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방정식: 미중관계와 한반도 평화 By : 김태완 (동의대학교 교수) DATE : 2018-02-01 오후 5:22:24
<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2018. 2. 1.</p><br>
<p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 12pt;"><b>한반도 방정식: 미중관계와 한반도 평화</b></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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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김태완<br>동의대학교 교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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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한반도의 지정학적 한계<br></strong>
  지정학에서 공간과 위치는 중요하다. 위치적으로 강대국에 이웃한 국가는 종속의 위협에 노출된다. 공간적으로 협소한 국가는 광대한 국가의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위치와 공간 모두 한국의 국가이익에 장애요인이다. 종합국력으로 볼 때, 세계 1, 2, 3, 4위의 국가와 모두 이웃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다. 국토는 이웃한 강대국에 비해 매우 협소한데, 그나마 분단되어 있다.<br>
  한국이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오히려 디딤돌 삼아 통일과 동북아 평화의 방향으로 전진하려면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성(합리)에 근거한 국제관계의 다양한 이론과 수단을 활용해 본들 숙명적 지정학의 장애를 떨쳐버리기 힘들다. 비용과 이익만을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것만 가지고는 지정학적으로 주어진 위치와 공간의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성을 넘어서는 역발상이 필요하다.<br>
  역발상은 비효율적일 수 있고, 감성적일 수 있고, 단기적으로 손실일 수도 있다. 이는 인내와 고통을 요구할 수도 있다. 통일과 평화를 향한 비전이 없이는 그러한 인내와 고통을 감내할 수 없다. 공동체의 합의를 통해서 그러한 비전에 제시되고 공유될 수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냉엄한 국제관계의 현실에 두 발을 굳건히 딛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역발상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역발상이 그리 비합리적이지도 않은 이유이다.<br>
  이제 한반도 방정식을 소개함으로써, 한반도의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이 통일과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토론하는데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br><br>
<strong>한반도 방정식<sup>1)</sup><br></strong>
  <img title="chart_01_20180201172033.jpg" src="/_data/papermorgue/chart_01_20180201172033.jpg"></p><p align="justify" style="text-align: justify;"><img title="chart_02_20180201172148.jpg" src="/_data/papermorgue/chart_02_20180201172148.jpg"><br style="clear: both;"><br style="clear: both;">방정식이라면서 등호(=)를 사용하지 않고 방향성(→)만으로 제시한 것은, 양변이 절대적 인과관계에 있지 않음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결국 한반도 방정식은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통일과 역내의 평화(D)’를 이루기 위해서는 비용과 이익(costs and benefits)을 계산하는 합리성을 넘어선, ‘무모한 도전’이 필요함을 표현하는 방정식이다. 기존의 (신)현실주의 국제관계 이론의 시각에서는 무모한 역발상이지만, 현실 강대국관계(미중관계)에 얼마만큼 철저히 발을 딛고 있느냐에 따라 D는 더욱 분명해 질 것이다.<br>
  미국(H)과 중국(C)은 D(통일과 역내평화)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독립변수이다. 따라서 한국(K)은 두 강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활용하느냐에 외교력을 기울여야 한다. 21세기 내내 여전히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겠느냐 아니면 중국이 대신할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와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K에게 절대권력을 가진 H는 너무 멀리 있고, C는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H를 믿고 상대적 약자인 C와의 관계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감성적으로야 멀리 있는 H가 살갑고, 가까이 있는 C는 두려울 수도 있지만, 이성적으로는 C와 우호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 한 교실의 급우들과 화목하지 않으면 교무실에 있는 선생님이 아무리 나를 편애한들 학교생활이 편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br>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그런 상황은 K에게는 최악이고 퇴보이기에, 미국(H)과 중국(C)이 전쟁을 하지 않는 한, 양자택일은 가장 어리석다. 무엇보다 H와 C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론 그럴듯하게 전쟁을 예측할 수 있겠지만, 필자가 그런 예측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상대를 서로 파멸시킬 핵을 가진 국가가 전쟁한 사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중대한 이익을 공유하는 어른들은 서로 목소리 높여도 결국 애들처럼 주먹다짐은 하지 못한다.<br><br>
<strong>한국의 자주적 역량이 가장 중요<br></strong>
  한반도 방정식을 보면, H(미국)와 C(중국)가 중요하지만, 결국 K(한국)가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K는 다른 변수들과 곱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방정식에서 K가 작아지면 결국 전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br>
  K가 H와 C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국력을 키우는데 실패하면 모두 허사가 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K는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당시의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주권을 보존하고자 했던 노력이 허사가 되었다. 이웃국가가 관심을 갖고 존중해 줄 만한, 매력과 역량을 스스로 갖추지 못하면 이리저리 이용만 당하다가 버림받는 것은 동서고금의 국가 간 관계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br>
  종합적 개념인 국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군사력은 지속가능하지 않기에 유명무실하고, 현대 군사력의 근간인 첨단군사기술은 결국 경제력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경제력 성장에 중요한 첨단 기술들은 군사기술로 그대로 응용 및 전용되는 경우가 많다.<br>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국강병에 실패함으로써 주권을 잃었던 20세기 초와 비교하면, 2018년의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비교가 무색하다. 소위 5030클럽이라 일컫는 인구 5천만 이상의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소수 선진국들의 반열에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올해는 동참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한국의 위상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br>
  작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필자는 그 일화를 매우 큰 의미로 인식한다. 왜냐하면, 주권유린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는 한국을 미국이 외면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제국이 대한제국을 보호국으로 삼으려 했을 때, 조미통상조약을 근거로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주기를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태프트-가쓰라 밀약을 맺은 미국은 대한제국을 외면했었다. 그러던 미국이 한국에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의향을 물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단순화하여 표현하자면, 미국이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 주어야 할 만큼, 한국의 국력이 성장했다는 것이다.<br>
  통계에 의하면, 2015년 한국의 GDP 순위는 11위로 호주와 러시아를 앞섰다. 이런 한국이기에 이제는 주변 강대국들이 한국의 의견에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낯설지 않다. 2018년 벽두를 장식하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소식과 남북단일팀 구성 등, 북한의 올림픽 평화공세에 적극 호응하고 오히려 이끌어가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 대해서, 국제사회와 북핵문제 관련 강대국들은 - 그들의 호불호와 계산이 저마다 일 것이지만 - 일단은 한국의 행동을 존중하고 지켜보고 지지해 주고 있다. 특히 완강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대통령에게 지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반도 방정식에서 K가 생각보다 상당히 커졌기 때문이라고 봐도 큰 잘못이 아니다. 다만,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대화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까지 이르려면, 앞서 언급한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는 균형과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국력에 걸맞은 외교적 역량과 통일 및 역내평화를 공고히 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청사진을 국제사회와 주변 강대국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한창인 동안에도 청와대와 정부의 사무실들은 이를 위해 불을 켜둘 것으로 소망해 본다.<br><br>
<strong>한반도 통일: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는 길<br></strong>
  남북한이 통일되어 한반도에 강대한 독립변수 K가 등장하는 것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길이다.<br>
  화산과 같이 국가도, 내부의 힘이 충분히 축적되었을 때 외부로 힘이 분출된다. 대륙과 해양세력이 정치·경제·군사적인 힘이 축적된 후에는, 서로를 향하여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충돌을 겪는 역사가 대체로 반복되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는 양대 세력 사이에서 분단되기도 하고 존재가 사라지는 고통을 당하기도 해 왔다. 하지만, 한반도의 정치세력이 강력할 때는 오히려 대륙과 해양 사이에서 완충 및 방파제 역할을 함으로써 오랜 평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런 시기는 역사에서 강력한 조선이 건국되어 한반도에 버티고 있었던 임진왜란 이전의 15~16세기였다. 강력한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세력이 부딪히지 못하도록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하였다. 고려 말과 조선 초기를 통해 한반도의 정치주체가 강력하게 발전하였기에, 몽골을 몰아내고 대륙세력의 새로운 패자가 된 명(明)이 만주의 여진을 완충으로 하여 조선과 우호관계를 유지하였다. 고려 말부터 창궐하였던 해양세력인 왜구도 조선이라는 방파제로 인해 대륙을 근본적으로 유린하지 못했다.<br>
  이러한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일본을 앞세우기도 하는 미국의 해양세력과 날로 뻗어나는 중국이라는 대륙세력이, 남북한이 통일되어 한반도에 강력한 국가(정치주체)가 버티고 있을 때 서로의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경제적 번영을 구가할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b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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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태완,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한국: 역사의 교훈 서설,” 『국제정치연구』 제16집 제1호 (2013).<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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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e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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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2018.2.1. 게재<br>*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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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現 동의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이자 국제협력센터 센터장, 아시아개발연구소 소장. 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 정치학 박사(국제관계)취득. 2005년 American University, DC에서 Professional Lecturer로 강의하면서 Center for Asian Studies에서 한국 코디네이터로 봉직했으며, 2012 가을학기와 2013년 봄학기에 방문교수로서 [China, Japan, and the U.S.], [Civilizations of Asia] 과목을 강의하였음. 2008년에는 아시아연구기금(Asia Research Fund)의 지원을 받아 “UNCLOS 하에서의 동아시아 해양분쟁”에 관하여 연구하였음. 중국 칭화대학교의 국제관계연구원 방문학자(2004)로 있었으며 전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회장(2016)을 역임.
연구관심분야는 미중관계, 국제협력, 국제안보, 동아시아 해양분쟁이며, 주요 연구로 “Hardly Changed: Beijing-Pyongyang-Seoul Trilateral Game”(2015), “Beijing’s Dilemma and Preference on the Korean Peninsula: Responses to the 2010 Korean Crises”(2013), “남북한사이의 중국: 대 한반도정책 딜레마” (2011), “중국 국가정체성의 변화: 공산주의에서 민족주의로”(2010), 『올림픽 이후, 중국의 대 한반도정책과 한국의 대응방안 연구』(2009) 등 다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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