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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등록일
2012-03-20
조회수
7

오랜 역사를 통틀어 러시아의 대외적인 야망은 거의 전적으로 서양을 향한 것이었다.

 

  서방과의 관계가 러시아의 외교 정책을 계속 지배하겠지만, 최근의 변화는 러시아의 정책 결정자들이 이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재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십 년간 러시아는 경제통합에 대한 다자간 협력과 노력을 통해 이웃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 왔다. 올해 러시아가 태평양의 주요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012 APEC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동안에 모스크바의 새로운 태평양 전략이 돋보이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19세기말 이래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이 지역과의 관계는 경제 문제보다는 주로 정치 군사적인 문제에 치중해 왔다. 2만5천 킬로미터가 넘는 태평양 연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주의에 비교적 늦게 참여했다.

 

  최근 푸틴과 메드베데프 대통령 재임 중에 러시아의 국내 상황이 개선되어, 모스크바가 보다 주도적인 외교정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정치외교 전선에서, 러시아는 남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시켰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확립하였다. 게다가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사회 경제적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그 목표는 오래 방치된 이 지역의 경제 및 사회기반시설을 개선시키는 것 외에도 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치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제 모든 아시아 태평양 다자간 안보위주 및 정치적 기구들의 일원이다. 2003년에 러시아는 6자 회담의 공동 후원자가 되었으며 2010년에는 마침내 동아시아 정상회담(EAS)에의 가입 초대를 받아내고, ASEAN 국방장관의 Meeting Plus(ADMM-Plus) 과정에 들어갔다. 러시아가 선호하는 아시아 태평양 정치 질서 모델은 중국, 미국, 일본, 인도 그리고 아마도 한국과 인도네시아와 함께, 러시아도 선두 주자의 하나인 다극적 협력 시스템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정치적 관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경제적 위상은 기껏해야 보통에 불과한데, 대략 지역 총 무역량의 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APEC 활동을 강화해오고 있다. 물론, 올해 정상회담을 개최하므로 러시아가 포럼의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 한 가지 이유겠지만, 또한 러시아의 경제그룹에의 참여 강화가 블라디보스토크 행사를 넘어서 2012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예컨대, 러시아는 지역 내 FTA를 하나도 체결하지 않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극소수 국가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바꾸려고 결심한 것 같다. 2010년에, 러시아는 뉴질랜드와 공식 협상을 시작했으며, 현재 베트남과 싱가포르와의 FTA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작년 12월 러시아의 WTO가입은 모스크바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무역 문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통합은 러시아의 삼대 주요 지역통합 프로젝트 중의 하나이다. 모스크바의 지상 목표는 아마도 필시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안연합을 통해, 구소련 영역의 경제적 재통합을 확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러시아 대외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연합과의 통합이다. 이와 동시에 모스크바는 유라시안연합을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간의 연결고리로 바꾸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의 참여 확대는 유럽연합과의 통합이 모스크바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하나의 대비책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통합에 대한 러시아 노력의 성공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기존 강대국들의 지원 여부에 달려있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의 지역 내 주요 “전략적 동반자”이다. 예컨대 2010년에 중국은 독일을 추월하여 러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되었지만, 아직은 중국이 러시아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 시스템의 온전한 일원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을 우선시할지는 의심스럽다. 중국은 러시아를 믿을만한 원자재 공급원으로 두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다른 아시아 태평양 시장들과의 연결을 촉진시키기 보다는 이러한 자원 기지를 자신에게 묶어두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의 중국 의존이 커지지 않도록 러시아를 떼어내는 것에 관심이 있을 테지만 러시아의 지역적 열망을 돕기 위해 많은 것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이의 대부분은 아직도 러·일 관계를 해치고 있는 불길한 남쿠릴열도/북방영토 분쟁에 기인한다.

 

 

  또 다른 아시아-태평양 강대국은 미국이다. 미국이 러시아와 협력하여 러시아가 지역과의 유대 관계를 확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능할까? 러시아와 미국의 관심은 두 나라 모두 중국의 발흥으로 야기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두 나라가 협력하기에 충분한 동기가 있을 수도 있다. 비아시아 강대국으로서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기구를 만드는데 있어서 당연하게도 환태평양적 관점을 지키는데 관심이 있다. 특히 러시아 경제가 점진적으로 더욱 개방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동반자 관계(TPP)에 대한 러시아의 가입은 배제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모스크바가 TPP 가입 요청을 결정하고 워싱턴의 응답이 긍정적이라면, 그것은 러시아와 미국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초래할 것이다.

 

  러시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강대국들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형태 및 어떻게 지역 내 경제적 통합이 발전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하지만 러시아가 점점 더 동쪽을 바라보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 이 글의 원본 (“Russia looks to the Pacific in 2012”)은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던 것으로, East Asia Forum과 제주평화연구원의 협약 하에 국문으로 번역하여 배포한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Artyom LUKIN은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극동연방대학교 국제관계학 부교수이자 지역국제학원의 연구 부소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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