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해협에 전쟁이 터지면 일본이 ‘존립위기 사태’로 보고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언급했다. 현직 총리가 대만 문제에 군사 개입을 이렇게 직설적으로 언급한 건 전후 일본 역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다. 이는 그간의 군비증강을 배경으로 70년 넘게 일본 안보의 뼈대였던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이 완전히 뒤집히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위기 시 참전의지는 미·중 패권 싸움이 격해지는 인도·태평양에서 일본이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대만은 일본의 최남단 섬인 요나구니섬에서 불과 약 110km 정도 떨어져 있을 만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영토 분쟁 중이다.
대만이 중국의 통제 하에 들어가면, 일본의 규슈,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잇는 '제1열도선(First Island Chain)'이 사실상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합병한다면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제해권을 잃게 되고 중국은 센카쿠 열도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훨씬 더 강화할 수 있게 되어 일본의 영토 방어에 극도로 불리한 상황이 조성된다. 이는 일본의 방어선에 심각한 구멍을 만들고, 중국은 일본 남서쪽 섬들 특히 오키나와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한반도와 대만 해협 사이에 끼인 한국 입장에선 절대 남의 일 같지 않다. 한국은 이로 인해 동맹 관계, 경제 이익, 역사적 감정이 뒤엉켜 복잡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15년 아베 정권 때 만든 안보법의 핵심인 ‘존립위기 사태’를 대만에 그대로 적용했다. 일본이 직접 공격당하지 않아도, 가까운 우방국인 미국이 공격받아 일본 생존이 위협받으면 무력을 쓸 수 있다는 논리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완료하라는 지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최근 경주에서 열린 APEC 미중 정상회담 이전에 대만에 대해 “평화통일이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무력 사용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대만을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 천명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에서 대만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바다로 봉쇄하면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 안에서만 회자되던 시나리오를 공개한 것이다. 일본 방위성과 외무성은 이미 대만 봉쇄 시 오키나와·사키시마 제도와 해상 교통로(SLOC, Sea Lanes of Communication)가 위험해진다고 보고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