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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의 현황과 전망
등록일
2012-08-14
조회수
7

  무서운 속도로 아랍 권위주의 정권의 정치변동을 이끌어내던 아랍의 봄은 시리아에서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하마와 홈스 등 반군 거점에서 학살이 진행되고 있으며, 8월 초 현재, 2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이 지속되자 국제사회 개입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엔안보리 결의에 러시아와 중국의 강경한 거부권 행사로 인해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결국 국제사회의 개입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바샤르 알 아사드 (Bashar al Assad) 정권은 더욱 가혹한 반군 탄압에 나서게 되었고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시리아 분쟁의 원인: 종파분쟁

 

  시리아의 분쟁은 종파분쟁의 성격을 지닌다. 아랍의 봄을 견인했던 이집트와 튀니지의 사례와는 완연히 다른 원인에서 기인했다. 무바라크와 벤 알리의 독재에 시민 전체가 하나되어 저항했던 이집트와 튀니지와는 달리 시리아는 소수 알라위파와 다수 수니파간의 저항 구도로 설명할 수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배경이 되는 알라위파는 일종의 변종 시아파로서 전체 시리아 인구의 약 12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알라위파 세력이 집권한 후 기독교 및 드루즈파와 연대하여 지배연합을 구성했고 이들이 전 인구의 70퍼센트를 점유하는 다수 수니파를 탄압해왔던 것이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알라위파인 아사드 정권에 대한 수니파의 조직적 저항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오히려 수니파 내부에서도 현 정권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한 부족들도 적지 않았다. 이는 아사드 정부의 오랜 통치 기법에 기인한다. 즉, 다수 수니파를 폭력적으로 억누르기보다는 일종의 연대를 맺으면서 나름대로의 지배연합을 존속시켜왔던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아사드 지배에 저항하는 세력에 대한 혹독한 탄압도 병행해왔다.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피즈 알 아사드 대통령 시절 1982년 하마 대학살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인근 이집트와 튀니지 그리고 리비아를 거쳐 예멘의 정치변동을 가져온 아랍의 봄은 시리아의 다수 수니파를 자극했다. 사실상 처음부터 조직적인 저항이 시작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기 한 중학생이 일으킨 장난에서 일어난 충돌이 급기야는 전국적 내전상황을 불러 일으켰고, 아랍 정치변동의 파도가 시리아를 직접 타격한 것이다.

 

 

 

 

 

분쟁의 국제화와 세력 경합

 

  시리아의 문제는 종파분쟁적 (sectarian conflict)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시리아 내부의 정부-반정부 세력 간의 갈등구도로만 볼 수 없다. 훨씬 더 복잡한 국제정치의 역학이 작동하고 있다. 일단 중동지역 내에서 시리아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이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란의 부상과 맞물려 시리아의 전략적 위치가 역내에서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이란의 경우 여하한 경우에도 시리아 현정부의 존속이 중요한 과제이다. 시아파 벨트를  통한 이란 영향력의 확대 유지라는 점에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 남부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초생달 지대’ (Shiite crescent area)를 관통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권의 존속은 이란의 영향력이 지중해 연안까지 연결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특히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와 육로로 연계되어 이스라엘 북부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적 군사라인으로서도 의미를 갖는다.

 

  이란의 부상에 부담을 가진 수니파 왕정국가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러한 시리아의 입지에 타격을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아랍의 봄 이후 중동에서 급격히 소프트파워를 확대해가고 있는 터키 입장에서도 정치적으로 이란 견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리아의 정권 교체를 통한 수니파 집권은 향후 중동지역에서 이란을 약화시키고 수니파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따라서 현재 사우디, 카타르 및 터키 등 인접 수니파 국가들이 시리아의 수니파 반군을 물리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시아-수니 구도는 단순히 역내문제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중동을 넘어서는 역학관계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이란의 부상과 시아파 벨트의 확산은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로 연결된다. 최근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유엔안보리에서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즉, 미국과 각을 세우는 중국과 러시아가 시아파 라인과 연대함으로써 소위 미국의 패권논쟁이 중동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고전적 동맹국가인 터키 및 걸프왕정과 연대함으로써 시리아 정권 교체를 지지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군사행동까지 연계되어있지는 않으나 일단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유엔 결의를 통한 국제사회의 무력개입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지 않은 상황에서 반군 내부의 저항 강도 강화를 통한 아사드 정권 축출을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형편이다.

 

 

 

 

 

국제사회의 개입 가능성

 

  사실상 유엔 차원의 개입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켰던 ‘보호책임’ (R2P, Responsibility to Protect)의 규범은 시리아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때문이다. 러시아에게 시리아는 중동 유일의 군사동맹국이다. 러시아는 푸틴의 귀환과 맞물려 영향력 확대라는 차원에서 고전적 동맹국가 시리아에 대해 일방적인 지원을 견지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는 보호책임 규범을 무력화시켰고, 이를 우회하는 국제사회 개입 방안을 놓고 미국과 수니파 아랍국가들은 고심하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 가능한 선택지는 유엔 대신 아랍연맹과 걸프 차원의 개입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미국과 사우디 및 터키 등 3개 주요국들이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관 국가들 간의 논의에서 일단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개입 수준을 높이는 방향을 택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미국이 전면적 개입을 시도하기에는 일정부분 정치적 부담이 있다. 따라서 개입이 진행되더라도 걸프 왕정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개입이 확실시 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 주목된다. 미국과 수니파 국가의 개입을 빌미로 오히려 시리아 정부군을 강화시키는 물리적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시리아를 중심으로 매우 위중한 국제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다.

 

 

 

 

 

향후 전망

 

  현 구도로 보아 아사드 정부의 붕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2만명이 넘게 정부군에 의해 사망자가 발생했고, 최근 SNS 등의 미디어 영향력이 높아져 비극적 상황에 관한 소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몇 가지 징후가 드러나는 바, 정부군의 거점인 다마스커스와 알레포에서 지속적으로 교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주요 인사들의 망명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난민이 폭증하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비아 사태처럼 국제사회의 결정적 개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붕괴까지의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관건은 아사드 이후 시리아의 미래이다. 최근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슬람 세력의 집권 내지는 제도권 진입은 미국 등 서방과 보수 수니파 국가들이 매우 우려하는 바이다. 실제로 최근 혼란 국면에서 알 카에다가 시리아 영내에 잠입, 암약하고 있고 이외에도 무슬림 형제단, 지하드 여단 등 강력한 이슬람 세력들이 아사드 정부와 싸우고 있다. 이들이 향후 논공행상 과정에서 정치적 지분을 요구하며 제도권에 진입할 경우 국제사회에는 아사드 정부 못지않은 부담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리아의 미래는 정치변동을 겪고 이슬람의 발호를 목도하는 인근 아랍국가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단 시리아는 비교적 세속주의적 정치문화가 강한 곳이다. 1920년대부터 아랍에 뿌리내린 세속주의 아랍부흥운동인 바티즘의 근거지이다. 이집트에서 1928년부터 무슬림 형제단이 주도했던 반정운동과는 성격이 명확히 다르다. 이슬람이 생활양식임에는 틀림없으나 이슬람 세력이 정치화할 가능성은 이집트보다는 훨씬 낮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아사드 정부가 무너진 이후, 일정부분 과격세력의 정치진입을 견제해낼 수만 있다면, 오히려 시리아는 중동 민주주의의 새로운 경로를 창출해낼 가능성을 가진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아사드 정부가 붕괴한다면, 그 이후 새롭게 등장할 시리아 정부와 이란-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이 쟁점이 될 것이다. 즉, 향후 국제 갈등의 장으로서 여전히 시리아가 주목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시리아를 둘러싼 불안 요소가 늘 상수처럼 존재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現 국립외교원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더럼 대학교 (University of Durham)에서 이집트와 한국의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 중동정치와 에너지에 관련한 다수의 연구저작과 언론기고문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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