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과정에 따른 평화체제의 가능조건과 전망 By : 황수환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DATE : 2018-08-26 오후 8:29:45
<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2018. 8. 27.</p><br>
<p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 12pt;"><b>한반도 비핵화과정에 따른 </b></span></p><p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 12pt;"><b>평화체제의 가능조건과 전망</b></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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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황수환<br>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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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시작: 신뢰 만들기<br></strong>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체제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북미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양국 사이의 입장 차가 나타나면서 전망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북 성과에 대해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 일정표도 안 내놨다”고 주장했고, 북한 역시 “일방적이고 강도같은 비핵화 요구만 하고 갔다”라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8월 초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방송을 통해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 송환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양측 간의 입장 차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상호불신이 신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역사적,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br>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약 65년여간 남북은 물론 북미 역시 상호 불신하고 적대시하며 지내왔다. 특히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미루나무 도끼사건 등 북미 양측의 불신을 증가시키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난 반세기 이상 진행된 과거의 불신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다. 하지만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지난 반세기 이상 지속된 불신으로 인해 양국 간 신뢰는 쉽게 형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탑 쌓기와 같이 차근차근 조심히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br>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8월 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연설에서 북미 간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아지는 감정이 아니며 충분한 신뢰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방의 동시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며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단계적 방식으로 비핵화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했다. 즉 신뢰조성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모든 조항들을 균형적, 동시적, 단계적으로 이행해나가는 새로운 방식만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이라 주장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가능조건 중 핵심은 신뢰형성이라 강조했다. 합의사항의 이행은 신뢰형성의 시작이라는 것이다.<br><br>
<strong>사례: 예비적 기초협정의 과정<br></strong>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서 곧바로 신뢰가 형성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하나의 평화협정으로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도 아니다. 다수의 협정들이 체결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시작단계에서 당사자 간 상호 신뢰를 형성하고 의제를 공유하기 위해 예비적 기초협정이 체결된다. 북아일랜드의 평화협정인 ‘성 금요일 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도 수차례의 예비적 기초협정이 체결됐다. 보스니아의 평화협정인 ‘데이턴 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성 금요일 협정’과 ‘데이턴 협정’이 실질적이고 기본적인 성격을 지닌 평화협정이었다면, 이에 앞서 상호신뢰 구축과 의제 공유를 위한 다수의 예비적이고 기초적 성격의 협정이 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br>
  평화협정의 체결로 평화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역사적 사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수단, 콜롬비아 등 다양한 분쟁사례에서 평화협정 체결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사례에서 보면 평화협정 내용에 대한 입장 차이와 협정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반발로 인해 그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다양한 내용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과정이 나타났다. 결국 평화협정은 어느 하나의 평화협정 체결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는 각 당사자 간 여러 협정이 체결되는 과정이 거듭 진행됐다. 평화협정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완하고 이행하기 위한 후속 합의들이 보장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의견 조율과정과 합의사항의 이행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평화협정의 체결을 결과가 아닌 과정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br>
  따라서 ‘과정으로서의 평화체제’를 보면 단순히 전쟁의 법적 종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외적 차원의 여러 긴장요인들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면서, 평화를 제도화하고 정착시켜 나가는 장기적 과정을 의미한다. 즉 단순히 하나의 협정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다수의 예비적 기초협정을 통한 신뢰가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br><br>
<strong>전망 : 비관과 낙관 사이에서<br></strong>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관계를 제시했다. 남북 정상은 남과 북은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가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라는 ‘정치적·법적인 평화’와 남북 간 불가침 및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통한 ‘사실상의 평화’를 만들어 가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서도 북미 관계정상화 추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순서로 합의했다. 순서상으로 보면 북미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한반도 비핵화에 영항을 미치는 구조로 되어있다. 평화체제의 속도가 비핵화를 완성하는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로 합의한 것이다.<br>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관계의 진전, 정전체제의 극복, 관계정상화,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으로 가능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진행될 때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그리고 적극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이라는 규범, 원칙, 규칙, 절차 등의 제도적 집합뿐만 아니라, 신뢰와 인식의 변화를 통한 상호관계의 실질적 변화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도 있다.<br>
  신뢰형성을 두고 비록 뜬구름 잡는 일이라 비난할지라도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는다.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는 신뢰가 있다. 종전선언도 평화협정도 궁극적인 평화체제 구축도 신뢰가 핵심이다. 비핵화의 검증(verification)도 신뢰의 문제이다. 아직도 한반도에서는 불신이 너무 많다. 불신으로 시작하면 과정에서도 불신, 결과에서도 불신으로 평화체제의 구축은 요원할 수 있다. 반세기 이상 불신으로 가득했던 한반도에서 지금부터 제대로 된 신뢰가 형성된다면 평화체제를 위한 발걸음은 오늘부터 시작될 수 있다.<b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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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e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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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2018.8.27. 게재<br>*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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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現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같은 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취득. 남북한 관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주요 관심분야이며, “평화협정의 유형에 따른 한반도 평화체제의 경로”, “북아일랜드의 평화구축 과정: 평화협정을 중심으로”, 한반도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대북지원 방향: 국가와 국제기구의 역할 비교 분석” 등의 주요연구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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