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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우데 정상회담과 동북아시아의 안보전망
등록일
2012-01-25
조회수
8
  2011년 8월 말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이 오래 기다려 온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따라 북한에서 트랜스바이칼Transbaikal 지역에 있는 러시아의 도시 울란우데로 가는 동안에 러시아 극동 지역RFE, Russia Far East의 몇몇 지도자들과 짧은 만남을 갖기도 하고, 브레이스카야 수력발전소Bureyskaya hydropower station도 방문했지만 러시아 방문의 주요 행사는 8월 24일 메드베데프Medvedev 러시아 대통령과 울란우데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 김정일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만남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NEA의 안보 및 경제 정세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관점으로 인해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논지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필자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러시아 국익이라는 맥락에서 이번 김정일의 방문을 짚어보고자 한다. 동북아시아는 러시아의 외교정책에 있어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스크바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적 관계를 활용하여 러시아 극동 지역의 발전 및 포괄적인 안보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러시아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국내 성장과 상당한 수출요건을 지탱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서 동북아시아 지역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을 통과하는 원유와 가스 파이프라인, 전력 배전망의 건설과 같이 원유, 가스, 전력을 주변국에 팔려는 러시아의 계획은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둘 수 없다. 6자회담에 활발하게 참여한 러시아는 북한이 군사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신 적절한 안전보장을 해주고, 북한이 사회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와 같은 지역적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위에서 언급한 방문의 어젠다를 분석할 수 있다. 러시아 연방 대통령의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한 정보에 따르면 양국 지도자는 안보, 정치, 경제 면에서의 양국관계와 교역 및 인도주의적 견지에서의 지역적 접촉, 그리고 한반도 안보 문제의 모든 국면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한다.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 나탈리아 티마코바Natalia Timakova도 김정일 위원장이 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고, 더 깊은 협상 과정을 통해 핵무기 시험과 핵물질 생산의 일시적 중단을 선언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북한의 약속을 고려하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양 지도자가 매년 100억 입방미터에 달하는 러시아 가스를 북한을 경유하여 한국에 수출하는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관계를 위한 균형 잡힌 방안과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700km의 북한 지역을 지나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총 1,100km에 달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의 건설을 목표로 한 러시아, 한국, 북한이 참여하는 3자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는 군사 분야의 긴밀한 접촉, 북한의 국가부채 탕감을 위한 기한 설정 등과 같은 다른 중요한 문제도 논의되었다. 이번 방문은 주변 지역의 정치, 안보, 경제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양국의 회담 자체가 정치적으로 매우 큰 상징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2002년에 있었던 양국의 공식적인 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러시아 연방 푸틴 전 대통령과 만났다. 그 이후 9년 동안 김정일은 중국은 수차례 방문했지만 러시아에는 오지 않았는데 이는 모스크바가 주요 서방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한 평양의 불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회담에서 모스크바와 평양은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였고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유일한 북한의 동맹국이 아니라는 것을 중국에 보이고 싶어 하는 북한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양국 간의 군사협력 다각화에 합의한 것은 또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국이 2011년 말까지 동해에서 양국 간 수색 및 구조 훈련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으로 러시아 태평양 함대는 매년 일본, 미국, 여타 국가의 해군과 기본적인 수준의 소규모 합동 수색 및 구조 훈련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합동훈련이 특별할 것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평양은 미국과 한국 해군이 북한 국경과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 계속 항의하고 있다. 이제까지 북한은 지역의 합동군사훈련 문제에서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결정한 러시아와 북한의 합동훈련은 동북아시아의 균형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신현실주의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지역적 힘의 균형개선을 위해 중국과 북한 또는 미국과 일본의 관계와 비교해서 동북아시아에서 대단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오지 않은 러시아와 북한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가 북한이 제안한 전면적인 양국 해군 훈련뿐만 아니라, 유엔결의안에 따라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무기판매를 거절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의 방문은 양국의 신뢰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점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특히 러시아 극동 지역의 안보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2006년과 2009년 말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지하 핵실험을 한 이후 모스크바는 중국과 함께 공동전선을 펴 평양에 대해 군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울란우데 회담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평양의 움직임을 진심으로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단계 하나하나에 민감하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능 구름이 바람을 잘못 탈 경우 북한 핵실험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동북아시아의 대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에 쉽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과 한국의 군사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의 북한 피난민이 러시아 국경을 넘어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경제적 협력이 지역안보를 개선한다는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2007년 2월의 6자회담의 결과로 모스크바는 북한에게 에너지 자원과 경제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울란우데 회담 동안에 러시아는 이와 관련한 몇몇 상당히 중요한 조치를 제안했다. 첫째, 양국 지도자는 모스크바가 북한의 러시아 부채 110억 달러 중 최대한 많은 부분을 탕감해 주고 나머지도 재조정해주기로 합의했다. 둘째, 2011년 8월부터 9월까지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원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북한에게 5만 톤의 밀을 공급해 주기로 합의했다. 셋째, 만일 북한이 위험한 핵활동을 중단한다면 러시아 연방은 한국으로 가는 가스 파이프라인의 건설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러한 가스공급의 일정 부분을 북한에게도 제공할 것을 보장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서울과 모스크바의 정치적, 재정적 위험은 지극히 크다. 이러한 고비용의 국제적 프로젝트를 두만강개발사업GTI, Greater Tumen Initiative의 다자간 협력체계에 포함시켜 실행한다면 가장 전도유망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두만강개발사업이 충분한 공동투자기금을 확보한다면 더 쉽겠지만 이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 現 Vladivostok State University of Economics and Service 교수. Moscow State 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최근 다음 2편의 개별 논문을 발표하였음. 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s in East Asia: Evolution, Effectiveness and Russian Participation (Vladivostok, Dalnauka 2008) 및 Non-Governmental Participants in East Asian Cooperation: Input into Developing Regionalization and Regional Identity. (Vladivostok, VSUES, 2009) 그 외 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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