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2-06
임해용(제주평화연구원)

미중전략경쟁의 시기에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는 현상은 탈냉전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 하에서 정치와 경제문제가 분리되었던 시기와 대조된다. 경제안보의 부상은 포스트 워싱턴 컨센서스의 안보적 전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방한은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서 한미동맹이 양자수준에서 그 제도화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분기점이기도 하며 또한 미국의 글로벌 경제안보전략이 대서양지역에서는 미국과 EU 간 ‘무역기술협의회(Trade and Technology Council: TTC)’로, 인태지역에서는‘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를 통해 다자적으로 제도화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제주평화연구원 임해용 연구위원의 글을 통해 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바이든의 방한과 미국의 대외정책의 변환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파악해보고자 한다.[기획자: 임해용 연구실장(haeyonglim@jpi.or.kr)]


1. 서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에서 22일까지 한국을 방문하였고 22일 오후부터 24일까지 일본을 방문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 출범 이후 최단기간인 11일 만의 개최이며,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먼저 찾아온 것도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 이후 29년 만이기도 하다.1)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기존의 안보동맹을 확대 핵우산을 통해 강화하고 경제안보와 기술동맹까지 포함하는 지구적 차원의 포괄적인 동맹으로의 변환을 담고 있다. 통상 한국을 방문한 역대 미국 정상은 DMZ, 도라산 전망대, 전방 미군기지 등 안보적으로 중요한 곳들을 방문하였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된 장소보다는 첫 행선지로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과 개별 면담하며 삼성과 현대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감사를 표함으로써 경제안보가 이번 방문 목적의 일 순위였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협의체(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가 바이든의 일본 방문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함으로써 경제안보이슈는 이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제도화가 시작되고 구체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바이든의 한국 방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경제안보차원에서 IPEF을 구축하고 안보동맹의 주제를 경제문제로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 바이든의 방한 성과: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경제안보의 제도화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지난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과 비교하여 경제안보면에서 제도적 변환이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안보와 공급망 관련한 제도적 협력을 합의하였다. 핵심 신흥기술과 사이버 안보 협력, 그리고 경제·에너지·안보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안보실에 양 정부간 행정적·정책적 접근 방식을 조율하기 위한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약속하였다. 더 나아가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등 주요 품목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촉진 논의를 위해 국장급이었던 산업협력대화를 장관급인 공급망·산업대화로 격상해 정례적으로 관련 논의를 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서도 원자력 관련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한 공동의 협력 강화를 위해 기존의 원자력 고위급 위원회 활용을 약속하였다. 한미 간 경제안보를 위한 이러한 제도적 발전을 통해 경제와 안보의 연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새 정부가 국가안보실에 신설한 경제안보비석관석은 양국 간 경제안보협의의 실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바이든의 방한은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 관련 제도적 진전이라고 할 수 있는 IPEF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는 데에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국도 개별국가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디지털 경제, 회복력 있는 공급망, 청정 에너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우선순위로 하는 포괄적‘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여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IPEF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안보전략의 핵심이며, 이 경제안보전략 드라이브는 향후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협력의 핵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

3. 포스트 워싱턴 컨센서스 시대 미국의 대외경제정책과 경제안보의 부상

탈냉전 이후 미국은 워싱턴 컨센서스를 통해 정경분리의 원칙을 바탕으로 자본과 금융의 세계화를 추구하였고 이의 가장 큰 수혜자는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이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관여정책은 오바마 행정부까지 지속되었고, 미국의 쇠퇴한 산업지역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된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이 관여정책은 대전환을 맞기 시작하였다. 2018년 7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에 대한 행정 통제를 시작하면서 미중전략경쟁이 새로운 전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대중공세는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의 취임 이후로도 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공세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주관하면서 가치와 이념을 국제협력의 이슈로 부각시켰다. 유럽과 아시아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 화해의 손을 다시 내밂으로써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다자주의 전략으로 선회하였다.

오바마 정부 시기 추진하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는 트럼프 정부 시기에 포기되었고, TPP는 현재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he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로 전환되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CPTPP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한 상태이고, 중국은 CPTPP에 가입을 요청하였다. 또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경제협력체인 역내포괄적 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nership: RCEP)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IPEF을 통해 다자적 차원에서 경제안보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협력체를 운용하려고 한다. 지금 미국에게 주요한 것은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전략적 기술분야, 에너지, 공급망 등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을 다시 확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워싱턴 컨센서스가 국제경제협력의 담론을 주도하던 시기와 달리 현재는 경제문제가 안보문제가 분리되어 다루어질 수 없고, 국가 간의 능력 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기술, 에너지 분야, 공급망 관리는 경제안보 연계의 핵심 분야가 되었다.

2021년 바이든은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공급망 점검에 대한 긴급행정명령을 내리고 대중전략경쟁의 전략적 경쟁 분야의 확인과 동맹 중심의 경제적 개입을 시도하면서 대중 경제적 탈관여를 지속하면서 탈동조화(decoupling)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TPP를 탈퇴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연계 강화를 시도하지 않은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인도-태평양 경제협력체인 IPEF를 통해 경제적 주도권 회복을 시도하려고 한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전략이지만, 미국의 글로벌 경제전략의 변화 측면에서도 파악될 필요가 있다. IPEF는 미국·유럽연합이 2021년 9월 말에 출범시키고  진행하고 있는 무역기술협의회(Trade and Technology Council: TTC)의 인도-태평양 버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TTC는 2021년 9월 29일 첫 회의를 실시하였는데, 불공정 무역, 반도체 공급 사슬, 투자 스크리닝, 수출 통제, 인공 지능 등이 주요 의제였다. 또한 지난 5월 15일과 16일에 제2차회의를 개최하여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대책, 러시아에 대한 수출 공제 확대 등에 대해 합의하였고, 10개의 세부분야 워킹그룹으로 협상을 진행하였다.2)

현재 미국의 대외 경제안보정책은 무역과 기술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그 핵심은 안보관점에서 미국 영향력 하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이전에 대한 관리이다. 또한 유럽에서의 경제안보전략도 중국을 대상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번 TTC 제2차 회의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제재 성격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이 이미 유럽연합과 TTC를 진행해 온 과정과 내용을 보면 경제안보는 인도·태평양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며, 경제안보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으로서 가장 주요하게 부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대외경제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경제안보의 부상은 탈냉전 이후 미국의 대외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이었던 워싱턴 컨센서스가 공식적으로 종료되고 포스트 워싱턴 컨센서스의 안보적 전회를 의미한다. 현재 미국의 경제안보전략은 안보와 정치문제가 경제협력과 분리되어 다루어졌던 워싱턴 컨센서스 시절과는 반대로 경제이슈가 궁극적으로는 안보적 목적으로 동원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중국의 경제추격과 미국의 글로벌 경제안보체제 구축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전환은 경제와 안보의 연계를 바탕으로 하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미국의 안보적 우위의 확보를 위해 공급망의 재편과 미국의 기술동맹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이는 미국이 미중전략경쟁의 핵심을 경제와 기술분야로 파악하고 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압도적 격차를 유지하여 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목적과 의도는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 일본과의 경제 경쟁에서 일본의 경제추격을 따돌린 경험에 기초한다.

강대국들의 갈등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에게 미중전략경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구소련을 군사적·경제적으로 봉쇄 및 견제하여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냉전 시기 독일과 일본의 경제적 부상도 효과적으로 견제하였다. 특히, 미중전략경쟁을 경제적인 관여와 탈동조화(decoupling) 측면에서 보자면 1980년대에 격화되었던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지금의 버전으로 하면 ‘미일전략경쟁’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을 경제적으로 관여하여 일본의 전후 경제부흥을 도운 미국이 일본의 경제가 미국을 추격하자 1980년대에 들어서서는 일본이 스스로 미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게 하고 1985년 플라자 협정에서는 엔화의 평가절상이 강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가져온 역사적 경험은 경제적 관점에서 미중전략경쟁을 상기시킨다. 미국의 일본 때리기는 1990년대 실리콘 밸리의 기술적 패권이 일본을 압도해 가면서 약화되기 시작하였는데, 미국은 이 시기의 경험을 되살려 중국의 추격을 떨치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트럼프의 등장 이후 지속되는 미국 국내정치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미국 대외경제정책에 있어 기존의 관여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은 기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2차세계대전 이후, 특히 탈냉전 이후 지속해왔던 경제적 관여정책을 바탕으로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켰던 정책 기조를 뒤집고 미중 디커플링으로 대외경제정책을 전환하는 데는 정치적 이단아가 필요했던 측면이 있다. 만약 평생 리버럴리즘을 정치철학으로 하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여 대열의 선두에 서 있던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최소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탈관여로의 전면적 전환은 다음 대통령을 기다렸어야 했을 것이고 중국의 추격은 더욱 거세었을 것이다. 트럼프 덕분에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의 국제적 리더쉽 행사의 근간이 되는 미국의 약속을 자신이 명시적으로 철회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되었다. 다만, 트럼프 시기 인도·태평양 전략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그 정교성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일방주의의 정치적 수사로 인해 동맹국들의 적극적 지지 하에 실천되지는 못하였지만,3)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동맹국들의 지지를 확보해 나가는 가운데 경제안보 측면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5. 결론: 중국의 대응과 한국의 과제

이번 바이든의 방한은 경제안보 이슈의 부각과 제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에 가장 크게 걸려 있고, 양국 간 직접적 충돌이 없다면 향후 장기간 지속될 미중전략경쟁에서 최종적인 승리는 첨단기술분야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경제분야와 공급망, 에너지 분야가 미국 중심의 생태계에 있을 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일본 방문 중에 출범하게 될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TTC는 유럽지역에서 진행되는 미국의 글로벌 경제안보정책을 중국을 포위한다는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중국은 이에 대해 대응하며 주변국에도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중국의 대응은 향후 미중전략경쟁 성격의 규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미중 양국 사이에 걸려 있는 전략경쟁이 대결로 치닫게 될지(confrontation), 현재의 경쟁적 성격을 유지하게 될지(competition), 협력적 분위기로 전환하게 될지(cooperation)는 중국의 대응이 사후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포괄적 한미동맹을 추구하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을 격화시키지 않고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1) https://www.yna.co.kr/view/AKR20220428091500001 (검색일: 2022년 5월 22일)

2) 10개 워킹그룹은 △기술 표준 협력 △기후 및 청정 기술 △공급망 안정화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 △데이터 거버넌스 및 기술 플랫폼 △안보 및 인권 위협 기술 오용 △수출 통제 협력 △투자심사 협력 △중소기업의 디지털 기술 접근 및 사용 촉진 △글로벌 무역 도전과제 등이다. 한국무역협회 웹사이트. https://www.kita.net/cmmrcInfo/cmercInfo/areaAcctoCmercInfo/euCmercInfo/euCmercInfoDetail.do?pageIndex=1&no=1822917&searchReqType=DETAIL (검색일: 2022년 5월 23일)

3) 한인택, 인도태평양 전략의 불투명한 미래, JPI PeaceNet, 2020년 정세전망-5호, 2020년 1월 30일.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임해용 (제주평화연구원)

저자 임해용 박사는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으로 애리조나주립대 박사후연구원과 통일연구원의 부연구위원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정치학사, 경제학사)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휴스턴대학에서 투명성의 정치경제에 관한 연구를 하여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투명성의 정치경제, 경제와 안보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한 분쟁과 평화의 정치경제, 동북아 국제정치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는“Does the WTO Exacerbate International Conflict”(Journal of Peace Research, 2020),“평화경제론과 한반도: 분쟁 후 국가의 평화구축 관점”(국제정치논총, 202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