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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 세계 비핵화로 가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러시아의 관점
등록일
2010-07-13
조회수
7
  2010년 봄, 나는 주요 핵 관련 정치활동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주도에 아무도 도전을 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와 핵안보 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는 분명한 미국 대통령의 위업이었다. 러시아와 새로운 START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 노력 덕분이었다. 이러한 업적들은 정치적 의미에서 대단한 성공이다. 특히 노벨상 위원회의 선택이 옳았음을 재확인시키려 애써온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매우 중요한 성과였다.


  2010년 핵태세검토보고서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 문서에서는 핵비축량의 투명성, 핵비확산활동, 핵무기 없는 세계로 가는 로드맵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핵무기보유고에 관한 세부상항들이 (명확히 분류되진 않았지만) 최초로 공개되었고, 핵태세검토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핵무기 개발이나 기존 핵무기의 새로운 능력 또는 작전 개발을 하지 않기로 선언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핵확산방지조약에 가입하여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보유국에 대해서는 핵무기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현실적인 면에서 이러한 업적들의 가치를 논의해보자. 미국과 러시아가 배치 또는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의 수는 적어도 전문가와 외교관, 그리고 INF, SALT, START 활동에 참가하는 군인들에게는 사실상 중요한 기밀이 아니다.


  가오 왕라이(Gao Wanglai) 박사는 이 사이트에 올린 ‘핵태세검토보고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논문에서 핵태세검토보고서의 다양한 ‘부작용들’을 완벽히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미국은 핵무기 수를 발표하면서 자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과시하여 결과적으로 안보를 더욱 강화하였다’라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사실 미국의 전략적 핵무기는 냉전시대 이후 기술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의 주요한 전략적 적대국가인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이미 무기의 성능이 작전 요구를 크게 초과하므로 굳이 현대화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양국은 4월 프라하에서 새로운 START 협정을 채결할 때 보여준 전략적 무기 면에서의 동등한 지위를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010년 핵태세검토보고서의 유효기간인 2015-2020년 동안에도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경우 새로운 협정으로 가는 길이 평탄치 않았다. 사나운 ‘매파(Hawks)’들이 전략적 무기를 더욱 감축한다면 국가방어능력이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시위를 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주의자’들은 실제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전략적 무기를 더욱 많이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많은 전략시스템들이 노후화되고 있지만 방위산업부문에서 이를 적시에 대체할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5년간 연기되고 있는 불행한 ‘불라바(Bulava)’ SLBM 프로젝트 역시 러시아 방위산업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협정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솔직히 이전 START 체계에서 군대 대 군대로서의 상호작용이 20년간 이상 계속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이전의 전략적 적대국 관계에서 벗어나 투명성, 신뢰형성, 협력의 관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실이다.


  핵태세보고서에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미국의 핵무기기지에 대한 지출비용의 증가다. 그러한 결정에는 분명한 논리가 숨어있다. 핵탄두는 플루토늄 함유 비율과 다른 물리적 효과에 의해 생명주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핵탄두를 지속적으로 검사하고, 정비하고, 충전하지 않으면 모든 핵실험에 부여된 일시적 정지기간이 지난 후에는 그 성능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한편 기존 탄두의 품질 향상에도 추가재정이 지원된다. 외부인들은 그것이 핵탄두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인지, 핵탄두의 파괴력과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세계의 전략적 균형이 허무하게 무너질 위험이 있다.


  비전략적 핵무기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적 접근방법이 적용되어 빠른 감축 속도를 보일 전망이다. 때때로 미친듯한 냉전논리가 끝난 것이다. 전략적 핵무기 대량사용에 따른 확증된 자기파괴효과는 전투 지휘자(적군의 핵잠수함에 핵어뢰 발사를 명령하는 해군 함대참모와 10인치 핵 장착 포탄 발사를 준비하는 육군대령)에게 결코 비밀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핵무기의 정확도를 이용해 같은 임무를 보다(이것이 문맥에 접합한 단어라면) 적절히 그리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토마호크(Tomahawk) 핵 크루즈 미사일의 퇴출 선언은 그것의 운영가치가 사라진 새로운 전략적 환경에서 지루한 심사숙고를 반복한 끝에 얻어낸 긍정적인 진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비전략적 핵무기 퇴출에서 러시아를 앞서가고 있다 해도, 그것이 워싱턴이 러시아보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더욱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많은 핵심전투지역에서 재래식 무기의 기술적 우월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러시아 군사 전략가들은 이 지역에서 계속 핵무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2010년 2월 채택된) 새로운 러시아 군사강령에서는 ‘대규모 재래식 공격의 결과로 러시아의 존재가 위험에 처한다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탄도미사일방어체제는 오늘날 가장 논란이 많은 이슈일 것이다. 동유럽 탄도미사일방어체제의 배치 계획은 새로운 START 협상과정의 주요 장애물로 알려져 왔다. 이 계획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은 다소 과장되어 종종 히스테리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철회하며 2010년 프라하 선언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한 일은 단순한 거래 이상이었다. 그는 미국-러시아, 미국-유럽 관계에서 심각한 대립 이슈를 제거하고, 미국 납세자에게서 수십억 달러의 부담(폴란드와 체코 공화국에 제공하는 ‘보상 패키지’ 비용)을 줄여주며, 비용이 많이 들고 작전상 비효과적인 프로젝트를 거부하였다. 미국은 현재 발틱, 흑해, 페르시아만에서 작전 중인 이지스(AEGIS) 전함에 새로운 M-3 미사일를 장착하였다. 그 결과 폴란드에 배치할 것을 고려했던 신뢰할 수 없고 검증되지 않은 요격 미사일이 없어도 탄도미사일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게 되었다. 미 해군은 현재 한국에서와 같이 유럽에서도 이지스의 탄도미사일방어체제를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


  한편 북한의 핵 개발 상황은 상당히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의 핵확산활동에 대해 북한의 책임만 묻는 것은 불공평할 수도 있다. 그 동안 미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은 한반도에서 핵 대립을 종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적어도 세 번 놓쳤다. 첫째는 북한이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의무이행을 사실상 거부했을 때였다. 중유 제공 중단과 경수로핵발전소 건설 중단이 결국은 김정일이 핵활동을 재개하도록 자극한 것이었다. 둘째 북한이 2003년 1월 핵확산방지조약에서 탈퇴를 선언했을 때 열강들은 이 결정의 심각성을 믿지 않는 척 무시했다. 셋째, 2006년 10월 북한이 첫 번째 핵폭발 실험을 실시했을 때 (일본을 제외한) 6자 회담 당사국들의 반응이 다소 우유부단했다. 만약 그 때 세계가 핵확산방지조약 위반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면 북한이 핵무기프로그램을 중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북한은 두 번째 핵실험에 성공했다. 정치가들은 그들의 두통거리(어느 날 김정일 정권이 끝이 나면 핵무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제거해줄 수 있는 치료약을 절실히 구하고 있는 반면 해외 전문가들은 사용 가능한 핵탄두의 숫자와 전달수단을 예측하느라 바쁘다.


  나쁜 소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독립 분석가들은 비극적인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비정상적으로 우유부단하고 온건했던 태도에 좀더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것이 매우 민감한 문제이고 정치가에 의한 어떠한 실수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상력이 풍부한 호사가들은 강경론자들이 북한에 대한 공격 주장을 멈춘 이유가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 때문이라는 또 다른 결론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이란 지도자들은 그러한 의견에 수긍할 것이다. 아마도 이란은 적대국인 이라크가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이 자국을 공격하고 점령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얻으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사례에 비추어 지금의 남북 상황을 분석하려 할 것이다.


  많은 세계적 징조나 징후들이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를 포함한 국제기구들이 핵확산, 핵안전, 핵인식 등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보다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핵발전 전함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초대형 플루토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세계의 젊은이들은 핵무기가 실체 없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올 봄 오바마 대통령의 핵 관련 노력이 보다 높이 평가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고려할 때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오바마의 비전이 가시적인 미래에는 실현되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우리 세계를 좀더 안전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세르게이 M. 스미르노프(Sergey M. Smirnov)
국립해양대학교(Maritime State University), 국제학 센터, 이사장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