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대북 지원의 실태와 논란, 그리고 세 가지 고려 사항 By : 한준성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 DATE : 2017-10-16 오후 10:46:56
<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2017. 10. 11.</p><br>
<p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 12pt;"><b>인도적 대북 지원의 실태와 논란, 그리고 세 가지 고려 사항
</b></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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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한준성 <br>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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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justify" style="text-align: justify;">
<strong>                                   <목차></strong><br><br>      1. 북한 주민의 식량난과 취약한 보건의료<br>      2. 국제사회와 한국의 인도적 대북 지원 실태<br>      3.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논란<br>      4. 인도적 대북 지원의 기대효과 <br><br>
<strong>1. 북한 주민의 식량난과 취약한 보건의료<br></strong>
  몇 해 전 필자는 북한 보건의료 분야에서 종사한 이력을 가진 한 탈북민이 자신의 강연에서 북한의 대다수 노인들이 심각한 식량난이 이어져 오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 것을 기억한다.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무색하게 만드는 현실적 고통을 다 헤아리기는 어려웠고 그럴 수도 없었다. 다만 몇 가지 추정치들은 그 깊이를 어느 정도 가늠하게 해준다. 물론 이러한 수치들이 그 이면에 놓인 물질적 결핍과 정신적 황폐화의 실상을 온전히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북한은 2016년 세계기아지수(Global Hunger Index) 평가에서 28.6점을 받아 주민의 기아 상태가 ‘심각한(serious)’ 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sup>1)</sup> 북한에서는 상층 계급이나 당 간부 등을 제외하고 대다수 주민들이 식량부족과 영양결핍 등 건강권과 생명권에 있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특히 북한 영유아에 대한 지원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의하면 2,510만 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인구 가운데 약 70%가 식량부족을 겪고 있으며 아동의 25%가량은 발육부진 상태에 있다.<sup>2)</sup> 특히 영유아 사망률은 2015년 기준으로 1,000명당 22명으로 심각한 상황이며, 5세 미만 아동의 28%가량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br>
  그렇다면 북한 주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이처럼 심각하게 침해하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복합적인 요인들을 단순화해 본다면 크게 세 가지 요인들이 결합된 탓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자연재해에 대한 취약성이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태풍, 해일,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그런 가운데 2015년에는 16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배가시켰다. 둘째, 북한의 농업 생산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경작지 부족, 지나친 경작, 비료와 살충제 부족, 낮은 기계화 수준, 낙후된 관개시설 등 농업 생산 기반이 부실하고, 이는 북한의 농업 시스템을 자연재해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요인은 북한 정권의 통치 방식이다. 연이은 핵과 미사일 실험과 도발 등 정권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북한 정권의 정책 접근으로 인해 북한사회는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 앞서 설명한 자연재해 취약성과 낮은 생산성 문제는 지속되었고, 내부 분배체계는 부실화·왜곡화되었다. 북한 정권의 벼랑 끝 대외전술이 대내적으로는 북한 주민까지 벼랑 끝으로 내몬 셈이다.<br>
  이처럼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식량 배급과 보건의료에 있어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안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고난의 행군”을 하며 버텨왔다.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실상이 한국과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5년이었다. 그해 8월, 북한 유엔대표부는 유엔의 인도주의사무국(Department of Humanitarian Affairs, DHA)에 긴급 구호 요청을 했다. 국제사회는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원조 캠페인 실시를 신호탄으로 하여 본격적인 대북 지원을 시작했고,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도 이때를 기점으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본격화했다. 인도적 대북 지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물자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역대 정부는 상황에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 간의 교류 및 경제 협력을 인도적 대북 지원의 일환으로 추진하면서 그 외연을 넓혀 왔다.<sup>3)</sup><br><br>
<strong>2. 국제사회와 한국의 인도적 대북 지원 실태<br></strong>
  인도적 대북 지원의 역사를 국제사회와 한국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제사회는 2013년까지 총 18억 9,361만 달러를 북한에 지원했다.<sup>4)</sup>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물자 지원이 대부분이었으나 차츰 사회 인프라, 경제 인프라, 생산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 왔다. 국제사회 지원의 거의 대부분이 무상지원 형태로 공여되었고, 양자 지원(65%) 비중이 다자 지원(3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 가운데 공여액 기준으로 상위 5개 국가는 미국, 독일,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로 나타났고, 미국의 지원은 양자와 다자를 포괄한 전체 지원액에서 약 35%를 차지했다. 또한 OECD DAC에 등록된 공여기구 가운데 유럽연합의 공여액은 국제기구를 통한 공여액의 71%를 차지했으며, 유럽연합의 대북 지원은 양자와 다자를 포괄한 전체 지원액에서 약 24%를 차지했다. 보다 최근에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규모는 배분의 불투명성, 지원에 대한 피로감, 핵과 미사일 문제에 따른 대북 제재, 그리고 세계경제위기의 여파 등으로 인해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sup>5)</sup> <br>
  한국의 인도적 대북 지원 규모를 보면 1995년부터 2017년 8월 현재까지 민간 차원에서는 8,970억 원(전액 무상)에 이르렀고 정부 차원에서는 2조 3,898억 원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가 특수관계라는 점에서 대북 지원을 여타 국가에 대한 원조와 구분하여 국제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채 정부 차원의 지원(국제기구 경유 지원 포함)과 민간 차원의 지원(대한적십자사 경유 지원 포함)으로 구분하여 파악해 왔다. 김영삼 정부 시기에는 1995년 쌀 15만 톤 무상지원을 시작으로 1997년에는 대북 지원의 창구 단일화가 폐지되면서 지원단체들이 독자적으로 지원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sup>6)</sup>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대북 지원이 크게 활성화되었으며 인도적 지원에 한정되지 않고 개발협력 지원으로 형태가 다양화되었다. </p><p align="justify" style="text-align: justify;"><img title="표_연도별인도적대북지원총액_2017101622386.jpg" src="/_data/papermorgue/표_연도별인도적대북지원총액_2017101622386.jpg"><br style="clear: both;"><br>
  이명박 정부는 ‘비핵 개방 3000 구상’하에 북한의 핵포기를 대북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하였고, 2010년 5.24 조치 이후로는 사회 인프라 분야 지원과 방북이 전면 중단되었다. 당국 차원의 지원은 2010년 북한의 대홍수 사태에 따른 쌀과 컵라면 등 지원을 제외하면 일체 없었고 민간 차원의 지원은 위 〈표〉에서 보듯이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명맥이 유지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은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강력 반발하면서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2016년 초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그나마 어렵게 유지되어 온 민간 대북 지원 사업들이 종료 수순을 밟았다.<br>
  그렇지만 두 보수 정부 모두 공통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상황과 구분하여 지속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영유아 및 산모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5.24 조치의 예외 대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sup>8)</sup> 이러한 입장은 문재인 정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처럼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한국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의 모든 정책의 중심에 ‘사람’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인도적 대북 지원을 정치적 상황과 연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통일부 내 인도협력국 설치는 그러한 의지를 구체화하려는 모습으로 볼 수 있고, 정부는 지난달 국제기구(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를 통한 800만 달러의 인도적 대북 지원을 결정하였다.<br><br>
<strong>3.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논란 <br></strong>
  하지만 시기적 요인이 결부되면서 800만 달러 지원을 둘러싼 논쟁이 촉발되었다. 북한 정권이 연이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해온 상황에서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에 대해서 정부와 여당은 직접 현금 지원이 아닌 국제기구에 기금을 지원하는 형식이라는 점, UN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resolution 2375)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을 적시하고 있고 인도적 지원이 그러한 해법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 지원 결정이 집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에 구체적인 지원 내용과 방식에 대한 협의가 가능하다는 점, 미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에 사전 설명을 했다는 점 등을 들며 회의론에 대처하고 있다. <br>
  그렇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도적 대북 지원이 본격화된 이후로도 이러한 회의론과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 과도한 회의론을 억제하기 위한 논리적·경험적 근거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회의론은 크게 두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인도적 대북 지원이 ‘무턱대고 퍼주기’이자 ‘묻지마 지원’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원 물품 등이 북한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리 없을 것이고,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한마디로 인도적 대북 지원은 실제로 북한 정권을 유지·강화하는 부정적 효과를 갖고, 그렇기에 북한의 체제 변화에 장애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인도적 대북 지원이 예산 집행에 관한 정부 책임성을 훼손시키고 자칫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 인도적 대북 지원은 북한 주민의 인권에 반한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북한 정권의 체제 전환 내지는 붕괴와 직결시킬 경우 인도적 대북 지원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럴 경우 북한체제 민주화 요구 아래 인도적 대북 지원의 요청은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한다.<br>
  둘 중에 보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 주장이다. 두 번째 주장과 관련해서는 우선 남북관계의 정치적 상황과 인도적 대북 지원을 연계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있어서는 이전 정부와 현 정부가 동의했다는 점, 그리고 북한 정권을 비난, 압박만 하면서 단기간에 현실화되기 어려운 북한체제의 민주화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북한 주민이 겪는 현실적 고통이 너무나도 크다는 사실 앞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의 시급성을 반박하기는 어렵다. 설령 북한 정치체제가 민주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민주화가 곧장 인도적 위기의 극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또한 인도적 지원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자체가 곧장 인도적 지원의 중단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중단을 정당화하려면 인도적 지원의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를 압도한다는 것과 만일 부정적 효과가 크다면 그것이 지원 방식의 개선으로도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내재적인 효과라는 것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리 내지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는 첫 번째 주장과 관련된다. 즉, 인도적 대북 지원의 투명성에 대한 보장이 일정 수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달리 말해 배분, 전달, 평가 과정에서 북한 정부의 협조가 수긍할 만한 정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도적 대북 지원의 본격 재개와 지속은 어렵다. 이는 정부 책임성 문제와 직결되어 예상 집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br><br>
<strong>4. 인도적 대북 지원의 기대효과 <br></strong>
  다음으로,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회의론과 과도한 논란을 생산적인 논의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그것의 의미 구성과 효용성에 대한 이해를 풍성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인도적 대북 지원의 다층적 의미 내지는 기대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br>
  첫째, 북한 주민의 실생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br>
  둘째, 다양한 루트의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들을 통해 영양상태 평가, 식량 및 농작물 평가 등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의 실상을 구체적인 사례나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북한 주민이 처한 곤경의 실상을 보다 정확히 파악해 대국민 설득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br>
  셋째, 분단체제의 가장 잔혹한 폭력 현상들 가운데 하나인 이산가족 문제를 푸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즉, 이산가족의 상봉, 교신,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br>
  넷째,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난민 발생, 가족 이산과 해체, 인신매매 등의 인권 침해의 상황들과 그에 따른 폭력과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br>
  다섯째, 다양한 주체들의 관여와 참여를 통해 굳이 ‘통일’의 구호를 전면에 내걸지 않더라도 사실상의 통일운동의 저변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 또한 인도적 대북 지원은 그 수준이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면 이른바 ‘인도적 대북 지원의 생태계’를 형성하게 됨으로써 쉽게 중단할 수 없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br>
  여섯째, 북한과의 신뢰형성의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다. 즉,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접촉 지점을 다원화함으로써 남북 간 신뢰형성을 다진다면 이를 기반으로 정치군사적인 차원에서의 남북 간 긴장과 갈등을 관리하거나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 이는 대북 정책을 둘러싼 소모적인 ‘남남 갈등’의 완화, 남북 개발 협력과 대북 해외투자 촉진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중요하다.<br>
  일곱째, 박명규(前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의 설명처럼 인도적 대북 지원은 한국사회의 인권 문화와 국가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공동체적 무형자산”으로서의 의미도 갖는다.<sup>9)</sup>그런 점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은 만일 그것이 북한의 낮은 계층에까지 제대로 전달된다면 대한민국이, 충성심과 애국심보다는 통제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얻게 만드는, 즉 도덕적 정당성 수준을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br>
  여덟째, 북한의 대남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의존하는 것을 일정 정도 방지하는 효과를 갖는다.<sup>10)</sup> 특히 적극적인 인도적 대북 지원은 설령 북한사회에 정치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국제사회에 북한 지역이 대한민국의 우선적 관할하에 있다고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br>
  마지막으로, 미온적이거나 지나치게 조건부적인 인도적 지원 정책은 오히려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의 참상의 원인을 한국 정부로 돌리는 빌미가 될 수 있다.<sup>11)</sup> 그런 점에서 적극적인 인도적 지원 정책은 북한의 그러한 의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선제 전략이기도 하다.<br><br>
<strong>5. 인도적 대북 지원에서 고려되어야 할 세 가지 <br></strong>
  그렇다면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과도한 논란이나 회의주의를 평화사적 차원에서 건설적인 담론과 실천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앞서 제시한 인도적 대북 지원의 다층적 가능성들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보다 많은, 그러면서 보다 다양한 제안들이 제시될 수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크게 세 가지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br>
  우선 어떠한 경우에도 인도적 대북 지원의 흔들릴 수 없는 최우선적 목적이 북한 정치체제의 변화가 아닌 북한 주민의 생존권 확보와 실생활 개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인도적 대북 지원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갖는 정치적 효과에 대한 셈법에 앞서 우선 그것이 헌법적 책무와 인도주의의 관점에 기초한 것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상황 논리가 아닌 일관된 원칙에 따른 주체적 정책 의지와 역량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상황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사려 깊고 결단력 있는, 자신들의 평화사적 책무를 깊게 자각한 정치가와 행정가의 역할이 긴요하다. 특히 이들이 규모와 방식의 변화가 있더라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단(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br>
  물론 인도적 대북 지원의 외연이 상황적 요인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될 수는 있겠지만, 그 핵심(긴급 구호 등)이 기각될 수는 없다는 원칙에 따라야 한다. 이것은 일관성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일관성은 경직성과 다르며 유연성과 모순되지 않는다. 인도적 대북 지원 정책의 일관성은 잠재적 협상 파트너인 북한당국과의 신뢰형성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신뢰형성을 바탕으로 그 외연과 규모를 확대해 나간다면 이는 한국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북한의 의존성을 높임으로써 우리가 대북 협상 과정에서 보다 유리한 지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br>
  다음으로, 인도적 대북 지원은 사회 담론에서 ‘정당성’의 이슈가 되기에 그 정당성에 대한 동의와 합의의 사회적 기반을 넓혀가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먼저 대북 지원의 제 주체들과 협조하여 시민들과 국제사회에 북한 주민이 처한 인도적 위기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기 쉬운 형태로 제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일부 내에 인도협력국이 주도하는, 국내외 지원단체가 참여하는 부처 간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여 북한 주민의 실상에 대한 치밀한 현상학적 분석 작업을 시작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br>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또 다른 차원은 지원 배분 및 전달체계의 투명성이다. 이는 북한 주민의 실생활 개선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지원 수혜 지역을 ‘군’ 등 기초 단위로 하여 신뢰할 만한 조사체계와 인력으로 배분 상황을 지원이 시급한 지역을 중심으로 무작위 감시할 수 있다면,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은 소모적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우면서 적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에 분배 투명성을 높이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영유아 영양 지원과 모자보건 지원과 같이 분배 투명성 논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문들을 중심으로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필요가 있다.<sup>12)</sup><br>
  마지막으로, 인도적 대북 지원과 관련하여 동포사회 내지는 한인 네트워크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정부 차원의 인도적 대북 지원이 정치적·군사적 상황과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상황 변수로부터 비교적 독립적인 외국적 동포들의 의지와 열정, 그리고 이들의 트랜스내셔널 자산과 역량을 잘 조직화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지속적이고 일관된 인도적 대북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과 국제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 지원 참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이들의 북한 억류나 추방 등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잊지 않아야 한다).<br>
  인도적 대북 지원은 민족 공동체의 관점에서 볼 때 절실하다. 분단체제의 비평화와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자원으로서 민족 관념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추진 방식이 방법론적 민족주의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의 고통은 민족의 문제인 동시에 인류사회의 보편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민족 공동체와 분단체제의 특수한 조건하에서 바로 그 보편 과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민족사적·평화사적 책임을 함께 안고 있다. 물론 현실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인도적 대북 지원은 그 추진 과정에서 타협적 균형(modus vivendi)을 찾기 위한 노력을 수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노력이 한반도의 특수성과 인류사회의 보편성이 융합된 의미 지평 위에서 일관된 원칙하에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 <br><br><br>
-<br>1) 세계기아지수 홈페이지(<a href="http://ghi.ifpri.org).">http://ghi.ifpri.org).</a><br>2) 세계식량계획 홈페이지(<a href="http://www1.wfp.org/countries/democratic-peoples-republic-korea).">http://www1.wfp.org/countries/democratic-peoples-republic-korea).</a><br>3) 민태은, “남남갈등과 인도적 대북지원,” 『의정연구』 제22권 제3호(2006), 206쪽.<br>4) 박지연,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분석(1945~2014),” 『수은북한경제』 봄호(2015), 59-62쪽.<br>5) 정영철, “대북 인도적 지원의 추이와 과제,” 『통일경제』 제1호(2016), 28쪽.<br>6) 문경연・이우영・정소민, “대북지원 20년(1995~2015):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성과와 과제,” 『국제관계연구』 제22권 제1호(2017), 54쪽.<br>7) 통일부 홈페이지(<a href="http://www.unikorea.go.kr/unikorea/business/statistics).">http://www.unikorea.go.kr/unikorea/business/statistics).</a><br>8) 문경연 외(2017), 54쪽.<br>9) 『연합뉴스』(2013/12/11), “법륜, 朴 대통령에 ‘대북인도적 지원 결단’ 촉구.”<br>10) 『조선일보』 한승주 칼럼, “대북 지원의 대상은 북한 주민이다”(<a href="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8/29/2011082902465.html).">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8/29/2011082902465.html).</a><br>11) 『조선일보』 한승주 칼럼.<br>12) 송영훈, “북한국제화와 인권 및 대북인도지원,” 박명규 외, 『북한국제화 2017』(서울: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13), 93쪽.<br>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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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e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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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2017.10.16 게재<br>*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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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現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의 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 2017년 4월부터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분야는 이주노동정치, 이민정책 등임. 주요 논문 및 저서로, "1995년 이주노동자 명동성당 농성과 이주노동정치 지형의 변화", "민주화 이후의 이주노동정치사: 초기(1987~1993)", "‘박정희가 만든집’: 초기 복지정치의 유산", "다문화주의 논쟁: 브라이언 배리와 윌 킴리카의 비교를 중심으로"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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