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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 정권하에서 미일동맹의 향방
등록일
2010-11-09
조회수
7
고이즈미가 일본 수상이던 시절 미일동맹은 굳건하게 발전한 반면, 같은 시기이면서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미동맹은 흔들렸다. 2010년 현재 시점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보면,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서 한미동맹은 포괄적 협력에 기반을 둔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반면, 민주당 정권에 접어들어 미일동맹은 표류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문제는 자민당을 밀쳐내고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포괄적인 외교안보전략의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데서 출발한다. 민주당의 외교안보전략은 기본적으로 자민당, 그중에서도 고이즈미 시대의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이에 대한 궤도수정으로부터 출발했다. 고이즈미의 대외전략이 정점을 드러낸 것은 그의 정권의 절정기였던 2005년경이었다. 당시 고이즈미는 미국과 일본과의 2+2 전략대화를 통해, 양국의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는 기반위에서 미군과 자위대 전력의 상호운영성과 통합적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동맹을 글로벌화 시켰다.주일미군과 자위대간의 역할분담과 기능적 통합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자마 공군기지, 요코타 기지 등을 중심으로 양국이 일본의 방위를 위해서는 물론, 지역에서의 유사사태에 대한 대응, 나아가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안보제공을 위해 같은 시선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함께 행동하는 태세를 만들었다. 그 대신, 미군을 기동적이고 유연하게 운용하며 오키나와 주민들의 안보 부담을 경감한다는 차원에서, 후텐마 기지에 주둔하는 해병대의 일부를 괌으로 이전하고 나머지는 헤노코로 이전시킨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일본은 이에 발맞추어, 국제안보를 자위대의 본래의 업무로 격상시킴으로써, 자위대가 순수한 국내방어뿐만 아니라 국제평화유지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미일동맹 강화의 이면에는 중국 및 한국과의 갈등관계 확산이 존재하고 있었다. 일본이 국제연합 상임이사국 진출을 시도하면서, 이에 사실상 반대하는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은 정점에 이르렀다. 반면, 한국과는 2005년 2월부터 독도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과의 외교전쟁을 선언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즉, 일본은 중국과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방적인 미국추종외교, 미일동맹 강화외교에 매달렸다. 고이즈미를 가르켜 요미우리신문 정치부가 ‘외교를 말싸움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평한 이면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스트 전술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일변도 외교와 아시아 전략 부재를 드러냈다. 수상을 그만 두기 직전 미국을 방문한 고이즈미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을 방문해서 부시 미국대통령을 앞에 두고 ‘I love you, I need you’를 노래한 것은 고이즈미 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중국에 대항하면서 미국에 편승하는 전략이었다.

일본 민주당의 대외전략의 골격은 이 같은 고이즈미 외교에 대한 안티테제로부터 등장하였다. 민주당은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에 반대하지 않았지만, 미국일변도 외교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추종하여 미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외교를 지양하고 미국과 ‘대등한 동맹관계’를 가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무현정권 당시의 대등한 한미관계 구축을 내세운 맥락과 다르지 않은 선택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또한, 아시아외교가 부재했던 고이즈미식 외교에 대한 대항축으로서 동아시아외교의 강화를 내세웠다. 아시아 근린국가들과의 신뢰관계 회복 및 장기적인 동아시아 공동체를 지향하겠다는 방향을 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정권을 잡은 후 민주당이 미일동맹의 전환을 위해 선택한 이슈는 간단한 게 아니었다. 이미 이전을 약속한 후텐마 기지의 국외 내지 현외로의 이전이라는 선택은 이중의 과제를 제기했다. 하나는, 약속이행의 당사자인 미국과의 재협상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또한, 미군기지를 현외로 옮기자는 약속은 오키나와 현민의 동의는 물론 일본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과의 긴밀한 조정과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당시 하토야마 정권은 이 두 가지 과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나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결국, 2010년 5월말이라는 시한을 스스로 정했던 하토야마 정권에게는 후텐마 문제가 정권의 안정성 자체를 흔드는 악재로 작용하고 말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하토야마정권이 가지는 이상주의적 안보관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미일안보조약은 미군에 대한 기지제공이라는 방식을 통해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국외 또는 현외 이전이라는 선거공약이 가지는 약점을 드러낸 것이었다. 오키나와에서의 미군기지 경감을 위해서는 우선, 지역안보 정세의 안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급부상하는 중국의 도전과 핵개발에 이어 천안함 사건 등 군사적 도발이 예상되는 북한을 앞에 두고 미군기지의 축소나 경감은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미군기지 경감의 또 다른 전제조건은 동아시아 공동체가 상당히 진전되어 안보딜레마를 해결해주는 외부 세력으로서의 미국의 존재감이 약화되는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협력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었다는 징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민주당정권이 가진 이상주의적 안보전략은 현실적으로 통용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미군기지가 오키나와를 떠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시설도 없고, 이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없는 경우, 결국 미국과 일본은 일본 주둔 미군의 경감이라는 메세지를 발신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오키나와 주둔 미군문제를 단순하게 양국간 관계속에서 파악하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국제공공재적인 성격을 외면하는 처사일 수 밖에 없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오키나와 주둔미군은 단지 일본의 방위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민주당 정부의 인식이 빈약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식은 최근 발생했던 중국과 일본간의 센카쿠/다오위다이를 둘러싼 영토분쟁을 계기로 조금씩 전환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센카쿠열도를 불법침입했다고 선장을 풀어주지 않고 오랫동안 억류한 것은 일본의 외교적 실책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영토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중국인 억류를 통해 국제사회에 영토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영토주권 수호와 자국민 보호라는 원칙하에, 일본대사의 되풀이되는 새벽 호출, 중국인의 일본 관광 제한, 희토류의 수출 금지, 일본 관광객의 군사시설 촬영을 이유로 한 4명의 일본인 구속 등 여러 가지 카드를 동시다발적으로 꺼내 듦으로써 일본을 압박하였다.

일본이 이에 굴복하여 선장을 석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해 사과 요구를 계속함으로써 중국의 대외전략이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외교적 선택은 양국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단기적 효과를 낼 수 있었지만. 중국에게는 자국의 이익을 장기적으로 깎아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는 기세이다. 마치 1996년 대만해협위기가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심을 강화시키고 주변국들의 미국에 대한 의존을 강화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의 외교행태는 중국에 대한 주변국의 경계심을 강화시킬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중국이 도강양회전략을 접어두고 적극적 공세와 압박전략을 내세울 경우, 일본은 물론 다른 주변국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할 것이 자명하다. 일본 민주당은 사실상 미국통이자 외교안보에서의 현실주의자인 마에하라를 외상으로 임명하여 미일동맹관계의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힐러리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마에하라는 센카쿠열도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대상이라는 언급을 받아냈고,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전략적인 동맹관계를 복원하는 조치들을 하나 둘 가시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궤도수정은 민주당 정권이 지나친 이상주의를 떨쳐내고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일 뿐, 아시아를 버리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만 집중하는 고이즈미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본 민주당 지도부는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잘 유지하지 못하면 다른 외교사안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고, 아시아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이 없이는 국제사회로의 도약이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민주당정권의 외교안보전략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지금부터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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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