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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미얀마 방문의 함의
등록일
2012-11-27
조회수
7

 미얀마나잉앙, 밍글라바!(안녕하세요 미얀마!).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미얀마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양공대학교에서 행한 연설의 첫 마디이다. 일상화된 외교적 관례로서, 또한 청중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노련한 전략으로서 행한 그의 짧은 현지어는 지난 20년 이상 유지된 미국의 대 미얀마정책이 함축되어 있다. 비록 외교적 예우 차원에서 ‘미얀마’라는 국명을 사용했고, ‘버마’가 이 나라의 공식적인 국호라는 미국정부의 입장도 재확인되었지만 호칭의 이면에는 미국의 적지 않은 외교전략이 자리한다.

 

 

  30분 남짓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미얀마의 현실과 발전방향에 대한 미국식의 이해와 제안,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미얀마의 개혁개방이 북한에 주는 교훈 등 실로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떼잉쎄인 대통령, 아웅산수찌와의 회담 등 6시간이란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양국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미얀마 방문의 일차적인 목적은 제재와 개입이라는 오바마 1기 행정부의 대 미얀마정책을 재확인하고, 정상화된 양국관계를 담보로 미국이 미얀마의 추가 개혁에 개입을 하려는 입장이 분명했다. 미얀마는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즈음하여 총 452명의 재소자를 석방했는데,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범은 66명이 포함되었다. 여카잉주 로힝자족(Rohingya)족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얀마 정부는 전향적 자세를 선언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도 대통령령이나 대통령포고령으로 제정된 대 미얀마 경제제재를 완화하거나 완전히 철회했고, 금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보석류를 제외한 모든 미얀마산 제품의 수입금지법령을 철회했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가 중심이 되어 인도적 지원과 교육기회 확대, 민주적 시민사회의 성장을 위해 2년(2012-2013)에 걸쳐 1억7천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몫이 아닌 모든 국민의 것”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처럼 미국은 미얀마 저변에 침투한 군부권위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종식시키는데 물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지원까지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얀마 입장에서 지속가능한 개혁개방 환경 구축과 중국에 편중된 정치 및 경제구조의 정상화를 단 번에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미국의 제재 해제이다. 이에 반해 2011년 11월,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을 선언한 미국은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외교역량을 동아시아로 집중하기 위해 미얀마의 가치를 정확히 인식했고, 미얀마 방문을 아시아로 향하는 외교정책의 서막으로 규정했다. 이제 양국은 상보적인 이익 공유체제의 구도 하에서 서로를 지렛대로 설정하여 자국의 가치와 외교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아시아 외교복귀는 미얀마의 개혁개방과 개연성이 적지 않다. 양국은 부시(G. W. Bush)정권 말기인 2007년 중국에서 비밀회담을 시작으로 관계 개선에 들어갔고, 2008년 오바마 행정부가 대외 강경노선을 선회하면서 해빙가능성이 열렸다. 미국은 특사를 지명하여 신정부 출범 이후 미얀마의 개혁개방에 동조, 압박, 제안, 격려 등 다양한 외교전략을 구사했고, 1년 전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미얀마를 전격 방문하여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방점을 찍었다. 그녀의 방문이 있기 열흘 전 미국은 스스로를 “태평양국가”라고 선언하여 아시아 외교 복귀를 공식화했다.

 

  미국이 아시아를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동아시아, 특히 동남아에서 확대된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시키고 미국 중심의 일국 패권주의를 완성하려는 의도이다. 미국은 국제질서의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지만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국무장관의 지적대로 중국과의 평화적 경쟁 환경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군사적 대립과 같은 긴장관계는 불가피하다.

 

  이에 반해 중국은 6대 아시아 전략을 설정하고, 체제 안정에 기여하는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영향력 있는 아시아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한다. 2020년에 즈음하여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미국을 추월하고, 중국의 군비 예산도 미국과 동등해질 전망이다. 나아가 중국은 서태평양지역에 집중하여 군비를 확충하고 있다.

 

  중국으로 인한 미국의 위기감은 미얀마에서 증폭된다. 호주 다윈을 거점으로 필리핀-태국-인도에 이르는 미국의 안보벨트는 중국 봉쇄전략으로 구체화되지만 미얀마가 이 벨트에 참가하지 않는 이상 성공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중국은 인도를 포위하고 중동에서부터 남중국해에 이르는 전략적 해로를 완성하는 차원에서 파키스탄 과다르(Gwadar)에서 미얀마 싯뜨웨(Sittwe)에 이르는 ‘진주목걸이전략’을 구체화했다. 여기서 싯뜨웨는 2013년부터 중국으로 수출될 미얀마산 천연가스와 함께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수송되는 원유의 중간기착지이자 1990년대 이후 중국이 현대화한 미얀마의 해군기지 세 곳 중 하나이다.

 

  제18차 당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의 화두는 ‘해양굴기’(海洋屈起)였다. 남사군도와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분쟁화하는데 성공했지만 남서쪽으로 ‘막힌’ 중국의 유일한 대안은 미얀마의 활용이다. 1988년 미얀마에 군부정권이 재차 들어섰을 때 중국은 가장 먼저 체제를 인정했고, 서방의 대 미얀마 압력정책이 시작되자 중국은 ‘혈맹관계’를 강조하며 미얀마에 대한 후견자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미얀마에서 발생한 정치적 위기에 중국이 미온적 입장을 보이면서 군 수뇌부의 대 중국관은 변화했고, 2011년 신정부 출범과 함께 미얀마는 비동맹중립노선의 기조 위에 헤징전략을 선택했다. 미얀마를 둘러싼 지역 환경의 높은 불확실성과 고위험에 대비하여 상호 대응효과를 생산하는 유연한 균형 접근을 지지한 것이다.

 

  미얀마 외교정책의 재편 가운데 벌어진 틈 속으로 들어간 미국은 중국에게 정면 도전했다. 미국은 중국만큼이나 미얀마의 미래를 저당 잡을 강력한 무기가 있고, 이에 미얀마도 미국의 지지와 후원이 없을 경우 국내적 개혁뿐만 아니라 외교정책의 변화에도 제동이 걸린다. 즉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제제를 유지하며 미얀마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동시에 미얀마 투자를 숙고하는 국가들에게 잠재적 위험성을 일깨워 미얀마의 개방 환경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변죽을 울리기보다 중국의 영향력이 강한 국가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변화는 “먼 여행”(long journey)의 첫 단계로 규정하고, 미국식 민주주의와 인권개념의 확산과 발전이 달성되지 않으면 국가 긍정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미얀마 지도부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유발했다. 이러한 과제가 “태평양국가”로서 미국에게 부여된 아시아 임무라며 미국의 외교정책을 은유적으로 미화했다.

 

  미얀마의 개혁개방이 지속되는 환경 하에서 이제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유화적인 입장을 강화하면서 미얀마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외교전략 중 하나로 미얀마와의 군사협력에 주력할 것이며, 이런 정황은 여러 차례 포착되었다. 먼저 2011년 11월, 데릭 미첼(Derek Mitchell), 당시 미국 특사(현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는 미얀마 군총사령관과 군사협력에 관한 회동을 실시했고, 금년 10월에도 프란시스 워친스키(Francis Wiercinski) 태평양사령관을 필두로 22명의 군부를 포함한 30명의 대표단이 미얀마를 방문했다. 이 방문 이후 미얀마 군부는 코브라 골드(Cobra Gold) 군사훈련의 참관자격을 얻었다. 또한 지난 9월 미얀마 대통령과 아웅산수찌의 미국 방문 직전,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한 편의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신진 장교에 대한 군사훈련 및 교육지원, 소수종족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공동 군사훈련을 제안했고, 향후 샹그릴라회담과 아세안 국방장관 회담에 미국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1970년대 아편생산을 퇴치한다는 명분으로 중국과 인접한 미얀마 동북부 지역에 헬기와 정찰기 등 군 장비를 지원했으며, 아직까지 이 지역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즉 미얀마의 내전종식과 국민화해를 기치로 중국과 인접한 지역에 미군을 진출시키거나 미얀마 군부의 역량 강화에 미군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은 직접적인 안보딜레마에 봉착할 것이다.

 

  미얀마는 중국에 의존하려는 관행을 포기했지만 외교정책의 우선 대상국으로서 중국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관계로서, 미얀마 외교정책에 있어서 중국은 절대 가치의 대상국이며, 중국이 해체되지 않는 이상 이 기조의 변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얀마의 국익 추구 전략이 기존의 편승에서 주도적 개입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미얀마에게 있어서 미국도 불확실한 지역 환경의 중요한 행위자로 간주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에 명시된 외국군의 주둔, 군사동맹 체결 금지 등의 조항을 미국에 한해서 예외로 설정할 가치가 없다.

 

  다만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미국이고, 미국과의 관계 증진을 통해 얻는 미얀마의 반사이익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므로 미얀마는 오바마 2기의 대외정책에 동조하기보다 역시 미국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중국의 영향력 상쇄와 자국의 지속적인 정치 및 경제발전 환경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얀마를 매개로하여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하지만, 미얀마는 두 강대국의 관계에서 상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아시아를 둔 두 국가의 경쟁이 어느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린다면 그 일차적 원인은 미얀마를 중심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쩨주띤바데”(감사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짧은 인사말로 청중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현실화된 중국과의 총성 없는 대립구도에서 종국에는 승리를 도모한 미국이 미얀마 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되었으면 하는 오바마의 간절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現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미얀마 군부의 정권유지 전략에 대한 연구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함(2009). 미얀마 정치변동과 국가-사회관계, 동남아 국제관계 등에 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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