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론적 관점에서 본 북한 핵문제 By : 이동휘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DATE : 2017-08-23 오후 3:08:15
<br><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2017. 8. 24</p><br>
<p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 12pt;"><b>협상론적 관점에서 본 북한 핵문제</b></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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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이동휘<br>한국외교협회 부회장</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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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반도는 지속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와 그 운반 수단으로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연이은 발사 실험으로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위기 끝에는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경험적 관찰을 상기해 볼 때, 북한 핵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협상론적 시각에서 조망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br>
  첫째, 핵개발의 목적에 대한 판단이다.<br>
  일반적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보는 정치적 차원의 시각은 핵개발이 궁극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목표로 하는지 아니면 일정 수준의 핵능력을 갖추어 이를 다른 양보를 받아내는 흥정용으로 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시도하는데, 다수론은 보유에 무게를 두고 있다.<br>
  그러나 협상론적 시각에서 접근해 보면, 이러한 보유와 흥정의 이분법적인 구분보다는 절충론적 시각이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그 이유는 특정 시점에서 보유를 궁극적 목적으로 하더라도 협상은 시도하게 되는데, 이는 핵개발 시간을 벌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br>
  반대로 흥정의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핵개발은 계속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협상 과정에서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더 큰 담보물을 확보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br>
  이렇게 보면 보유냐 흥정이냐를 둘러싼 북한의 전략적 결정은 특정 시점에서 최고정책결정자가 국내 여건, 국제 환경 및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를 판단해 보는 데서 시작된다고 볼 수도 있다.<br>
  이러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북한의 핵개발 의도를 감안해 본다면, 모호성이 존재하는 상황 하에서, 결정론적인 판단을 전제로 하는 정책 선택의 경직성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br>
  둘째, 유용한 전략적 대응방안의 선택이다.<br>
  지난 시기 동안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대결 상황과 협력의 가능성이 교차 되어 나타나는 특징을 보여 왔다. 그 배경에는 북한의 핵무기 및 여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포함하는 호전적인 대남정책 노선과 경제난의 심화를 극복하려는 나름의 노력이 혼재하고 있다.<br>
  이러한 구조적인 환경 하에서 한국의 역대 정부는 압박을 중시하거나 또는 대화를 중시하는 선택을 하여 왔으나, 어느 선택도 한반도 문제의 복잡성을 풀어나가는데 유효한 정책이 되지 못한 점도 있었다고 평가되고 있다.<br>
  적대적 관계에서 오는 긴장을 해소하면서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으로서는 세 가지 경로가 있다.<br>
  첫 번째 경로는 완고한 상호주의(rigid reciprocity)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의 원칙을 고수하여 상대방의 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중장기적 협력을 유도해 나가는 것인데, 이론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특히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위기의 확대(crisis escalation) 가능성이 높아, 최악의 상황이 발발되는 경우는 피해야 하는 정책 당국으로서는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제약을 가진다.<br>
  두 번째 경로는, 일방적 양보(unilateral concession) 전략으로, 상대방의 변화를 유도해 나가기 위하여 우선적인 양보 조치를 취해 나가는 전략인데, 양보가 지니는 패배주의적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실 국제정치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선택은 국내외적으로 일방적인 유화정책으로 인식되거나 또는 수행 과정에 드는 정치ㆍ경제적 비용에 대한 문제 제기 등으로 그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제약을 가지고 있다.<br>
  세 번째 경로는, 완고한 상호주의와 일방적 양보 사이에서 절충적인 조합을 생성하는 것으로 확고한 신축성(firm flexibility)이라고 불릴 수 있는데, 이는 조건부 상호주의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전략의 장점은 강경책에서 올 수 있는 위기 확대재생산의 위험성을 피하는 한편, 온건책에서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인데, 대외정책과 관련된 위험성과 기회 요소를 동시에 관리해 나가야 하는 정책 당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용이하게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br>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실질적으로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은 기회주의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않기 위해서는, 압박제재의 발동과 대화협상 개시의 조건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하고, 특히 압박과 대화 양자 간의 정책전환이 특정 조건하에서 가능함을 분명히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고도 유효한 정책 수단의 동원이 요구된다고 하겠다.<br>
  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Maximum Pressure & Engagement)’ 정책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북한 핵개발의 목적이 보유와 흥정의 양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한 전략적 대응 또한 압박과 대화를 병행시키는 방안으로서의 ‘확고한 신축성’을 확보해 나가는 방향으로 수립 되어야 할 것이다.<br>
  셋째, 국가안보개념 확대의 필요성이다.<br>
  북한의 의도가 보유와 흥정의 이중성을 띄고 있으며, 이에 대한 효율적인 전략적 대응이 압박제재와 대화협상을 병행하는 것이어야 한다면, 이러한 상황에 걸맞은 정책 수단을 개발하고 동원해 나가기 위한 토대로서의 국가안보개념이 우선 확대 되어야 할 것이다.<br>
  새로운 '국가안보' 개념은, ‘군사안보’와 동일시 하여온 기존의 인식 틀에서 벗어나, 비군사안보, 특히, '외교안보'의 개념을 추가하여 폭넓게 규정한 것이어야 하는데 군사안보는 국가방위능력을 강화하여 대북 '압박과 제재'의 효용성을 증대시키는 한편, 외교안보는 대북 '대화와 협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이 두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야만 대북 균형접근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br>
  이러한 군사안보와 외교안보의 적절한 배합은 군사 문제와 경제 문제들을 연계시켜 제기하는 트럼프 협상 전략에 대한 보다 유용한 대응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안보 개념의 확대는 한국 사회 내부에 현존하는 대화를 중시하는 진보적 의견과 압박을 강조하는 보수적 견해 간의 고질화된 이분법적 대립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고 하겠다.<br><br>
* 이 글의 일부 내용은 필자가 국립외교원 재직 시 작성한 2013년과 2014년 정책연구과제들의 내용 중 필요부분을 발췌, 수정, 전재하였음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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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e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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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2017.8.23 게재<br>*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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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現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 한국협상학회 회장 등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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