 나서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될 경우 3국 지도자 모두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북미 3국 모두 속도가 나지 않더라도 판을 깨지 않는 쪽으로 상황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1) 미국이 제시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미국측이 말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비핵화정의에 대한 합의》, 《녕변핵시설 페기+α》 등 조선의 비핵화조치에 따라 련락사무소 개설, 섬유와 석탄의 수출제재유예 등 상응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관측을 내돌리고 있다. 이는 조선이 핵을 먼저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후 보상》주장의 변종일 뿐이다. 조선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조선신보』, 2019년 10월 8일.
2) 『조선중앙통신』, 2019년 10월 6일.
3) 조선신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보겠다고 했는데, “그 뜻은 미국이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 손으로 올해 말까지 치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신보』, 2019년 10월 8일.
4) 동태관, “‘정론’ 절세의 영웅 우리의 장군,” 『로동신문』, 2019년 10월 18일.
5) 『조선신보』, 2019년 10월 24일.
6) 동태관, “‘정론’ 절세의 영웅 우리의 장군,” 『로동신문』, 2019년 10월 18일.
7) 조선외무성 대변인담화, 2019년 10월 6일, 『조선중앙통신』, 2019년 11월 6일.
8)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명의의 담화, 2019년 10월 24,  『조선중앙통신』, 2019년 10월 24일.
9)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제18차 비동맹운동장상회의 연설, 『조선중앙통신』, 2019년 10월 29일.
10) “우리는 이미 합동군사연습이 조미관계진전을 가로막고 우리가 이미 취한 중대조치들을 재고하는 데로 떠밀 수 있다는데 대하여 한두번만 강조하지 않았다.” 조선외무성 권정근 순회대사 담화, 2019년 11월 6일, 『조선중앙통신』, 2019년 11월 6일.
11)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핵시설뿐 아니라 운반수단인 탄도 미사일과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 더 나아가 생화학무기 프로그램까지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완전한 접근 허용 ▲ 핵 관련 모든 활동 중지와 새 시설물 건축중단 ▲ 모든 핵 인프라 제거 ▲ 모든 핵 프로그램과 과학자 및 기술자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 등을 핵심요구 사항으로 포함시켰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31일.
12)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하노이 결렬 직후인 2019년 3월 1일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이런 기회가 다시 미국에 차려질지에 대해 장담하기 힘들다”고 주장한 데 이어, 3월 1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했는데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다시 밝혔다. 
13)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환영 연회 연설에서 “오늘 조중(북중)이 한집안 식구처럼 고락을 같이하며 진심으로 도와주고 협력하는 모습은 두당·두나라 관계가 전통적인 관계를 초월하며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내외에 뚜렷이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선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20일.
14) 북한은 이 조약에는 “체약국쌍방의 어느 한 나라가 외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는 경우에 다른 체약국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까지 포함한 온갖 형태의 원조를 줄데 대하여서와 두 나라 공동의 리익과 관련되는 중요한 국제적 문제들에 대한 협의, 조선의 통일에 대한 립장 등이 규정되여 있습니다”라고 밝혀, 그동안 자동개입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조약내용을 대외적으로 밝혔다. 심승건, “조선반도평화보장체계수립에 대하여,” 『제14회 코리아학국제학술토론회 자료집』(국제고려학회, 체코 카렐대학교 프라하한국학연구소, 2019년 8월 18-21), p.26.​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저자 고유환은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학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획조정위원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위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회장(2012),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에서 방문학자 등을 지냈다. 북한문제,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 등과 관련한 다수의 저서, 논문 칼럼이 있다.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