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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 정세 변화와 과도기적 위기관리
등록일
2010-08-11
조회수
7
  북한의 내부 정세 변화를 외부에서 정확히 들여다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북한의 체제가 워낙 폐쇄적인데다 특히 근래 들어 북한의 내부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어서 예측불허의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 정세 변화의 몇 가지 요인들은 그리 어렵잖게 짚어볼 수 있다.

북한 내부정세 변화요인

첫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 영도체제인 북한으로서는 그 절대권력자의 건강 이상으로 후계체제를 비상하게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해야 하는 형편인 점이다. 북한은 금년 들어 전례 없이 한해에 두 차례나 최고인민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9월에는 44년 만에 당대표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모두 내부체제 강화를 겨냥한 것으로, 후계세습 등을 둘러싼 체제의 동요가능성을 차단하고 취약성을 보강하려는 게 그 배경이라 하겠다.

둘째, 화폐개혁 실패를 분수령으로 민심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북한의 내부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 같으면 북한의 체제 특성상 민심은 내부 정세에 큰 변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후계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민심을 다독일 ‘당근’이 절대로 필요한 시점에서, 북한은 심화된 경제난 등으로 이 ‘당근’ 확보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연초에 김정일 위원장이 이른바 ‘이밥에 고깃국’이 아직도 달성치 못한 유훈임을 자인한 것도 이를 입증하는 셈이다.

셋째, 북한 정권이 내부 정세를 추스르기 위해 하드파워에 더욱 의존하려는 경향이 노골화되고 있는 점이다.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워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하는 등 최근 들어 잦아진 공개처형설은 북한의 대내적 소프트파워 자원의 고갈을 시사한다. 이는 동시에 체제의 결속력이 그만큼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시장을 통한 빠른 정보유통, 정치적 무관심과 물질추구 등 지배적 사회가치의 변화, 사적 영역과 공공 영역의 혼재 등은 북한의 통치시스템 작동을 교란하고 있다. 이 또한 내부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체제의 내구력이 소진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 밖에도 후계체제와 대내외정책 등을 둘러싼 노동당과 군부의 경쟁과 견제 등 내부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들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여러 요인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북한체제를 ‘과도기적 위기’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하겠다.

과도기적 위기에 대한 미중의 대응

북한의 과도기적 위기가 한반도와 동북아에 미치는 파급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최근의 천안함 사건만 하더라도 북한의 이러한 심상치 않은 내부 정세의 외부적 투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천안함 폭침의 원인이 단지 대청해전에 대한 보복 차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내부 정세의 불안과 갈수록 차오른 불만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내부적 단결을 도모하는 동시에, 이를 후계세습의 정당성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천안함 공격의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천안함 사건이 일으킨 파장은 일거에 한반도를 뛰어넘어 동북아 정세를 뒤흔들어 놓았다.

더욱이 문제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외치고 있는 북한에게 시간은 그들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지도부가 ‘약속의 해’가 다가오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더 큰 일’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마디로 북한체제의 과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엄중한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진 셈이다.

중국이 ‘북핵문제’와 ‘북한문제’를 분리하여 북핵문제보다 한반도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것도 북한의 과도기에 대한 중국 나름의 관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안정이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국익차원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동북아에서 크게 강화된 미국의 입지를 견제하고 동북아 정세를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하겠다.

또한 최근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두고 중국이 보인 과민 반응은 이제 한반도 문제가 얼마든지 주변 강국의 게임으로 변질되어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천안함 사건은 우리에게는 기본적으로 남북문제이겠지만, 미·중간에는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 소재로도 된 측면이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이 국내법에 의거해 추진하고 있는 강도 높은 대이란 제재방식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강제성 없는 행정명령에 의해 ‘너무 가혹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제재하려는 것은 되새겨 볼 점이 있다. 이는 대북 금융제재와 핵실험의 악순환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지만, 북한에게 ‘진정성 있는 대화’에 복귀할 수 있는 퇴로를 막지 않으려는 원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천안함 이후 대북 정책을 위한 고려사항

북핵의 민감성에 대해 한국이 느끼는 강도는 중국과 분명 다르다. 북한의 과도기적 위기에 대한 대응의 논리와 그 방식에 있어서도 한국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한폭탄’과 같은 북한의 과도기적 위기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할 수만은 없는 게 남북관계의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도 머잖아 천안함 사건의 출구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단절된 남북간 대화의 복구가 그러한 출구전략의 첫 수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의 후폭풍이 워낙 커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북한 주민의 절박한 식량난을 덜기 위해 WFP(세계식량계획) 등을 통해 쌀을 지원하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도, 또 북한 주민의 민심을 얻는 차원에서도, 이에 대해 엄격한 상호주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함께 남북 간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복원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남북은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는 없는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정부로서는 당장은 아니겠지만 미국이 대북 제재와 함께 6자회담 재개 카드를 꺼내는 ‘제재와 대화’의 투트랙을 구사할 때를 대비해 우리 나름의 치밀한 전략과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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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남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