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ㆍ중 인권대화와 동아시아 인권문제의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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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문제의 제기: 미·중 인권대화의 중요성
미국-중국 인권대화(US-China Human Rights Dialogue)가 13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워싱턴에서 비공개로 개최되었다. 국제관계에서 인권문제는 우선순위에서 안보와 경제 다음으로 언급되는 제3순위의 주제로 취급되어왔지만 글로벌 국가로 국제관계의 면모를 일신하려는 중국의 입장에서 대외관계 발전에 충분조건으로서 검토되어야 하는 점도 사실이다. 이번 미·중 인권대화를 계기로 국제관계에서 인권문제의 의미를 살펴보고 동아시아에서 인권정책과 국제정치의 상호관계를 조망하고자 한다.
미·중 인권대화는 2004년 3월에도 개최되었으나 미국이 유엔인권위원회 연례회의에서 중국의 인권 실태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제출하자 중국이 반발하면서 중단됐다. 2008년에는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국제인권운동가들은 중국이 반체제인사를 투옥하는 등 인권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중국정부는 서방 인권단체들의 올림픽 보이콧이나 시위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5월에 미·중 인권대화를 재개하였다. 인권문제에 관해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움직임에 대하여 중국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2008년 2월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상호 존중, 평등, 내정불간섭의 원칙 아래 인권 문제에 대해 다른 국가들과 의견을 교환할 용의가 있음을 밝힘으로서 회담이 성사되었다. 이번 미·중 인권대화는 2008년 5월 이후 2년 만에 재개되는 데, 이번 회의도 당초 2월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오바마 대통령이 티벳의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면담을 이유로 중국이 항의하면서 연기되었다가 미중전략대화를 앞두고 개최되었다. II. 2010 미·중 인권대화의 주요의제
2010년 인권대화에 미국은 국무성을 비롯하여 법무성, 국토안보부, 노동성, 상무성, IRS, 미국무역대표부가 참석하였고 중국은 첸슈 외교부 장관을 비롯하여 사법부, 보안부, 국가행정부, 종교부, 대법원에서 대표가 참석하여, 종교의 자유, 노동자의 권리, 표현의 자유, 법치주의, 인종차별, 다자협력에 대해서 논의하였고 개별 사례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이런 점에서 미·중 인권대화는 범위 면에서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결과 면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국무부의 마이클 포스너(Michael Posner) 민주·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브리핑을 통해 미·중 인권대화에서는 양국간 인권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아이디어 교환차원이 이루어졌고 이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평가 자체가 미·중 인권대화는 가시적 합의 도출과 중국내 인권상황의 실질적 개선보다는 회담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미국이 제기한 중국내 인권 문제는 (1) 인터넷의 자유와 검열과 연계하여 중국에서 철수한 구글 문제, (2) 종교의 자유와 관련하여 티벳, 신장, 그리고 위구르 지역문제와 달라이 라마 문제를 제기하였다. (3)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중국내 파룬궁 문제에 대해 논의하였다. (4) 이밖에도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음식의 안전문제에 대해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한 인권침해에 대한 개별사례도 언급하였다. 파룬궁 회원으로 투옥된 인권변호사 가오즈성과 관련하여 형사피의자의 권리와 적법절차에 대한 권리의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이 밖에 류샤오브 변호사나 인권운동가인 후자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가오즈성을 포함한 반체제 인권운동가들의 현재 위치파악이나 양심수 현황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직접적 언급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중국내 북한 난민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은 원론적 차원에서 북한, 캄보디아, 버마가 관련된 난민문제와 이들의 보호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어야 함을 언급했다. 탈북자의 인권 문제가 이번 인권대화에서 다뤄졌지만 중국내 탈북자의 강제북송 중단과 난민 인정 등 탈북자의 지위와 관련한 인권 문제는 이번 대화에서 특별히 거론되지 않았다.
한편 미국과 인권문제를 논의할 때 수세에 있는 중국은 공세차원에서 미국에 대해 아리조나주 이민법과 관련하여 미국정부에 의한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차별과 잠재적 인종차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였다. III. 2010 미·중 인권대화의 의의와 정책적 함의
이번 미·중 인권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인권대화를 통해 가장 많은 진전을 이룬 분야로 사법부의 독립, 법의 지배, 국선변호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중국 측의 이해의 폭이 진전된 것을 들고 있으나 중국의 사법제도에 현실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과거의 미·중 인권대화가 중단된 사례에 비추어 이번 대화를 통해 미국은 중국의 인권문제와 관련하여 유엔인권위원회의 결의안에 의제를 회부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밝혔다는 점은 회담자체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인권대화에 대한 긍정적 의지도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미·중 인권대화의 정례화에 대해서는 내년에 개최하는 데는 합의했으나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으며 정기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한다는 답변을 제시했다.
미·중 인권대화에 대한 민간 인권단체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회의 자체가 비공개였기 때문에 대화의 내용자체가 투명하지도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앞으로도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평가를 제시하고 있는 반면 미국정부는 미국과 중국 양국의 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논의를 통해서 이러한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2010 미·중 인권대화의 배경과 관련해서 미국정부는 이달 말 베이징에서 열릴 미·중 전략대화와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략경제대화의 핵심은 장단기 전략적 및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한 쌍무적, 지역적, 그리고 세계적 범위에서 양국이 직면하는 도전과 기회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인권문제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중국 입장에서는 전략대화를 앞두고 미국과 인권대화를 회피할 수 없는 입장이고 미국은 중국의 인권상황을 매몰차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힘든 것이 정치적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인 인권전문가들은 전략대화와 인권대화를 분리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한다. 미국 내 인권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북한, 이란, 기후변화 등 외교, 안보, 글로벌 이슈 분야에서 중국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중국 내 인권탄압을 무시했다고 비난해왔는데 이는 일정 정도 타당성을 가지는 건전한 비판이다.
국제관계에서 인권의 문제는 지난 30년 동안 현저한 진보를 경험하였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지미카터 대통령이 인권외교를 주장했을 당시 인권 문제는 국내정치 문제라는 이유로 다른 국가의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은 주권국가의 내정간섭으로 비난하였다. 탈냉전의 국제질서의 변화와 민주주의 평화이론이라는 가치관의 변화는 인간안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출하게 되었고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국가의 주권은 상대적 중요성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가치관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같은 인권 침해국가는 국내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을 심각한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미·중 인권대화를 계기로 중국의 인권문제를 다루어 나가는 전략적 방안을 고려해 보고 이를 통해 우리의 주변국 인권정책도 고찰해볼 수 있다. (1) 중국의 인권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중국의 인권문제가 미중관계의 진전에 충분조건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서 미중관계에서 인권문제는 항상 제기될 수 있음을 기정사실화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중간의 인권대화의 현실적 정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2)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서 인권문제를 언급할 때, 중국 내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의 범위와 강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중국이 인권논의를 거부할 수 없는 한에서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해야한다. 인권문제에 있어서, 중국이 거부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제공해야 하는 의제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테면 달라이 라마, 가오즈성, 또는 류샤오브와 같은 개인을 상정한 인권문제의 제기보다는 법의 지배, 표현의 자유와 같은 원칙의 문제를 제기해야 인권문제를 장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고 중국의 협조를 유도할 수 있다. (3) 인권 선진국인 미국에게 중국인권 문제에 이중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중국의 인권문제의 제기가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권외교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노동자 인권, 무역장벽, 인터넷 기업의 경제활동, 중국산 음식물의 안전과 같이 중국 시장에서 경제적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중국이 미국에 대한 이익과 관련한 경우에는 전략적으로 인권문제와 연계하는 방안을 선택하는 것은 적절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4) 앞에서 제기한 전략적 고려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목표와 원칙의 설정과 이를 명확하게 중국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인권상황의 개선에 대한 정확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중국이 미국과 인권문제에 대한 대화를 한다는 절차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인권상황을 개선할 의지를 보여주는 장으로 인권대화를 활용해야한다.
미·중 인권대화의 진전은 장기적으로 동아시아에 인권문제의 중요성을 재평가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인권문제가 등한시되어온 동아시아에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성을 위한 주변국들의 이질적 가치를 극복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미·중 인권대화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인권대화를 지속하는 국제정세가 동아시아에서 지속될 때 우리나라도 탈북자 인권문제나 북한동포 인권문제를 포함하여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 정책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