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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략경제대화와 동아시아: 한국의 시각
등록일
2009-10-26
조회수
7
  세계질서와 동아시아 지역 경제안보 질서에서 미중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같은 배를 탄 공동 운명체인가의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미 하버드대의 니일 퍼거슨이 차이메리카를 주장하는데서 보이듯이 공생관계가 되어 가고 있다. 설사 미중이 동상이몽이라도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기간 같이 협조해 나가야 할 구도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2009년 7월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개회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는 말로 중국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있을 미대통령의 방중 일정에서도 중국 중시 경향이 드러난다. 일본을 11월 12~13일에 방문하고, 13~15일 동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중국은 11월 15~18일, 한국은 18~19일 방문하기로 되어 있어 일본과 한국의 1박2일보다 긴 3박4일의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그만큼 중국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른 한편 중국은 세계금융위기 속에서 미국이 중국과 협력하여 경제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2조 달러 이상의 외환 보유고를 기초로 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 금융질서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경제적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경제 질서를 현재의 IMF 체제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표현과 함께 IMF 지배구조에 수정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중의 중요성은 동아시아의 새로운 경제 질서뿐만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한반도와 북핵문제에도 해당되며 향후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의 협력도 심화되고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미중 간 논의도 더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양국 간의 관심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대화이다.


오바마 정부의 동아시아정책과 미중전략 경제 대화


  오바마 미 행정부는 세계적으로 협력적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군사교류 협력을 포함한 중국과의 협력을 대외정책의 기**** 삼고 있다. 이는 글로벌 차원의 이슈와 북한 핵 문제를 포함, 지역 안보와 관련된 장기적인 이슈들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긴밀히 협력할 것이며 미중전략대화에서 논의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대중 정책은 2009년 1월 ‘오바마-바이든 플랜’을 통해서 중국을 국제체제에 완전히 편입시켜(integration) 공동의 정치·경제에 입각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에도 나타난 바 있다. 소위 국제질서에의 중국 편입 전략이다. 이같이 중국에 비중을 두는 오바마의 동아시아 정책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중국의 위상 제고, 오바마 행정부 출범 등 국내적 변동 요인과 함께 세계금융위기 속에서 미중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국제적 환경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미중의 협력관계는 미중 전략경제대화(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 S&ED)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대중 정책의 일환으로 나타난 것이 미중 전략경제대화이다. 이 전략대화는 2009년 2월 20일 방중(訪中)한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 미 부통령 바이든과 중국 총리 원자바오와의 정기적 대화를 제의하고 부시 행정부 시절의 전략대화를 확대할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가시화 되었다. 힐러리는 전략대화에서 군사적인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가 더욱 개선되어 미중 간 군사회담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3월 1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국방정책조정 회담에서 미중은 2008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차관급 군사 교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또 4월 2일에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 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갖고 ‘미중 전략적 경제대화(SED)’를 격상시켜 새로운 전략경제대화(S&ED)로 추진할 것을 발표함으로써 공식화 되었다.


  이 합의에 따라 2009년 7월 28~29일까지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중국의 위상제고와 미중 관계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전략대화로 호칭을 한 것에 반해 미국은 고위급 대화(Senior Dialogue)로 명칭을 사용하던 것을 공식적으로 전략대화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전략대화가 된 것이다. 새로운 틀이란 기존의 고위급 대화와 경제대화를 합하여 하나의 대화 기제로 만든 것이다. 힐러리와 다이빙궈(戴秉国​), 가이트너와 왕치산(王岐山)의 “2+2” 대화기제는 미중 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협력 방식을 보여 주는 것이다.


  미중이 고위급 대화를 전략대화로 격상시키면서 G2의 개념에 걸맞게 양자 차원만이 아니라 지역적 차원, 글로벌 차원의 의제들에 대한 협력이 심화되고 있다. 그 내용의 특징을 보면 첫째, 경제협력의 제도화이다. 양국은 국제금융위기 대응, 국내 경제 및 금융안정 촉진, 양자 간 경제관계 강화 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쌍방의 관련 부처 및 기관 간 협력을 제도화(institutionalize)하는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둘째, 양국 군사관계의 재개이다. 군사교류가 중단되었던 양국이 해상 안전과 국방에 관한 여러 분야에서 교류, 소통과 협력을 진행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통해 양국 군사관계의 균형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북핵 및 북한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력이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힐러리 국무장관이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북한문제에 관해 장시간 토론 하였으며, 북한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북미관계에 관한 내용이 토론의 중심을 이뤘다고 밝힌 데에서도 북한문제에 대해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북한 급변사태 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협의할 것을 제안한 데 대해 중국이 거부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공개적인 거론을 꺼리는 것일 뿐 이는 장기적인 의제에 포함될 수 있는 사안이다. 전략대화 후 왕광야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문제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하며 북핵문제와 관련, 미국이 북한의 안전에 대해 적절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북한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넷째, 미중 양국은 글로벌 차원의 비전통안보 이슈인 기후변화문제에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기후변화, 청정에너지 개발, 환경 분야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였다. 글로벌 차원의 이슈에 대한 발언권, 주도권 강화 여부에 결정적인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동의 노력을 하기로 한 것이다.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동아시아 질서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합의하거나 협의된 이슈들을 볼 때 이 대화는 경제와 안보를 포함하여 이 지역의 질서가 새로이 수립되는 주요한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전략경제대화는 미중 양국 간의 전략대화 기제이나 그 성격상 다자이슈를 다루게 되어 있고 동아시아 질서 형성에 있어 미중이 가장 중요한 변수임에 비추어 동아시아 질서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국제 금융협력에 있어 중국의 약진은 특히 아시아에서 중국의 위상 제고를 가져 왔을 뿐 아니라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정립에 있어 중국의 구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차제에 일본 민주당의 집권과 더불어 제기된 하토야마 총리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현실성 여부를 떠나 다시 한 번 동아시아 질서에 대한 담론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한국도 한중일 정상회담과 신아시아 외교 구상으로 동아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새로운 질서 수립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동안 북핵문제에 발목이 잡혀 동북아를 벗어나지 못한 외교에서 맴돌던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 수립의 주역 중 하나로 발돋움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동아시아 질서에 있어 미국이 주요 변수임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도화 하지 않고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질서 수립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 나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복잡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 우리의 입지가 극대화 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내 이를 활용하는 것은 우리의 전략에 달려 있다. 전쟁도 전면전이 아니면 전략이 다르듯이 외교도 복합적이고 다차원의 외교를 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며 이에 합당한 것이 분야별 네트워크 전략이다.


  우선 한중일 경제협력 메커니즘의 제도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중, 한일 간 신뢰구축이 중요하며 동시에 한미, 한일 간 신뢰를 공고히 하여 한미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한 협력 메커니즘도 제도화 되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ASEAN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우리의 입지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보 협력 없이 경제 협력 메커니즘 구축이 제도화되기는 쉽지 않다. 안보 협력에 있어서는 미중의 전략대화기제와 같이 한중 전략대화, 한미 전략대화 채널을 격상 시켜 나가면서 동시에 한미중 3자 전략대화 메커니즘을 트랙 II 차원에서 시작하여 트랙 I.5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초위에 다른 형태의 3자간, 4자간 대화채널 구축도 가능할 것이며 6자회담도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토대 위에서 미국을 포함하여 한중일 간에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한 현실성 있는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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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환(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