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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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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담론] 기후변화와 한반도 평화
등록일
2022-02-14
조회수
18
  1. 들어가며

1만3000년 전 아프리카 수단에서 발생한 인류 최초의 전쟁은 기후변화로 발발했다는 연구가 있다. ‘마지막 빙하기’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는 물과 자원에 대한 인류의 생존 경쟁이 심화시켜 ‘삶의 터전’이었던 나일강이 ‘전쟁터’가 되었다는 것이다(Isabelle Crevecoeur et al, 2021).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는 21세기 최초의 ‘기후전쟁’으로 불린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20만명이 넘는 사망자와 250만명 이상의 난민을 발생시킨 이 비극적인 사건은 종교와 인종 문제가 기후악화와 중첩되며 발생한 무력 분쟁이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수많은 비극들은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직접적이고 근본적이며 광범위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담론을 진화시켜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는 환경·생태적 범주에게 나아가 인권과 평화로 확장된다. 기후변화가 평화를 얘기하는 방식은 전통적 범주의 인권과 안보 개념을 넘어서는 신사고적 전환에 가깝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인류 평화에 악영향을 주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공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기후변화가 평화의 범주에 포괄되는 의제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가 인권이고 평화라는 인식은 한반도의 평화를 상상하는데 중요한 함의를 준다. 남북한 모두 세계평균 보다 높은 속도의 기후온난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탄소배출량 추세가 지속되는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파리협정 1.5도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온도가 상승하여 더욱 빈번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가 분쟁을 촉발시킨다는 연구결과와 목도된 비극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분쟁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함의를 준다. 특히 북한은 기후변화 대응 취약국으로 기후위기는 국가발전과 주민의 생명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내부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기후 취약성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제정치 전반에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남한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접경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이기도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한반도 평화만들기 작업에 핵심적인 의제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1. 기후변화 담론의 진화

국제적 수준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은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 Development, UNCED)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을 채택하면서 본격화되었다. UNFCCC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협약으로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선언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제1차 당사국총회(COP1)가 개최된 이후 199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COP3에서 200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채택되었고 COP6에서 교토 메커니즘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여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을 다루고 있는 파리협약(Paris Agreement)은 2015년 열린 COP21에서 채택되었다. 2021년부터 발효되는 파리협정 메커니즘은 교토의정서와 달리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 Responsibility, CBDR)’ 이라는 구호 아래 선진국만이 아니라 개도국까지 참여를 확장하고 국가가 자발적으로 목표를 수립하는 신기후체제이다. ‘CBRD’의 정책적 기조는 기후변화 대응은 공동의 책임이나 책임의 정도는 달라야 한다는 기후정의(Climate Justice)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기후정의는 책임의 당사자가 평등하게 책임을 지고 모두가 공평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기후불평등(Climate Inequality) 논의로 이어진다. 기후변화 의제가 환경·생태적 범주를 넘어 인권과 평화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인권의 문제이다. 유엔은 기후변화는 인권의제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2021년 10월,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 UNHCR)는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한 인권’(결의안 48/1)을 통과시키며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를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결의안 48/14에서는 기후위기 전담 특별 보고관의 임명을 명시하며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을 기본 인권으로 선언하는 행위는 기후변화가 인권 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생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C의 기후상승 상황에서는 1억~4억의 사람들이 기아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10억~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을 구할 수 없게 된다. 4°C가 오르게 되면 전례 없는 열파로 인해 식량 생산의 70%가 감소하게 된다(세계은행, 2014). 기후변화 적응 조치를 동원해도 2080년까지 전 세계 작물 수확량이 30% 감소할 수 있으며(세계은행, 2010), 2030년에서 2050년 사이에는 말라리아, 설사, 더위 스트레스, 영양실조로 연간 250,000명이 추가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위기가 파생하는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 역시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협이다. 기후변화는 매년 1억 명을 빈곤에 빠뜨리고 있으며(세계은행, 2016), 빈곤층의 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다는 점에서 기후변화는 건강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당사자는 소수의 부유한 국가와 부유계층이지만 더 큰 비용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대상은 개발도상국과 빈곤층이라는 점에서 ‘위험’이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전 세계 가장 부유한 인구의 10%가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50%에 달하지만, 가장 가난한 인구의 절반인 35억 명이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은 10%에 불과하다. 또한 가장 부유한 1%에 포함되는 사람은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보다 175배나 더 많은 탄소를 사용한다. 기후변화의 비용도 탄소배출량이 높은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이 약 75-80%를 부담해야 한다(WHO, 2014). 하지만 기후변화의 부정적 여파는 가난한 나라, 지역, 사람에게 더욱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2050년 내, 기후변화로 인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에서만 1억 4천만 명의 사람들이 이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World Bank, 2018). 2017년 135개국에서 1,8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는 분쟁으로 발생한 이재민 수의 거의 두 배이다(IDMC and NRC, 2018).

기후변화가 인권이라면 기후변화는 평화의제이기도 하다. 인권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에서 기후변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은 평화와 연결된다.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전문에서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라고 천명하고 있다. 인권이 평화를 만들어 내는 기본 토대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많은 국가들과 국제기구들은 기후변화가 평화에 위협이 되는 안보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자연재해 증가, 난민 유입 그리고 물과 식량과 같은 기본 자원에 대한 갈등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국가안보에 긴급하고도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NSS, 2015).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유지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UN 안정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기후변화를 안보의제화 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국제평화와 안전의 수호를 책임지는 안보리가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임무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의 핵심기구인 안보리에서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화하는 시도는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 위협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안보리는 2007년 처음으로 기후변화와 안보의 상관관계를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2009년 두 번째로 개최된 총회에서 기후변화의 안보와 기후변화를 연계시킨 최초의 공식적 유엔 결의안(A/RES/63/281)을 채택하기도 했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반대가 있지만 기후변화의 안보의제화 추진은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평화의 관계는 기후변화와 무력갈등의 상관관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에 발생한 무력 분쟁의 최대 20%(3%~20%)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본 연구는 기후변화는 기후가 분쟁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한 감소(substantial decrease)’부터 ‘상당한 증가(substantial increase)’까지 5가지 단계로 설정하여 보여주고 있다<그림 1>. 현재까지 기후는 분쟁의 5%에 걸쳐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켰다. 미래의 분쟁을 예측한 결과 산업화 이전 평균기온 상승 2도를 유지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13%의 확률로, 4도를 유지하는 시나리오의 경우는 26%로 기후온난화의 정도에 따라 기후가 분쟁에 미치는 위험의 정도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Mach K.J. et al, 2019).


<그림 1> 시나리오별 기후변화가 발생하는 분쟁 위험의 증가확률 예측


자료: Mach K.J. et al., 2019

 
  1. 북한과 기후변화

북한은 기후변화가 미치는 부정적 파급력을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은은 2019년 9월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세계적으로 재해성 기상현상이 우심해지고 있고 우리 나라에도 그 위험이 닥쳐들고 있는 상황”임을 지적했다. 특히 모든 시·군이 그 어떤 자연재해에도 끄덕없게, 안전하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정치국 확대회의의 “핵심 사상”이자 당의 경제정책 집행에서 “제일 우선적인 중심과제“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사안을 정책적 우선순위로 두고 엄중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로동신문, 2021). 대외적으로는 1994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의 비준을 시작으로 2005년 4월 교토의정서(the Kyoto Protocol), 2016년 8월 파리협정(the Paris Agreement) 비준했다. 파리협약 당사국으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6년과 2019년 제출하여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16.4%(BAU기준) 줄이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는 경우 36% 추가 감축계획을 밝히는 등 파리협정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를 수정·보완하고 통일적 위기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이행해 오고 있다. 국제사회 재난위험 경감 기본전략인 센다이프레임워크(Sendai Framework for Disaster Risk Reduction)를 반영한 북한식 ‘2019-2030 국가재해위험감소전략’을 수립하여 국가의 재난관리를 위한 중장기적 정책을 마련했다. 국가재해위험감소전략(2019-2030)은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 밑에 재해 위험을 미리 막고 재해 대응력과 회복력을 높여 사회경제 발전을 담보하며 생명·재산과 재부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부적인 이행 방안으로 “2022년까지 도·시·군 인민위원회에서 지역재해위험감소계획을 수립”과 “자연재해경보체계의 구축” 등이 있다(조선중앙통신, 2020). 또한 통일적인 국가위기관리체계 확립하여 이행해 오고 있다. 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4년 6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76호로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을 채택하여 통합적인 법을 마련하였다. 동 법은 과거 현지 지도나 교시 혹은 개별법에서 사안별로 다루던 관리체계를 하나의 법으로 통합하여 재해관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의 통일적인 지도체계를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법제처, 2020). 예로 들면 북한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림 2 >와 같이 국가비상재해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적 수준에서 세부 단위까지 통일적 지휘체계로 대응해나가고 있다.


<그림 2> 북한의 재난재해 대응 체계
 


자료: 연구자 작성
 

그럼에도, 북한은 기후변화 대응 취약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1년 경제평화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 and Peace, IEP)가 발표한 ‘생태위협보고서(Ecological Threat Report, ETR)’에 의하면 북한은 전체 178개 중 가장 큰 생태학적 위협에 처한 30개국 중 한 국가이다. 특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의 위험성은 매우 심각한 수준(5점 만점에 5점)으로 평가받았다(IEP, 2021). 실제 자연재해로 인한 북한의 피해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4%에 해당하며(1998~2017년 누적), 인적 피해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의 연평균 자연재해 피해규모는 총 8,544억원으로 인명피해는 346억원, 농업부문 피해는 8.209억원으로 추정된다(이우민 외, 2007). 특히 최근에는 자연재해로 인한 기상이변이 더욱 빈번해지며 그 피해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고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를 살펴보면 홍수(42.8%), 태풍(38.1%), 가뭄(14.3%) 순이다(오성남, 2019). 북한은 지난 25년 동안 북한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10건 중에 절반에 해당하는 5건이 2000년대에 발생했다. 2012년 발생한 태풍과 홍수로 인해 전 인구의 12.8%가 피해를 입었으며 인구 당 피해자 비율로 따지면 세계 10위권에 해당한다. 2016년 8월 발생한 홍수로 사망한 인원수는 538명으로, 같은 해 세계 10대 호우재해로 사망한 통계수치에서 세 번째로 큰 희생 규모이다(CRED,2017). 북한에서 홍수 피해가 특히 심각한 것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으며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락밭, 뙈기밭을 조성하고 무분별한 벌목이 이루어지는 등 심각한 산림훼손이 감행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산림전투복구 사업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이행해 오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 기술의 부족 등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1. 기후변화와 한반도 평화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측정된 연평균 기온은 남한과 북한 각각 12.5℃와 8.5℃이며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1℃이다. 연평균 온도 상승의 경우 남한은 1.1℃로 북한이 1.4℃보다 더 낮았지만 1880년부터 2012년 동안 전 세계의 평균 상승온도인 0.85℃보다 약 2배 높은 속도로 기후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한반도 전역의 미래 온도를 대표농도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RCP) 기법을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시나리오별로 증가 추세의 정도는 있지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온도가 상승하며 이에 따른 자연재해도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RCP 기법은 2100년까지 온실가스 농도의 배출량의 정도에 따른 네 가지 시나리오로 가장 저배출 시나리오인 RCP2.6에서 가장 고배출 시나리오인 RCP8.5까지 모두 네 가지 시나리오(RCP2.6, RCP4.5, RCP6.0, RCP8.5)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의 온실가스배출량이 지속되어 2100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940ppm이 되는 고배출 시나리오(RCP8.5)에 의하면 북한의 연평균 기온은 15.3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540ppm 정도로 유지되는 저배출 시나리오(RCP 4.5)일 경우 예측되는 온도 11.8도에 비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반도 수준에서 RCP8.5의 경우 21세기 후반(2071년~2100년) 평균기온은 16.7도로 현재 기후값(1981년~2010년)의 평균기온 11도에 비해 5.7도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RCP8.5와 RCP4.5 시나리오를 비교했을 때 21세기 중반 이후 온도의 증가추세가 상이하게 전개된다. RCP 4.5도 시나리오의 경우 21세기 중반부터 온도 추이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것이 반해, RCP8.5의 경우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정회성 외, 2012).

<그림 3> 21세기 한반도 평균기온 예측

자료: 정회성 외(2012)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지구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티핑포인트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C 이내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반도 전역의 기온상승 정도는 파리협정 1.5도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며 기후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훨씬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분쟁 발발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분쟁 발발 가능성도 상승한다. 임진강은 군사분계선을 가로질러 북한과 남한이 상·하류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수자원관리를 두고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임진강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강력한 태풍을 포함한 집중호우와 상류지역의 산림황폐화로 인한 홍수의 피해가 큰 곳이다. 임진강 지역의 산림상태는 상류와 하류간에 극명한 차이가 나는데 상류는 산림황폐화와 녹지 손실이 심각하여 홍수가 발생했을 때 침수 위험이 크다. 임진강 수역의 관리를 두고 남북은 2000년부터 논의를 해왔으며 당시 협의된 구체적인 사업내용들로는 홍수예보시설 설치, 기상수문자료 통보, 임진강 유역 및 한강 하류 현지조사, 임진강 상류의 녹화사업 등이 있다. 하지만 일부 사안들만 진행되었고 남북관계 악화로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실제 임진강 유역에 설치된 댐들의 방류 문제로 남북간에 갈등이 발생했었다. 북한의 사전 통보 없는 무단 방류로 2005년 연천군 일대 주민들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2009년 9월에는 임진강 남한쪽 강변 일대에 있던 6명의 피서객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접경지역은 특히 군사적 대치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결부되어 자연재해로 인한 갈등이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 2021년 200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키르기르스탄과 탄지키스탄의 무력충돌도 양국의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물 분쟁으로 촉발했다. 공동 저수시설을 사용하는 양측 주민간에 발생한 갈등이 총격전으로 번지며 군사 충돌로 확대된 것이다. 중앙아시아도 기후변화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아랄해 고갈과 광범위한 황폐화 문제는 농업과 식량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는 온대성 사막 및 반사막 지역이 많고 1990년 초 구소련 붕괴 이후 경제 및 제도적 변화를 겪은 개발도상국으로 이루어져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취약하다. 키르기르스탄과 탄지키스탄은 수십년 동안 지속된 수자원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경협력사업을 이행하며 상호 신뢰를 구축해 왔음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는 점은 기후변화가 미치는 파급력의 중대성을 잘 보여준다.        

5. 마치며


지금의 온실가스배출량이 지속된다면 미래 한반도 전역의 기온상승은 변화에 관한 IPCC에서 경고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기후온난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북한은 기후변화 대응 취약국으로 기후위기는 국가발전과 인민의 생존에 중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미래의 온도를 예측한 결과 한반도 전역에서 온도가 상승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가 무력분쟁을 촉발한다는 전제를 수용했을 때, 기후변화는 한반도 평화에 직접적이고 근본적이며 광범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지금도 목도되고 있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실증적인 비극의 사례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상상할 때 기후변화를 핵심의제로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함의를 준다. 기상이변은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목숨에 위협이 되며 이상고온, 물 부족 등으로 전염병, 각종 질병을 초래한다. 홍수, 가뭄과 같은 기상이변은 농지에 피해를 주어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삶의 터전을 잃어 생계권을 침해한다. 특히 남한에 비해 후진국형 재난재해 피해유형의 특성을 보이는 북한의 인명피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상협력을 추진하는 경우 인명 및 농작물 피해(약 2,09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이우성 외, 2009). 평화의 관점에서 기후변화 대응 취약국인 북한은 기후위기로 내부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산림복구사업의 성과를 위해 법의 강화를 통해 산림보호를 강조해오고 있지만, 식량난이 심각한 경우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주민들의 산림훼손을 통제하기 어렵다. 최근 벌목을 두고 북한 주민간, 주민과 통제당국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또한 남북간 지리적 접경지에서 해수면 상승, 홍수 등으로 인한 갈등이 무장폭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기후변화가 분쟁을 촉발시킨다는 연구결과와 실증적인 사례들은, 기후변화가 향후 한반도에 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함의를 준다. 미국의 국가정보국(DNI)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정보평가(National Intelligence Estimate on Climate Change)’를 통해 북한을 비롯한 11개 국가를 ‘기후변화 대응 취약 우려국(highly vulnerable countries of concern)’으로 지정했다. 본 보고서는 기후변화 취약국에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향후 미국의 안보위협을 줄이는데 이익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하면, 우선적으로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통합재난재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협력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의 2030 NDC 목표를 14% 상향 조정한 2018년 대비 40%이상 감축 목표를 선언했다. 동시에 ‘산림 및 토지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Glasgow Leaders Declaration on Forests and Land Use)’의 지지를 표명하며 “남북한 산림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OP26 연설, 2021). 같은 날 한국의 환경부 장관은 내년 개최되는 ‘세계산림총회’에서 남북한 산림협력 문제를 의제화할 것이며 북한과 산림협력에 대한 소망을 피력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매개로 남북이 만들어 갈 수 있는 협력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 유기은 박사후연구원



저자소개

이 경 희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의 물 협력을 오스트롬의 SES 분석틀의 적용한 연구로 북한학 박사학위(2019) 를 취득. 북한의 물, 환경 문제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협력을 연구해 왔음. WWF에서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오피서로 근무했던 경험을 계기로 최근에는 기후변화를 매개로 한 남북협력 방안을 주요하게 연구하고 있음. 주요 연구로는 "북한의 물 거버넌스 변화 연구: 북한과 유니세프의 물 협력 실증 분석을 중심으로," 국제정치 논청 제59집 제3호, "북한의 식수 문제를 통해 고찰한 남북 물 협력의 중요성", 북한연구학회 제23권 제1권, "북한과 유엔의 진화하는 협력 게임: 유엔의 대북 개발협력 유형의 변화 분석을 중심으로" 현대북한연구 제 22권 제2호 등이 있음메노나이트 대학교(Eastern Mennonite University) 교수로 정치학과 평화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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