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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사건이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지식공동체에 가져다 준 또 다른 과제
등록일
2017-03-01
조회수
7

 

<목차>

1. 암살행위와 테러행위?

2. VX라는 독성물질 사용이 지니는 함의

3. 안전보장이사회 1540 위원회의 역할 제고

4. 우리의 과제

 

지난 2월 13일 오전 말레이시아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은 북한 현 지도부의 비인륜성과 잔인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추후 생산과 보유가 금지된 독성물질인 VX를 이용한 암살이라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는 보다 가중된 잔혹성과 공포를 야기하였다. 사건의 잔혹성이란 주관적 평가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은 그 동안 UN이 주도한 각종 군축체제가 공들여 온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두고두고 냉철하게 곱씹어보아야 할 매우 대표적 사례로서의 특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모두 밝혀지지 않았고 계속 수사 중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비확산 지식공동체가 예의 주시할 만한 위험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잔인한 국가주도 범죄로부터 불특정 민간인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특히 비국가행위자중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모방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사례연구가 촉구된다. 철저한 사례분석을 통해 이번 사건을 시나리오화하여 억제수단 운용연습(TTX: Table Top Exercise)은 물론 시민이 참여하는 모의 훈련에 대한 계획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누가 어떠한 정치적 의도로 김정남을 암살하였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한정된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있지만 이 글은 UN 주도의 다자간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체제와 관련하여 이번 사건이 어떠한 교훈을 가져다주었는지를 진단해 보고 향후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공동체 특히 비확산 지식공동체가 유사 사례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논의를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안해 보고자 한다.

1. 암살행위와 테러행위

지금까지 많은 분석가들은 정치적 관점에서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함으로써 도대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이며, 암살을 실행할 경우, 어떤 시기 어떤 장소에서도 당연히 북한이 유력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를 무릅쓰고 이런 뻔한 행동을 백주 대낮에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여러 추측과 가설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북한이 자충수를 두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관점보다 법리적 관점에서 현재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 국제법과 국내법을 고려해 보면 결과론적으로는 우연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는 심증을 버릴 수 없다. 법률전(lawfare)이라 불릴 정도로 최근 모든 국가들은 적대적 행동은 물론 공격적 행위를 취할 때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하여 실행 전 국제법적 정당성을 찾으려 하고 이에 기초하여 행위하고 있는 터라 결과 발생 후 법리적 반격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이번 북한의 행동 역시 이런 관점에서 철저하게 계산된 국제법적 고려의 결과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신중하고 계획성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사건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와 관련하여 북한에 대한 전략을 실효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전환점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종전까지는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하여 북한에 대해서는 단순히 나쁜 행동의 방지에 초점을 두는 수동적 전략이라 할 수 있는 비확산(non-proliferation) 전략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는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북한과 같은 나쁜 행동을 하는 행위자를 타깃으로 하는 반확산(counter-proliferation) 전략으로 과감하게 수정하여 북한이라는 행위자를 직접 타깃으로 한 실효적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음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킬 수 있는 전환의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북한은 왜 항상 유력한 용의자(usual suspect)가 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허점을 노려 실행에 옮긴 것일까? 이를 감수한 급박한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암살의 실행도구로 제3국민을 활용하였다는 점 역시 북한이 관련 국제체제의 허점을 이용한 치밀한 계산 하에 실행한 것임을 엿볼 수 있다. 사건당시 공항 CCTV를 통해 북한의 개입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북한의 개입은 의혹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체포된 두 명의 제3국민이 현재까지 테러리스트나 범죄단체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령 북한이 배후에서 범죄 청부업자나 범죄단체의 구성원 혹은 테러리스트를 활용하였다면 북한은 분명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테러지원국으로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며 특히 미국에서는 테러지원 국가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사실 언론에서는 앞 다투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테러지원 국가로 재지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런 논의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만을 놓고는 우리의 희망대로 북한이 미국에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미국법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국가는 소위 테러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이지 국가 테러리즘(State terrorism) 자체를 제재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출관리법 제6조 (j)항, 무기수출통제법 제40조 및 해외원조법 제620조A라는 3개의 법조항에 기초하여 이란, 수단, 시리아 등 3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 유지하면서 소위 4개 유형의 제재 즉, 1) 미국의 해외원조제한, 2) 방위산업수출 및 판매 금지, 3) 이중용도물자 수출에 대한 통제 및 4) 각종 재정적 제한 조치 등이라는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1) 법감정과 상식에 의하면 테러를 직접 수행하는 국가가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보다 더 나쁘지만 미국의 3개 관련법에 규정된 테러지원국이라는 용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법규정은 테러행위를 직접 자행한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미 오바마 대통령 때인 2014년 12월 북한이 소니를 상대로 사이버공격을 저질렀을 때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테러라는 용어보다는 사이버 반달리즘(cyber vandal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논쟁이 조야에서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서도 명백하게 미국의 관련 법규들이 테러지원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이 아닌 사이버공격자체를 이유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제시된 적이 있다.2) 물론 당시 소니사에 대한 사이버공격과 관련해서는 논쟁의 대상 중 사이버공격이 과연 테러행위인가에 대한 논쟁도 존재했다. 워싱턴이나 서울에서 개최된 몇몇 회의에서 물리적 공격만을 테러행위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해석이라고 필자가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해보았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법의 적용에서 만큼은 테러란 물리적 공격에 한정된다는 매우 엄격한 해석과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관련 국내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물론 관련 국제조약의 해석에 있어서도 소위 국가테러리즘(state terrorism)은 테러의 정의에서 애초부터 제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UN에서도 안전보장이사회 산하에 대테러위원회(CTC: Counter-Terrorism Committee)를 설치하였을 때 국가테러리즘이 국제법의 규율대상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한 바 있다. 결론은 현행 국제법상 테러리즘을 규율하고 있는 국제조약 중 어느 하나도 국가테러리즘을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고 따라서 테러리즘은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s)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다. 즉 국가는 테러행위를 지원했을 때 테러지원국으로서 국가책임을 부담할 뿐이라는 것이 주류의 판단이다.

국가 자체가 자행하는 폭력행위는 테러행위로 취급되지 않는다. 모든 폭력이 국가에게 유일하게 독점되어 있는 현대국가에서 국가가 자국민에게 부당하고 자의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인권의 영역에서 다루어질 문제이며, 타국에 대해 부당하고 자의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전쟁법 특히 국제인도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질 뿐이지 테러행위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북한 역시 지금까지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폭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왔지만 국제법의 영역에서 북한의 폭력행사는 테러리즘의 관점에서 취급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의 헌법이 북한을 반란단체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한국 사람사이에서 헌법적 혹은 정치적 관점에서 테러행위라는 수사를 사용해도 무방할 뿐이므로 국제사회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용어라는 점을 실무가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럼 최근 미국의 일부 학자나 의원들 사이에서 북한이 직접 실행한 암살행위라는 국제범죄행위를 계기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는 이번 사건 자체를 근거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그동안 다른 사례에서 테러리스트를 지원해 온 것이 아닌지를 더 철저히 조사하여 그런 사례가 입증되면 재지정하자는 의미로 선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의회조사국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중동의 하마스나 헤지볼라를 지원하고 탈북자를 납치하거나 암살했다는 점을 들면서 이에 대한 증거가 충분할 경우 재지정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탈북자 납치와 암살에 관한 부분은 북한이 직접 수행한 것이 아니라 현지인 등을 고용하여 당해 행위를 북한 정권이 지원한 것에 적용된다고 선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지원에 관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 지원이 충분하게 입증될 경우 재지정 계기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전망해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재지정 논의가 미정부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에 대한 입증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고 예측해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란 시리아 등 중동 국가에 대한 미국의 제재 실행은 삼두마차라 칭할 수 있는 1) 대량살상무기 관련 제재, 2) 인권에 기초한 제재 및 3) 테러지원국 지정을 통한 제재를 활용하는 동시다발적이며 전방위적 압박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대량살상무기 관련 제재만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역시 금융제재에 있어서는 강도가 약한 느슨한 제재였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즉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소위 체제변혁을 유도하는 인권제재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가 최근 들어 UN 인권이사회의 결의 등에 힘을 얻어 북한에 대해서도 인권에 기초한 제재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정도이지만 여전히 중동국가에 가해졌던 제재의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제재의 실행을 정리하면 북한과 관련해서는 미국 역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반확산적 전략에 기초하기 보다는 수동적이고 사건대응적인 비확산적 전략에 기초하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무튼 현재 상황대로 두 명의 실행조인 제3국민이 어떤 범죄조직이나 테러집단에 속한 것이 아니라 북한에 의해 직접 고용되었거나 그들에 의해 선택된 범죄실행의 도구(instrument)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제재의 관점에서 어차피 김정남이 자연사가 아니었다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usual suspect로서의 북한으로서는 잃을 것이 더 없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이 모든 것을 계산에 포함한 실행이었다고 평가한다.

2. VX라는 독성물질 사용이 지니는 함의

이러한 계산은 VX의 사용으로 큰 치명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이번 사건 수사에 있어서 가장 큰 국제적 의의를 지닌 전환점은 지난 2월 24일 말레이시아 화학국의 김정남 시신에 VX가 검출되었다는 발표와 26일 말레이시아 보건부의 VX중독이 사인이라는 결론의 발표에 있다. 화학무기로 VX가 사용된 적이 있다는 사례는 몇 차례 존재하지만 특정인을 암살하는데 화학무기금지협약의 적용대상인 독성물질중 하나인 VX가 사용된 사례는 이번 사건이 최초이다. 이점이 바로 말레이시아의 이번 발표가 북한의 치밀한 계획에 있어서 가장 큰 돌발적 변수로 작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은 이집트와 함께 아직까지 화학무기금지협약(CWC)3)에 가입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언론이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해 동 협약에 근거하여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북한 역시 당연히 이를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전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북한이 비당사국이기 때문에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기보다는 무기가 아니라 암살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직접적 적용이 곤란한 점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바른 평가라 할 수 있다.

필자가 말레이시아의 이번 발표를 북한의 계산에 있어서 가장 큰 돌발적 변수라고 보는 이유는 바로 범행이 발생한 장소인 말레이시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당사국4)이라는 점이다.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로 대변되는 대량살상무기 관련 다자간 체제 중에서 화학무기금지협정은 매우 실효적이고 강력한 검증체제를 갖추고 있는 체제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협약의 이행과 검증의 협력을 위해 설립된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2013년 시리아 사린가스 공격사건을 계기로 보유가스의 해체라는 혁혁한 공을 세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화학무기금지협약의 검증체제의 핵심에는 사찰제도가 있다. 사찰은 1) 정기사찰(routine inspection), 2) 강제사찰(challenge inspection)과 3) 화학무기사용이 추정되는 경우의 조사(investigations of alleged use of chemical weapons)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화학무기는 핵무기와 달리 보유자체가 모든 국가에 금지되어 있는 무기이다. 핵무기는 소위 5개 핵무기 보유국의 경우 합법적 보유가 가능하지만 화학무기는 어떠한 국가도 보유자체가 불법화되어 있다. 물론 모든 화학물질이 보유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사용된 VX는 협약 부속서에서 대표적 독성물질로 예시되어 있는 화학물질이다.

그렇다면 화학무기금지협약 상 제조나 보유 등이 금지된 이러한 독성물질이 화학무기금지협약의 당사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범죄의 도구로 발견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부세력에 의해 몰래 반입된 것임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협약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당사국으로서 말레이시아에게 여러 의혹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리스크를 말레이시아가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자칫 사찰(inspection)이나 조사(investigation)의 위험과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북한은 암살의 도구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혹시라도 말레이시아가 VX를 발견하더라도 자국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자초할 우려 때문에 회피하고 덮어줄지도 모른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혹자는 암살도구로 생물무기를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문제제기 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생물무기금지협약 ​5)의 경우에는 당사국이기 때문에 협약위반으로 인한 직접적인 국가책임을 지게 되므로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었다. 화학무기금지협약의 경우 북한은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 말레이시아는 비록 당사국이지만 협약의 엄격한 검증체제로 인해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확증이 발견되지 않는 한 쉽게 발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 등이 계산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사찰의 세 번째 유형 즉 조사(소위 IAU)의 경우 비당사국의 경우에도 제한된 범위이지만 적용가능성을 당해 협약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당해 협약 부속서 제11부 27항은 “이 협약의 비당사국이 관여된 화학무기 사용 추정의 경우나 당사국에 의하여 통제되지 아니하는 영토 내에서 화학무기 사용이 추정되는 경우, 기구는 국제연합 사무총장과 긴밀히 협조한다. 기구는 요청받는 경우, 기구의 자원을 국제연합 사무총장의 재량 하에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해 조항은 당시 협약 비당사국이었던 시리아의 사린가스 사용에 대한 사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적용에 있어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리아의 경우 비당사국이 비당사국 영역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이므로 개입이 더 어려울 수도 있음에도 극복하였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비당사국이 당사국 영역에서 독성물질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권이 침해된 피해국이 당사국으로서 원활한 협조만 해준다면 국제기구를 통한 개입이 훨씬 더 쉬울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당해 협약의 직접 적용을 통한 개입을 위해서는 암살도구를 화학무기의 사용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다자간체제의 직접적인 개입을 유도하는데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는 셈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에서 말레이시아가 보여준 결단은 CBRN 사건6)과 관련해서도 분명 모범적 사례로 평가되어야 하므로 사건이 마무리되면 국제사회에서 그 경험이 충분히 공유되어야 한다. 그만큼 북한의 개입을 입증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보유와 제조가 금지된 독성물질인 VX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쉽게 발표할 수 있었겠지만, 특히 강제사찰(challenge inspection)의 경우, 의심스러울 때 다른 회원국이 사찰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분명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를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게 발표했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이번 사례는 VX가 전시 무기로서의 사용이 아니라 발생빈도가 오히려 높은 암살도구로 사용된 최초의 사례로서 이러한 유사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불편을 회피하기 위해 숨기기보다는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며 설사 법적 공백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최소화하면서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3. 안전보장이사회 1540 위원회의 역할 제고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되고 있는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는 무기 발전초기 단계에서는 무기 자체의 확산에 대한 규제가 가장 큰 관심이었다. 점차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이 쉬워졌지만 탐지기술도 발전하게 되자 제조 근원이 되고 있는 물질의 이동을 통한 현지 조립으로 눈을 돌리게 되어 물질의 통제 및 안보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통제대상에 대한 접근의 발달에 더하여 국제사회는 행위자 즉 테러리스트나 범죄조직과 같은 비국가행위자로의 혹은 이들로부터의 그리고 이들 사이의 확산에 관한 문제에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은 2004년에서야 비로소 결실을 이루어 UN안전보장이사회는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과 같은 전달수단(delivery means)의 비국가행위자로의 확산을 UN헌장 제7장상의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헌장 제7장에 기초하여 모든 회원국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 제1540호를 내놓았다. 북한 역시 UN회원국이므로 당연히 당해 결의의 구속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여러 불법적 경로를 통해 비국가행위자에 대한 확산가능성의 의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건 역시 어떤 경로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VX를 유입시켰는지 아직 명백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그동안 여러 불법적 경로를 통해 이를 확산시켜왔다는 의혹에 대한 심증을 굳히는 방증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명의 실행조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테러리스트나 범죄단체 구성원이었다면 VX를 통한 북한의 이번 암살사건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제1540호 위반이다. 이 대목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리아 사건의 경우 특히 안보리 결의 제1540호와 화학무기금지협약 당사국간의 협력체제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여 2016년 11월 17일 채택한 결의 제2319호를 통해 UN안보리와 OPCW의 공동조사협력체제를 구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이는 사안에 따라 안보리와 OPCW가 함께 공동으로 화학무기 확산과 관련하여 상호 유기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번 암살사건은 전시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로서의 사용 사건과는 전적으로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다자간체제에서 공론화하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가 북한을 지목하면서 직접 나설 경우 정치적 의도가 의심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테러가 만연한 현 상황에서 북한을 직접 지목하지 않고서도 어쩌면 적절한 의제(agenda)를 선점하여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전시 화학무기의 사용보다 발생가능성과 빈도가 더 높아서, 현실적인 위협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번 사례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한 우리의 역량발휘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 사건은 분명 비국가행위자에 대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가능성 측면에서 위험 내지 위협의 관념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해 볼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심각한 우려를 가져다주었다. 위험을 결과의 크기와 발생가능성로 표시할 경우 비국가행위자의 입장에서 비용대비 최적화된 테러행위 수단은 핵무기보다 생화학무기가 될 것이다. 4차례에 걸친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어떤 국가에게 있어서는 핵무기의 사용보다 저비용과 발생가능성이 높은 방사능 사고의 발생이 더 위협이 될 것이라 경고된 적이 있다. 핵물질과 핵무기는 엄청난 공포와 피해를 가져다주더라도 이동과정에서 쉽게 발각되기 쉽고 고비용이기 때문에 그 보다 작은 공포와 피해를 가져다주더라도 쉽게 입수가능하며 비용이 저렴한 생화학무기가 빈국이나 개도국 혹은 비국가행위자에게는 더 큰 유혹이 될 것이 분명하다.

생화학무기의 경우 이미 UN의 1540 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인터넷과 이메일 등을 활용한 소위 보이지 않는 기술이전(ITT: intangible transfer of technology)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기에도 용이하다. 또한 물질의 이동은 탐지장치의 발달로 발각되기 쉽지만 생화학무기는 물질의 이동 없이 기술자의 인적 이동을 통한 제조만으로도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서 확산을 막기가 여간 쉽지 않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군축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과학자들보다 화학자나 의약품 전문가의 자유로운 이동이 요주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사건에서 VX라는 독성물질이 인터넷이나 이메일을 통해 제조기술이 전파되었는지, 외교행낭을 통해 유입되었는지, 기술자라는 인적 이동을 통해 현지에서 제조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불법적 경로를 통해 유입되었는지 등의 사례연구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교훈과 평가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4. 우리의 과제

이 글은 의도적으로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하였다. 물론 암살장치가 무기냐 아니냐의 논의 등 법리적으로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항이 있지만 설사 암살장치가 해석상 무기가 아니라고 하여, 혹은 이번 범죄를 저지른 실행조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하여 적용할 국제법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분석은 법형식주의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는 근시안적 접근법이다. 국제사회 내지 비확산 지식공동체가 법적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추진한 것은 평화와 공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민주주의가 모든 국가에서 빠르게 보편적 가치로 확산되었고 국제사회가 정보화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보니 국가의 존재이유도 사회계약적 성격이 보다 강화되어 사회계약국가의 존재이유인 국민의 재산과 생명의 안전 및 보호기능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목적론적 관점에서 군축이나 비확산 관련 국제법은 발전의 여지가 매우 많은 분야이므로 탄력적 접근이 항상 요구된다.

이번 사건을 인권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반드시 함께 병행해야 하겠지만 단편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인권문제는 몰락한 지도자의 암살보다는 일반 북한주민의 인권이라든가 단순한 인도주의적 차원을 넘어서는 이산가족의 가족재결합권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중요해 보인다. 차라리 국제인도적 차원에서의 논의가 더 적합해 보인다. 더구나 이번 사건을 북한만을 겨냥하는 듯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지금은 북한과 틈이 벌어져 있지만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아세안국가 혹은 아프리카 등의 비동맹 국가들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남북한 간의 대립을 해당 지역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부각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도 있어 궁극적으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화학무기금지협약과 안보리결의 제1540호는 지역기구와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오고 있으며 아세안국가에서도 활발한 아웃리치 프로그램과 행동계획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비정부간기구의 활약도 특히 감시활동과 교육프로그램에서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우리 외교도 전시적 이벤트 보다는 오랫동안 1540위원회에 의장국으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노하우를 살려 이러한 활동에 적극 지원하고 동참함으로써 이들을 통해 보편적 가치와 일반적 위협 평가체제 구축에 있어 책임 있는 국가로 적극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생화학무기, 이중용도 물질 및 물자와 제반 장치 및 보이지 않는 기술이전 방지구상과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소위 화학, 생물, 방사능 및 핵과학에 종사하는 자와 이들 물질을 거래하는 사업자들의 소위 안전과 안보문화(safety and security culture)와 의식제고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관련 NGO는 물론 민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반확산 정책의 방향을 지지하는 공감대 형성을 이루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인류공동체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분야의 투자를 통한 위협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고서는 북한을 타깃으로 하는 반확산 정책의 추진이 궁극적으로 분명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소위 CBRN 대응체제에 대한 훈련프로그램에 대한 개발과 시행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고 안보장사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시민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국민창안의 방식으로 모집해보아야 하고, 이것이 어렵다면 학교교육에서라도 자발적 참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이공계 대학교육과정에서 과학자의 윤리교육과 취급물질의 안전 및 안보에 관한 교육이 필수 정규과정이 되어 CBRN 물질의 안전과 안보와 관련해 책무관념과 문화가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몇 해 전 아세안국가에서 개최된 비정부간 회의에 참석했을 때, 한 발표자가 결의 제1540호 관련하여 발표를 하면서 “지구상에는 핵무기가 엄청난 무기처럼 인식되어 이를 통제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고 있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빈약한 재정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에서 생화학무기가 더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는 수도 있다. 따라서 UN안보리 1540체제상의 국가이행을 위해 마련된 매트릭스의 모든 분야를 모든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현실적으로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실행에 옮기기는 국가재정상 곤란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적 위협이 높은 생화학무기와 관련한 분야에 우선을 두는 정책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라고 한 적이 있다. 국제적십자가 주관하는 회의에서는 로봇과 자동화기기의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국가에서는 권총과 같은 소형화기의 밀반입이 사회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아세안 국가와 관련하여 북한의 위협을 다룰 때도 우리의 외교 전략 역시 이들의 눈높이와 같이 하며 함께 나아가기 위해 이러한 발표는 분명 참조할 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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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에 대해서는 미국무부 사이트 https://www.state.gov/j/ct/list/c14151.htm 참조. 2) Mark E. Manyin et. al., “North Korea: Back on the State Sponsors of Terrorism List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15.1.21) 참조. 3) 당해 협약의 정식명칭은 “화학무기의 개발·생산·비축·사용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으로 우리나라는 1993년 1월 14일 서명하여 1997년 4월 29일 조약 제1377호로 발효하였다. 4) 말레이시아는 당해 협약에 2000년 4월 20일 가입하여 동년 5월 20일 동 협약이 발효되었다.

5) 당해 협약의 정식명칭은 “세균무기(생물무기) 및 독소무기의 개발, 생산 및 비축의 금지와 그 폐기에 관한 협약”으로 북한은 1987년 3월 13일 가입했다. 6) CBRN이란 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 Nuclear의 약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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