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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조약 이후 유럽연합의 변화와 우리의 대응
등록일
2010-03-02
조회수
7
국제질서의 변동과 유럽연합의 위상

글로벌 경제위기, 유럽통합의 심화, 신흥공업국의 부상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힘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국제질서는 냉전시대의 양극체제에서 탈냉전시대의 일극체제로 그리고 다시 국체제제의 새로운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표하는 G2론, 영토와 인구면에서 거대경제권인 BRICs의 부상론, G20에 의한 글로벌 공조체제론 등 다양한 전망이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리스본 조약 이후 G3를 새로운 대안체제로 제시한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환경, 인권, 복지 등 소프트파워를 강조해왔지만, 이제 안보와 경제력의 결집으로 하드파워 차원에서도 힘의 증진을 모색하고 있다.

리스본체제의 주요특징

리스본 조약으로 유럽연합의 내부적 권한이 강화되었다. 지금까지 유럽연합(EU)은 정치적 실체에 불과하였고, 법적으로는 과거의 유럽공동체(EC)가 대표하였다. 즉 유럽국가들은 통합의 심화를 정치적으로는 합의했지만, 법적으로는 추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리스본 조약으로 유럽연합은 정치적 실체에서 법인격으로 변화하였고, 유럽연합의 모든 권한은 법적으로 유효하게 되었다.


  리스본 조약은 유럽연합의 권한을 확대하였다. 그 동안 유럽연합이 주로 다루었던 경제 이외에 정무, 환경, 안보 등 모든 문제를 다루게 되었다. 과거에는 유럽연합의 권한, 유럽연합과 회원국의 공동권한, 회원국의 권한이라는 세가지 권한구분이 있었지만, 이제 유럽연합이 다룰 수 없는 영역이 없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정책결정과정이 간편해졌다. 다수결의 확대로 군사와 조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이슈를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외부적 권한도 강화되었다. 유럽이사회 내에 상임의장직(2년6개월)과 외교대표직(5년)을 신설하였고, 외교대표는 산하에 대외관계청을 신설하여 지휘하게 된다. 현재 유럽연합은 130개의 해외 대표부에 5000명의 주재원을 파견하고 있다. 조만간 해외 주재원의 1/3을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약 1200-1300명 규모의 외교전문인력을 각국 회원국으로부터 지원받을 계획이며, 이들은 유럽연합에서 4년간 근무한 후에 자국으로 귀환하는 순환근무를 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회원국이 유럽연합의 대외업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제도화되었다.

리스본 조약 이후 한-EU관계

리스본 조약 이후 한국과 유럽의 교역 및 투자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유럽연합의 입법과정이 신속화됨에 따라 환경, 안전, 기술규제에 대한 결정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유럽내의 각종 제도와 표준의 통일이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한-EU FTA 비준환경이 변화하였다. 유럽의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게 됨에 따라, FTA 비준을 반대하는 유럽기업들이 의회를 상대로 로비할 가능성이 생겨났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의 자동차공업협회는 유럽연합이 금융과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제조업분야의 이익을 내어주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과의 FTA 협상을 담당한 애쉬톤(Ashton) 통상집행위원이 영국출신이어서 제조업에 불리한 협상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유럽과의 자금결제에서 유로화의 사용이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재정금융권한이 강화되면서 아직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로존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금융위기 이전에는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심각한 통화불안정을 겪는 취약성을 경험한 후, 유로존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의 확대는 유로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시점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외환보유정책의 변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과 유럽연합은 기본협력협정을 개정하여 경제 이외에 전방위 협력을 상호 약속하였고, 양자간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하였다. 유럽연합은 전략적 동반자 지위를 부여하는 데에 있어서 까다로운 편이다. 한국은 유럽연합의 8번째 전략적 동반자가 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을 동맹국으로, 유럽을 전략적 동반자로 삼는 대서방 외교시대를 열게 되었다.


  유럽연합은 한국과 함께 민주주의, 인권, 지구환경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하기를 원한다. 즉 한국과 가치공동체를 형성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유럽연합의 기대에 걸맞는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테러리즘에 대한 공동대응, 내무사법 분야에서는 조직범죄와 자금세탁 방지, 환경 분야에서는 온실가스의 감축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추진 등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과 유럽의 전략적 목표는 중국과 북한이다. 유럽연합은 규범강국에 기반한 대외정책을 펴고 있다. 주권국가들이 외교정책의 목표를 국익추구에서 찾는 것과 달리, 초국가기구인 유럽연합은 보편적 규범의 실천을 더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중국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으나, 중국내의 인권문제로 인하여 협력의 질적 격상이 어렵고, 양자간의 FTA 체결도 요원한 실정이다.


  유럽연합의 중국정책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한국의 협조를 통해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함께 한국도 환경, 자유교역, 인권 등에서 선진적 발전모델을 제시하면 중국이 변화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대북정책에서도 규범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민주주의, 인권, 핵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을 가장 먼저 비판하였고,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대북결의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럽연합이 북한에 대하여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인권개선과 인도적 지원을 연계하여 북한을 움직이는 공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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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상두
연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