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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가적 위협: 경향과 전망
등록일
2009-10-13
조회수
7
I. 세계화와 초국가적 위협의 부상

  세계화이래 많은 국내외 학자들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틀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90년대는 그러한 노력의 과도기로 평가할 수 있다. 세계화는 지구상의 인간사회를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로 묶게 만들어 편리한 기능을 발생시켰다. 그러나 그런 편리성은 지하세계에도 적용되어 인간환경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들을 생성시켰다. 한마디로 국제테러, 마약밀매, 조직범죄의 세계화이다. 이들의 글로벌 활동은 국가 및 국제안보는 물론 인간안보에도 매우 위협적이고 기존의 안보위협에 대한 개념적 정의도 새롭게 유도하게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20세기가 ‘전쟁과 이데올로기 투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테러와 범죄와의 투쟁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 초국가적 위협의 경향


  최근 초국가적 위협들은 밀접하게 상호연계하며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안정이 오래 전에 정착되거나 혹은 공고화된 국가들에서도 여전히 활동한다. 그러나 강력한 국가에서 그들의 활동은 상당부분 통제되기 때문에 매우 음성적이며 제한적이다. 반면 민주주의와 국가형성이 미약하거나 실패한 국가들에서 이들은 국가와 공생관계를 형성하면서 보다 더 폭력적이며 양성적으로 활동한다. 이런 공생관계는 가까운 장래 초국가적 위협들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글로벌 거버넌스에 새로운 위협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간략히 이들 위협에 대한 최근의 경향을 살펴보자.


  첫째, 테러조직과 마약조직의 상호연계이다. 테러조직과 마약조직의 상호연계는 80년대 초중반 콜롬비아의 메데진 카르텔(Medellin cartel)과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서 시작되어, 90년대는 아프간의 탈리반, 21세기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의 삼각지대에서 중남미 마약조직과 중동 무장단체인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연계가 확인됐다. 이들 연계의 기본패턴은 마약공급자로서의 마약조직이 마약운반책으로서의 테러조직에게 마약을 제공하고 테러조직은 마약조직에게 무기를 제공하거나 테러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테러조직이 마약조직과 연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9/11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테러자금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자금세탁을 통제하는 국제레짐의 강화이다. 이로 인해 테러조직들은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점차로 새로운 활동자금의 확보차원에서 가장 손쉽게 자금 확보를 할 수 있는 것을 마약밀매에서 발견했다. 마약조직 또한 글로벌 차원의 마약밀매에 대한 국제통제레짐이 강화됨에 따라 새로운 활동방식을 도입했다. 즉 마약조직은 ‘생산-운반-소비-재투자’라는 마약밀매의 모든 단계를 통제하기 보다는 운반과 소비를 테러조직 혹은 범죄조직에게 분업화시킴으로서 비록 수익률은 감소하더라도 체포위험률을 피했다.


  둘째, 마약조직과 범죄조직의 상호연계이다. 이들의 상호연계는 비교적 오래되어 1930년대 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코르시칸 마약조직과 미국 마피아(La Cosa Nostra)사이에서 약 30년간 이루어진 국제 헤로인밀매인 프렌치커넥션(French Connection)이다. 2차 대전 이후 9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동남아 황금의 삼각지대에서 동남아지역에서 활동하는 마약조직과 중국계 삼합회 혹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삼합회가 연계한 국제헤로인밀매이다.


  코케인 밀매의 경우 대표적인 것은 콜롬비아 마약조직들과 멕시코 범죄조직의 연계와 콜롬비아 마약조직과 시칠리 마피아 혹은 러시아 마피아와의 연계이다. 마리화나 밀매의 경우  자메이카 포세스(Jamaican Posses)와 미국 모터사이클 갱 사이의 연계이다. 최근 가장 심각한 사례는 아프간의 탈리반이다. 탈리반이 생산하는 헤로인은 중앙아시아 및 동유럽 범죄조직을 통해 서유럽으로 진출한다. 이들 연계의 기본패턴은 마약공급자로서의 마약조직이 마약운반 및 공급책으로서의 범죄조직에게 마약을 제공하고 범죄조직은 마약조직에게 마약대금 및 다양한 범죄기술을 제공한다.


  셋째, 범죄조직과 테러조직의 상호연계이다. 이러한 형태의 연계에 대한 우려는 90년대에 체첸 게릴라 및 알-카에다와 러시아 마피아사이에서 나타났다. 이들 연계의 기본패턴은 범죄조직이 테러조직에게 범죄기술과 대량살상무기 혹은 원료를 제공하고 테러조직은 무기와 테러기술을 공급한다. 범죄조직들이 대량살상무기를 구입하는 이유는 이 무기를 일국에 대항하여 사용한다기보다는 구매의사를 피력하는 테러조직들에게 판매하여 더 많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범죄조직들에 의한 핵밀매이다.


  테러조직이 범죄조직과 연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테러조직과는 달리 범죄조직들은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약탈, 기생, 혹은 공생하면서 자본주의의 하부구조를 서서히 부패시키면서 그들의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은 자국의 국경을 넘어 후진국이건 선진국이건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는 마약밀매, 핵밀매, 무기밀매, 인간밀매, 폐기물밀매, 국제매춘, 돈세탁 등 가릴 것 없이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범죄조직의 무기는 ‘폭력’이 아니라 ‘뇌물’이다. 뇌물을 통한 부패가 형성되고 나아가 一國에서 부패문화가 만연되어 궁극적으로 범죄조직이 정치권력과의 공생관계를 형성할 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3. 초국가적 위협의 전망


  테러, 마약, 범죄조직들과 같은 초국가적 위협들이 상호 연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아프간이다. 왜냐하면 아프간은 지정학적으로 비록 내륙이지만 남쪽은 이란, 동쪽은 투르크메니스탄, 서쪽은 파키스탄, 북쪽은 러시아가 위치해 비교적 자유롭게 국경선을 통과할 수 있다. 아프간 주변국들은 모두 부패가 만연되어 정치권력과 마약조직의 공생관계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아프간은 세계 아편생산량의 90%이상을 생산하고 아편에서 정제된 헤로인은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및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 및 미국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다.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의 마약 운송루트에 대한 상당부분은 러시아 마피아 및 동유럽 및 발칸 마피아들이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아프간 탈리반은 러시아 혹은 동유럽 마피아로부터 생화학 및 방사능관련 무기를 구입하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9/11 이후 미군의 아프간 공격으로 탈리반은 일시적으로 와해됐지만 아프간에서 탈리반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아프간 탈리반의 반미감정은 매우 높아 탈리반이 미국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테러공격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초국가적 조직범죄로부터 대량살상무기의 구입과 운반에 일정부분 공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또한 미국은 아프간 마약에 대한 통제와 아프간을 경유한 대량살상무기의 유통에 대한 통제,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지정학적 견제, 카스피해에서 출발하는 파이프라인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아프간의 정치적 안정이 필수적 요인임으로 아프간의 미군주둔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아프간에서 탈리반과 미군의 투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4.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대책


  초국가적 위협들은 왜 위협적인가? 이들은 일국의 법의 통치와 공공질서를 약화시키고 건전한 경제질서를 왜곡시킨다. 이런 경향은 마치 전염병과 같아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안정된 민주주의와 건전한 시장경제가 존재한 국가들로 확산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초국가적 위협들이 국가 혹은 국가시설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부 테러조직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초국가적 위협들은 개인, 기업, 사회단체를 주요 착취의 목표로 설정한다. 이 때문에 초국가적 위협들에 대한 국가만의 대응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그런 위협들에 대한 대응책을 설정해야 하지만 개인, 기업, 시민단체의 협조 없이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개인 혹은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험부담을 위해 보험을 가입하듯 개인, 기업, 시민사회 역시 국가에 대한 상호협력적 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조성권(한성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