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 그들의 협상 원칙은 무엇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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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렉시트에 임하는 영국의 원칙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앞둔 영국 정부가 지난 2월 2일, EU 탈퇴의 협상 원칙과 미래 관계를 담은 백서(The United Kingdom’s exit from and new partnership with the European Union)를 발간하였다(JPI 지역통합연구부에서는 올해 신년 좌담회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가결 이후 6개월이 되도록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비로소 포괄적으로나마 영국의 전략이 공식적으로 처음 드러난 것이다). 영국은 이에 앞서 브렉시트 관련 국민투표가 통과된 지 7개월 만인 1월 17일 처음으로 테레사 메이 총리 이름으로 영국의 탈퇴 입장을 발표하였고, 지난 1일에는 하원에서 브렉시트 개시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백서는 총 77쪽의 분량으로 매우 간략하며 내용은 지난 17일, 메이 총리가 제시한 탈퇴 방향을 좀 더 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 정부가 제시한 협상 원칙은 크게 12가지인데 이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확실성과 명료성의 제공 2. 영국 내에서 EU 규범의 종식 3.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을 포함하는 영국의 결속력 강화 4. 아일랜드와의 강력하고 역사적인 관계 수호 및 공동여행구역 유지 5. EU 회원국민의 영국으로의 이주 통제 6. EU 내의 영국민과 영국 내의 EU 회원국민 보호 7. 노동자 권리 보호 8. EU와 새로운 동반자 협정 체결(자유로운 시장 접근 및 관세 등에 관한 신협정 체결) 9.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 관계 구축 10. 과학 및 혁신의 중심으로서 영국의 위상 유지 11. 범죄 및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협력 12. EU로부터 매끄럽고 질서 있는 퇴장 2. 이주자(移住者) 감독 강화, 친(親) 비즈니스 협상, 그리고 양보 없는 퇴장 영국이 내놓은 12가지 원칙을 세 가지로 재정리하자면 ‘이주자 감독 강화’와 ‘친 비즈니스 협상’, 그리고 ‘양보 없는 퇴장’으로 요약된다. 먼저 지난 6월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았던 핵심이슈는 이민자 문제였다.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위기감은 시리아 난민의 급격한 EU 유입 때문이었지만,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난민뿐 아니라 합법적인 이민자에 대해서조차도 부정적 여론이 높았다. 이 때문에 백서는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여러 곳에서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첫째, 제2원칙에서 EU 규범으로부터의 탈피를 언급하면서 영국의 의회주권주의를 강조하였다. 다시 말해, EU의 다양한 규정, 지침, 권고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영국 의회의 입법권이 우선임을 밝힌 것이다. 이는 최근 EU의 최대 입법 이슈인 난민 유입 규제 및 할당에 관한 다양한 조치로부터 영국이 자유롭다는 것을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동 원칙 후반부에, 영국 내에서 EU 사법재판소의 사법권이 종결되었다고 선언함으로써 리스본 조약 중 ‘EU의 기능에 관한 조약(TFEU)’ 77~80조에 규정된 난민, 이주자에 관한 규정에 관한 사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동 조약의 ‘기본권 헌장’에 규정된 제1조 인간의 존엄성, 제2조 생명권, 제18조 난민 신청권, 19조 추방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제45조 거주 및 이전의 자유 등에 따른 재판관할권에 관한 규정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백서의 제5원칙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통제를 언급하고 있다. 백서는 영국에 유입되는 이민자들의 수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기술력 없는 노동자의 유입은 영국의 공적 재원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미친다면서 확실한 통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고급 두뇌인 유학생의 경우도 앞으로 엄격하게 다룰 것을 밝히고 있다. 이미 유입된 기존 유학생의 경우에는 2018년까지 학자금 대출, 임대 보증금 융자 등에서 차별을 두지 않겠지만, 학업을 마친 후에 그들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분야별로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셋째, 제6원칙에서는 EU와의 자유 이동에 따른 상호 거주 요건에 관련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는 난민이나 불법 이민자와는 차원이 다른 유럽 역내 시민들 간의 교류까지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즉, 영국 정부는 향후 영국민이 기존의 EU 회원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 것인지에 관한 협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영국에는 약 280만 명의 EU 회원국민이 거주하고 있고, EU에는 약 100만 명의 영국인들이 이주하여 살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민 가운데는 폴란드인이 약 90만 명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루마니아, 포르투갈 등이 잇고 있다. 영국인들의 EU 체류는 주로 비즈니스, 치료와 요양 등에 있지만(따라서 스페인과 남프랑스 등에 몰려 살고 있다), 대륙에서 넘어온 유럽인들의 국적에서 보듯이 체류 목적이 주로 생계와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상이한 성격의 체류자들을 양자가 호혜적으로 상호 균형 있게 다룰 협상 전략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2015년 기준으로 영국의 EU에 대한 상품과 서비스 수출은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2천 3백억 파운드, 수입은 2천 9백 1십억 파운드에 달한다(아일랜드를 제외했을 경우 수입=수출). 영국은 물론 EU로서도 가볍지 않은 거래액이다. 영국으로서는 EU를 탈퇴하되 무역 및 경제 교류와 관련하여 어떤 관계 설정을 할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먼저, 백서는 제8원칙에서 영국이 EU의 단일시장에 더는 구속되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관계설정을 맺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말하자면, EU를 탈퇴하고 대신 새로이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관세동맹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통합의 단계로 볼 때 관세동맹은 자유무역 협정과 공동시장의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최근의 관세 동맹 사례로는 1991년 남미국가 간 맺은 관세동맹, 2006년 EU와 터키가 맺은 관세동맹, 2010년의 유라시안 관세동맹, 2015년의 걸프협력회의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럽연합이 60년 전에 맺은 1957년의 유럽경제 공동체(EEC)보다 낮은 단계의 통합이다. 영국은 바로 그곳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영국이 관세동맹을 목표로 삼음으로써 어떤 형태의 관세동맹이 될 것인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EU는 리스본 조약, TFEU 30~32조에 관세동맹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사회와 집행위원회가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대외관세에 관해서는 회원국 간 협력을 증진하는 범위 내에서 적용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규정이 취약함으로서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공동관세로 들어오는 수입금에 대한 논란이 그렇다. 백서에서 영국은 “더 이상 EU 예산에 기여하지 않고 그 금액을 영국민들을 위해 사용 하겠다(8원칙 51항)”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15년 기준으로 EU 전체 예산의 약 25%가 역외 관세 수입으로부터 충당되고 있으므로 관세동맹이 형성되었을 경우 이때의 징수된 역외관세를 자원으로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영국과 EU가 풀어야 할 다음의 숙제 거리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백서는 제12원칙에서 “매끄럽고(smooth), 질서 있는 퇴장(orderly exit)”을 다짐하였다. 지난 1월 초부터 언급되던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가 여론의 비난을 받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보 없는 퇴장, 즉 하드 브렉시트는 여전히 대원칙임이 변하지 않았다. 제12원칙 하단부에서는 “영국에게 나쁜 협상을 하느니 아무런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뜻을 보여준다. 내용을 살펴보아도 여전히 하드 브렉시트 적인 요소가 많이 있어 향후 양측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표 1. EU와 특수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
(출처: BBC 1월 15일 자 및 필자가 재정리. * 영국은 백서에서 언급된 내용을 근거로 함) 영국은 EU 최대의 제도적 틀인 단일시장은 거부하되, 관세 동맹은 유지하면서 인적 자유이동은 거부하고 EU에는 기여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영국이 원하는 최상의 조건이며, 하드 브렉시트의 기준이다. 현재 EU와 이와 같은 유형의 관계를 맺고 있는 가장 가까운 국가는 터키이다. 터키는 19887년 EU 가입을 신청한 이후, 1999년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획득하였고, 2006년부터 가입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4년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위기, 난민 위기, 테러리즘, 그리스 재정위기, 브렉시트 등으로 현재는 터키 스스로가 EU 가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을 취하면서 EU와는 벽을 쌓고 있는 중이다. 다만, 터키는 여전히 EU가 가입 후보국으로서 EU가 제시한 ‘코펜하겐 크리테리아(EU 가입 자격 기준)’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영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차이다. 이미 제2원칙에서 ‘영국 내에서 EU 규범의 종식’을 선언하면서 탈퇴를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터키식 관계 설정이 바람직한 모델이 될지는 미지수다. 3. 유럽의 반응 백서에 대한 유럽 현지의 반응은 대체로 ‘실망스럽다’거나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없다. 그나마 가장 확실하게 언급한 것은 이민자를 통제하겠다는 것 정도”(Ben Fox, 영국 Sovereign Strategy 컨설턴트)라고 지적하거나, “시간의 압박을 받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세밀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Malcolm Barr JP 모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영국 산업의 95%를 차지하는 소규모 영세업자(micro-business)들을 배려한 보다 투명한 협상 과정이 공개되어야 한다(Ed Molyneux, Free Agent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목소리도 들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백서가 진부하고 공허한 수사법으로 가득 찼으며, 진지한 고민도 없고, 정밀한 메커니즘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비판한바 있다(2017년 2월 2일 자 사설). 사실 이번 백서는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의 가결을 얻어 3월에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간되었으므로 전체적인 방향성만 제시된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4. 세 차례의 한국 언급 이번 백서에서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이 세 차례(중복 제외) 언급되었다는 것이다. 첫째, EU-한국 간 FTA 협정 중 무역 분쟁이 생겼을 경우 분쟁 조정절차, 둘째 뉴질랜드-한국 간 FTA 협정에 규정된 상설조사법원(Permanent Review Tribunal)에 따른 분쟁 해결 메커니즘, 셋째, 영국의 수출 대상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 등이 백서에서 언급된 한국 관련 내용이다. 우선, 제2원칙 ‘영국 내에서 EU 규범의 종식’ 부분에서 EU-한국 간 FTA 협정상 분쟁 조정절차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었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EU가 기존에 맺고 있던 FTA 협정의 적용과 실천을 영국이 어떤 식으로 승계하여 재규정 할 것인지에 대해 일반 규정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백서는 한국뿐 아니라, EU-캐나다, WTO, NAFTA의 분쟁 해결 절차에 관해 상당히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브렉시트 이후 닥칠 제3국들과의 재협상에도 상당히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중재 시스템(arbitration system)의 작동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백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2015년에 발효된 뉴질랜드-한국 간 FTA를 별도의 참조 문서로 인용하고 있다. 분쟁이 생겼을 경우 중재 절차를 이용하되 조정(good offices), 화해(conciliation), 중재(mediation) 등도 가능하며 최후에는 WTO 등의 별도 기구를 이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음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영국이 한국의 사례를 원용한 것은 브렉시트 이후 세계 여러 국가와 무역 협상을 새로 시작하기 위한 사전 점검의 성격도 있지만, 한국이 최근 영국의 수출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주요 국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백서는 제9원칙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 관계 구축’ 편에서 한국이 지난 10년(2005~14)간 영국 수출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6위(리히텐슈타인, 칠레, 중국, 모로코, 우루과이, 한국 순)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한국이 영국의 주요 수출국 10위 안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연평균 수출 성장률이 13%에 달하고 있어 미래 관계에서 한국이 매우 중요한 파트너임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 진정한 위기는 내부 분열로부터 시작될 수도 향후 EU와의 협상은 물론, 내부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또한 영국정부로서는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제3원칙에서 강조한 대로 아일랜드와의 관계 유지는 물론이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의 불만이나 요구를 어디까지 충족해 줄 수 있을 것인가가 분열을 막는 첩경이다. 무엇보다 브렉시트에 비판적인 스코틀랜드 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4년 독립을 추진하다 좌절되었던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의 앨릭스 새먼드 의원(전 스코틀랜드 정부 수반)이 2월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게임 시작(Game On...)’이라는 의미심장한 표현을 던진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추측할 수 있다. 현 스코틀랜드의 정부 수반인 니콜라 스터전은 EU를 탈퇴한 영국에 반대하면서, 2018년에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관한 국민투표를 다시 한번 실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high likely)는 것을 시사하였다. 브렉시트 협상이 오는 3월부터 시작해 2년간 지속되어 2019년 3월 이전에 탈퇴가 실현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그 이전에 영국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정이다. 메이 총리는 EU와의 협상, 국내 분열 방지, 제3국과의 협상 등 한꺼번에 세 가지 난제를 풀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그가 내놓은 원칙은 강력한 영국중심주의에 기초하고 있으며, 양보는 없다는 태도를 보여 협상 과정이 순조로워 보이지 않는다. EU 역시 이탈을 고민하는 중동부의 몇몇 국가의 분열과 리더십 실종으로 강력한 연대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통합이 진리로 통하는 지금 이 시대에 영국의 선택이 새로운 장을 여는 시작이 될지, 혹은 60년 전의 유럽으로 돌아가는 분열의 시작이 될지는 향후 드러날 EU의 대응 전략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現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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