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호: 2022-07
이수훈(한국국방연구원)

[기획자 註] 미중전략경쟁하에 한반도의 지정학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외교행위 중 하나는 한미정상회담일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회담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이루어진 회담으로 기존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변환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제주평화연구원은 국방연구원 이수훈 박사의 글을 통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파악해 보고 향후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획: 임해용 연구실장(haeyonglim@jpi.or.kr)]


들어가며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열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양국 정상의 목표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성공적인 회담이었다. 특히 미중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팬데믹 등 전통 및 비전통 안보 위협이 복합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서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지역 및 세계적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소인수 회담, 단독 환담, 확대 회담의 순서로 진행된 이번 정상회담은 예상했던 90분을 넘겨 약 109분간 진행되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사후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군사협력뿐 아니라 경제, 공급망, 기후변화, 보건 등에서 세계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을 이루기로 했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일종의 헤징(hedging) 전략을 일관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 전보다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바이든 대통령과 공유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발전 방향을 설정했다. 본고는 한미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과 이에 대한 함의를 분석하고, 이뤄져야 할 후속 조치와 이에 대한 제언을 논의한다.

공동성명 주요의제와 함의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3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1) 각각의 주제마다 한미동맹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담고 있는데, 첫 번째 주제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에서는 한반도에서의 안전과 평화, 두 번째 주제인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에서는 경제, 에너지, 사이버 등의 포괄적 안보, 세 번째 주제인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한반도를 넘어서’에서는 지역 및 세계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협력 분야와 발전 방향을 다뤘다. 이러한 전개는 동맹의 핵심인 한반도에서의 한미 군사협력을 먼저 논의하고, 동맹 협력 의제의 다양화 및 범위 확대 그리고 동맹의 세계적 역할에 대한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형태로 정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주제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연합방위태세 강화이다. 한미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고,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 공동성명에는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다는 미국의 의지가 담겼다. 이는 지난해 열린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명시된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2)에 더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미국의‘핵 사용’ 옵션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공약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핵전략에도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에도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과 ‘단일 목적 사용(sole purpose)’이 논의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 사용 옵션을 한미 간 최상위 협의체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 명시함으로써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18년 중단되었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한다는 합의 역시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관련 사안의 구체화를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공동성명에는 미국이“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전개한다는 공약이 명시되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양 정상이 합의한 연합훈련 및 연습 확대에 대한 협의 역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 전반적으로 확정억제와 연합훈련에 관한 양 정상의 합의는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방향과 의지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한미 공동성명에 명시된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선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며 대북 외교와 대화에 대한 양 정상의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북한과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열려있고,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비핵 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하는 담대한 계획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여기서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담대한 계획’은 취임식에서도 언급되었듯이“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3)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대북 외교와 대화의 문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주제인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에서는 한미동맹의 협력 범위를 전통안보 분야에서 경제, 글로벌 공급망, 에너지, 원자력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 담겨있다. “경제가 곧 안보이고, 안보가 곧 경제”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안보 철학이 이번 정상회담에 투영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방산, 경제, 에너지,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양 정상이 공급망(supply chain) 구축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여기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동성명에도 명시된 국가안보실 산하 출범할 한미 경제안보대화가 양국의 이러한 논의의 주요 채널이 될 전망이다.

나아가 양 정상은 방산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할 수 있는 국방상호조달협정에 대한 논의도 개시하기로 했다. 이는 양국이 국방 분야에서도 공급망을 형성하고 공동 개발을 추진할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군사동맹인 한미동맹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양 정상은 경제, 에너지,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회복과 구축에 관한 협의를 이뤘다. 정리하면, 양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 및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 설치하기로 했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기로 했으며, 선진 원자로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 및 전 세계 배치를 위한 원자력 공급망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동성명 전문에 걸쳐 ‘공급망’이 11회 명시되었는데, 이처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급망 구축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아마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관한 의지는 한국보다 미국이 더 강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공급망 구축의 초기 단계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을 논의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양 정상은 핵심·신흥 기술과 사이버 안보협력을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개발, 사용, 발전시킨다고 했다. 여기서 ‘기술과 사이버 안보협력’보다는‘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를 관심있게 봐야 한다. 기술과 사이버 안보 협력을 한미가 공유하는‘가치’에 맞춘다는 것은 이러한 협력이 자유주의 국제질서 재건을 위한 노력이라는 점과 이에 반하는 국가들을 협력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양 정상은 우주협력의 전 분야에서도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계 강국들이 앞다투어 자국의 우주안보 역량을 제고하고 우주산업 진출을 노력하는 현시점에서 선두주자인 미국과 함께 민간우주대화, 우주정책대화, 공동연구 등을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 안보에 큰 자산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을 지원한다는 점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다. 공동성명의 두 번째 주제에서는 한미동맹 의제 확장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뤘는데, 각 의제가 글로벌 공급망의 구축 또는 확장의 논의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미동맹이 군사협력뿐 아니라 비군사 협력에서도 그 가치가 증명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앞으로 공급망 형성이 동맹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성명의 세 번째 주제인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한반도를 넘어서’에서는 한미동맹 역할의 범위를 지역 및 세계로 확장할 것임을 시사한다. 여기서는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대한 의지 표명과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이 논의되었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역할이 한반도에 제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 자유, 평화, 번영의 증진을 위해 확장될 수 있다는 동맹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기후변화, 감염병, 인터넷, 사이버 보안, 우크라이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아세안, 쿼드(Quad), 한미일 3국 협력,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한미동맹의 역할 등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해 한미가 논의해야 하는 의제로 구성되었다.

공동성명에 명시된 비전통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은 한미동맹의 포괄적이고 세계적인 동맹 역할로 연결된다. 특히 상기 비전통 안보 분야 의제는 쿼드에서 다루는 의제와 유사하다. 기후변화 협력과 관련해 양 정상은 파리협정 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공약을 재확인했고, 보건 협력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글로벌보건안보(GHS) 조정사무소 설립을 환영했다. 또한, 양 정상은 전 세계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확보하는 개방적 인터넷 조성과 안전한 5G 및 6G 네트워크 환경 구축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상술한 기후변화, 보건, 인터넷, 사이버 등에서의 협력은 현재 쿼드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의제이므로 향후 한국이 쿼드와 협력하는 상황을 맞이한다면, 한미동맹의 협력이 자연스럽게 쿼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비전을 관통하는 의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관한 국내적 논의는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졌고, 한국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공동성명에는 양 정상이 “디지털경제, 회복력 있는 공급망, 청정에너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촉진에 방점을 둔 여타 우선순위를 포함하여, 우선적 현안에 대한 경제적 관여를 심화시킬 포괄적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명시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는 경제통상 플랫폼(platform)이다. 이 플랫폼은 관세 인하 등의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새로운 통상 분야의 공동 대응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은 선제적으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에서 룰 세팅 및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을 할 기회를 창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양 정상은 아세안과의 협력, 쿼드에 대한 한국의 관심,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 등을 논의했다. 다만, 일각의 예상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쿼드와 한미일 3국 협력 추진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한미정상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추진 등의 의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한편 쿼드와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논의는 축소함으로써 완급조절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이어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양 정상은 남중국해 및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정상은 이러한 노력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이라고 표현했고, 바다의 합법적 사용 등에 관한 국제법 존중에 관한 메시지도 명시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 위협 증가에 대한 한미정상의 우려와 역내 자유주의 국제질서 재건에 관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구축을 위한 노력

양국의 실무진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획하는 정상회담이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정상회담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 만에 열렸기 때문에 우리 측 실무진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작년 이맘때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 퇴보한 한미동맹을 일부 재건했다는 평가를 받은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당시 의제를 심화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양자 차원과 다자 차원에서 주요 동맹 의제를 충실히 다룬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반 외교·안보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이 합의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확장억제 관련해 미국이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할 것이며,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둘째,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으며, 담대한 계획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는 한국의 계획을 확인했다. 셋째, 한미 양국의 국가안보실 산하 경제안보대화를 출범하여 경제·에너지 안보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넷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포함 방산, 에너지,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공급망을 구축하고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이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는 비전과 계획을 공유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상기 의제를 추진하고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 수립이 필수적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반도 및 지역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첫째, 한반도의 안보를 논의하기 위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신속히 재가동하여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옵션을 구체화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정상화하기 위한 양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성명에도 실렸듯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전략협의체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필수적이다. 한미 당국자들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과 한미연합훈련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

둘째, 공동성명에 명기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담대한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원칙과 실용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원칙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 담대한 계획의 구체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로서 담대한 계획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지원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여기서 실질적인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이를 추동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의 경제적 지원을 국제사회와 함께 추진할 수 있는지에 명확한 기준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우리 정부는 이와 같은 인도적 지원을 담대한 계획 차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원칙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한미일 3국 협력을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이 두 번 등장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일 정상회담, 쿼드 정상회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출범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미일 3국 협력에 관한 논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미일 3국 협력은 안보적 측면에서 북한의 도전에 대한 대응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강화, 경제적 측면에서 공동의 경제적 도전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논의되었다. 얼마 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한미일 3국 안보실장 간 대처 방안을 미리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고, 박진 외교장관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이 추진될 수 있도록 미일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넷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국의 의지와 계획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미 양국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미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수 있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이 지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했다. 이후 미 국무부가 미국의 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우리 정부는 만약 대만해협에서 미중 군사충돌이 일어난다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에 앞서 정부는 미국의 대만 정책을 명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규칙과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는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을 앞세워 공급망, 에너지, 디지털 경제 등을 주요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는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으므로 한국은 여기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만약 중국의 비판이 있더라도, 이는 우리의 경제적 이익 창출을 위한 것이므로 출범 초기 의제 설정과 규칙 수립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정부뿐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한 논의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서의 한국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상회담 후 양 정상의 모두발언을 보면 각자 각자 강조하고자 하는 의제의 순서를 알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경제협력 및 투자, 보건안보,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사태, 지역안보, 확장억제, 북한 비핵화, 대만해협 안전의 순으로 구성되었다. 비전통 안보협력 의제를 먼저 다루고 전통안보 협력 의제로 이어나간 것이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북한 비핵화, 확장억제, 경제안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우크라이나 사태, 기후변화 순으로 정리되었다. 전통안보 협력으로 시작해서 비전통안보 순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는 역시 양 정상이 각각의 자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두 발언에서의 의제 순서는 달랐지만,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논의해야 할 의제가 모두 명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양국이 이러한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 계획(action plan)을 수립해야 할 단계이다.

 

1) 파이낸셜 뉴스,“[전문] 한미 정상 공동성명,”2022.05.21.

2) 연합뉴스,“[전문]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2021.05.22.

3) 문화일보,“[전문] 윤석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사,”2022.05.10.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 : 김수연 연구원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이수훈 박사는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의 선임연구원으로 고려대학교 연구교수와 동 대학 일민국제관계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을 지냈다. 美 리하이대학교 국제관계학과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미국 네오콘의 외교정책 구상에 관한 연구를 하여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안보, 미 외교안보 정책, 한미동맹, 한미일 3자 협력 등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로는“President Bush’s Foreign Policy Decision Maklng after the 9/11 Terrorist Attacks”(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2021), “바이든 행정부의 아태지역 안보·국방 정책”(한국국방연구원, 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